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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미행하는 배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0 19:27:20

노새는 노를 물속에 담근 채 가만히 두었다.

배가 저절로 흐르게 두면서, 뒤를 살폈다. 과연 배 하나가 열 장쯤 뒤에서 같은 속도로 흘렀다. 사공 하나, 손님 하나. 손님은 삿갓을 깊이 눌러쓰고 있었다.

물 위의 미행은 뭍의 미행과 달랐다. 발자국이 남지 않고, 소리가 물에 먹히고, 언제든 다른 수로로 사라질 수 있었다. 노새가 삼 년 종노릇으로 익힌 물길이 아니었다면, 미행이 붙었다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다. 운설은 새삼 이 도시가 얼마나 낯선 사냥터인지 느꼈다. 겨울 산에서는 그녀도 배운 것이 있었으나, 물 위에서는 갓난아이였다.

"수로를 꺾겠습니다." 노새가 낮게 말했다. "붙어 오면 확실합니다."

배가 좁은 옆 수로로 미끄러졌다. 뒤의 배도 꺾였다. 노새가 다시 큰 수로로 나갔다. 뒤의 배도 나왔다. 미행이 분명했다. 우르가 소매 속 단검에 손을 가져갔고, 운설은 제 안의 강에 귀를 대었다.

"세우지 마세요." 운설이 말했다. "물 위에서는 제 힘을 못 씁니다. 배가 흔들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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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25화 — 딸들만

    딸들만 오라는 조건은, 예상대로 마당을 둘로 갈랐다."안 되오."선우현의 목소리가 회의 첫머리를 잘랐다. 늘 반 보 물러서 말하던 사람이 이번에는 반 보 앞에서 말했다."물마당에서, 물목에서, 우물가에서 — 저들의 판에 들 때마다 값을 치렀소. 이번 판은 왕정의 폐허요. 저자가 지은 성의 심장이오. 문이라는 문은 다 저자의 붓에서 나온 땅에, 검 하나 없이 두 사람만 보내라?""보내는 게 아니라 가는 겁니다."운설이 받았다. 두 사람의 눈이 탁자 위에서 부딪쳤다. 처음으로 물러설 자리가 서로에게 없는 눈이었다."어머니가 거기 있습니다.""함정이 거기 있소.""둘 다 있지." 혈비가 갈라선 자리에 앉았다. "그러니 셈을 하자. 저자가 딸들만 부른 까닭이 무엇이냐."사백이 사냥꾼의 답을 놓았다."죽일 셈이면 조건이 필요 없습니다. 산 채로 — 는 처음부터 저들의 표기였고요. 저자는 마님들을 상하게 할 셈이 없습니다. 적어도 그날은.""그럼 무엇 때문에.""보여 주려고요." 운설이 말했다. 말하면서 확신이 앉았다. "그자는 늘 보여 줬습니다. 아버지의 정체를, 왕의 유해를, 지워진 이름을. 저울에 올릴 것을 하나씩 보여 주고 — 우리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봅니다. 이번에 보여 줄 것이 어머니고요. 검이나 활이 곁에 있으면, 그 저울이 흐려진다는 거지요.""저울이라니. 무슨 저울 말이오."선우현의 물음에 운설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짚이는 것이 있는데 입에 올리기 무서운 저울이었다. 심법의 족보. 빌려 쓰는 것. 그릇. 덜 익었다던 말. — 그자가 재고 있는 것은 처음부터 하나였다."저요." 그녀가 말했다. "그자의 저울에 올라 있는 건 저입니다. 죽은 딸을 못 살린 물의 — 다음 임자로서요."방 안이 조용해졌다. 대월이 산 채로, 흠 없이 원해 온 것의 셈이 그 한 줄로 맞았다.남궁완이 마지막으로 제 몫을 얹었다."가시기 전에 하나만요. 그자의 저울에 오르실 거면 — 저울이 뭘 재는지 아는 게 무기예요. 그자는 그릇을 잽니다. 죽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24화 — 벽장 안의 열두 살

