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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작가: 말랑우유
“오늘 월요일이니까 다들 힘냅시다. 커피는 제가 살게요.”

“감사합니다, PD님!”

“언니, 잘 마실게요!”

“...”

방송국은 지역 방송사였지만 대도시에 자리한 만큼 다른 지역 방송사보다 채용과 제작 기준이 까다로웠다.

대신 좋은 프로그램과 광고 자원도 많아 매일 수많은 지원자가 들어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오후 6시, 예정대로 촬영이 끝났다.

청하가 동윤을 안고 퇴근하려는데 용현이 아이 간식이 가득 든 큰 봉투를 들고 왔다.

방송국 협찬사들이 보내온 영유아용 제품으로 치발기 과자, 동결건조 요거트볼, 분유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게다가 용현이 골라 온 고급 브랜드 제품들은 창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찾으려면 꽤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도 이런 건 잘 몰라. 집에 가서 성분표 꼭 보고 동윤이한테 문제없는지 확인한 다음 먹여.”

용현은 웃으며 오래된 친구답게 청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나한테까지 사양하지 말고 그냥 받아.”

청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동윤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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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방정식   제30화

    동윤은 그제야 만족한 듯 눈을 감고 얌전히 누웠다.그렇게 청하와 재언은 다시 한 침대에 누웠다. 동윤은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었고, 청하는 아들의 등에 한 손을 올린 채 가볍게 토닥여 잠을 재웠다.평소보다 서로의 거리가 가까웠다. 청하는 이제 막 잠든 아이가 깰까 봐 몸을 움직이지도 못한 채 어두운 방 안에서 재언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로 다른 숨소리만 잔잔하게 뒤섞였다. 듣고 있자니 슬슬 저절로 졸음이 밀려왔다.얼마쯤 누워 있었는지도 모른 채 청하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무거워진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았고, 의식도 차츰 흐려졌다. 호흡은 어느새 고르게 가라앉았다.완전히 잠들기 직전, 곁에서 재언이 몸을 일으키는 듯한 기척과 문이 조용히 닫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재언이 방을 나갔다. 그가 자리를 뜨자 청하의 몸을 짓누르던 긴장도 금세 풀렸다. 그제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새벽 3시가 되어 재언이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와 아들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동윤은 팔다리를 사방으로 벌린 채 자고 있었고, 작은 이불은 발치까지 차 내려가 있었다.동윤이는 원래 잠버릇이 얌전한 아이가 아니었다.지난 두 달 동안 아들과 단둘이 지내며 재언도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아이 옷 하나 제대로 벗겨 줄 줄 몰랐지만, 이제는 동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수 있게 됐다.가끔 둘만 남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재언도 새삼 깨닫곤 했다. 아이 하나를 돌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정말 어려운 일이었다.재언은 손을 뻗어 아들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고개를 들던 재언의 시선이 잠든 청하에게 머물렀다. 청하는 눈을 감은 채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한쪽 팔은 베개 곁에 힘없이 놓여 있었고, 희미한 달빛이 얼굴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잠든 모습은 더없이 차분하고 평온해 보였다.청하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은 어쩌면 ‘온화함’

  • 사랑의 방정식   제29화

    ‘안경 아빠? 앞치마 엄마?’‘대체 무슨 소리야?’재언은 미간을 찌푸리고 청하를 바라봤다. 청하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설명했다.“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인물들이야.”그대로 시선을 거두려던 재언은 청하의 붕대가 피에 젖은 것을 발견했다. 잠시 침묵한 뒤 담담하게 말했다.“동윤아, 가서 구급상자 가져와.”동윤이는 말을 듣자마자 의자에서 폴짝 내려와 자기 머리보다도 큰 구급상자를 품에 안고 달려왔다. 짧고 통통한 다리인데도 달리는 건 제법 빨랐다.“아빠, 여기!”재언은 구급상자를 받아 들고 청하에게 손을 내밀었다.“손.”청하는 아이 앞에서는 두 사람 사이가 지나치게 냉랭해 보이지 않도록 늘 조심했다. 결국 아무 말 없이 다친 손을 내밀었다.예전에 선수 생활을 했던 탓인지 재언은 이런 작은 상처를 수도 없이 처리해 본 사람이었다. 손놀림은 익숙했고 처치도 수준급이었다.사실 전화 한 통이면 주치의가 10분 안에 올 수 있었다. 다만 재언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고, 청하도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재언은 붕대 끝을 단단히 묶었다.“됐어. 이틀 정도는 손 함부로 쓰지 마.”청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동윤이 답답하다는 듯 재촉했다.“엄마, 아직 아빠한테 고맙다고 안 했잖아!”“고마워.”청하는 잠깐 말을 멈췄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해 끝내 한마디를 덧붙였다.“저기...”지나치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말투를 들었지만 재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표정이 한층 더 무심해졌을 뿐이었다.“아니야...”평소에는 얼굴 한 번 보기 힘들 만큼 바쁘던 재언이 웬일인지 그날은 한가했다. 재언이 떠나지 않으니 청하도 대놓고 나가라고 할 수 없었다. 결국 동윤의 성화에 못 이겨 세 사람은 거실에 앉아 올해 새로 나온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을 함께 봤다. 따뜻하면서도 아이가 배울 만한 교훈이 담긴 작품이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어쨌든 같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청하는 화면을 진지하게 보며 동윤이 이해하기

