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 제3화 : 문틈 사이의 단두대
--- 얼음처럼 차가운 지하수 문을 틀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거친 물줄기가 머리칼과 어깨에 들러붙은 끈적한 전복죽 덩어리들을 씻어내렸다. 뜨겁게 익어버린 두피와 뺨에 찬물이 닿을 때마다 비명이 터져 나올 듯한 통증이 일었지만, 설아는 이를 악물었다. 거울 속의 자신은 처참했다. 붉게 짓무른 얼굴,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칼. 그러나 그 처참한 겉껍데기 뒤에 숨겨진 눈동자만큼은 핏빛 복수심으로 차갑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물기를 대충 닦아내고 낡은 가운을 걸친 순간, 설아의 뇌리 속에 붉은색 경고등이 점멸했다. 여신이 하사한 AI 인지 시스템이 저택 내부의 미세한 음파 진동을 감지한 것이다. `[이상 음파 감지: 2층 홍명숙 여사의 비밀 서재]` `[대화 인원: 3명 (홍명숙, 강민우, 최유라)]` `[보안 등급: 최고 수준, 주파수 증폭 가동]` 설아는 숨을 죽였다. 슬리퍼도 신지 않은 맨발로 욕실을 나왔다. 두꺼운 페르시아 양단 카펫이 깔린 복도는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발등의 화상 상처가 바닥에 쓸려 쓰라렸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홍 여사의 서재 앞. 육중한 마호가니 문이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1센티미터 틈을 두고 열려 있었다. 그 좁은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빛과 함께, 세 사람의 추악한 모의가 설아의 귀를 청각 데이터로 변환시키며 꽂히기 시작했다. "민우야, 방금 저년 눈빛 봤지? 은설아 저거, 그냥 놔뒀다간 우리가 먼저 물려 죽는다. 근본도 없는 고아 년을 며느리랍시고 앉혀놨더니 감히 누구 앞에서 대가리를 쳐들어?" 홍 여사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매서운 담배 연기가 문틈을 타고 흘러나와 설아의 코를 찔렀다. "어머니, 저도 놀랐어요. 평소 같으면 울고불고 빌었을 년이 눈을 똑바로 뜨고 가시 돋힌 말을 내뱉는데…… 소름이 돋더라고요. 유라 다리 저렇게 만든 것도 분명 고의예요." 강민우의 목소리에는 아내에 대한 걱정 따윈 없었다. 오직 자신의 안위를 위협하는 존재에 대한 불쾌함과 두려움뿐이었다. 얼음을 띄운 위스키 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다리에 붕대를 감은 최유라가 표독스러운 음성으로 거들었다. "민우 씨, 더 지체하면 안 돼. 내 안방 빼앗은 것도 모자라 내 다리까지 이 모양으로 만들었잖아. 그리고 지금 우리 친정 사채 빚 독촉 들어오는 거 알지? 이번 달 내로 한성 바이오 지분 안 넘어오면 우리 다 같이 길바닥에 나앉아." 최유라가 강민우의 매끄러운 뺨을 쓸어내리며 애처로운 척 콧소리를 냈다. "은설아 그년 앞으로 선대 회장님이 남긴 한성 바이오 지분이 자그마치 15%야. 지금 시가로 3,000억이 넘는 돈이라고. 그게 유라 네 친정 사채 빚 탕감하고, 내 마카오 손실 메울 유일한 동아줄이다." 강민우의 입에서 나온 잔인한 진실. 설아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1회차인 전생에서도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정신병원으로 끌려갔었다. 저들이 그 막대한 지분을 가로채기 위해 자신을 철저히 속이고 가스라이팅했던 것이다. `[데이터 분석: 한성 바이오 지분 15% 소유권 확인]` `[타깃들의 목적: 대상(은설아)을 정신질환자로 조작, 법정대리인 자격 취득 후 지분 강탈]` 설아의 망막 위에 저들이 꾸미는 음모의 시나리오가 완벽한 확률 계산과 함께 텍스트로 떠올랐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저년이 순순히 지분을 넘겨줄 것 같진 않고." 홍 여사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물었다. 강민우가 비열하게 웃으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척 올려놓았다. 