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같은 시각.뉴욕에서는 실버라인의 투어 리허설이 한창이었다.출발까지 열흘도 남지 않았다.공연에서 사용할 셋리스트는 거의 정해졌고, 무대 구성도 대부분 완성된 상태였다.남은 건 실제 공연 순서에 맞춰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맞춰 보는 일이었다.한 곡이 끝나자 줄리안이 기타를 내려놓았다.“잠깐 쉬었다 하자.”마커스도 건반에서 손을 뗐다.노아는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쪽으로 갔다.테이블 위에 던져 둔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화면을 확인한 노아가 메시지를 읽었다.그러더니 바로 답장을 보내기 시작했다.마커스가 물을 마시다가 그쪽을 봤다.“누구야?”“아드리안.”마커스의 손이 멈췄다.“아드리안?”“어.”“그 아드리안?”노아가 고개를 들었다.“아드리안이 몇 명인데.”옆에서 물을 마시던 줄리안도 노아를 바라봤다.마커스가 물었다.“너 그 사람이랑 헤어졌잖아.”“다시 만나.”“언제부터?”“얼마 안 됐어.”“얼마 안 된 게 언젠데.”노아가 몇 초간 생각했다.“핼러윈?”이번에는 줄리안이 물었다.“어디서 만났는데?”“클럽.”마커스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잠깐.&
토요일 오전.애리는 뉴저지로 향했다.원래는 줄리안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지만, 아침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별일 없으면 점심이나 먹으러 오라는 말이었다.줄리안도 오후까지는 뉴욕에서 일정이 있었다.결국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차를 몰았다.집에 도착한 건 점심을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현관문을 열자 주방 쪽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애리야?”“응.”곧 엄마가 나왔다.“혼자 왔어?”“응.”“줄리안은?”“뉴욕 갔어.”“또?”“요즘 투어 준비하잖아.”애리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아빠는?”“회사.”걸음을 옮기던 애리가 엄마를 돌아봤다.“오늘도?”“응.”“주말인데?”“요즘은 주말에도 자주 가.”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애리는 며칠 전 아빠와 했던 통화를 떠올렸다.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던 말.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엄마는 먼저 주방으로 돌아갔고, 애리도 뒤를 따라갔다.식탁 위에는 이미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이걸 다 했어?”“네가 온다는데 해야지.”“나 온다고 한 지 두 시간밖에 안 됐잖아.&rdqu
며칠이 지났다.애리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현관문을 열자 안은 조용했다.신발을 벗으며 거실을 둘러봤지만 줄리안은 보이지 않았다.아침 일찍 뉴욕으로 간다고 했으니 당연했다.애리는 가방을 소파에 내려놓고 주방으로 갔다.냉장고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봤다.먹을 만한 게 별로 없었다.물을 꺼내 한 모금 마시는데 핸드폰이 울렸다.줄리안이었다.“응.”“집이야?”“방금 왔어.”“오늘 일찍 끝났네.”“응. 마지막 수업이 휴강이었어.”“좋겠다.”애리가 냉장고 문을 닫았다.“오빠는?”“아직 뉴욕.”“언제 와?”전화기 너머가 조금 소란스러웠다.멀리서 누군가 줄리안을 부르는 소리도 들렸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얼마나?”“모르겠어. 리허설 끝나 봐야 알아.”“또?”“응.”애리는 거실로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요즘 들어 이런 날이 많아졌다.앨범 활동에 투어 준비까지 겹치면서 줄리안은 아침 일찍 뉴욕으로 갔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다.“그럼 나 오늘 기숙사 갈까?”“왜?”“오빠 늦는다며.”“그래도 집에 있어.”