  • 사랑의 방정식   제28화

    점심 무렵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오후 촬영은 예정대로 이어졌다.청하의 손은 사실 크게 다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국장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아, 결국 일주일 동안 집에서 쉬기로 했다.“국장님, 저 정말 괜찮아요.”“윤 PD, 이번에는 내 말 들어. 이참에 집에서 푹 쉬면서 쓸데없는 생각도 하지 말고.”국장은 말을 멈췄다가 다시 덧붙였다.“걱정하지 마. 방송국에는 네 편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한다미가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지는 못해.”‘내 편? 참 따뜻한 말인데...’청하는 미소를 띠며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청하가 떠난 뒤, 국장은 웃음을 거두고 조연출을 불렀다.“그 한다미라는 친구 말이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굳이 내가 가르쳐 줄 필요 없겠지?”조연출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뜻을 알아챘다.“국장님, 설마 일부러 띄워 줬다가 스스로 무너지게 하시려는 겁니까?”“누가 일부러 무너뜨린대.”국장이 미간을 찌푸렸다.“방송국에서 줄 수 있는 기회와 지원은 제대로 줄 거야. 그걸 한다미가 받아낼 실력이 있는지는 본인 몫이지. 못 버티고 사라진다 해도 우리 방송국 책임은 아니잖아.”조연출은 뜻을 완전히 알아듣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국장님, 더 말씀 안 하셔도 알겠습니다.”국장은 길게 숨을 내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재언을 정면으로 건드릴 수는 없었다. 결국 이런 방식으로라도 다미가 현실의 벽을 직접 부딪쳐 보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청하가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윤도 어린이집에서 돌아왔다. 이번에는 재언이 직접 데려온 모양이었다. 아이는 현관에 들어서기도 전에 목소리부터 들려왔다.“엄마! 엄마! 오늘은 왜 동윤이 데리러 안 왔어?”재언이 턱짓으로 안방 쪽을 가리키자, 동윤이는 곧장 안방으로 뛰어갔다.청하의 손에 감긴 붕대를 보자마자 작은 눈썹이 잔뜩 찌푸려지고 입술도 삐죽 튀어나왔다.“엄마, 왜 다쳤어? 많이 아파?”집에 이렇게 자신을 걱정해 주는 아이가 있으니, 아픈

  • 사랑의 방정식   제27화

    용현은 마지못해 짧게 대답을 한 뒤, 동료 몇 사람에게 이끌려 자리를 떴다.청하는 눈매를 가늘게 좁히며 멀어지는 용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가족 간의 정, 사랑, 우정. 살아오는 내내 청하에게 늘 부족했던 것들이었다. 돌이켜 보면 별다를 것 없는 삶이었고, 굳이 꺼내 말할 만한 것도 많지 않았다.그래도 다행이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났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었다.비좁은 대기실에는 세 사람만 남았다.재언은 청하의 입가에 남은 웃음을 바라봤다. 표정에는 별다른 기색이 없었지만 말투는 유난히 건조했다.“네 손 데었을 때 바로 내가 데리고 가서 흐르는 물에 손부터 식혀 줬고, 의료진도 내가 불렀고, 치료비도 내가 냈는데. 서용현 PD가 대체 뭘 안심한다는 거지?”청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귀에 익게 들어 온 냉랭한 말투였다.“심 대표님 말씀은... 제가 비용을 정산해 드려야 한다는 뜻인가요?”부드럽고 담담한 말이었지만 오히려 날이 서 있었다. 재언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해?”‘이 여자 눈에는 내가 그렇게 돈이나 밝히는 쪼잔한 사람으로 보이나?’청하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이었다. 말다툼할 생각조차 없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준환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문을 열고 나갔다.문이 닫히자 준환은 왕진 가방을 정리하며 물었다.“너희 둘, 대체 무슨 일이야?”재언은 대답하지 않았다.때마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들어와.”문이 살짝 열리며 한다미가 얼굴을 반쯤 내밀었다.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대표님, 룸에 음식 새로 차려 놨어요. 아까 거의 못 드셨잖아요. 지금이라도 조금 더 드시겠어요?”재언은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 아까 마음 한구석을 아주 미세하게 건드렸던 감정이, 대체 누구의 발걸음이 되돌아오기를 바랐던 것인지 재언 자신도 알 수 없었다.준환은 멀어지는 한다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남의 일

