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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Author: 삼구이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3 23:59:29
“유 이사님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해진이 은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입술을 대고 작게 속삭였다.

“팀장님이랑 잘되면, 꼭 같이 놀러 오세요. 저희 집 근처에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곳 많거든요.”

“…네?”

은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스라쳤다. 은호에게서 좀처럼 들을 수 없던 큰 소리에 예리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은호는 터질 것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제 귓불을 손으로 꾹 눌렀다. 정작 해진은 해맑게 웃으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럼, 저 진짜 가볼게요.”

해진이 문을 열고 나가자, 소진이 배웅하기 위해 같이 밖으로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리자마자 눈을 가늘게 뜬 예리가 은호를 향해 고개를 훽 돌렸다.

“이사님, 무슨 말을 들었길래 그렇게 귀가 빨개질 정도로 놀라셨어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은호를 향하자, 그가 다급하게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려 바닥의 카펫으로 떨어뜨렸다.

“오, 오늘 다들 고생하셨는데 저번에 못 한 회식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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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리는 화끈거리는 볼을 손으로 슥 문지르며 물었다.“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아니요.”정작 은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오히려 그를 의식하고 난리가 난 쪽은 예리였다. 그녀는 후다닥 손을 내리고 목을 가다듬었다.“그러면 왜 그렇게 쳐다보시는데요?”여전히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은호를 힐끔거리며 물었다.“도운 씨가 아윤 씨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아낼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으신지 궁금해서요.”“아… 그게 궁금하셨구나.”나한테 개인적인 질문이 있는 게 아니고.“그건… 오늘 직접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백 마디 설명 듣는 것보다 눈으로 한 번 확인하는 게 훨씬 빠르거든요.”누가 봐도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였지만, 은호는 그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캐묻지 않았다.예리는 재빨리 창밖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그가 또 곤란한 질문을 던질까 봐. 아니, 실은 제 요동치는 속마음을 들킬까 봐서였다.‘왜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거지?’예리는 툭, 차가운 창문에 이마를 기댔다.은호가 항상 자신에 대해 궁금해할 거라고 착각하는 것도 웃겼고, 그게 아니라고 서운함을 느끼는 스스로가 더 기가 막혔다.말도 안 되는 생각임을 알았지만, 아무래도 그의 문양에 감정적으로 동화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요상한 마음 상태가 설명되지 않았다.작은 한숨을 삼킨 예리가 창밖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시골 풍경만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아침 일찍 출발한 차는 ‘햇살 사과’라 적힌 커다란 이정표가 세워진 넓은 부지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섰다.차에서 내린 은호가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참 많네요. 가족끼리 온 분들도 꽤 보이고요."창고 앞마당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도 보였지만, 유독 젊은 여성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그도 그럴 것이, 청년 농업인을 홍보하는 다큐에 출연한 뒤로 도운의 훈훈한 외모가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된 영향이었다.“팀장님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85화