    그 밤 이야기를, 혈비는 아우에게만 했다.대전도 곁방도 아닌, 온천 마당의 바위에 나란히 앉아서였다. 더운돌 영감이 말없이 등롱 하나를 걸어 주고 절뚝이며 물러갔다. 김 오르는 물소리가 남의 귀를 대신 막아 주는 자리였다."편지의 그 두 줄 말이다. 벽장과 강보."언니는 김 너머 어둠을 보며 시작했다."벽장에 숨은 것은 맞다. 한데 편지가 안 쓴 것이 있다. 나는 — 벽장 문틈으로 다 보았다."운설은 아무 말도 보태지 않았다. 언니가 이 문을 여는 데 십팔 년이 걸렸다. 문을 여는 사람의 속도를 듣는 사람이 정하는 법이 아니었다. 의녀의 일과 같았다. 상처를 씻을 때는 상처의 결을 따라간다.열두 살의 밤이 십팔 년 만에 열렸다."자정께 어머니가 나를 깨웠다. 아무것도 묻지 말라 하셨다. 벽장에 넣고, 이불을 덮고, 문틈만 한 뼘 남기고 — 그러고는 아기를 쌌다. 강보에. 수놓던 천을 반으로 잘라 함께 넣으시더라. 가위가 없어서 — 수틀 곁의 작은 칼로."칼로 자른 자리. 월하촌의 함에서 나온 그 천의 잘린 가장자리가, 언니의 기억 속에서 지금 잘리고 있었다."그리고 문이 열렸다. 두드림도 없이. 나는 칼든 자들인 줄 알고 숨을 삼켰는데 — 들어온 것은 하나였다. 검은 포의. 낯은 문틈 밖이라 못 봤다. 목소리만 들었지."함께 가면 딸들이 산다."어머니는 반 각도 아니었다. 숨 몇 번이었다. 아기를 안고 일어서서 — 딱 한 번 벽장 쪽을 보셨다. 문틈의 내 눈과, 어머니의 눈이 마주쳤다."혈비의 목소리는 평평하게 갔다. 평평한 것이 언니가 우는 법이라는 것을, 운설은 이제 알았다."어머니는 고개를 아주 조금 저으셨다. 나오지 마라. 소리 내지 마라. 그리고 — 입 모양으로만 말씀하셨다. 살아라."살아라. 새벽달로 태어난 열두 살에게 남겨진 마지막 말."그러고는 그자를 따라 걸어 나가셨다. 제 발로. 뒤도 안 돌아보고. 문이 닫히고 — 나는 벽장에서 아침까지 나오지 못했다. 나온 아침에는 세상이 없어져 있었지."김이 두 사람 사이로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23화 — 보름 편지

    보름달이 뜬 밤, 우물의 두레박에 꾸러미가 올라왔다.이제 그 통로는 이쪽의 것이었다. 진눈은 여느 때처럼 받으러 가는 시늉을 했고, 꾸러미는 뜯기기 전에 대전 곁방의 탁자에 먼저 올랐다. 기름 먹인 가죽 안에서 나온 것은, 이번에는 편지였다. 처음으로 — 글을 아는 자들에게 보내는. 갈대 종이에, 수결의 획으로, 길게.받는 이의 이름이 겉면에 적혀 있었다. 두 개였다.효월. 설야.지워진 이름의 임자가, 지워지지 않은 두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고 있었다. 혈비의 낯이 그 겉면 앞에서 잠깐 굳었다. 십팔 년 만에 남의 붓에서 제 본명을 보는 낯이었다.편지는 혈비가 소리 내어 읽었다. 읽기 전에 언니는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운설, 선우현, 사백, 남궁완, 한겸, 흑요. 숨길 수 있는 판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조카들에게.달이 찼으니 약조대로 어미의 이야기를 한다.너희 어미는 살아 있다.방 안의 공기가 한 번에 얼었다. 혈비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고 다음 줄로 갔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흔들리는 것보다 무서웠다.그 밤 나는 형수에게 셈 하나를 내밀었다. 함께 가면 딸들이 산다. 남으면 — 물이 어디로 넘칠지 나도 모른다. 형수는 셈이 빠른 사람이라, 반 각도 걸리지 않았다. 큰 딸은 벽장에 숨기고, 작은 딸은 선봉의 품에 안기고, 저는 내 곁으로 왔다. 열여덟 해 전 일이다.그 열여덟 해 동안 형수가 내 곁에서 무엇이었는지는 — 너희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볼모라 부르면 형수가 웃을 것이고, 손님이라 부르면 내가 웃을 것이다.혈비의 목소리가 거기서 처음 멎었다. 언니는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한 호흡을 골랐다. 그 밤 벽장 안에서 열두 살이 본 마지막 그림 — 어머니가 제 발로 걸어가던 등 — 이 저 두 줄 사이 어딘가에 접혀 있을 것이었다. 언니가 열여덟 해 봉해 온 그림이.읽기는 계속되었다.보고 싶으냐.보고 싶거든 오라. 왕정의 폐허로. 다음 그믐에.선우현의 손이 탁자 아래에서 그녀의 손을 찾아 쥐었다. 쥐는 힘이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22화 — 작은 어른