  • 사랑의 방정식   제26화

    지난 몇 년 동안 청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용현은 직접 봤고, 청하가 어떤 사람인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39도가 넘는 고열에도 조정실에 앉아 촬영 화면을 끝까지 확인하고 편집했다. 사람 봐 가며 함부로 대하는 기업인들에게 술을 억지로 받아 마시다가 위경련이 와 나무 아래에서 토하고 그대로 쪼그려 잠든 적도 있었다. 다음 날에는 또 동윤이를 돌봐야 했는데, 심씨 집안에서 일하는 시터는 아이가 모기에 몇 군데 물렸다는 이유로 청하가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탓했다.그때도 용현은 청하 바로 뒤에서 모든 걸 봤다. 그리고 남편인 재언은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건지, 왜 모든 걸 여자 혼자 감당해야 했던 건지 따져 묻고 싶었다.이제야 나타난 재언은 정작 다른 여자를 지키고 있었다.재언의 시선이 용현에게 향했다. 도전하듯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본 재언이 눈썹을 아주 조금 들었다. 주변 공기가 더 차가워졌다.“우리 청하 선배?”“그만해!”두 사람이 말을 잇기 전에 청하가 먼저 끊었다.“내가 뜨거운 물 가까이에 있던 것도 잘못이니까 한다미 씨 책임만은 아니고.”청하는 평온한 표정으로 다미에게 거리감 있게 말했다.“게다가 심재언 대표도 곁에 있는데 누가 한다미 씨한테 뭘 하겠어? 그러니까 안심해.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다미는 청하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걸 처음 봤다. 늘 말로든 분위기로든 자신이 밀렸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속이 시원해졌다.‘나보다 능력 있고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 뭐 해?’‘결국 심 대표님은 내 편이잖아.’그 생각을 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다미는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옆의 준환은 여자들 사이의 신경전에 관심이 없었다. 청하의 손을 잡아 다시 치료를 이어 갔다.청하는 피부가 희고 손도 부드러웠다. 흉터가 남으면 아까울 정도였지만 본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준환에게 부드럽게 물었다.“조금 빨리 해 주실 수 있어요?”“그러면 많이 아플 겁니다.”화상 치료는 섬세하게 해야 했다. 서두르면 피부

  • 사랑의 방정식   제25화

    최민은 표정이 굳어 바로 자리를 떠났다.자리에 남은 용현은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따라가지 않았다.청하는 통증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재언이 방향을 잡아 이끌자 오히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몇 걸음 만에 세면대로 도착했다.차가운 흐르는 물이 손등에 닿자 불에 덴 듯 따갑던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내가 할게.”청하는 재언의 손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재언은 놓지 않고 오히려 손목을 더 단단히 붙잡았다. 태도도 부드럽지 않았다.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움직이지 마.”청하는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너무 아파 더 실랑이할 힘도 없었다.도시의 욕실과 달리 공간은 좁고 답답했다. 누런 조명은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키가 큰 재언은 몸을 제대로 펴지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청하의 손목을 잡아 수도꼭지 아래 흐르는 물에 갖다 댔다. 찬물로 계속 열을 식히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급히 따라온 다미는 바로 그 모습을 보게 됐다.오랫동안 부부로 살아온 두 사람은 어딘가 닮은 분위기가 있었다. 가까이 붙어 서 있는 모습은 뜻밖에 친밀해 보였다.다미는 문을 짚은 채 시선을 굳혔다.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촬영지가 외진 곳이라 의사가 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최민이 운전기사에게 최대한 빨리 달리라고 했지만 한 시간 뒤에야 도착했다.아는 얼굴을 본 청하는 예의상 인사했다.“진 선생님, 오랜만이에요.”손등의 화상은 이미 흐르는 찬물로 응급 처치를 한 상태였다. 진준환은 대충 살펴본 뒤 시선을 거두고 의료 가방을 열었다. 늘 그렇듯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가능하다면 저는 제수씨를 병원 밖에서는 평생 안 보고 싶습니다.”청하는 자조하듯 웃었다.“미안해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또 이런 모습만 보여 드리네요.”“됐어.”준환이 대답하기도 전에 재언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널 여기까지 부른 건, 둘이 수다 떨라고 한 게 아니야.”준환은 무표정하게 재언을 한 번 보고 다시 고개를 숙여 청하의 상처를 치료했다. 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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