    계약서에 서명을 마친 은호가 고급 만년필의 뚜껑을 닫아 서류 위로 내려놓았다.“작가님, 이번 전시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잘 살피겠습니다.”병훈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은호의 손을 마주 잡았다.“네, 저도 해상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유 이사님.”그간 골머리를 앓던 거장 이병훈 작가와의 계약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자,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직원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은호가 맞잡은 손을 놓으려 할 때였다.“저, 이사님….”병훈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은호가 의아한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는 선뜻 입을 떼지 못한 채 직원들을 힐끔거렸다.“잠시 자리 좀 비켜주시죠.”은호의 차분한 지시에 눈치를 보던 직원들이 하나둘 각자 서류와 짐을 챙겨 회의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들이 모두 나가는 동안 병훈은 조용히 굳은살 박인 손끝만 내려다보았다.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정적이 회의실을 감돌았다.“이제 말씀하셔도 됩니다. 제게 하실 말씀이 어떤 건가요?”마른 입술을 혀로 축인 병훈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사실… 계약 직전까지 고민이 아주 많았습니다.”불길한 이름이 머릿속을 스치자, 은호는 씁쓸하게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저희 형들 때문입니까?”병훈이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주변에서 다들 말리더군요. 굳이 해상과 일하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냐고….”병훈이 창가로 시선을 옮겼다. 해상 아트센터를 감싸안고 있는 드넓은 호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은호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유동현 사장님이 백화점 VIP 컬렉터들과 거래 갤러리들을 움직이기 시작한 뒤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해상 아트센터와 손잡으면 대형 컬렉터들이 등을 돌릴 거라는 말이 업계에 퍼졌어요. 그래서 계약을 망설이는 작가들이 적지 않습니다.”은호의 턱선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동안은 아트센터에서 직접 접촉한 작가들에게만 훼방을 놓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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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상에서 다음 촬영 일정이 어떻게 되죠?”“내일부터요.”“그럼, 제가 일정을 다시 조율해서 연락드릴게요. 그때 목상에서 직접 뵙는 걸로 하죠. 그리고….”예리는 아윤의 손목을 잠시 응시했다.“저와 함께 일하시는 동안은 손목 액세서리 금지입니다.”“맞아, 언니! 그래야 좋은 기운이 안 막힌다나 뭐라나.”주은이 제 소매를 걷어붙이면서까지 열변을 토했다.아윤은 마치 용한 무당의 비방이라도 전해 들은 것처럼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명심할게요.”“그럼, 상담은 이쯤에서 마무리해도 될까요? 저도 곧 다음 회의가 있어서요.”“앗, 네! 오늘 진짜 감사했습니다. 주은아, 너도 예리 씨 소개해 주고 여기까지 같이 와줘서 정말 고마워.”주은이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손사래를 쳤다.“아휴, 우리 사이에 무슨! 이번에 꼭 잘됐으면 좋겠다. 예리야, 우리 아윤 언니 건은 정말 잘 부탁해!”예리가 알겠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소진에게 시선을 돌렸다.“강 비서님, 아윤 씨께 사전 설문지 전달해 주세요.”“알겠습니다. 잠시 이쪽으로 오시겠어요?”소진이 문고리를 돌리려는 찰나, 타이밍 좋게 바깥에서 정갈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단정하게 검은색 슈트를 차려입은 은호의 비서, 선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밖으로 향하는 소진과 아윤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넨 그는 소파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다가와 차분히 고개를 숙였다.“이사님. 외부 미팅 시간 다 되어서 모시러 왔습니다.”은호가 클래식한 손목시계를 내려다보곤 소파에서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재킷 끝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옷매무새를 정리한 그는 예리를 내려다보았다.“저는 미팅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몸을 돌려 문으로 향하려던 은호는 멈칫하더니, 다시 몸을 돌려 예리와 시선을 맞추었다.“목상군 출장 일정 정해지면 바로 공유해 주시죠. 제 스케줄 맞추겠습니다.”“네, 알겠습니다.”인사를 건넨 후 선우의 뒤를 따라 문으로 향하는 은호의 발걸음은 오늘따라 유난히 더뎠다.문이 닫히고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83화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난 주은이 사색이 되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나 절대 말 안 했어! 그냥 너한테 가면 좋아하는지 아닌지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고만….”손사래를 치던 주은이 살려달라는 듯 아윤을 바라보자, 아윤이 테이블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을 거들었다."맞아요. 요즘 결혼정보회사들은 AI 기술이 워낙 정교해서, 데이터만 넣으면 심리 분석까지 전부 가능하다면서요?”“아… AI 기술이요.”예리가 한 쪽 눈썹을 삐딱하게 꿈틀거리며 주은을 짓씹을 기세로 훑었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타까운 표정으로 무릎 위로 깍지 낀 손을 내려놓았다.“음, AI… 아니, 저희 회사 시스템으로 상대방의 호감 여부를 분석해 드릴 수는 있어요. 다만, 정말 그게 전부예요. 분석 결과가 어떻든 아윤 씨의 마음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오로지 상대방의 선택에 달린 문제니까요.”“저는 그거면 충분해요. 저를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좋아하게 만들 자신은 없지만,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사랑하게 만드는 건 자신 있거든요.”“…….”“만약 제 착각이 아니라 그 사람도 날 좋아하는 게 맞다면, 내 모든 걸 걸고서라도 그 사람 마음 얻어낼 거예요. 하지만….”잠시 말을 멈춘 아윤이 쓸쓸히 미소 지었다. 그러곤 주먹을 꼭 쥐어 가슴께에 얹었다.“그게 아니라 정말 나 혼자만의 기우라면… 깨끗하게 포기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도와주세요, 예리 씨. 그 사람의 진짜 마음이 어떤지만 확인해 주세요.”잠시 말없이 아윤을 바라보던 예리가 물었다.“…상대방에게 직접 물어는 보셨나요? 본인을 좋아하는지?”아윤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물어봤죠. 그런데 그 사람은… 저를 이성으로 본 적이 없대요. 하지만… 그때 그 사람의 눈빛은 정반대였어요! 저 연기하는 사람이에요. 눈빛이 진심인지 가짜인지 정도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요. 심지어… 결정적인 사건도 있었어요.”“결정적인 사건이라뇨?”그때 일을 떠올리는지 아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제가 촬영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82화

