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결속 거부서는 예상보다 얇았다.
로젠베르크가의 법률대리인 오스카 벨른은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도 손을 떼지 못했다.
두 장뿐인 문서가 불에라도 탈 것처럼 손끝으로 모서리를 눌렀다.
맞은편에는 황실 법률관과 대신전 법률관이 나란히 앉아 있었고,
셋 사이에 놓인 잉크병은 회의가 시작된 뒤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엘리시아는 창가 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황궁 서쪽 기록보관실에 딸린 소회의실이었다.
벽면에는 오래된 법령집이 층층이 꽂혀 있었고,
좁은 창으로 들어온 오전 햇빛이 탁자 한가운데를 길게 갈랐다.
빛의 왼쪽에는 로젠베르크가의 푸른 문장이,
오른쪽에는 황실의 황금 독수리와 대신전의 백색 원환이 놓여 있었다.
한 사람의 결정을 확인하는 자리에 세 기관의 인장이 필요했다.
오스카가 헛기침을 했다.
“성녀님께서 요청하신 문안은 작성했습니다.
다만 이것을 결속 거부서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제목에 그렇게 적혀 있군요.”
엘리시아가 문서 첫 줄을 가리켰다.
‘성녀 결속 거부 의사 통지서.’
글자는 분명했다.
“제목과 효력은 다른 문제입니다.”
대신전 법률관이 말을 받았다. 회색 수염을 단정하게 다듬은 노인이었다.
이름은 그레고르 팔렌. 전생의 결속 준비 과정에서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그때의 엘리시아는 그가 내민 서류를 자세히 읽지 않았다.
칼릭스가 함께 있었고, 대신전이 자신을 보호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레고르는 법령집 한 권을 펼쳤다.
“현행 성녀법에는 결속을 유예하거나 상대 황제의 부적합을 청원하는 절차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성녀가 결속 의무 자체를 영구적으로 거부하는 절차는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없다는 말이 금지됐다는 뜻입니까?”
“법에 없는 권리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엘리시아는 그의 얼굴이 아니라 펼쳐진 법령집을 보았다.
노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조항 옆에는 개정 연도가 적혀 있었다.
성녀가 열네 살이 되던 해보다도 오래전이었다.
“반대도 마찬가지겠군요.”
그레고르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법에 없는 거부를 인정할 수 없다면,
법에 적히지 않은 강제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황실 법률관이 입술을 다물었다.
오스카는 서류에서 손을 떼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붙였다.
그레고르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성녀님의 결속 의무는 선발 동의서에 명시돼 있습니다.”
“그 문서는 제가 열네 살 때 작성했습니다.”
“연령과 상관없이 성녀 선발은 신성한 의무를 수반합니다.”
“열네 살의 제가 동의한 것은 성녀로서 사람을 치료하고 신탁을 받는 일이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황제와 언젠가 결속하고,
거처와 경호와 서신 검열까지 넘기겠다는 설명은 듣지 못했습니다.”
“설명 여부를 지금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확인될 때까지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겠네요.”
그레고르가 법령집을 덮었다.
소리가 크지는 않았으나 방 안의 시선이 모두 그의 손으로 모였다.
“성녀님께서는 황제 폐하와 오랜 기간 약혼 관계를 유지하셨습니다.
결속식 준비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셨고요.”
엘리시아는 왼손을 책상 아래로 내렸다.
손목 안쪽을 누르려던 엄지가 멈췄다.
지금은 호흡을 고를 만큼 흔들리지 않았다.
“침묵했기 때문에 동의했다는 조항은 어제 확인했습니다.”
“그 조항은”
“그래서 오늘 말하려는 겁니다.”
그녀가 탁자 앞으로 걸어갔다.
오스카가 준비한 거부서를 끌어당겨 마지막 문단을 읽었다.
성녀 엘리시아 로젠베르크는 황제 칼릭스 반 아델하이트와의 결속 의무를 수락하지 않으며,
해당 의식과 그에 수반되는 신체·거주·직위상의 권한 이전을 모두 거부한다.
문장 아래에는 서명란이 세 개 있었다.
성녀 본인.
황실 접수인.
대신전 확인인.
엘리시아는 펜을 들었다.
그레고르가 손바닥을 들었다.