    이름이 지워진 자를, 노인들은 궁여지책으로 그렇게 불렀다. 작은 어른.구술은 사흘 밤에 나눠 이루어졌다. 한 번에 다 말하기에는 늙은 몸들이 버거워하는 이야기였다. 부수가 말하고, 더운돌이 보태고, 흑요가 바로잡고, 묵할멈이 손짓으로 채웠다. 한겸이 그 모든 것을 받아 적었다. 지워진 이름의 자리에 젊은 감찰은 빈 네모를 그렸다.작은 어른은 형보다 세 살 아래였다.형이 활과 말을 받는 동안 아우는 붓과 자(尺)를 받았다. 겨울 궁의 회랑과 온천의 물길과 우물의 깊이가 다 그 붓에서 나왔다. 그리고 — 월하심법이 그에게 갔다."심법은 장자의 것이 아니오." 부수가 말했다. "물소리를 듣는 귀가 밝은 아이에게 가는 법이지. 그 대의 귀는 아우였소. 형은 서운해하기는커녕 기뻐했지. 저는 지키는 사람, 아우는 고치는 사람 — 그리 갈라 맡자고."지키는 형과 고치는 아우. 왕의 검과 아우의 붓. 그 시절의 겨울 궁은 그렇게 돌아갔다고 했다."딸이 하나 있었소."더운돌이 받았다. 탕가의 김 같은 목소리가 그 대목에서 낮아졌다."눈이 크고, 잘 웃고, 물가에서 살다시피 하던 아이였는디. 여덟 살 나던 해 겨울에 — 얼음이 꺼졌소. 온천 아래 찬물 웅덩이였지. 건졌을 때는 벌써."방 안의 등잔이 흔들렸다."작은 어른이 심법으로 아이를 붙들었소. 밤낮 사흘을. 멎은 것을 도로 흐르게 하겠다고. 한데 마님들도 알 것이오 — 월하의 금이 뭔지."죽은 것은 못 살린다.운설은 제 입안에서 그 금이 얼음처럼 굴렀다. 언니의 입에서 처음 들었던 법. 이 물의 임자라면 언젠가 이 금 앞에 무릎 꿇는 날이 온다던."사흘째에 왕이 아우의 손을 아이에게서 떼어 냈소. 심법이 산 사람을 잡아먹기 전에. 작은 어른은 그날로 다른 사람이 됐지. 금이 틀렸다고 했소. 물이 모자란 게 아니라 그릇이 모자란 거라고. 더 큰 그릇이면 — 죽음도 물길처럼 돌릴 수 있다고."그때부터였다고 했다. 작은 어른의 방에서 밤마다 이상한 물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은. 앓다 죽은 짐승들이 물가에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21화 — 지워진 이름

