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3. 놓치지 않을 거야

ผู้เขียน: 지호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7-27 17:35:45

토요일 아침, 제이는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눈을 떴다.

밤새 뒤척인 탓인지 몸이 뻐근했지만, 정신은 오히려 또렷했다. 씻고 나와 옷을 챙겨 입는 손이 조금씩 빨라졌다.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오늘은 절대로 미루지 않는다. 엄마가 됐다고 손사래를 치더라도, 병원 문턱까지는 반드시 데려가겠다고.

친정집 앞에 도착하자, 엄마가 마당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뭘 이렇게 일찍 왔어. 밥은 먹었어?"

"엄마, 얼른 준비해. 예약 시간 늦으면 안 돼."

"아니 무슨 병원을 이렇게까지 서둘러서 가."

엄마는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이었지만, 결국 겉옷을 챙겨 나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엄마는 몇 번이나 "괜히 돈 쓰는 거 아니냐"고 중얼거렸다. 제이는 대답 대신 창밖만 봤다. 2년 뒤, 이 계절쯔음 병원 복도에서 의사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선명했다.

보호자분, 너무 늦게 오셨어요.

그 말을 다시는 듣지 않을 것이었다.

2년 뒤 그날, 제이는 응급실 복도에 서서 의사의 그 한마디를 듣고서야 상황의 무게를 실감했다. 이미 위 전체로 퍼진 뒤였고, 손을 쓸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날 이후 반년, 엄마는 눈에 띄게 야위어갔고, 제이는 회사와 병원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 시간을 다시 겪을 생각은 없었다.


접수를 하고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는 별일 아닌 거에 돈을 쓴다며 잔소리를 해댔다.

"별거 아닐 텐데, 그냥 체한 거 같은데."

"엄마, 요즘 속 더부룩한 거 얼마나 자주 그래?"

"몰라, 그냥 가끔."

"밥 먹고 나면 더 심해져? 아니면 공복일 때?"

엄마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제이를 봤다.

"너 왜 그렇게 자세히 물어."

"그냥 걱정돼서 그렇지."

제이는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돌렸다. 지난 생에서라면 이런 질문 자체를 할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때는 그저 바빴고, 엄마 말을 대충 흘려들었다. 지금은 달랐다. 속쓰림, 체중, 대변 색깔까지, 하나라도 걸리는 게 있으면 놓치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름이 불리고, 두 사람은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더니 심각한 표정 없이 몇 가지를 더 물었다.

"체중은 줄지 않으셨고요?"

"그런 건 없는데."

"속쓰림은요? 새벽에 자다가 깰 정도로 아프신 적은요?"

"가끔 새벽에 속이 쓰려서 깨긴 하는데, 그것도 나이 들면 다 그런 거 아니에요?"

의사가 차트에 뭔가를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소화기 쪽으로 위내시경 한번 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큰 이상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확인은 해두시는 게 나아요."

엄마는 "그럴 필요까지야"라는 표정이었지만, 제이가 곧바로 말을 얹었다.

"네, 예약 잡아주세요. 최대한 빨리요."

진료실을 나서며 엄마가 못마땅하게 중얼거렸다.

"너 요즘 왜 이렇게 예민해? 회사 다니더니 사람이 달라졌네."

"엄마 오래 봐야 하니까 그렇지."

그 말에 엄마는 잠깐 말이 없다가, 피식 웃었다.

"별소리를 다 하네."

내시경 검사는 다음 주로 예약이 잡혔다. 확실한 결과는 아직 아니었지만, 적어도 2년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검사대에 올라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제이는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병원을 나서며 엄마가 팔짱을 끼고 물었다.

"근데 너 결과 나오면 또 나 데리고 오려고?"

"당연하지. 결과 좋게 나오나 안 나오나, 끝까지 같이 갈 거야."

엄마는 잠깐 말이 없다가, 가볍게 등을 툭 쳤다.

"딸 하나는 잘 뒀네."


병원을 나서자 늦은 오후였다. 엄마를 택시에 태워 보내고, 제이는 병원 로비 벤치에 앉아 그제야 숨을 돌렸다.