서류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문밖의 설아에게까지 생생하게 들렸다. "이미 손은 써 뒀습니다. 가평에 있는 그린 요양병원 박상철 원장이라고, 돈만 주면 멀쩡한 사람도 평생 시체처럼 썩게 만들어 주는 의사가 있어요. 사설 구급대 애들한테 연락해 놨으니, 오늘 밤 비 쏟아질 때 저년 결박해서 조용히 실어 보낼 겁니다." "어머, 민우 씨! 정말? 그럼 저년은 영원히 못 나오는 거야?" 최유라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로 강민우의 목에 매달렸다. "그럼. 정신질환으로 인한 보호자 동의 입원이야. 남편인 내 서명 한 방이면 끝나는 거지. 아무리 밖에서 소리쳐 봐야 정신병자 미친 소리로 치부될 테니까." 바스락거리는 만년필 소리가 들렸다. 강민우가 주저 없이 보호자 동의서 칸에 자신의 이름을 갈겨쓰는 서명 소리였다. 오직 혼자 살기 위해, 조강지처를 산지옥으로 밀어 넣는 남편의 얼굴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잔혹한 미소만이 가득했다. 문틈 사이로 그 미소를 바라보는 설아의 전두엽에 AI 시스템의 차가운 음성이 울렸다. `[경고: 강제 감금 이벤트 발생 확률 100%]` `[대응책 가동 여부: 예 / 아니오]` 지금 당장 이 서류를 빼앗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었다. 머릿속의 시스템을 가동해 강민우의 계좌를 해킹하고 파멸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설아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아니, 막지 않겠어.' 설아의 입꼬리가 어둠 속에서 기괴하게 비틀려 올라갔다. 전생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가평 그린 요양병원 지하 세탁실. 그곳에는 홍명숙에게 토사구팽당해 15년간 갇혀 있는, 한성그룹의 진짜 창업주이자 스위스 비밀 자산 2조 4천억 원의 열쇠를 쥔 '신혜숙 여사'가 있다. 그 자산이 있어야만 저들을 완벽하게 밟아 뭉개고, 한성그룹을 통째로 씹어 삼킬 거물 자산가 '에바 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저들이 파놓은 지옥의 함정은, 역설적이게도 설아가 여왕으로 부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완벽한 제단이었다. "민우 씨, 최고야! 그럼 내일부턴 저 안방 침대도, 이 저택도 다 내 거네?" 최유라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서재 안을 가득 채웠다. 설아는 천천히 몸을 돌려 어두운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발등에서 흐른 핏방울이 카펫에 지워지지 않을 얼룩을 남기고 있었다. '그래, 서둘러 나를 지옥으로 보내다오.' 설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창밖으로 거센 먹구름이 몰려오며 천둥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오늘 밤, 장대비가 쏟아지는 그 지옥의 버스가 오기를, 설아는 피가 끓는 희열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단두대의 줄을 당긴 것은 자신이 아닌, 바로 저 추악한 자들이었다.제83화 : 핏빛 아날로그와 성채의 반격사직동 최고급 펜트하우스 60층 안방 통제실의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전면 통유리창 너머로 아스라이 가라앉은 광화문 빌딩 숲 위로 눅눅한 새벽 안개와 함께 장대비가 다시금 사정없이 부딪쳐 내렸다. 유리 壁面을 타고 완만하게 흘러내리는 빗방울들은 간헐적인 번개의 잔상을 받아 거실 대리석 바닥 위에 푸르고 검은 음영을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실내에는 초고층 전용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는 습한 장미 향과 차갑게 식어버린 싱글 몰트 위스키의 알코올 잔향, 그리고 서버 배전반이 과전압으로 타들어 가며 토해낸 오존 냄새가 한데 엉켜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드는 매혹적이고도 기괴한 밀도를 형성하고 있었다.