통신이 끊겼다.그녀는 검은 화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사건철을 닫았다.용서하지 않았다.그래도 이전과 달라진 행동은 이전과 다르다고 남길 수 있었다.그 차이를 지우지 않는 것도 기록이었다.로스테의 의자는 다음 날 아침까지 원래 방에 남았다.새벽 동안 세 차례 더 ‘관측자 부재’ 신호가 발생했다.대상은 돌아오지 않았다.황도에서는 아무 응답도 보내지 않았다.관측석은 결국 자동 절전 상태로 들어갔다.그 뒤에야 법무관과 감정관들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의자를 바로 들어내지 않았다.먼저 위치를 측정했다.침대와의 거리.문까지의 거리.창문 시야.좌판 높이.사람이 앉았을 때 침대에 누운 사람을 내려다보게 되는 각도.모든 수치가 기록됐다.마지막으로 등받이 안쪽의 황동판을 꺼냈다.판 뒤에는 지금까지 나무에 가려져 있던 문장이 하나 더 있었다.‘관측자의 시선은 대상보다 높게 유지한다.’테사가 읽었다.이레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의자 높이까지 규정한 이유가 있었군요.”엘리시아는 침실 문밖에 서 있었다.방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그녀가 물었다.“의자를 증거실로 옮기면 방을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까?”법무관이 답했다.“바닥과 벽에 추가 선이 없는지 확인한 뒤 가능합니다.”“오늘 밤까지 끝납니까?”“가능합니다.”이레나가 말했다.“다른 방을 계속 사용하셔도 됩니다.”엘리시아는 잠시 생각했다.독립을 증명하려고 원래 방으로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반대로 누군가 장치를 넣었다는 이유로 영원히 그 방을 버릴 필요도 없었다.“감정이 끝난 뒤 제가 보고 정하겠습니다.”자신의 방에 돌아갈지조차 남이 대신 결정하게 하지 않았다.의자가 투명 증거함에 들어갔다.사람 네 명이 들지 않았다.바닥판째 작은 운반수레에 올렸다.의자가 빠진 자리에 눌린 자국이 남았다.침대보다 반 뼘 높은 곳에서 누군가의 시선을 기다리던 자리.엘리시아는 그 자국을 내려다보다 로스테 법무관에게 말했다.“다음 공개 심리 장소를 바꾸고 싶습니다.”“어디로
“몇 번이나요?”“횟수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합니다.”“내용은요?”“수면 시간, 발열, 식사, 성흔 상태.”“제 감정이나 행동도 있었습니까?”칼릭스의 오른손 손가락이 아주 조금 굽었다.“있었습니다.”“어떤 내용이요?”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저와 면담한 날 잠드는 시간이 늦었다는 기록. 결속식 일정이 언급된 뒤 식사량이 줄었다는 기록. 황후궁 배치도를 받은 날 방 안을 오래 걸었다는 기록.”엘리시아의 얼굴은 굳지 않았다.그 대신 펜이 멈췄다.“그걸 읽으셨습니까?”“예.”“저에게 관측 중이라고 말하셨습니까?”“아닙니다.”“왜요?”칼릭스는 ‘그대를 보호하려고’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것이 필요한 행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엘리시아의 목소리가 아주 낮아졌다.“폐하.”“예.”“지금 그 말을 들으니 제가 왜 그 방에서 문을 잠갔는지 기억나는군요.”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엘리시아는 전생의 장면을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침실 안에서조차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지 못했던 밤들.누군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이상하게 문 앞의 소리와 시녀의 발걸음을 세던 습관.방 안의 의자를 벽 쪽으로 밀었던 기억.그날의 불편함이 이제 이유를 얻었다고 해서 상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폐하께서 직접 의자에 앉은 적은 없으셨죠.”“없습니다.”“그래도 보고서를 읽으셨고요.”“예.”“그 차이를 기록하세요.”칼릭스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직접 관측자가 아님.야간 관측 결과를 수령하고 행정상 이용함.관련 제도 갱신 서명자.전생 기억에 따른 참고진술.현재 문서 감정 별도 진행.고통받았다는 변명은 한 줄도 들어가지 않았다.엘리시아가 다음 질문을 했다.“지금 저 의자를 폐기할 수 있습니까?”“황도 것은 법무청 증거입니다.”“로스테 말고, 제도를요.”칼릭스는 바로 ‘폐지하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현재 의료 야간대기까지 함께 묶여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기능을 나눠야 합니다.”그가 말했다.“응급 의료대기와
