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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발자국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1 16:05:43

문을 열자 찬 것이 먼저 들어왔다.

눈은 그쳐 있었다. 마당의 흰 바닥에 발자국이 어지러웠다. 사람이 여럿, 말이 둘. 횃불 하나가 낮게 흔들렸고, 불빛이 눈밭 위에 길게 누워 방금까지 조용하던 흰 것을 붉게 적셨다.

맨 앞에 젊은 사내가 서 있었다.

눈을 오래 맞은 사람이었다. 어깨에도 검은 머리에도 눈이 앉아 있는데 털어 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눈이 그의 위에만 유독 조용히 쌓이는 것 같았다. 사내가 가만히 있으면 곁의 소란한 것들이 함께 가만해졌다. 횃불을 든 자들도, 발을 구르던 말들도, 그의 반보 뒤에서 숨을 죽였다. 서 있는 것만으로 누가 위이고 누가 아래인지 알게 하는 사람이 있다. 사내가 그랬다.

허리에는 검이 있었다. 운설은 상처를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짐작하곤 했다. 손을 보면 더 그랬다. 사내의 손은 곱게 여문 손이었다. 마디가 굵지 않고, 함부로 휘두른 적 없이 벨 때만 정확히 벤 손. 약재를 부러뜨리는 운설의 손과는 다른 손이었다.

"이 길로 노인이 하나 지나갔소." 낮고 서늘한 목소리였다. 묻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확인하는 말투였다. "다쳤을 거요. 피를 흘리며."

운설은 대답하기 전에 제 소매를 보았다. 소매 끝에 검붉은 것이 말라붙어 있었다. 감출 수 없었다. 감출 생각도 없었다.

"안에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죽었어요."

사내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기다리던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의원입니다." 운설이 말했다. "죽은 사람은 눕혀 두는 게 예의예요."

그러며 그녀가 등을 든 손을 조금 올렸다. 문 안의 불빛이 그녀의 얼굴로 옮겨 왔다.

사내의 말이 거기서 멎었다.

그는 쫓던 노인을 잊은 얼굴이었다. 눈 내린 변경의 허름한 약방 문간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서 있다는 눈이었다. 운설의 살결은 오래 눈을 본 사람의 것처럼 희었고, 그 흰 바탕 위에 눈썹과 눈이 먹을 한 번 떨어뜨린 것처럼 짙었다. 추위에도 붉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검은 머리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몇 점 얹혀, 불빛을 받아 잘게 빛나다 스러졌다. 그녀는 예쁘다기보다 오래 들여다보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한 번 본 사람이 다음에 무엇을 하려 했는지 잠깐 잊게 하는.

그리고 그 눈이 — 죽음을 여럿 보아 온 자의 눈매를 마주하고도 — 물러서지 않았다. 사내가 낯설어한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물러서지 않음이었는지도 몰랐다. 눈밭에 놓이고도 울지 않았다던 아이의 눈. 운설은 제 얼굴이 남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오래 무심했으므로, 사내의 멈칫함을 제 탓으로 돌리지 못했다. 다만 그가 잠깐, 여기까지 온 이유를 잊었다는 것만 알았다.

사내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내려놓았던 것을 도로 집어 드는 사람처럼.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운설은 막지 못했다. 막을 힘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그는 죽은 노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오래 쫓던 얼굴을 마침내 확인하는 눈이었다. 그러고는 노인의 굳은 손을 폈다. 손은 비어 있었다. 무언가를 쥐고 있던 모양만,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의 시선이 노인의 등으로 옮겨 갔다. 갈라졌던 자리가 가지런히 여며져 있었다. 서두르지 않은 손이 한 땀 한 땀 뜬 자국이었다. 죽을 사람인 줄 알면서도 누군가 정성껏 꿰맨 상처였다. 화로는 아직 온기를 품고 있었고, 방 안에는 약초 끓인 냄새가 낮게 깔려 있었다. 사내가 그 냄새를 한 번 들이마셨다. 밤새 쫓으며 맡아 온 피 냄새와는 다른, 살아 있는 것을 살리려던 자리의 냄새였다.

"당신이 치료했군." 그가 말했다. 나무라는 것도, 묻는 것도 아니었다. "죽을 사람을."

운설은 대답하지 않았다. 죽을 사람인 줄 알면서 손을 대는 것이 의원의 일이라는 말을, 이 사람에게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밖에서 누군가 발을 굴렀다. 추위 때문인지, 오래 선 채 기다리는 일이 낯설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 사내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눈이, 이번에는 운설의 소매에 가 닿았다.

"그 손에 있던 것을."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낮아져 있었다. "당신이 가졌군."

운설의 손이, 저도 모르게, 소매를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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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316화 — 검 없는 나룻배 (선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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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315화 — 가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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