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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묻지 않고도 안다고 믿는 순간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6 05:18:58

“필적 위조 가능성은 남습니다.”

“서명할 때마다 짧은 확인문을 바꾸겠습니다.

문서 본문에 없는 문장을 제가 직접 덧붙이고,

입회인들도 별도의 기록에 적게 하세요.”

펠릭스가 말했다.

“필적뿐 아니라 그 순간의 문장까지 맞춰야 하니 위조가 어려워지겠군요.”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거야.”

엘리시아는 가짜 인장을 보았다.

“그래도 인장 한 번으로 제 의사를 대신하지는 못하게 해야지.”

법무청장은 임시 절차를 공개 명령으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혼인국장이 엘리시아를 향해 물었다.

“이후 성녀님의 이름으로 접수되는 문서는 모두 이 방식이 아니면 거부할까요?”

“예. 오늘 이전에 등록된 문서도 전부 다시 확인하세요.”

“양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이름을 빌려 쓰기 쉬웠겠죠.”

엘리시아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세요.”

수신판의 마력 흔적은 인쇄거리 아래의 지하 운송로로 이어졌다.

법무청 집행관들이 양쪽 출구를 봉쇄하지 않고 감시 인원을 배치했다.

누군가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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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만 막으면 남은 잠금은 유지할 수 있나?”“공급을 복구하면요. 이미 열린 구간을 다시 닫으려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지만, 아직 살아 있는 구간은 더 열리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저장조 위치는?”현재 지도에서는 서부 수리저수지로 쓰이는 작은 시설이었다.로스테 주민에게 직접 식수를 공급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겨울이 지나면 서쪽 농경지에 물을 대는 보조저수지였다.문제는 새벽회가 저장조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배출수문을 열어 차단수를 계속 계곡 밖으로 버리고 있다는 점이었다.수문을 닫으면 해결된다.그러나 현재 그곳에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하겐이 곧바로 병력을 보내지 않고 최근 관측부터 확인하게 했다. 열감지기에는 저장조 관리동 안에서 여섯 개의 생체 반응이 잡혔고, 주변 지하에는 왕핵 장치가 없었다.새벽회 조직원일 가능성이 높았다.이번에는 시간이 있었다.왕이 저장조로 향하는 것도 아니었다.하겐은 중앙고원 때와 달리 체포와 시설 확보를 동시에 시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정규 경비대를 씁니다. 시설을 되찾는 작전이고 왕핵 파편도 없으니, 도망자 추격보다 수문 확보가 우선입니다.”엘리시아는 자신의 권한 안에서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저수지 물에는 광물수지가 섞여 있습니다. 전투 중 수문이나 저장탱크가 깨지면 아래 농경지로 흘러갈 수 있으니 하류 접근을 먼저 막겠습니다. 부상자는 그 물로 씻지 않도록 현장 의료대에도 알려주세요.”명령은 각자의 권한으로 따로 나갔다.한 사람이 전체 작전을 잡지 않았다.그게 느리기는커녕 오히려 빨랐다.무엇을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서부 수리저수지 전투는 길지 않았다.새벽회 인원 여섯 명은 정면으로 싸우기보다 수문을 끝까지 열어놓고 빠져나가려고 했고, 경비대는 관리동을 포위하되 하류 쪽 퇴로 하나를 의도적으로 비워뒀다. 조직원들이 사람을 뚫고 도망치려고 싸우게 만드는 대신 시설과 반대쪽으로 빠지도록 길을 남긴 것이다.네 명은 그 길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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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388. 팔십 년 동안 닫혀 있던 '왕로(王路)'의 개방

    검은 갑주를 걸친 포로의 신원은 밤이 깊어서야 확인됐다.본명은 마티아스 로웰.황실 기사단도, 왕핵국 기술자도 아니었다.십일 년 전 북부 왕핵 실험분과에서 하급 운송기사로 근무하다 실험 종료 뒤 실종 처리된 사람이었다. 당시 나이는 스물셋이었고 현재 서른넷. 사망기록은 없었으나급여와 주민기록이 십 년 이상 완전히 끊겨 있었다.흑갑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서로 다른 번호 갑주의 부품을 이어 붙인 임시 장비였다.오른쪽 어깨는 4번.왼쪽 다리는 11번.가슴판 안쪽에는 숫자가 긁혀 사라진 오래된 1번 부품.하나의 흑갑 기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가진 갑주들이여러 사람과 시설 사이를 돌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387. 죽이지 않은 전쟁, 마침내 지켜낸 사람들

    철수 도중 흰 뿔의 왕은 중앙고원에서 반 시각 거리까지 접근했다가 결국 걸음을 멈췄다.방향성이 약해진 파편은 여전히 실제 왕핵이었지만,이전처럼 멀리서 곧장 좇을 만큼 강하지 않았다.왕은 잠시 머리를 낮추고 지면을 읽다가 북쪽의 다른 가짜 고정점으로 방향을 틀었다.테사는 왕이 파편을 포기했다고 기록하지 않았다.현재 더 강한 잔류를 선택했다고만 적었다.공명각이 깨지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그러나 그때까지 현장 사람들은 모두 빠져나올 수 있었다.현장팀이 철도창고 임시 지휘소에 도착했을 때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은 왕핵 기술자가 아니라 손가락을 다친 경비병이었다.피가 다시 배어 나와 붕대가 붉어져 있었고,미하일은 그를 역무원 숙소의 치료실로 보내 봉합부터 하게 했다.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386. 점토구로 떨어진 흑갑과 보존된 사람의 생명

    “가동합니다.”테사의 손이 마지막 레버로 향했다.그러나 그 전에 시설 전체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흰 뿔의 왕이 아직 도착한 것은 아니었다.바깥 지맥에서 왕이 가짜 고정점 하나를 밟고 지나가며소거한 충격이 중앙고원까지 전해진 것이었다.그 진동을 틈타 검은 갑주 인물이 우회통로로 다시 나타났다.이번에는 검을 들고 있지 않았다.두 손으로 작은 금속함을 안고 있었다.왕핵 파편의 이동 보관함.테사가 화면을 보고 소리쳤다.“파편이 보관대에서 빠졌습니다.”새벽회는 장치가 아니라 사람 손으로 왕에게 가져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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