    “주은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롤모델인 선배라고 하도 자랑을 해서요.”“어머, 정말요? 주은이가 과장이 심했네.”생각보다 낮은 음조가 예리의 귓가를 감쌌다. 앳된 얼굴 뒤에 숨겨진 지적인 저음과 아나운서처럼 정확한 발음. 그 반전 매력 하나만으로도 예리는 왜 대한민국의 모든 시나리오가 그녀에게 쏟아지는지 단번에 납득했다.“예리 씨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천사라고, 주은이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던걸요?”“천사요…? 제가요?”예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째려보자, 주은은 슬쩍 시선을 피하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러더니 양손으로 파닥파닥 천사 날갯짓을 해 보였다.하여튼, 하는 짓만 보면 친구가 동생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예리는 속으로 혀를 차며 다시 아윤에게 시선을 돌렸다.“오늘 어떤 일로 저를 찾으신 걸까요? 혹시, 커플 매칭 때문인가요?”아윤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듯 차가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뜸을 들였다.달그락.유리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그녀가 예리와 시선을 정확히 맞췄다. 조금 전의 수줍던 미소는 지워진 채, 배우 오아윤만 보여줄 수 있는 단호하고 흡입력 있는 눈빛이었다.아윤이 차분하게 입을 뗐다.“저는 커플 매칭이 필요하지 않아요.”“…네?”“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덤덤하게 흘러나온 메가톤급 폭탄 발언에 소진과 은호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아무리 주은의 친구라지만 오늘 처음 본 예리에게 서슴없이 사적인 내용을 털어놓는 그녀의 태도에 예리 역시 말문이 막혔다. 정작 폭탄을 던진 본인은 평온한 얼굴로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실은 지금 찍고 있는 사극 촬영 때문에 요 몇 달 동안 ‘목상군’이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어요.”‘목상군?’예리의 머릿속으로 홈쇼핑 쇼호스트가 사과즙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목상군 유기농 햇사과로 짠 최상품!'이라며 호들갑을 떨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혹시, 사과로 유명한 그 목상군 말씀인가요?”“네, 맞아요. 촬영장 근처에 사과 과수원이 하나 있거든요. 쉬는 시간에 스태프들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81화