엄마 앞에서는 티 내지 않았지만, 실은 아침부터 계속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깨에 힘이 스르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여기서 또 보네요."

고개를 들자 정준호였다. 캐주얼한 셔츠 차림에, 회사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여기서 또 뵙네요."

"저희 할아버지가 이 병원 다니셔서요. 오늘 모셔다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많이 편찮으세요?"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정기적으로 체크하시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요즘 신경 쓸 일이 많긴 하지만요."

준호가 짧게 웃으며 넘어갔다. 더 이상 캐묻지 않는 게 예의일 것 같아, 제이도 고개만 끄덕였다.

준호가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았다.

"두 번이나 마주치네요, 이렇게."

제이가 먼저 말을 건넸다.

"그러게요. 이 정도면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가벼운 말투였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며칠 전 회의실 유리벽 너머로 지켜보던 그 시선과 닮아 있었다.

"그날 회의실에서, 잘 봤습니다."

제이의 손끝이 무릎 위에서 멈췄다.

"...그 문자, 보내신 분 맞죠?"

준호는 대답 대신 웃기만 했다. 부정도, 인정도 하지 않는 웃음이었다.

"신입사원이 그 정도로 대응하는 거, 흔한 일은 아니라서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운으로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짚기는 어려운데."

준호가 턱을 괴며 제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평소에도 그런 편이에요? 남들 안 보이는 걸 먼저 보는 거."

제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가만히 매만졌다. 이 사람은 여전히 이름도, 직함도 밝히지 않고 있었다. 정작 그가 누구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사람인지 이미 다 알고 있는 건 제이 쪽이었다.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스스로가 우습기도 했다.

"그쪽은, 거기서 뭐 하시는 분이에요?"

"글쎄요. 그건 나중에 말해드릴게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짧게 인사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현제이 씨."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제이는 그 뒷모습이 병원 로비를 빠져나갈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제이는 씻지도 못한 채 침대에 걸터앉아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내시경 예약, 엄마의 못마땅한 얼굴, 그리고 준호의 마지막 말투까지.

나중에 말해준다는 게, 무슨 뜻이지.

지난 생에서는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벌써 두 번이나 우연을 가장해 나타났다. 우연이라 하기엔 조금 이상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저번과 같은 번호였다.

집에는 잘 들어갔어요?

이번에는 발신인을 굳이 숨기지 않는 말투였다. 제이는 화면을 한참 들여다봤다. 심장이 벌써부터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답장을 할지 말지, 몇 번이나 손가락을 움직였다 멈췄다. 상대가 누구인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모르는 척 답장을 보내는 것도,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는 것도 어느 쪽이나 애매했다.

결국 제이는 짧게 답을 눌렀다.

네, 잘 들어왔어요.

전송을 누르자마자 심장이 눈에 띄게 빠르게 뛰었다.

곧이어 답장이 왔다.

다행이네요. 앞으로 종종 물어봐도 되죠?

제이는 그 문장을 두 번, 세 번 다시 읽었다.

정준호가 자신에게 왜 이렇게까지 다가오는지, 제이는 아직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ล่าสุด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62. 선전포고