은설아는 소파 중앙의 가죽 상석에 우아하게 기대어 앉아, 피 묻은 순백의 실크 로브 자락을 가볍게 가다듬었다.느슨하게 풀어진 실크 자락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백옥 같은 목덜미와 매끄러운 어깨선, 그리고 가녀린 허벅지 라인은 붉은 유도등 불빛을 받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지배자의 위엄과 치명적인 에로티시즘을 동시에 내뿜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인중을 타고 흘러내렸던 검붉은 선혈은 이미 말라붙어 있었지만, 백옥 같은 피부와 대비되어 오싹한 악귀의 미학을 완성하고 있었다. 50조 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자본의 제국을 그러쥐고 세상의 모든 포식자들을 발밑에 꿇린 여왕. 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고여 있는 듯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완벽하게 쓰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이면에서 폭주하듯 회전하는 연산 회로는 세상을 통째로 사냥하는 최악의 지배자 그 자체였다.설아 씨…… 에바. 피를 오랫동안 닦아내지 않으시면 피부에 상처가 남습니다.설아의 구두발 밑에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려 있던 대성 인베스트먼트 대표 백현재가 떨리는 손으로 따뜻하게 적신 하얀 타월을 들고 그녀의 구두등과 살결을 정성스럽게 닦아내었다.검은 와이셔츠 단추가 풀어진 채 그의 억센 가슴팍은 거친 숨결로 요동치고 있었고, 손바닥에서는 깨진
제82화 : 핏빛 영장과 은빛의 성채평창동 골짜기 산자락을 휘감은 아침 안개는 핏빛 노을보다 어둡고 축축한 잿빛을 띠고 있었다.한때 은설아가 시댁 가문의 가부장적 폭력 아래 종처럼 기어 다니며 가평 요양병원 독방으로 끌려갔던 비극의 대저택 터. 그 잔혹했던 잿더미 위에 우뚝 세워진 은빛 신단은, 이제 태양빛을 받아 시릴 정도로 번뜩이는 20미터 높이의 순은색 석조 기둥들을 과시하며 세상을 압도하고 있었다. 기둥 표면을 따라 촘촘하게 얽힌 인과율 집속 회선들은 마치 살아 숨 쉬는 유기체의 혈관처럼 웅웅거리는 서늘한 오라를 토해내며 대지의 냉기를 움켜쥐고 있었다.그 거대한 성전의 중심부, 얼음처럼 차가운 은빛 대리석 제단 위로 순백의 샤넬 모피 코트를 걸친 은설아가 우아하게 걸어 올라왔다.가늘고 하얀 실크 장갑 끝에는 알싸한 가을바람과 타버린 콘크리트 먼지 향이 얽혀 있었다. 대한민국 정재계와 월가, 스위스 결제 연합, 그리고 중동의 석유 카르텔까지 모조리 사냥하고 50조 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자본의 제국을 그러쥔 절대적인 지배자. 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고여 있는 듯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완벽하게 띄우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이면에서 웅웅거리며 회전하는 연산 회로는 세상을 요리하는 최악의 포식자의 형상이었다.설아 씨…… 평창동 신단 전체의 인과율 정산 네트워크와 50조 원 자본 제어선이 단 한 줄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집결되었습니다.그녀의 구두발 밑, 차가운 은빛 대리석 바닥 위에는 대성 인베스트먼트 대표 백현재가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헤친 채 완전히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려 있었다.그의 억센 두 손은 설아의 매끄러운 발목과 구두 자락을 부서뜨릴 듯 감싸 안고 있었고, 핏빛으로 물든 넥타이는 바닥의 차가운 냉기 속에 사정없이 내팽개쳐져 있었다. 백현재는 공포와 정욕,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맹목적인 복종심에 사로잡힌 채 설아의 가녀린 발등과 매끄러운 다리 선을 향해 제 뺨을 미친 듯이 비벼댔다. 최유라의 목덜미로 깨진 크리스탈 유리