    “나예리 씨! 너무 보고 싶었어! 왜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지? 예쁜 내 새끼!”예리가 파고드는 주은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주은은 가볍게 무시하며 예리의 볼에 제 얼굴을 비벼댔다.“문주은. 손님도 계시는데 적당히 좀 하지?”“아유, 괜찮아. 아윤 언니도 우리 이런 사이인 거 진작 알고 있거든? 그치, 언니?”사무실을 둘러보던 아윤이 예리와 눈이 마주치자, 청량한 음료 광고의 한 장면 같은 미소를 지었다.“저는 정말 괜찮아요. 주은이랑 오랜만에 회포 좀 더 푸세요.”아윤을 바라보던 예리가 한숨을 삼키며 주은을 흘겼다.“우리 사이가 무슨 사이인데? 원수 사이? 그리고 나 오후에 바로 회의 있어서 너랑 이러고 놀 시간 없어.”“맞다! 내 정신 좀 봐!”주은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떼어냈다. 그 틈을 타 예리가 주은의 뺨이 닿았던 곳을 벅벅 문지르는데, 주은이 예리의 양손을 낚아채며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나예리! 진짜 완전 비상사태야!”주은이 예리의 등을 떠밀어 소파 쪽으로 향했다.“이거 해결해 줄 사람이 너밖에 없어… 어…?”주은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소파에서 일어나 멀뚱히 두 사람을 지켜보던 은호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잠시 주춤하는가 싶던 주은이 성큼 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은호의 코앞으로 불쑥 들이밀었다.“쓰읍, 분명히 낯이 익는데….”금방이라도 눈을 찌를 기세로 겨눠진 손가락을 흘끗 내려본 은호가 주은을 따라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저는 초면입니다.”“아닌데? 진짜 분명히 봤는데….”주은이 이번에는 눈을 더 가늘게 뜨며, 은호의 얼굴과 박치기라도 할 기세로 코끝을 가까이 들이밀었다.“문주은!”주은이 괜히 눈치 없이 은호의 정체나 낯익은 기억을 헤집을까 봐, 예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그게 뭐가 중요해! 지금 아윤 씨 계속 서 계시는 거 안 보여?”예리가 아까 전부터 소파 뒤에 조용히 서 있던 아윤을 다급하게 가리켰다.“아, 맞다! 언니, 얼른 여기 앉아.”냉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7화

    예리는 점심조차 1층 카페의 샌드위치로 대충 때운 채, 해성 관련 자료를 훑는 데 여념이 없었다.해상 그룹.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IT와 통신, 금융을 넘어 이커머스까지 국민의 일상을 장악한 그들은 거대한 블랙홀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영향력 가졌다. ‘해상이 무너지는 날엔 대한민국 전 국민이 무너진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였다.그런 박 회장의 직접 움직이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의뢰 대상이 유은호라는 점이 예리를 더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마흔에 가까운 두 아들에게 직접 생선 살을 발라주는 사진이 화제가 될 만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6화

    “그러니 은호 너라도 가야 하지 않겠니? 엄마는, 우리 착한 아들이 절대 날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아.”해미가 쥐고 있던 은호의 손에 힘을 주었다. 부드러운 손길과 달리, 눈빛은 서늘할 만큼 강압적이었다.해미가 자신을 '아들'이라 불러줄 때마다, 그는 매번 무너졌다. 그녀가 목적이 있을 때만 어머니 행세를 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은호에게는 그 가식적인 온기조차 절실했다.그녀와 두 형조차 자신을 외면한다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라는 공포. 은호는 이번에도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착한 아들의 가면을 쓰기로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5화

    “그래서? 너는 그 여자가 신랑 전 애인인 줄 어떻게 알았어?”이야기에 몰입하느라 젓가락질 한 번 못 한 주은이 물었다.“화장실에서 나란히 서서 손을 씻는데, 그 여자 손목에 문양이 보이더라고. 묘하게 예감이 이상해서 따라 나갔지.”예리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무심하게 덧붙였다.“그런데 신랑을 몰래 지켜보더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눈빛에 문양까지 반짝이는데, 전 애인 말고는 설명이 안 되지.”“와, 세상에 그런 일이 다 있냐.”“내가 항상 말하잖아. 사랑, 그거 별로 특별한 감정 아니라고. 오늘 네 배역도 솔직히 이해 안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4화

    웨딩홀이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혜영의 부모가 경악한 얼굴로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이게 무슨…!”하객들은 이 상황을 놓칠세라 앞다투어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기 시작했다.“뭐, 뭐라고요…?”혜영이 귀를 의심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여자는 대답 대신 가방에서 사진 뭉치를 꺼내 혜영의 가슴팍으로 사납게 내던졌다.사진들이 파르르 흩날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한 장, 한 장 주워 확인하던 혜영이 비명을 막으려는 듯 급히 입을 틀어쥐며 주저앉았다.“이, 이게….”하지만 사시나무 떨듯 잘게 떨리는 손끝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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