[괜찮아요?]메시지를 보내고도 한동안 답은 오지 않았다.애리는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 다시 노트북을 바라봤다.그사이 제이미는 먼저 과제를 끝냈는지 가방을 정리하고 있었다.“나 먼저 갈게.”“벌써?”“벌써라니. 몇 시인지 봐.”애리는 화면 한쪽에 뜬 시간을 확인했다.“아.”“너 아직 멀었어?”“거의 다 했어.”“아까도 그렇게 말했잖아.”“이번에는 진짜야.”제이미가 웃으며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내일 봐.”“응.”제이미가 떠난 뒤 애리는 다시 과제에 집중했다.마지막 부분을 고치고 처음부터 한 번 더 읽었다.몇 군데를 수정한 뒤 파일을 제출했다.화면에 제출 완료 표시가 뜨자 애리는 그대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끝났다.”그제야 핸드폰을 확인했다.레이첼에게서 답장이 와 있었다.[응. 괜찮아.]애리는 화면을 바라봤다.딱 한 줄이었다.괜찮다는 사람의 답장치고는 별로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언니 어디예요?]이번에는 답이 금방 왔다.[집.][전화해도 돼요?]곧 전화가 걸려 왔다.애리는 바로 받았다.“언니.”“응.”“진짜 괜찮아요?”레이첼이 작게 웃었다.“줄리안이 말했어?”“네.”“걔 진짜 빠르다.”“어제 알았다던데요.”“그래도.”애리는 가방에 노트북을 넣으며 물었다.“진짜 헤어졌어요?”“응.”직접 들으니 더 이상했다.
다음 날 오후.줄리안이 연습실에 들어갔을 때 노아는 이미 와 있었다.소파에 길게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던 노아가 고개를 들었다.“왔어?”“응.”줄리안은 기타 케이스를 내려놓으며 주위를 둘러봤다.“마커스는?”“아직.”“연락은?”“안 했는데.”줄리안이 시간을 확인했다.연습 시작까지는 아직 십 분 정도 남아 있었다.노아가 물었다.“어제 재밌었어?”“뭐가.”“파티.”“재미없었어.”“그럴 줄 알았어.”노아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내렸다.“마커스는?”“몰라. 나 먼저 왔어.”“몇 시에?”“열 시쯤.”노아가 고개를 들었다.“파티를 열 시에 나왔다고?”“응.”“왜 갔어?”“….”줄리안은 대답하지 않고 기타를 꺼냈다.노아가 웃었다.“마커스는 남았고?”“응.”“누구랑?”“모델들.”이번에는 노아가 몸을 일으켰다.“오.”줄리안이 쳐다봤다.“왜.”“생각보다 빠른데?”“뭐가 빨라.”“헤어진 지 며칠 됐다고 벌써 모델들이랑 놀아.”“원래 알던 사람들이야.”“그래서?”“그래서 뭐.”노아가 웃었다.“너 왜 레이첼 대신 화내고 있어?”“안 내.”“내고 있는데.”“아니거든.”그때 연습실 문이 열렸다.마커스였다.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얼굴로 들어온
10월의 마지막 주.투어를 앞두고 실버라인은 거의 매일 연습실에 모였다.새 앨범이 나온 뒤 공연에서 해야 할 곡이 늘었고, 기존 곡까지 포함하면 세트리스트도 다시 맞춰야 했다.그날도 연습이 끝났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마커스가 키보드 앞에서 일어나 손목을 돌렸다.“몇 시야?”노아가 핸드폰을 확인했다.“아홉 시 조금 넘었어.”“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줄리안도 기타를 스탠드에 세웠다.노아는 기다렸다는 듯 재킷을 집어 들었다.“나 간다.”마커스가 물었다.“어디 가?”“클럽.”“또?”“왜.”노아가 재킷을 입으며 마커스를 봤다.마커스는 망설이다가 말했다.“나도 가도 돼?”노아의 손이 멈췄다.줄리안도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마커스에게 향했다.“왜.”마커스가 얼굴을 찌푸렸다.“뭘 왜야.”노아가 말했다.“너 클럽 싫어하잖아.”“싫어하진 않아.”“나 게이 클럽 가는데.”“….”노아가 웃었다.“그래도 갈래?”“됐어.”“재밌는데.”“너나 가.”노아는 어깨를 으쓱했다.그때 줄리안이 물었다.“레이첼이 뭐라고 안 해?”마커스가 기타 케이스를 닫던 손을 멈췄다.“뭘 뭐라고 해.”“네가 클럽 간다는데.”“상관없어.”줄리안이 마커스를 바라봤다.“왜 상관없어?”마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다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