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정 본부장님도 한잔 받으셔야죠!"사내 TF 팀원들과 새로 흡수된 물류 사업부 직원들이 한데 섞여 들어 올린 맥주잔들이 요란하게 부딪쳤다."오늘 제가 사장님 에스코트를 책임져야 해서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준호는 가득 채워져 다가오는 맥주잔을 부드러운 손짓으로 밀어내며 대신 얼음이 가득 담긴 탄산수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쏟아지는 아쉬움 섞인 야유 속에서도, 준호의 눈빛에는 제이의 안전한 귀갓길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단단한 이성이 빛나고 있었다.시끌벅적한 갈빗집 안은 숯불 열기와 알코올 냄새, 그리고 성공적인 역공을 자축하는 활기찬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제이의 계열사 사장 취임과 동시에 준호가 이끌던 PF 팀까지 제이의 지휘 아래로 공식 이전되면서, 두 사람은 이제 명실상부한 최고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사내 최대의 권력 축이 되어 있었다."우리 사장님, 스물다섯에 계열사 탑이라니 진짜 전무후무한 신화 아닙니까? 정 본부장님이 안목이 대단하십니다!"취기가 오른 부장 한 명이 넉살 좋게 준호를 치켜세웠다. 준호는 단정한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쳐둔 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제이의 옆자리를 지켰다. 소란스러운 축하 속에서도 준호의 시선은 틈만 나면 제이의 잔을 대신 비우거나, 매운 음식을 짚는 그녀의 앞접시를 묵묵히 챙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제이는 크림색 실크 블라우스 소매를 가볍게 걷어 올린 채 직원들의 인사를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과거의 트라우마였던 '가스라이팅 당하던 며느리'의 그늘은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오직 스스로의 지략으로 거대 기업의 왕관을 쟁취한 경영자의 당당함만이 그녀의 옆얼굴에 빛나고 있었다.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겨우 끝난 회식 자리. 준호는 비틀거리는 직원들을 택시에 태워 보낸 뒤, 제이를 조수석에 태우고 그녀의 낡은 빌라 골목으로 차를 몰았다.어스름한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길은 평소보다 유독 쓸쓸하고 축축했다.골목 어귀에 차를 세운 준호가 시동을 끄자, 좁은 차창 너머로 낡은 가로등 불빛이
아침 햇살이 하얀 레이스 커튼을 뚫고 침대 끝자락에 닿았을 때, 제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전신을 무겁게 지배하는 뻐근한 열기와 손목뼈 마디마디에서 느껴지는 둔탁한 시큰거림이 지난밤의 격정적인 온도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었다.제이는 뻣뻣하게 굳은 목을 돌려 곁을 살폈다. 이불 밖으로 드러난 준호의 단단한 어깨와, 규칙적으로 숨을 몰아쉬며 오르내리는 그의 묵직한 가슴팍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언제나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던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엉망으로 흐트러진 모습은, 오직 이 침대 위에서만 허락된 그만의 무방비한 영토였다.제이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려 움찔한 순간, 허리춤을 감싸고 있던 준호의 굵은 팔에 단단하게 힘이 들어갔다. 준호는 눈도 뜨지 않은 채 제이를 제 품속으로 더욱 깊숙이 끌어당겨 묻었다.잠결에도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집요한 독점욕이 그의 뜨거운 체온을 타고 척추를 타고 전해졌다. 제이는 그의 가슴팍에 이마를 댄 채, 두 사람의 심장 박동이 서서히 포개어지는 감각을 가만히 느꼈다.하지만 평화는 정오가 채 되기도 전에 거칠게 깨졌다.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인 준호의 휴대전화가 진동을 울려대기 시작했다.발신인은 대기업의 절대권력이자 준호의 할아버지, 정 회장의 비서실이었다.[정 회장님께서 오늘 오후 세 시, 본가로 현제이 씨와 함께 들라 하십니다.]단 한 마디의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끊긴 전화기 너머로 정막이 가라앉았다.잠에서 완전히 깬 제이는 침대 밑으로 시선을 내렸다가 참담하게 흩어진 어제의 잔해들을 보았다. 이영민이 무자비하게 잡아 뜯어 깃이 통째로 날아간 셔츠와, 갈기갈기 찢겨 속살을 전혀 가려주지 못하는 속옷. 이 꼴로는 정 회장을 마주하기는커녕 준호의 집 현관문을 나서는 것조차 불가능했다."이거라도 걸쳐요."준호가 드레스룸 서랍을 거칠게 뒤져 내민 것은 그가 운동할 때 입는 짙은 회색 후드티와 밴딩 트레이닝 바지였다.옷을 입자 준호 특유의 짙은 우디 향이 코끝을 찔렀다. 그의 넓은 어깨에 맞춰진 옷자락
