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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개막

作者: moominkiller
last update 公開日: 2026-07-09 19:46:52

대회는 강 가운데 세운 물 무대에서 열렸다.

무한의 세 강이 만나는 넓은 물목에, 배 수백 척을 잇대어 만든 거대한 부교(浮橋)가 떴다. 부교 한복판에 높은 단이 서고, 그 둘레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자리가 색색의 차일 아래 벌여졌다. 강안에는 구경 온 무리가 물을 이루었고, 물 위에는 구경 배가 또 물을 이루었다. 십팔 년 만의 영웅첩 대회를 보러, 온 강호가 물의 도시로 모여든 것이다.

운설은 강안의 인파 속에 섞여 그 광경을 보았다. 두건을 눌러쓰고, 노새와 우르를 양옆에 두고. 부교 위의 화려함과 강안의 소란 사이에서, 그녀 한 사람만이 저 물 무대에서 무엇이 벌어질지 알고 온 사람 같았다.

부교 아래로 물살이 세게 흘렀다. 배 수백 척을 밧줄로 이어 붙였는데도, 세 강이 만나는 물목의 힘은 그 거대한 뜬다리를 이따금 낮게 출렁이게 했다. 화려한 차일도, 색색의 문장도, 그 아래 앉은 강호의 거두들도, 다 물 위에 떠 있었다. 발밑이 물이라는 것을 잊은 채 위엄을 부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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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야팔부 (雪夜八部)   70. 개막

    대회는 강 가운데 세운 물 무대에서 열렸다.무한의 세 강이 만나는 넓은 물목에, 배 수백 척을 잇대어 만든 거대한 부교(浮橋)가 떴다. 부교 한복판에 높은 단이 서고, 그 둘레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자리가 색색의 차일 아래 벌여졌다. 강안에는 구경 온 무리가 물을 이루었고, 물 위에는 구경 배가 또 물을 이루었다. 십팔 년 만의 영웅첩 대회를 보러, 온 강호가 물의 도시로 모여든 것이다.운설은 강안의 인파 속에 섞여 그 광경을 보았다. 두건을 눌러쓰고, 노새와 우르를 양옆에 두고. 부교 위의 화려함과 강안의 소란 사이에서, 그녀 한 사람만이 저 물 무대에서 무엇이 벌어질지 알고 온 사람 같았다.부교 아래로 물살이 세게 흘렀다. 배 수백 척을 밧줄로 이어 붙였는데도, 세 강이 만나는 물목의 힘은 그 거대한 뜬다리를 이따금 낮게 출렁이게 했다. 화려한 차일도, 색색의 문장도, 그 아래 앉은 강호의 거두들도, 다 물 위에 떠 있었다. 발밑이 물이라는 것을 잊은 채 위엄을 부리는 사람들을, 운설은 강안에서 올려다보았다. 물을 다스리는 강 하나가 제 안에 있다는 것을, 저 위의 누구도 모르는 채로.북이 울렸다. 세 강이 다 듣도록 큰 북이었다.단 위로 노인이 올랐다. 지팡이 없이, 꼿꼿하게. 멀어서 낯은 보이지 않았으나, 운설은 그 걸음을 알았다. 성읍의 마당에서 아버지를 겨누던 손가락의 주인. 얼음강 나루에서 쉰을 이끌고 왔다 화살 한 대에 물러가던 늙은 몸. 집법당주 간수문이었다."강호의 벗들!" 간수문의 목소리가 물 위로 퍼졌다. 늙었으나 멀리 갔다. "십팔 년 전, 우리는 이 자리에서 북방의 재앙을 함께 끊었소. 오늘, 그 재앙의 마지막 불씨가 되살아나 다시 이 자리를 빌리게 되었구려."강안이 술렁였다. 재앙, 불씨 — 소문으로만 듣던 말들이 집법당주의 입에서 나오자 무게가 달랐다."닷새 뒤 폐막일, 우리는 세 가지를 함께 할 것이오. 하나, 십팔 년 전 그 밤의 공훈록을 다시 낭독하여 영웅들의 이름을 기린다. 둘, 재앙의 씨를 강호 공적으로