제81화 : 50조 원의 성전과 어둠 속의 아날로그북한산 자락을 사정없이 핥고 지나가는 새벽 강바람은 뼈마디를 파고들 정도로 서늘하고 매서웠다.한때 대한민국 최상층부의 오만함과 가부장적 학대의 성채였던 전 시댁 가문의 대저택 터. 1회차 인생 당시 은설아가 홍명숙 여사와 강민우의 구둣발 아래서 종처럼 기어 다니며 뺨을 맞고 가평 요양병원 독방으로 끌려가기 직전까지 처참하게 학대당했던 그 참혹한 비극의 땅은, 이제 세상을 집어삼킨 은빛 신단의 눈부신 위용으로 뒤덮여 있었다.사방을 둘러싼 높이 20미터의 순은색 석조 기둥들은 푸르스름한 새벽빛을 받아 얼음처럼 시리게 번뜩이고 있었고, 기둥의 표면을 따라 촘촘하게 얽혀 있는 인과율 집속 회선들은 마치 살아 숨 쉬는 유기체의 혈관처럼 웅웅거리는 진동음과 함께 은빛 오라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그 거대한 은빛 성전의 정중앙, 차갑게 다듬어진 은빛 대리석 제단 상석 위로 순백의 샤넬 모피 코트를 걸친 은설아가 우아하게 군림하듯 서 있었다.그녀의 하얀 실크 장갑 끝에는 차가운 새벽바람이 머물다 떠났다. 대한민국 정재계와 월가, 스위스 결제 연합, 그리고 중동의 오일 카르텔까지 모조리 사냥하고 50조 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자본의 제국을 그러쥔 절대적인 포식자. 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고여 있는 듯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완벽하게 띄우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이면에서 폭주하듯 회전하는 연산 회로는 세상을 요리하는 최악의 지배자의 형상이었다.설아 씨…… 평창동 성전 전체의 양자 암호 정산 망과 50조 원 자본 제어 라인의 최종 동기화가 완벽하게 완료되었습니다.그녀의 구두발 밑, 차가운 은빛 대리석 바닥 위에는 대성 인베스트먼트 대표 백현재가 와이셔츠 단추를 거칠게 풀어헤친 채 완전히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려 있었다.그의 억센 두 손은 설아의 매끄러운 발목과 구두 자락을 부
제80화 : 마지막 성배, 50조 원의 군주평창동 골짜기 산자락을 가득 메운 새벽안개는 밤새 불어온 차가운 바람을 타고 은빛 신단의 거대한 석조 구조물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었다. 한때 은설아를 개처럼 학대하고 가평 그린 요양병원 독방으로 처박았던 전 시댁 가문의 대저택 터. 그 잔혹했던 폭력의 성채가 가루가 되어 스러진 잿더미 위로 세워진 거대한 제단은, 이제 태양빛을 받으면 시릴 정도로 번뜩이는 은빛의 위용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싼 높이 20미터의 은빛 석조 기둥들과 그 표면을 촘촘하게 타고 흐르는 인과율 집속 회선들이 기이한 주파수를 웅웅거리며 대지를 짓밟듯 서늘하게 안광을 뿜어내었다.그 거대한 은빛 신단의 중심부, 차가운 은빛 대리석으로 다듬어진 지상 제단 위로 순백의 모피 코트를 걸친 은설아가 우아하게 걸어 올라왔다.그녀의 하얀 실크 장갑 끝에는 차가운 새벽바람이 머물다 떠났다. 대한민국 정재계와 월가, 그리고 스위스 결제 연합의 40조 원을 그러쥐고 세상의 포식자들을 모조리 사냥해버린 최악의 지배자. 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듯한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완벽하게 쓰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이면에서 웅웅거리며 회전하는 연산 회로는 이미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절대적인 악귀의 형상이었다.설아 씨, 평창동 신단 전체의 상부 골조 공사와 지상부 은빛 제단 타설이 대표님의 명령대로 단 한 줄의 오차도 없이 100퍼센트 완공되었습니다.대성 인베스트먼트 대표 백현재가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으며 길게 엎드렸다.검은 와이셔츠 단추가 풀어진 채 그의 억센 가슴팍에는 여전히 사직동 펜트하우스에서 설아의 손톱에 찍혔던 서늘한 핏자국이 잔상처럼 남아 있었고, 피로 얼룩진 넥타이는 바닥에 사정없이 내팽개쳐져 있었다. 백현재는 백옥처럼 매끄러운 설아의 구두등과 허벅지 자락에 제 뺨을 비벼대며,