    차갑게 식은 새벽안개를 뚫고 달리는 차 안에서, 제이는 조용히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거친 소금바닥을 짚었던 손끝에 여전히 미세한 모래알이 만져지는 듯했다. 몸 깊은 곳에서 피로가 묵직하게 밀려왔지만,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회귀하기 전, 마흔다섯의 나이로 쓸쓸한 병실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시절의 자신이었다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 시절 대기업의 정 회장이라는 존재는 하늘 위에 사는 신이나 다름없었다. 평생을 발버둥 쳐도 말 한마디 섞어볼 수 없었을 절대적인 권력자.​하지만 지금의 제이는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기 위해 거대한 저택의 문을 열고 있었다.회장실의 묵직한 마호가니 문이 열리자, 은은한 침향 냄새와 함께 소리 없는 위압감이 사방을 압도했다.​정 회장은 이른 아침부터 흐트러짐 없는 정장 차림으로 집무실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흙먼지와 소금기가 미처 다 가시지 않은 제이와 준호의 옷차림에 닿았다.​“이 이른 시간에 예의도 없이 무슨 일이냐.”낮게 울리는 정 회장의 목소리에는 불쾌함과 동시에 손자의 행보를 시험하려는 엄격함이 서려 있었다. 준호가 한 걸음 나서려 했지만, 제이가 먼저 준호의 팔을 가볍게 누르며 정 회장의 정면으로 걸어 나갔다.“안녕하세요, 회장님. 이른 아침부터 정중하게 문안인사를 드리러 왔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네요.”“…….”“저희의 행색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어제 납치를 당했었습니다.”폭탄 같은 선언이 비서도 없는 고요한 집무실 안을 강타했다. 정 회장의 희끗한 눈썹이 찰나의 순간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러나 제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그 구차하고 더러운 곳을 빠져나와, 지금 바로 회장님을 뵙기 위해 달려오는 길입니다.”“…….”“회장님께서 저에게 계열사 사장 자리를 주시며 능력을 입증하라 하셨을 때, 저는 앞으로의 10년 계획을 머릿속에 이미 다 그려두었습니다.” ​“ 그리고 그 10년을 움직이는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61. 뒤집힌 포식자

    ​“윽, 컥……!”​소금 먼지가 섞인 차가운 흙바닥에 얼굴이 짓눌린 이영민은 단 한 줌의 공기도 제대로 들이마시지 못했다. 등허리를 짓누른 준호의 무릎은 거대한 바위 같았다. 이영민의 손발이 비참하게 버둥거릴 때마다 준호의 아귀힘은 목뼈가 부러질 듯 그의 덜미를 바투 조였다.​“누구야.”​낮게 가라앉은 준호의 목소리는 평소의 비서나 직원들에게 쓰던 정중한 존댓말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 안에 담긴 살기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섬뜩했다.​“이영민 씨. 당신 뒤에서 자금 대주고, 제이 납치하라고 부추긴 쥐새끼. 누구입니까.”​“내, 내가…… 미쳤다고 말할 것…… 아악!”​말끝이 채 맺어지기도 전에 준호가 그의 팔을 등 뒤로 꺾어 올렸다. 관절이 비틀리는 극심한 고통에 이영민의 비명이 텅 빈 염전 창고 천장을 때렸다. 준호의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말해.”​“윽! 끄으으윽……!”​“내 인내심 바닥내지 마세요. 내 여자가 이런 썩은 소금 구덩이에 갇혀 있었던 시간에 비하면, 당신 손가락 몇 개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니니까.”​서늘하게 내려앉는 준호의 경고는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뼈가 어긋나는 둔탁한 마찰음이 울리자,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가 이영민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돈이고 배후고 간에, 당장 이 괴물 같은 정준호의 손귀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사, 삼촌! 네 삼촌이라고! 정 부회장!”​이영민이 바닥을 긁으며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그분이 시켰어! 난 그냥 시키는 대로 사람만 보낸 거야! 돈도 다 그쪽에서 대줬단 말이야!”​준호의 움직임이 굳어졌다. 제이 역시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며 이영민을 매서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준호가 짓누르는 힘을 아주 미세하게 늦추자, 이영민이 흙먼지를 뱉어내며 거칠게 헐떡였다.​“정 부회장님이…… 구체적으로 뭐라고 지시했습니까.”​제이가 차갑고 일정한 톤으로 물었다. 이영민은 제이의 흔들림 없는 눈빛에 압도되어, 살기 위해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60. 덫이 놓인 염전

