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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수상했던 밤

مؤلف: 이스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7-27 16:50:44

강녕전 안으로 들어선 연화는 평소보다 두 배쯤 바쁘게 움직였다.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잔을 닦고, 아직 뜨거운 차를 다시 데워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화.”

“예, 전하.”

“앉거라.”

“차가 조금 미지근한 듯하여…….”

이헌은 말없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뜨겁다.”

연화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럼 다행이옵니다.”

“그러니 앉거라.”

도망칠 구실이 사라졌다.

연화는 하는 수 없이 이헌의 맞은편에 무릎을 꿇었다. 시선은 찻상에 고정한 채였다.

찻잔에 꽃잎이 하나, 둘, 셋.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던 무늬가 오늘따라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헌은 그런 연화를 가만히 지켜봤다.

“중전이 무슨 말을 하였느냐.”

“차를 함께 마셨사옵니다.”

“그 말은 들었다.”

“차가 참 향기로웠사옵니다.”

“그것도 묻지 않았다.”

연화는 이번에는 찻잔의 잎사귀를 세기 시작했다.

이헌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고개를 들거라.”

“잘 듣고 있사옵니다.”

“내 얼굴을 보지 않고도?”

결국 연화는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

이헌과 눈이 마주친 순간, 중전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전하께서 너를 여인으로 보신다면.

연화는 화들짝 시선을 내렸다.

이헌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내 얼굴에 무엇이 묻었느냐.”

“아니옵니다.”

“그런데 어찌 볼 때마다 놀라느냐.”

“소인이 원래 잘 놀라옵니다.”

“나를 두 번이나 내던진 사람이?”

“그것과 이것은 다르옵니다.”

이헌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무엇이 다르지?”

연화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전하를 업어치는 일과 전하의 얼굴을 보는 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어렵냐고 묻는다면, 오늘만큼은 후자였다.

그사이 이헌이 찻상 위로 손을 뻗었다.

연화는 흠칫하며 손을 거뒀다.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이헌이 집으려던 것은 연화의 손이 아니라, 바로 옆에 놓인 찻잔이었다.

“이번에는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피하는구나.”

“그것이…….”

“중전이 나를 가까이하지 말라 하였느냐?”

“그런 말씀은 없으셨사옵니다.”

“그럼?”

연화는 공연히 손끝만 만지작거렸다. 이대로 있다가는 밤새 같은 질문을 받을 것 같았다.

“그저 한 가지를 물으셨사옵니다.”

“무엇을.”

차마 그대로 전할 수는 없었다. 연화는 한참 망설인 끝에 말을 조금 바꾸었다.

“전하를 어찌 생각하느냐 물으셨사옵니다.”

이헌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옅어졌다.

“그래서 뭐라 답했느냐.”

“하늘 같은 군주이시라 하였사옵니다.”

“그게 전부냐?”

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헌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연화는 괜히 불안해져 슬쩍 그의 눈치를 살폈다.

“전하?”

“나는 네게 그것뿐이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연화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뿐이라니요. 전하께서는 이 나라의 지존이시며, 만백성의 어버이시고…….”

“그런 이야기를 묻는 것이 아니다.”

연화는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이헌이 몸을 조금 기울였다. 가까워진 거리에 연화는 뒤로 물러나려다 가까스로 멈췄다.

여기서 피하면 또 놀림을 받을 게 뻔했다.

“내가 임금이 아니었다면.”

“…….”

“그때도 같은 대답을 했겠느냐.”

연화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임금이 아닌 이헌.

곤룡포를 입지 않고, 시장에서 산자를 건네던 사내. 아이를 바라보며 웃고, 자신이 넘어뜨렸는데도 화내지 않던 사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연화의 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가정일 뿐이다.”

“전하는 태어날 때부터 전하시옵니다.”

“대답을 피하는구나.”

“피한 것이 아니라 말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옵니다.”

급해진 연화가 찻주전자를 들었다. 그러나 잔에는 이미 차가 가득 차 있었다.

맑은 찻물이 잔을 넘어 찻상 위로 흘렀다.

“아!”

연화가 황급히 소매로 물기를 닦으려 하자 이헌이 손목을 붙잡았다.

“뜨거운 차를 손으로 닦을 셈이냐.”

“놓아 주시옵소서. 얼른 닦겠사옵니다.”

“가만히 있거라.”

이헌은 연화의 손바닥을 뒤집어 살폈다. 다행히 데지는 않았지만, 그의 손이 닿은 곳부터 열이 번지는 듯했다.

연화는 손을 빼지도 못한 채 그를 바라봤다.

이헌 역시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가까이에서 마주쳤다.

“연화.”

“예, 전하.”

“아직 내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연화의 입술이 달싹였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입을 열면 엉뚱한 대답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소인은…….”

바로 그 순간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전하, 차를 더 들이겠사옵니까?”

내관의 목소리에 연화가 황급히 손을 거뒀다.

“아니, 되었다.”

이헌이 대답하자 문밖이 다시 조용해졌다.

연화는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었으니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연화.”

“편히 드시옵소서!”

문지방에 발이 걸릴 뻔했지만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밖으로 나온 연화는 달아오른 뺨을 두 손으로 눌렀다.

“왜 그런 걸 물으시는 거야.”

그날 밤의 일은 두 사람만 아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강녕전 궁녀들은 연화가 들어서자마자 대화를 멈췄다. 하나같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연화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왜들 그래?”

궁녀 하나가 연화의 팔을 붙들고 목소리를 낮췄다.

“연화야, 너 어젯밤에 전하와 단둘이 있었다며?”

“밤차를 올렸으니 당연하지.”

“그 말이 아니라.”

궁녀는 주변을 살핀 뒤 연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전하께서 네 손을 한참이나 붙잡고 계셨다며?”

연화의 손에서 빗자루가 툭 떨어졌다.

궁녀가 더욱 놀란 얼굴로 재차 물었다.

“설마, 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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تعليقات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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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
수정하여 반영 되는 대로 올바른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도 여러번 작품을 고치다보니 오류가 있었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goodnovel comment avatar
happyhomejoa
시장에서 아이에게 산자를 건넨건 연화인데 이번회차는 헌이라 하고 중전한테는 헌이 엿을 건넸다 하고...왤케 말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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