제78화 : 30조 원의 성채와 핏빛 여왕사직동 최고급 펜트하우스 60층 거실 대리석 바닥 위로 흐르는 선혈은 새벽이 깊어갈수록 차갑게 식어 가며 검붉은 빛으로 단단하게 굳어가고 있었다.은설아는 소파 중앙의 상석에 우아하게 기대어 앉아, 피로 물든 순백색 샤넬 트위드 원피스 자락을 부드럽게 가다듬으며 차갑게 식어가는 홍차를 머금었다.그녀의 백옥 같은 목덜미와 매끄러운 쇄골 라인에는 최유라의 숨통을 직접 끊어버릴 때 튀었던 검붉은 핏방울들이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고여 있는 듯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완벽하게 띄우고 있었지만, 백옥 같은 피부 아래 흐르는 기류는 세상을 통째로 사냥한 절대적인 포식자의 형상이었다.설아 씨…… 설아 씨의 몸에 묻은 이 추악한 피를…… 내가 전부 닦아내겠습니다…….설아의 구두발 밑에 납작 엎드려 있던 대성 인베스트먼트 대표 백현재가 떨리는 손으로 따뜻하게 적신 순백의 타월을 들고 그녀의 허벅지와 매끄러운 발목, 그리고 구두등을 부드럽게 문질러 닦아내었다.검은 와이셔츠 단추가 몇 개 풀어헤쳐진 채 그의 억센 가슴팍은 거친 숨결로 요동치고 있었고, 피로 얼룩진 넥타이는 바닥의 피웅덩이 속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최유라의 목덜미로 깨진 크리스탈 유리 칼날을 주저 없이 밀어 넣으며 피를 토하는 숨통을 손가락으로 눌러버리던 은설아의 그 미친 광기. 그 절대적인 악귀의 본형을 마주한 순간, 백현재의 오만한 자의식은 완벽하게 가루가 되어 부서져 있었다. 공포는 거대한 정욕으로 변해 그의 온몸을 마비시켰고, 애증은 영원한 복종의 사슬이 되어 그의 영혼을 조여왔다.현재 씨, 참 충직한 사냥개야. 손이 아직도 떨리고 있네?설아가 오싹하리만치 나지막하고 청순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하얀 가녀린 손가락으로 백현재의 젖은 머리채를 부드럽게 쓸어 올려 피투성이 뺨을 감
제79화 : 신격의 수렴과 40조 원의 왕좌스위스 취리히 호수가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300년 된 석조 고성 스타일의 비밀 회의실 내부를 가득 채웠던 긴장감은, 인터폴과 유럽 연합 검찰청 수사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지독하리만치 무거운 침묵으로 가락앉았다.유럽 거물 귀족들의 탈세 비자금과 나치 은닉 장물 장부가 전 세계에 실시간 생중계로 폭로되며 헤르만 폰 베르크 의장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처박힌 순간, 수백 년간 아시아와 유럽의 금융 생태계를 찢어발기던 늙은 포식자들의 카르텔은 흔적도 없이 도살당했다. 깨진 위스키 잔 파편들과 반쯤 타들어 가다 내팽개쳐진 시가 연기만이 실내의 눅눅한 오존 냄새와 뒤섞여 서늘한 피비린내를 풍기고 있었다.그 시각 오전 09시 15분, 여의도 에바 홀딩스 메인 트레이딩 룸의 대형 전산 스크린 위로 스위스 결제 연합에서 강탈해 온 10조 원의 황금빛 유동성 데이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최종 보유 자산 40조 원 돌파.대한민국 정재계와 월가를 넘어, 유럽 자본의 가장 깊숙한 심장부까지 제 손으로 직접 도살해 낸 전무후무한 제국의 수치였다.은설아는 트레이딩 룸 상석에 위치한 순백색 가죽 의자에 우아하게 기대어 앉아, 차갑게 식어가는 홍차를 머금었다.피로 물들었던 샤넬 트위드 원피스를 갈아입고 짙은 버건디색 실크 로브만을 가볍게 걸친 그녀의 백옥 같은 피부는 전산 화면이 뿜어내는 푸른빛을 받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지배자의 위엄과 치명적인 에로티시즘을 동시에 내뿜고 있었다. 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는 듯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완벽하게 쓰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이면에서 웅웅거리며 회전하는 퀀텀 코어 연산 회로는 세상을 통째로 속여넘긴 최악의 포식자의 형상이었다.설아 씨…… 에바. 유럽 늙은이들의 목줄까지 완벽하게 끊어내고 40조 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