    ​​“경호단은 창고 뒤편 갯벌 초입까지 물리세요. 불빛 하나, 담뱃불 하나라도 새어 나가선 안 됩니다.”​준호의 명령은 낮고 엄호했지만, 그 음절마다 서린 온도는 섭씨 영도에 가까웠다. 사설 경호원들이 어둠 속으로 완전히 동화되어 사라진 후, 폐염전 창고 안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남았다.​사방이 바다와 갯벌로 막힌 고립된 지형. 환기창 틈새로 들어오는 밤바람은 끈적하고 짠 소금기를 머금고 있었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와 부식된 철재의 비린내가 뒤섞인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준호의 턱끝이 단단하게 굳어졌다.​평생을 유복하게 자란 그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디뎌본 적 없을 더럽고 음습한 낙후 지대. 제이가 이런 퀴퀴하고 차가운 바닥에 손발이 묶인 채 갇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준호의 이성을 갉아먹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준호의 눈동자는 마치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이글거렸다. 당장이라도 배후가 누구인지 사설 정보망을 총동원해 샅샅이 뒤집어엎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준호 씨.”​그의 터질 듯한 침묵을 깬 것은 제이의 차분한 목소리였다. 제이는 준호의 다부진 팔뚝 위로 자신의 손을 얹었다. 차갑게 식어 있는 준호의 살결에 제이의 온기가 닿았다.​“지금 섣불리 움직여서 배후를 캐내려 들면 꼬리가 잘려요. 이영민을 잡으면, 싫어도 그 실체가 제일 먼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조금만 더 침묵을 유지해요.”​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이 거부하는 이성적인 제동. 준호는 제이의 손길에 겨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는 회귀하기 전,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구차한 과거를 떠올렸다. 그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 쥐덫을 놓은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벽에 기대어 어둠 속을 지켰다.​스산한 바람 소리만 가득하던 염전에 고요를 깨는 이질적인 소음이 틈입한 것은 늦은 새벽, 인적이 완전히 끊긴 시각이었다.​사각, 사각.​습기를 머금은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59. 야수의 추적

    가슴뼈 안쪽에서 거친 맥박이 끊임없이 뛰어댔다.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잔상으로 어지럽게 흩어졌다. 경찰에 신고는 마쳤지만, 정식 수사 절차가 개시되고 추적반이 움직이기를 기다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일 분 일 초가 흐를 때마다 제이의 목을 조여오는 시간의 흐름이 사정없이 흘러가고 있었다.​준호는 가쁜 호흡을 고르며 운전대를 쥔 손가락 끝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네잎클로버를 찾겠다며 길가에 쪼그려 앉아 있던 제이의 마지막 모습이 머릿속에 지독하게 맴돌았다.​혼자 두지 말아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가슴을 서늘하게 긁어내렸다.​따르릉, 하며 비서실장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연결된 것은 가속 페달을 밟은 지 십 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본부장님, 통신사 협조를 받아 현 사장님의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 최종 위치를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위치가 생각보다 아주 외딴곳입니다.]​"어디입니까. 당장 말씀하세요."​[태안 외곽의 버려진 염전 지대입니다. 반경을 좁혀보려 해도 워낙 허허벌판이라 전파가 인근 기지국 하나에만 희미하게 걸쳐 있습니다. 그 주변을 위성 지도로 조회해 보니, 지금은 가동을 멈춘 소금 창고 건물 몇 채와 폐허가 된 집들뿐입니다. 사방이 펄과 바다로 막혀 있는 고립된 구역입니다.]​염전 창고.​그 단어가 들려온 순간, 제이가 홀로 어둠 속에 결박되어 있을 축축하고 소금기 가득한 공간의 실루엣이 뇌리를 스쳤다. 자금줄이 완전히 묶여 사채업자들에게 코너까지 몰린 이영민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음습한 은신처였다. 사방이 바다와 갯벌로 가로막힌 고립된 영토. 그곳은 침입하기도, 탈출하기도 까다로운 최악의 무대였다.​"당장 사설 경호팀 그쪽으로 이동시키세요. 저도 지금 출발합니다."​준호는 전화를 끊어 조수석 시트 위로 내려놓았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도로 바닥을 긁었고, 세단은 붉게 물들어가는 서해안의 도로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어떤 생각도 머릿속에 담아둘 여유는 단 한 줌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58. 서늘한 미소