  • 설야팔부 (雪夜八部)   69. 물의 도시

    무한은 물로 지은 미로였다.성 안을 강 셋이 갈라 놓아, 뭍길보다 물길이 많았다. 사람도 짐도 배로 옮겼고, 골목보다 수로가 촘촘했다. 서른 기가 열 무리로 나뉘어 성문을 든 뒤, 다시 모인 곳은 그 수로의 끝, 낡은 물 창고 이 층이었다. 노새가 잡아 둔 은신처였다."제가 여기서 삼 년을 종노릇했습니다." 노새가 말했다. 중원 출신 포로였다가 붉은 달에 눌러앉은 자. 무한 물길을 손금처럼 아는 것은 그 삼 년의 값이었다. "이 창고 주인은 눈이 멀었고 귀도 어둡습니다. 세는 제가 대신 냅니다. 아무도 안 옵니다."물 창고는 과연 죽은 자리였다. 아래층엔 곰팡이 슨 소금 가마니가 쌓였고, 이 층엔 사람 서른이 겨우 몸을 붙일 마룻바닥과, 수로로 난 작은 창 하나. 그 창으로 무한의 불빛과 물소리가 밤새 들어왔다.성문을 드는 일은 뜻밖에 쉬웠다. 대회를 앞둔 무한은 강호의 온갖 얼굴로 붐볐다. 검을 멘 무사, 약을 파는 행상, 구경 온 시골 사람, 점을 치는 도사. 서른 기가 열로 쪼개져 그 물결에 섞이자, 낯 검은 청부도 흰 무복도 그들을 가려내지 못했다. 사람이 많은 곳이 도리어 숨기 좋다는 것을, 겨우내 텅 빈 눈길을 도망치던 운설은 성문 안에서 새삼 깨달았다. 붐빔이 이렇게 고마운 적이 없었다.선우현만은 다른 길로 들었다. 얼굴을 드러내고 정문으로. 오후에 노새가 물어 온 소식으로는, 검신이 제 발로 무한에 들었다는 말이 벌써 저잣거리에 파다하다 했다. 잡으려는 손도, 반기려는 손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채, 도시 전체가 그 대담함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그가 노린 것이 그것이었다. 눈에 너무 잘 띄어서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자리.밤이 깊어 무리들이 잠든 뒤, 운설은 그 창가에 앉아 물의 도시를 내려다보았다.강물이 검게 흐르고, 그 위로 대회를 알리는 등불 실은 배들이 오갔다. 아버지가 저 도시 어느 옥에 있었다. 물의 도시의 옥은 어디에 있을까. 물 위일까, 물 아래일까. 밤마다 딸의 이름을 부른다는 목소리가, 저 물소리 어딘가에 섞여 있

  • 설야팔부 (雪夜八部)   68. 무한

    이레째 저녁, 지평선에 무한이 떠올랐다.강 셋이 만나는 자리에 선 큰 성이었다. 겨울 궁이 산을 파고든 굴이라면, 무한은 물 위에 세운 도시였다. 강마다 배가 빼곡했고, 성벽은 노을을 받아 붉었고, 성문마다 대회를 알리는 깃발이 강바람에 나부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문장이 저마다의 색으로 성벽을 수놓았다. 무림맹 총단의 도시가, 십팔 년 만에 다시 영웅첩 대회를 여는 밤이었다.운설은 언덕에서 그 불빛의 바다를 내려다보았다.저 어딘가에 아버지가 있었다. 옥의 어둠 속에서 밤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는. 저 어딘가에 공훈록의 원본이 있었다. 열아홉 금의 답이 적힌. 저 어딘가에 간수문이 있었다. 문을 열어 두고 폐막을 기다리는. 그리고 저 도시 어딘가에, 케테의 어미와 — 얼굴 없는 손이 있었다.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들이 모두 저 불빛 아래 모여 있었다. 그 한복판으로, 서른 기가 내일 든다.입성 채비는 밤새 이루어졌다. 서른 기를 통째로 성문에 들일 수는 없었다. 사백이 셋씩 열 무리로 쪼갰다. 어떤 무리는 약초 행상으로, 어떤 무리는 대회 구경 온 북방 장사치로, 어떤 무리는 순례객으로 꾸몄다. 성안에서 다시 모일 자리와 신호를 정하고, 만일 하나가 잡히면 나머지는 모른 척 흩어지기로 했다. 케테는 사백이 곁에 붙여 두었다. 미끼로 되쓸 손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우현만은 위장이 소용없었다. 저 도시에서 검신의 얼굴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하여 그는 가장 대담한 길을 골랐다.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정문으로, 제 발로 든다. 반역자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테니.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때로 가장 안전하다고, 그는 말했다."두렵나." 곁에 선 혈비가 물었다."두렵습니다." 운설은 숨기지 않았다. "한데 이상합니다. 도망칠 때보다 덜 두렵습니다.""찾아가는 자와 쫓기는 자의 차이지." 혈비가 불빛을 보며 말했다. "쫓길 때는 세상 전부가 등 뒤에 있다. 찾아갈 때는 세상 전부가 눈앞에 있고. 눈앞의 것은 셈할