“그게 원래 모습입니다.”엘리시아가 그를 봤다.“당신도 그런 의자를 사용했습니까?”“앉은 적은 없습니다.”“봤습니까?”“예.”“누가 앉았습니까?”레나르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흑갑 기사 중에도 관측 임무를 맡은 사람이 있었습니다.”“당신이 본 사람은요?”“두 명.”“이름은?”“몰랐습니다.”“남자입니까?”“한 명은 남자, 한 명은 여자였습니다.”“관측 대상은?”“성녀 후보.”엘리시아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그 사람들이 피해자였는지, 가해자였는지, 명령을 거부할 수 있었는지까지 아직 모른다.의자에 앉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책임을 결정하지 않았다.황도의 야간실에서는 같은 시각 다른 장부가 열렸다.칼릭스는 직접 지하실에 들어가지 않았다.법무청 영장이 발부된 뒤 외부 감정관과 기록관이 먼저 진입했다. 황실 근위대는 출입구 밖을 지켰고, 왕핵은 사용하지 않았다.첫 번째 방은 비어 있었다.두 번째에는 기록선반만 있었다.세 번째 방에서 의자가 발견됐다.로스테의 것과 같은 형태는 아니었다.훨씬 화려했다.검은 나무에 금장.높은 등받이.황제나 고위 귀족이 앉는 접견용 의자처럼 보였다.그러나 좌판 아래 구조는 같았다.야간 확인석.관측자 자리.법무청 기록관이 의자를 해체하지 않고 문양을 확인했다.‘결속 예정자 본인.’칼릭스는 원격 영상으로 그 문장을 읽었다.오른손이 탁자 위에서 잠시 멈췄다.마티아스는 옆에 없었다.엘리시아와의 통신도 아직 열리지 않았다.그는 먼저 기록부터 요구했다.“이 의자가 언제 사용됐습니까?”황실 기록관이 장부를 확인했다.현 황제 즉위 뒤 세 차례 가동.칼릭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관측자는?”첫 번째.황실 혼인국장.두 번째.결속 준비위원회 책임관.세 번째.황제 직무.그는 그 문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제가 앉았습니까?”“아닙니다.”“그럼 왜 황제 직무로 기록돼 있습니까?”기록관이 오래된 승인 문서를 꺼냈다.칼릭스가 즉위 이듬해 서명한 결속 준비 안
시설과에는 ‘야간 안전용 의자’라는 품목이 없었다.그 문장 옆에는 누군가의 확인 표시가 있었다.황실도 대신전도 아니었다.로스테 도시평의회 비상복구 표시.베른하르트가 문서를 받아들었다.“이 표시는 어제 흰 뿔의 왕 피해 복구에 사용한 건데.”복구 작업 중에는 일반 수리보다 절차가 간단했다.망루 목재, 창문, 숙소 난방기, 부상자 침상 같은 물품을 빠르게 옮기기 위해 시설과가 임시 반출권을 받았다.누군가는 그 틈에 의자 하나를 끼워 넣었다.복구를 위해 만든 예외가 성녀 침실 감시에 사용됐다.베른하르트는 바로 비상복구권 전체를 폐지하지 않았다.북쪽 성벽은 아직 수리 중이었다.“가구와 개인 거처 물품만 비상반출 대상에서 제외한다.”그가 말했다.“성벽 자재와 공공시설은 기존 절차 유지.”평의회는 긴급 수정안을 표결했다.찬성 열여섯.반대 둘.기권 셋.개인 방에 들어가는 가구·침구·의료기기·측정장비는 비상복구 표시만으로 반입할 수 없다.거주자 또는 정당한 대리인의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거부해도 숙박·치료·배급에서 불이익을 줄 수 없다.엘리시아는 그 규정을 성녀 전용으로 만들지 않았다.로스테 모든 임시 숙소에 적용됐다.의자 안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부품은 좌판 아래의 얇은 황동판이었다.십일 년 전보다 훨씬 오래됐다.금속 혼합비를 확인한 결과 최소 육십 년 이상 된 부품이었다.그 위에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작은 홈이 있었다.테사가 측면광을 비추자 글자가 떠올랐다.‘야간 확인석.’그 아래.‘관측자 서열은 대상보다 상위로 둔다.’엘리시아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상위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대신전 조사단의 헌장법무관이 오래된 결속 관리 규정을 찾았다.침실 안의 위치까지 법으로 정한 조항은 없었다.대신 황실 의전 지침에 유사한 표현이 있었다.환자나 후보자를 관찰하는 책임자는 침상보다 높은 좌석을 사용한다.감시 대상의 시야를 확보하고, 긴급 상황에서 빠르게 일어나기 위한다는 이유였다.실용적인 설명처