준호의 묵직한 가슴팍이 거칠게 오르내릴 때마다, 그의 셔츠 너머로 요동치는 심장 박동이 제이의 뺨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뼘도 남지 않은 거리. 숨을 들이쉴 때마다 준호의 온기 어린 호흡이 제이의 드러난 쇄골과 턱 끝을 간지럽히듯 흩어졌다.제이는 벌어진 셔츠 앞자락을 쥔 손끝에 억지로 힘을 주었지만, 뼈마디가 시큰거릴 때마다 얇은 천자락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내렸다. "준호씨……." 갈라진 목소리가 제이의 입술 틈새로 겨우 흘러나왔다. 준호를 만난 이래 처음으로 비즈니스라는 견고한 방패 없이, 오직 현제이라는 나약한 인간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순간이었다. 준호는 대답 대신 제이의 가녀린 손목을 조심스럽게 거머쥐었다. 상처를 덧나지 않게 하려는 듯 조심스러운 손길이었지만, 그를 감싼 마디 굵은 손가락에는 결코 놓아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힘이 실려 있었다. "이 손, 이제 놓아도 됩니다." 잠긴 목소리가 어둠을 타고 가라앉았다. 준호의 긴 손가락이 제이가 쥐고 있던 셔츠 깃 위로 겹쳐졌다. 그의 뜨거운 손끝이 닿자마자, 제이는 마치 전류에 감전된 듯 전신을 작게 떨었다.움켜쥐고 있던 힘이 허무하게 풀렸고, 잡고 있던 마지막 천자락이 어깨 아래로 맥없이 흘러내렸다. 투둑, 하고 단추가 뜯겨 나간 셔츠가 바닥으로 낙하하며 서늘한 공기가 제이의 상체에 닿았다. 은은한 오렌지빛 조명 아래, 제이의 하얗고 풍만한 가슴의 실루엣과 유려한 허리 선이 무방비하게 드러났다.얇은 속옷은 이미 찢겨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풍만한 굴곡 위에 선명하게 가라앉은 이영민의 붉은 손자국이 거친 낙인처럼 박혀 있었다. 그 흉측한 흔적을 마주한 순간, 준호의 눈동자가 갈라지듯 흔들렸다. "……그 새끼가." 낮 동안 억눌러왔던 그의 지독한 독점욕과 이성 아래 봉인해 두었던 날것의 본능이 단숨에 금이 가며 쏟아져 내렸다. 준호는 제이의 허리를 안아 제 품속으로 거칠게 밀착시켰다. 단단한 그의 가슴팍에 제이의 연약한 살결이 빈틈없이 맞닿았다.제이는 저도 모르게
차창 밖으로 붉은 노을빛이 흔적도 없이 걷히고 가라앉은 감청색 어둠이 길게 내려앉을 때까지, 차 안에는 오직 엔진의 미세한 진동과 묵직한 침묵만이 흘렀다.준호는 신호 대기에 걸릴 때마다 조수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이는 그의 정장 재킷을 이불처럼 온몸에 감은 채 깊은 단잠에 빠져 있었다. 일생을 통틀어 가장 지독했던 사냥을 끝낸 직후, 긴장이 풀려서 인지 단단하게 닫혀 있던 그녀의 입매가 힘없이 풀려 있었다.가쁘게 오르내리는 얇은 숨결은 평소 사내를 벌벌 떨게 만들던 냉혹한 지략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무방비하고 가녀렸다.골목 어귀, 제이의 빌라 앞에 차를 세운 준호가 숨을 죽이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제이 씨. 도착했어요."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지만, 제이는 고개를 돌리며 재킷자락을 더 팽팽하게 끌어당길 뿐이었다.눈꺼풀은 무겁게 가라앉아 떠질 기미가 없었다. 이마를 타고 관자놀이께로 흘러내리는 얇은 식은땀을 가만히 훔쳐내던 준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 피로와 잔뜩 짓이겨진 상처를 안고 차가운 방안에 홀로 쓰러져 있게 둘 수는 없었다.준호는 기어를 다시 D단으로 부드럽게 밀어 넣었다. 차는 이내 도심의 불빛들을 뒤로하고, 한적하고 보안이 철저한 그의 빌라 주차장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 *손목뼈 마디마디가 타들어 가듯 시큰거리는 통증에 제이는 결국 눈을 떴다.낯선 천장 아래였다. 은은한 오렌지빛 간접 조명만이 정막한 방 안을 낮게 채우고 있었고, 등 뒤로 와닿는 매트리스의 감각은 제 좁은 방의 딱딱한 요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아늑하고 폭신했다.제이는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려다 허리와 어깨를 관통하는 예리한 통증에 낮게 신음했다. 낮 동안 이영민이 완력으로 짓눌렀던 신체적 충격이 전신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어스름한 방 안을 짚어보던 제이는 이내 이곳이 준호의 침실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방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묵직한 기타의 하드케이스와, 그가 곁을 스칠