  • 설야팔부 (雪夜八部)   67. 잠꼬대

    우르 곁에서 잔 자를 가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야영의 잠자리는 늘 같았다. 불을 가운데 두고 둥글게, 정해진 순서로. 우르의 왼쪽은 케테, 오른쪽은 늙은 기수 하나였다. 늙은 기수는 귀가 어두웠다. 잠꼬대를 들었을 리 없었다.케테였다."케테." 사백이 불렀다.겁 많은 기수는 부름에 답하지 못했다. 이름이 불린 순간, 그는 이미 답하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낯,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는 발, 그리고 품으로 가는 손 — 늘 액막이 부적을 쥐던 그 손이, 오늘은 부적 아닌 무언가를 찾는 듯 허둥댔다.사백의 화살이 먼저였다. 케테의 발 앞 흙에 살이 박혔다."움직이지 마라." 사백이 말했다. "너였구나."케테가 무릎을 꺾었다. 꺾은 것이 아니라, 다리가 그를 버린 것이었다. 그는 울기 시작했다. 겁 많은 자의 울음은 셈이 없었다. 자백이 눈물과 함께 쏟아졌다."살려…… 살려 주십시오. 저는,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 케테는 진창에 이마를 박았다. "제 어미가 무한에 잡혀 있습니다. 지난가을에 약초 캐러 나갔다가…… 그자들이 데려갔습니다. 달마다 서찰이 옵니다. 어미의 손톱이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다음엔 손가락이라고."정자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분노를 품고 온 눈들이 갈 곳을 잃었다. 배신자를 잡으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잡고 보니 그것은 또 하나의 인질이었다.겁 많은 자가 왜 부적에 매달렸는지, 왜 남들이 다 자는 밤에 홀로 초소를 자청했는지, 왜 눈사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낯이 하얘졌는지 —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케테의 울음 앞에서 한 그림으로 모였다. 이 사람은 세작 노릇을 즐긴 적이 없었다. 매 순간 그 노릇에 잡아먹히며 살았다. 부적은 남을 저주하려 쥔 것이 아니라, 제가 저지른 일이 들킬까 봐, 그리고 제 어미가 죽을까 봐 쥔 것이었다."무엇을 시켰느냐." 혈비가 물었다. 목소리에서 온도를 애써 지운 것이 도리어 티가 났다."길입니다. 우리가 어느 길로 언제 드는지. 야영지가 어디인지. 전서구