    진눈의 처분은 아침 대전에서 갈렸다."세작의 끝은 하나입니다."흑요가 말했다. 왕의 유해가 돌아온 뒤로 노파의 서슬은 더 곧아져 있었다."케테 때 저울을 굽혔고, 그 저울이 단희를 눕혔습니다. 두 번 굽히면 — 다음에 눕는 것이 누구겠습니까."틀린 셈이 아니어서 방이 무거웠다. 혈비는 오래 말이 없다가, 물었다."진눈이 잡힌 것을 저들이 아느냐.""모릅니다." 사백이 답했다. "덫은 소리 없이 접혔습니다. 목격은 우리뿐입니다.""그럼 잡히지 않은 것으로 한다."언니의 저울은 이번에도 규율의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다만 케테 때와 같은 기울기가 아니었다."등잔도, 암거도, 진눈의 손도 — 그대로 살려 둔다. 이제 그 통로로 흐르는 것은 전부 우리가 골라 넣은 것뿐이다. 저들의 귀를 우리가 쥔 것이다. 처분은 그 귀의 쓸모가 다한 날 다시 저울에 올린다."흑요는 승복하지 않은 낯으로 승복했다. 노파가 물러나며 남긴 한마디가 문지방에 오래 남았다."마님의 저울이 자꾸 사람 쪽으로 기웁니다. 그게 — 옛날 어른의 저울입니다."옛날 어른. 왕의 저울. 그 말이 꾸지람인지 그리움인지는 노파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았다.운설은 처분이 끝난 뒤 제 몫의 선언을 했다."치료는 계속합니다."진눈이 갇힌 곳간에서, 그녀는 침통을 꺼내며 말했다. 젊은 무사는 어리둥절한 낯이었다."저를 — 왜요.""당신 병이 저들의 미끼였으니까요."침이 등의 혈을 짚었다. 물소리를 듣고, 흘리고, 거두는 손이 병든 폐의 어둠 속을 오래 더듬었다."월하의 물의 임자가 누군지, 그자가 정해 준다기에 — 저는 제 물로 답하려고요. 이 물은 사람을 사는 물이 아니라 살리는 물이라고. 당신 서른의 봄을, 그자의 약속 말고 제 침으로 한번 겨뤄 보겠습니다."진눈은 한참 말이 없었다. 이윽고 젊은 무사가 웃었는데, 늘 웃던 그 웃음과 결이 달랐다. 농담이 한 톨도 안 섞인 웃음이었다."지는 쪽이 벌주 마시는 겁니까.""당신이 지면 서른 넘게 삽니다. 제가 지면—" 운설은 침을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20화 — 목숨의 문

    암거 어귀에서 걸어 나온 것은 진눈이었다.달도 없는 어둠 속에서 젊은 무사는 물가의 바위를 익숙하게 짚어 내려왔다. 기침을 삼키느라 어깨가 한 번씩 흔들렸다. 물건이 온다는 신호를 받고, 받으러 온 걸음이었다.사백의 살이 발 앞의 돌을 때렸을 때, 진눈은 달아나지 않았다.칼도 뽑지 않았다. 젊은 무사는 그 자리에 선 채 어둠 속의 활과 탕가의 검신과, 그늘에서 일어서는 운설을 차례로 보았다. 그러고는 — 웃었다. 죽음 얘기를 농담으로 받던 그 낯으로."덫이군요."기침이 웃음을 반쯤 삼켰다."제가 놓는 것만 봤지, 걸려 보긴 처음입니다."끌려가는 길에 진눈은 탕가 앞에서 한 번 걸음을 멈췄다. 더운돌 영감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서 있었다. 쉰 해 물지기의 낯을 젊은 무사는 오래 못 보고 고개를 떨궜다."내 물길이었냐."영감이 물었다. 진눈은 답하지 못했다. 그 못 하는 답이 답이었다. 영감은 더 묻지 않고 몸을 돌렸는데, 돌린 등이 하룻밤 새 십 년은 늙어 있었다.문초는 대전 곁방에서 밤을 새워 이어졌다.진눈은 숨기지 않았다. 숨길 힘이 남지 않은 사람의 말하기였다. 등잔 셋을 켠 것도 저였다. 묵할멈이 궁을 비운 사이, 시킨 대로. 암거의 물건을 받아 나른 것도, 마르간의 장부에 기름 두 독을 지어 넣은 것도."단희는." 혈비가 물었다."제가 아닙니다."젊은 무사는 그 물음에만 정색을 했다."그날 밤 저는 문만 열었습니다. 북쪽 쪽문의 빗장을요. 그리고 골방의 등잔을 셋 켜고 — 시킨 대로 절뚝이며 회랑을 지났습니다. 보라고요. 누가 볼지는 몰랐지만, 보게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연지가 본 등이 눈앞에서 제 입으로 말하고 있었다. 운설은 소름보다 먼저 아픔이 왔다. 이 사람의 걸음까지 대월의 붓이 그려 준 것이었다."들어온 자는 봤나." 사백이 물었다."못 봤습니다. 보지 말라 했고 — 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어째서 이런 짓을."한겸의 물음에 진눈은 한참 기침을 삼켰다. 그러고는 제 가슴을 손바닥으로 두어 번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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