    "니가 나를 구렁텅이에 밀어 넣고 사장이 됐어? 그 자리가 얼마나 갈지 한번 보자."​이영민의 갈라진 목소리가 축축한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기괴하게 울렸다. 늘 단정하게 빗어 넘겼던 머리는 헝클어져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초점을 잃고 번들거리는 눈동자에는 광기와 패배감만이 뒤섞여 일렁이고 있었다.​"지금 너를 벼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너는 모르지? 내가 아니어도 너는 그 자리 3개월도 못 지켜. 그럴 수밖에 없어. 나만이 너를 알아봤던 건데."​이영민은 제이의 턱밑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쁘고 뜨거운 숨결이 제이의 뺨에 닿았지만, 제이는 그저 호흡을 가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떴다. 온몸을 지배하는 약품 냄새와 욱신거리는 손목의 통증이 선명했다. 손과 발은 거친 박스 테이프로 단단히 결박되어 있었고, 몸은 차가운 간이 의자에 묶인 채였다.​"니가 그리고 있는 그 아이템들…… 이 세상 그 누구한테 들이밀어도 절대 너는 인정 못 받아. 유일하게 너의 안목을 알아본 건 나뿐인데, 나를 이 지경을 만들어 놓고 넌 그 신선식품 배송도, 너 자신도 지키지 못하게 될 거야."​악담을 쏟아내는 이영민을 바라보며, 제이의 머릿속은 폭풍전야처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소리를 질러봤자 소용없다. 이영민이 이런 무모한 짓을 저지르면서 허술한 곳을 골랐을 리 없었다. 묵직하게 닫힌 철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서늘한 공기와 짠내, 옅은 곰팡이 냄새로 보아, 이곳은 인적이 드문 바닷가 창고거나 폐쇄된 물류 컨테이너 내부일 터였다.​지금 가장 어리석은 짓은 막다른 길에 몰린 미친개를 자극하는 것이다. 제이는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하며, 호흡의 템포를 늦췄다.​"……내가 지키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뭐죠?"​제이의 목소리는 떨림 없이 고요했다. 납치당한 피해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담담한 어조에, 오히려 이영민의 눈동자가 이질감으로 크게 흔들렸다.​"이 대표님처럼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57. 갑작스러운 어둠

    회의실 안에는 차분한 침묵이 내려앉아 있었다. ​현제이를 설득하거나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사내에 아무도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입사한 지 일 년 남짓 된 스물다섯의 신입사원이었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단호한 리더십과 추진력은 노련한 임원들조차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만큼 깊이가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제이는 진짜 초년생이 아니었다. 회귀하기 전 실무 현장에서 이십 년 동안 묵묵히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었기에, 물류 흐름의 미세한 맥을 짚어내는 능력이 누구보다 탁월했다. 상하차장의 복잡한 동선이나 저온 창고의 효율적인 관리법 등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감각들이 고스란히 살아있었다.​과거의 기억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그녀가 가진 가장 확실한 자산이었다. 이전에 겪었던 미래에서 신선식품의 당일 배송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다만 그때는 대형 업체들의 선점 경쟁이 끝난 뒤라 시장의 모퉁이에서 현상 유지에 급급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세부적인 기획력과 실무 운영 경험까지 모두 갖추고 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아직은 임원들이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해 답답할 뿐이었다.​"더는 이견이 없으시면, 금일 자로 설비 예산안 승인하겠습니다."​제이가 펜을 소리 없이 내려놓자, 임원들은 조용히 지시 사항을 받아 적으며 고개를 숙였다.​* * *​회사의 중심에서 성공적인 궤도에 오를수록, 제이는 자신의 몸을 돌보는 일에 부쩍 정성을 들였다.​이전 생에서 겪었던 위암의 기억이 남아있기에, 건강을 잃으면 이 모든 성취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마흔다섯에 마주했던 쓸쓸한 끝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식단부터 꼼꼼하게 유기농 위주로 챙겼다.​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거르지 않는 약속도 만들었다. 바로 아침 조깅이었다.​"체력이 제법 좋아지셨네요."​옆에서 부드럽게 발걸음을 맞추던 준호가 다정한 미소를 건넸다. 이마에 맺힌 얇은 땀방울이 아침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체력 관리가

บทอื่นๆ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