  • 설야팔부 (雪夜八部)   66. 미끼

    세작을 찾는 법을, 사백은 사냥으로 알았다.무한이 가까워질수록 행렬의 침묵은 두꺼워졌다. 번진 넷째 이름이 야영마다 따라왔고, 이제는 청부의 습격까지 겪은 뒤였다. 서른 기가 서로의 등을 반쯤 의심하는 무리로는 무림맹의 심장에 들 수 없었다. 혈비도 그것을 알았다. 무한에 들기 전에 안의 금을 하나는 지워야 했다. 지우는 유일한 길이 금을 도려내는 것이라면, 도려낼 자리부터 찾아야 했다."덫으로 짐승을 못 잡을 때는," 그날 밤 사백이 혈비에게 아뢰었다. "덫이 있는 자리를 짐승이 아는 겁니다. 그럼 덫을 옮기는 게 아니라, 짐승만 아는 미끼를 놓습니다. 그 미끼에 손대는 놈이 안다는 증겁니다."혈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을 놓겠느냐.""거짓 길입니다." 사백이 말했다. "내일 갈림길에서 저는 서른 기를 둘로 나눕니다. 마님과 큰 무리는 관도로, 저와 다섯은 샛길로 — 대회장 뒷문을 미리 살핀다는 명목으로. 한데 이 나눔을 오늘 밤 딱 넷에게만 따로 일러 둡니다. 넷째 열쇠에 손댈 만한 자리에 있던 넷에게, 각기 다른 거짓을 하나씩.""각기 다른 거짓.""우르에게는 샛길이 동쪽이라, 케테에게는 서쪽이라, 진눈의 대타로 온 새 기수에게는 우리가 폐막 하루 전에 든다고, 노새에게는 하루 뒤에 든다고. 넷 중 하나가 새는 자라면, 내일 우리를 치는 손이 그자가 들은 거짓대로 움직입니다. 어느 거짓이 밖으로 나갔는지 보면 — 누구 입에서 나갔는지 알지요."운설은 정자 그늘에서 그 문답을 들으며 마음이 무거웠다. 넷 중 셋은 낯이 있었다. 허풍쟁이 우르, 겁 많은 케테, 양쪽 말을 다 하는 노새. 그리고 새 기수 하나 — 진눈이 몸이 성치 못해 오지 못하자 흑요가 급히 붙여 보낸 자였다. 이름은 갈. 과묵하고, 궁에서도 낯이 익지 않던 자.운설은 갈을 몇 번 눈여겨보았다. 과묵한 것은 죄가 아니었다. 낯이 안 익은 것도. 그는 말수가 적은 대신 손이 부지런했다. 남의 말에 편자를 갈아 주고, 젖은 장작을 골라내고, 불침번을 자청했다. 세작이라기에는

  • 설야팔부 (雪夜八部)   65. 이야기판

    비가 그치고, 세상이 처음으로 볕에 말랐다.무한까지 이레 길을 앞두고, 행렬은 큰 장이 서는 고을을 지나게 되었다. 서른 기가 통째로 장을 지날 수는 없었다. 사백이 다섯씩 나누어 앞뒤로 흩어졌고, 운설과 선우현은 사백과 함께 늙은 약초 행상 셋으로 꾸며 장에 들었다. 정보를 줍기 위해서였다. 무한이 가까울수록 대회 소식이 짙어질 것이었다.장은 봄을 만난 사람들로 붐볐다. 겨우내 문을 닫았던 좌판들이 다 나와, 마른 나물과 첫 봄나물, 언 강에서 갓 잡은 물고기를 벌여 놓았다. 아이들이 진창을 튀기며 뛰고, 엿장수 가위 소리가 났다. 운설은 그 흔한 소란이 낯설고 사무쳤다. 열여덟 해를 이런 장터에서 살았는데, 이제는 이런 데를 얼굴을 반쯤 숙이고 지나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두건 밑에서 그녀는 사람들의 성한 웃음을 훔쳐보았다.장터 한복판, 국밥집 앞에 사람이 둥글게 모여 있었다.이야기꾼이었다. 멍석 위에 앉아 부채로 장단을 치며, 요즘 강호에서 제일 뜨거운 이야기를 팔고 있었다. 운설은 그 목소리를 어디서 들은 것 같았다. 사람 틈으로 다가가 보고, 걸음이 멎었다.왕철이었다. 겨울 산에서 갈비가 부러졌던 사냥꾼 삼 형제의 맏이. 그때 그녀가 감아 준 가슴으로, 이제 사냥 대신 이야기를 지고 사는 모양이었다."— 하여! 삭월의 요녀가 맨손을 들자," 왕철이 부채를 활짝 폈다. "날아오던 화살 열 대가 허공에 딱 멈추었다 이 말입니다. 그 여자가 손가락을 까딱하니 화살들이 도로 돌아가 쏜 놈들 이마에 콱콱!"구경꾼들이 오, 하고 탄성을 뱉었다. 운설은 제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는 것이 이토록 다행일 수 없었다. 화살 한 대를 손으로 받은 것이, 이야기 속에서는 열 대가 되어 되쏘아지고 있었다."그 요녀 얼굴은 봤답디까?" 누가 물었다."봤고말고! 눈에서 시퍼런 불이 나온답니다. 키는 장정 둘 키에, 이빨이 늑대 이빨이라!"선우현이 그녀 곁에서 아주 낮게 말했다. "장정 둘 키라는군.""…….늑대 이빨이랍니다." 운설이 받았다.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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