“더 보면 안 됩니까?”“이대로 두면 황제 직무를 향해 조회 신호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그 신호만 관찰하면 누가 이 장치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지 않습니까?”“그 과정에서 황제 직무가 새 관측자로 등록될 수도 있습니다.”테사는 고개를 저었다.“증거를 더 얻으려고 새로운 권한 연결을 만들지 않습니다.”그 결정은 바로 회의록에 남았다.시험 중단.사람을 의자에 앉히지 않음.결속 예정자 권한 자동 조회 직전 외부선 차단.장치의 전체 기능 미확인 상태 유지.완벽한 재현은 포기했다.누구도 그 빈칸을 채우기 위해 사람 하나를 앉히지 않았다.날이 밝기 전, 의자의 출처가 확인됐다.숙소 관리인의 직무 목패 번호를 훔쳐 가구 반입을 승인한 사람은 아직 찾지 못했다.그러나 의자 자체는 로스테 밖에서 새로 들어온 물건이 아니었다.나무의 수종과 오래된 보수 흔적을 대조한 결과, 십이 년 전 폐쇄된 세금창고에서 사용하던 가구였다.바닥에는 희미한 로스테 재산번호도 남아 있었다.“원래부터 장치가 들어 있었습니까?”엘리시아가 물었다.아침 공개회의는 숙소가 아니라 로스테 시청 작은 기록실에서 열렸다.의자는 옮기지 않았다.대신 구조 사본과 가구 장부만 가져왔다.도시 시설관이 답했다.“아닙니다.”세금창고가 폐쇄되기 전 작성된 가구 수리기록에는 평범한 나무 의자로 적혀 있었다.감응판 없음.금속사 없음.등받이 내부 공동도 없음.장치는 최근에 들어갔다.“언제입니까?”“정확히는 어렵지만 나무를 다시 깎은 흔적이 아주 새롭습니다. 반년 안쪽으로 봅니다.”로스테에 엘리시아가 올 것이 결정되기 훨씬 전이었다.의자는 미리 준비돼 있었다.누구를 위해서인지만 나중에 정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어제 반입됐다고 해서 어제 만들어진 물건은 아니군요.”“예.”엘리시아는 자신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된 함정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다른 후보에게도 사용할 수 있었겠네요.”테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좌판의 대상 번호가 비어 있습니다.”“제 번호는 어
엘리시아가 방을 비운 뒤에도 의자는 침대를 향하고 있었다.숙소 문은 닫지 않았다. 방문 앞 복도 양쪽을 로스테 법무관과 주민 관찰인이 함께 봉인했고, 창문도 밖에서 잠그지 않았다. 화재나 건물 이상이 생기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평소의 탈출 경로는 그대로 남겨두었다.사람만 재우지 않았다.방 안에는 침대와 의자, 물병, 작은 책상만 남았다. 엘리시아가 가져간 것은 약통과 서류철, 옷 한 벌이었다. 베개와 이불까지 그대로 둔 것은 누군가 다시 장치를 건드릴 경우 침실의 상태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테사는 방문 밖 바닥에 얇은 감응판 세 장을 놓았다.첫 번째는 의자의 기계 진동.두 번째는 성흔 반응선.세 번째는 황도 야간실로 빠져나가는 전송량을 측정했다.레나르트는 복도 끝에 있었다.갑주를 입고 있었지만 검은 남문 증거보관함에 맡긴 상태였다. 오른쪽 갈비뼈 고정대 때문에 벽에 등을 기대지도 못하고, 한쪽 발에 체중을 덜 싣고 서 있었다.“아무도 의자에 앉지 않습니다.”로스테 법무관이 다시 확인했다.테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사람 무게를 재현하는 것도 하지 않습니다.”레나르트가 물었다.“모래주머니도?”“안 씁니다.”“왜죠?”“저 장치가 무게만 읽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테사는 의자 아래에서 나온 선 구조도를 가리켰다.좌판 아래에는 압력판이 있었다.등받이에는 체온 감응선.오른쪽 다리에는 아주 희미한 마력 잔류를 읽는 금속사가 박혀 있었다.무게만 필요한 장치라면 세 가지를 동시에 넣을 이유가 없었다.누군가 실제로 앉아야 했다.그 사람의 체온과 미세한 움직임, 직무 인장이나 마력 흔적까지 함께 읽으려는 구조였다.레나르트가 낮게 말했다.“옛 관측석도 그랬습니다.”“관측자를 확인하는 겁니까?”“예.”“누구라도 앉으면 됩니까?”“아닙니다.”그는 잠시 생각한 뒤 덧붙였다.“제가 봤던 것들은 승인된 관측자만 기록을 열 수 있었습니다.”“승인된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