이영민의 넓은 집무실 책상 위에는 두 개의 서류 봉투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하나는 대형 로펌에서 날아온 '특허 침해 및 영업비밀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서'였고, 다른 하나는 주거래 은행에서 보낸 '여신 조기 회수 통보서'였다.이영민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손으로 봉투를 뜯었다. 특허 침해. 영업비밀 유출. 그리고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액. 숫자들이 눈앞에서 어지럽게 소용돌이쳤다.그가 주저앉듯 가죽 의자에 몸을 던진 순간, 집무실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비서실장이 뛰어들어왔다. 안색은 이미 흙빛이었다."대표님. 은행에서 대출 만기 연장이 거부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단기 자금 상환 요청까지 들어왔습니다.""왜! 갑자기 왜 이 타이밍에!"이영민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질렀다. 비서실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서류를 내밀었다."여신 약정서 내부 조항 때문입니다. '특허 및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으로 소송이 계류될 경우,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는 특별 약정이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이영민의 사고 회로가 일순간 정지했다. 그는 서랍을 거칠게 뒤져 여신 계약서를 꺼냈다. 손끝으로 조항을 훑어 내려가던 그의 눈이 한 곳에 멈췄다. 계열사 관계 및 연대보증 항목에 적힌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준호가 속한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 이름이 아주 작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었다."설마……."그제야 머릿속에 한 남자의 오만한 눈빛과, 식은땀을 흘리던 김 대리의 떨리던 손끝이 겹쳐졌다.처음부터 우연 따위는 없었다. 김 대리가 들고 온 그 완벽한 소스코드는 이영민이라는 사냥감을 꾀어내기 위한 가장 달콤한 독이었고, 은행의 약정 조항은 그의 목을 부러뜨릴 덫이었다."현제이…… 정준호……!"이영민은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주가는 이미 폭락하고 있었고, 회사 앞은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그는 그 모든 걸 뒤로한 채 어딘가로 향했다.제이의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제이는 서류를 정리하다 고개를 들었다. 문틀을 짚고
약속된 시간은 소리 없이 다가왔다.오후 1 시 59 분. 이영민의 통합 제어실 전면 모니터에는 가동을 준비하는 대량 트래픽 숫자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전국 각지의 물류 허브에서 쏟아져 들어온 실시간 주문 대기 건수만 이미 십만 건을 상회했다.이영민은 제어실 통유리창 너머로 웅웅거리며 가동을 준비하는 컨베이어 벨트들을 굽어보았다. 그의 안경 렌즈 위로 모니터의 푸른빛이 탐욕스럽게 일렁였다."시간 됐습니다, 대표님."팀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보고했다. 이영민은 가볍게 턱을 짓까불며 명령했다."돌려."오후 2 시 정각. 엔터 키가 눌림과 동시에 대형 모니터마다 일제히 초록색 가동 신호가 켜졌다. 화면 속 지도는 실시간으로 유입되는 경로들을 촘촘한 실선으로 연결하며 분주하게 연산을 시작했다.초반 30 분은 완벽했다. 이영민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짜릿한 승리감에 취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이 정교한 시스템을 품에 안았으니, 그간의 자금 압박과 이사회의 수치를 단숨에 되갚아줄 터였다.하지만 그 평화는 채 한시간을 가지 못했다. 대형 유통사들의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자 시스템 깊숙이 잠복해 있던 숫자들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삐익-, 삐이익-!적막하던 제어실에 고막을 찢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트래픽 폭주합니다! 경로 연산 루프가 돌지 않습니다!""무슨 소리야? 예비 서버로 즉시 백업해!"이영민이 고함을 질렀지만, 팀장의 얼굴은 이미 흙빛이었다."안 됩니다! 코드 내부에서 메모리가 좀먹듯 누수되고 있어서 서버를 늘려도 순식간에 같이 죽어버립니다! 전체 배송망이…… 멈췄습니다!"화면을 유연하게 흐르던 경로선들이 거칠게 끊어지더니, 이내 파란 치명적 오류 화면을 내뿜으며 제어실 전체를 어둠으로 몰아넣었다. 동시에 전국 물류 허브에서 걸려온 항의 전화 벨 소리가 아수라장이 된 제어실을 가득 채웠다.여기저기서 직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누군가는 서버실로 뛰어갔고, 누군가는 발만 동동 구르며 화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