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0번 지도 끝에서 잡힌 여러 백각 대형종 반응이 처음부터 ‘또 다른 왕들’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테사는 새벽까지 세 차례나 생체값을 비교한 뒤, 현재 로스테 서쪽에서 움직이는 흰 뿔의 왕과 북쪽 검은 원 안의 반응들이 겉보기에는 비슷해도 몇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고했다. 로스테의 왕은 지맥을 움직일 때마다 주변 왕핵 잔류를 크게 흔들었고, 뿔과 체내에서 소거 작용이 동시에 나타났지만, 검은 원 안의 생체들은 왕핵 잔류를 지우는 반응이 거의 없었다. 몸집은 일반 백각수보다 훨씬 컸고 성체임은 분명했지만, 왕이라 부를 만한 소거 중심체가 아니라 장기간 동면에 가까운 상태로 머물러 있는 대형 백각종 무리에 가까웠다.엘리시아는 테사의 설명을 끝까지 들은 뒤 지도에 붙어 있던 임시 명칭부터 수정하게 했다. “다른 왕이라고 쓰지 마세요. 지금 확인된 건 대형 백각종 세 마리 이상, 그리고 현재 활동 없음 정도죠?”“예. 개체 수는 더 있을 수도 있지만 깊이가 너무 멀어서 정확하지 않습니다.”“그럼 그것만 남기죠.”하겐은 0번과 로스테 사이의 거리를 재며 물었다. “마르텐 메모대로라면 지금 왕을 저쪽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뜻인가?”테사는 그 질문에도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0번이 길인지 시설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지도에서 검은 원 안쪽은 산맥과 지맥단층이 겹쳐서 일반 사람이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7번 전용지도에는 로스테에서 북부 관측지, 중앙고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0번까지 하나의 선이 이어져 있습니다. 회수선과 반대방향입니다.”“7번은 가져오기 위한 것, 0은 돌려보내기 위한 것.”베른하르트가 마르텐의 메모를 읽었다.그 문장만 보면 역할은 단순했다. 백각종을 관측지로 데려오는 회수선이 7번이라면, 관측이 끝난 개체를 다시 북부 깊은 곳으로 보내는 길이 0번이라는 뜻이었다. 문제는 팔십 년 동안 그 복귀선이 실제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오스카가 백각 관측사업 초기 문서를
흑갑 기사의 정체는 한 사람의 얼굴로 끝나지 않았다.오래된 시스템이 만들어낸 역할이었다.레나르트는 그 역할을 오래 입었던 사람 중 하나였고,마르텐은 스스로 그 역할을 다시 가져온 사람이었다.마티아스는 여러 번호 부품을 이어 붙여 새벽회 작전에 사용했고,그 이전에도 다른 착용자와 회수자가 있었을 것이다.‘검은 기사’라는 하나의 전설 뒤에 여러 사람의 선택과 서로 다른 책임이 숨어 있었다.그 구조를 밝히는 순간 누군가 한 명을 악마로 만들어 모든 죄를 넘길 수는 없게 됐다.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수사를 어렵게 만들면서도 더 정확하게 했다.해가 밝아오기 전 흰 뿔의 왕은 로스테 서쪽 왕로 끝에서 멈췄다.침전실 압력이 폐기수로를 통해 아주 조금씩 빠져나가면서도시 안쪽에서 올라오던 왕핵 잔
마르텐을 강제로 제압하면 철문 앞에서 몸싸움이 벌어진다.그가 마지막 장치를 이미 일부 풀어놓았을 가능성도 있었다.하겐은 무조건 붙잡으라고 명령하지 않고 현장 시설기사에게 물었다.“철문을 저 사람이 아니어도 열 수 있나?”“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다만 지금은 안 여는 쪽이 낫습니다.”“닫힌 상태를 유지하려면?”“7번 인증판을 분리하면 됩니다.”마르텐이 바로 말했다.“분리하면 침전실 압력이 올라갑니다.”테사가 수치를 확인했다.거짓은 아니었다.7번 기본판은 이미 문에 연결돼 있었고,
마르텐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왕이 여기까지 오고 있습니까?”“당신이 확인할 사항이 아닙니다.”“오고 있군요.”그는 고개를 숙여 인증판을 보았다.“그럼 시간이 없습니다.”부대장이 한 걸음도 가까이 가지 않은 채 말했다.“무엇을 하려는지 설명하십시오.”“침전실을 엽니다.”“왜?”“안에 있는 걸 왕이 지우게 해야 합니다.”테사와 하겐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마르텐에게는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있었다.그는 로스테 시설부에서 오래 일했고, 왕핵 장비와 구형 수송선을 다뤘으며,주민과 경비대가 믿는 지역 기술자였다.흑갑이 사람을 위협해서 입히는 체계가 아니라,이미 사회 안에서 유용한 사람을 특정 역할에 끼워 넣는 방식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엘리시아가 원격으로 물었다.“마르텐이 십일 년 전에도 7번이었습니까?”“아닙니다. 그때는 보조 회수자 후보였고 최종 등록되지 않았습니다.”“그럼 언제 등록됐습니까?”“그건 모릅니다.”“새벽회가 했을 가능성은요?”에드문트는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마르텐은 첫 분기점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진입조가 임시보관실에 도착했을 때 벽 안쪽 인증판 보관함은 열려 있었고, 원래 세 장이어야 할 판 가운데 두 장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라진 것은 가장 오래된 7번 기본판 하나뿐이었다. 그 옆에는 최근 손으로 뜯은 배선과 검은 금속분말이 남아 있었으며, 바닥에는 마르텐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혈흔 몇 방울이 떨어져 있었다.“부상했습니까?”엘리시아가 묻자 현장 시설기사가 손전등을 낮췄다.“손을 베인 것 같습니다. 많지는 않습니다.”테사가 혈흔을 채취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신원은 이미 확인돼 있었고, 현재 위치를 찾는 데 필요한 것은 바닥 자국과 운송대의 금속 반응이었다. 피를 새 증거처럼 크게 다룰 이유가 없었다.진입조가 두 번째 분기점으로 내려갈수록 오래된 왕핵 잔류는 강해졌다. 그곳은 현재 첫 번째 심장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과거 왕핵 수송물들이 지나가며 바닥과 벽에 남긴 흔적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로스테가 존재하기 전부터 사용된 길이라 지금까지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층도 있었다.그 잔류 때문에 흰 뿔의 왕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서쪽 평야에서 마지막 군수창고 아래 명령판을 소거한 왕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왕로 끝에서 로스테 쪽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수송선의 냄새를 읽은 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성벽을 공격하려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왕이 움직일 때마다 석회암 아래 지맥이 흔들렸고 서쪽 외곽 도로 두 곳에는 이미 가느다란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하겐은 그 보고를 듣고도 외벽에 궁수대를 늘리지 않았다. “왕이 성벽을 때릴 때까지는 쏘지 않습니다. 대신 서쪽 성문 바깥 인원은 전부 안쪽으로 빼고, 오래된 수송선 바로 위 건물은 비웁니다.”베른하르트가 물었다. “시장 창고도 포함합니까?”“수송선 위면 포함합니다.”“그럼 오늘 밤 식량 배급이 늦어집니다.”“늦는다고 굶지는 않지?”“하루는 버팁니다.”“그럼 사람부터 뺍시다.”시설과 일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