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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누군가, 보고 있다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4-05 19:34:25

도윤은 퇴근길이 점점 불편해지고 있었다.

늘 지나던 골목, 익숙했던 담벼락, 언제나 조용하던 아파트 복도.

그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그를 감시하는 ‘누군가’를 품고 있는 듯했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문을 두 번 확인했고, 창문마다 커튼을 내렸다.

그리고 거실 중앙에 놓인, 그녀가 남기고 간 붉은 장미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누구지. 왜 지금 와서…”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시아의 과거는 단지 '연쇄살인' 네 글자로 정의될 수 없는 무언가였다는 걸.

그녀가 죽이려 했던 남자들. 그 이름들과 연관된 조직들.

그는 그들이 아직 끝내지 않았다는 걸 감각적으로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회사 메일함을 열자 익명의 파일이 하나 도착해 있었다.

보낸 이는 없었다. 제목도 없이, 첨부파일 하나만.

그는 주저하다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 순간 화면이 암전되더니 도윤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사진이 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CCTV 캡처.

그가 피규어 가게에 들어가는 장면,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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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 대행   77. 네 이름을 부른 사람

    총성은 찰나의 바람처럼, 폐병원 지하를 날카롭게 찢고 스쳐갔다.시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며 뒤편 도윤을 감쌌다.가슴에 쿵, 하고 울린 박동이 뇌까지 진동처럼 전해졌다.“…씨…발…”방금 전 총을 겨눴던 남자는 허벅지를 감싸쥐고 쓰러져 있었다.그의 총은 바닥에 나뒹굴었고, 검은 셔츠에는 피가 번지고 있었다.“내가 먼저 맞았네.”총을 쏜 사람은 조진혁이었다.그는 지하로 이어진 계단을 뛰어내려오며 총을 집어넣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무슨 짓을 하려던 거냐, 그놈.”그가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앞에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시아는 진혁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멍하니 도윤만을 바라보고 있었다.“도윤아... 도윤아...”그녀는 천천히 도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피로 얼룩진, 창백한 얼굴.하지만 이마 한가운데에 맺힌 땀,천천히 떨리는 콧날. 그건 살아 있는 증거였다.“도윤아, 나 왔어. 일어나줘... 응?”시아의 손끝이 그의 뺨을 스쳤다.도윤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그리고, 그의 입술이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시아…?”세 글자. 그것으로 충분했다.시아는 조용히, 허물어졌다.입술을 꼭 다문 채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래… 나야. 내가 왔어.”도윤은 눈을 뜨기 힘들어하면서도그녀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약하게, 하지만 분명히 손을 뻗었다.시아는 그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온기와 온기가 서로를 잡아당겼다.다시 살아 있는 실감, 그녀는 그 순간을 목숨처럼 끌어안았다.한편 진혁은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검거하고 지하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는 백시아에게 조용히 말했다.“여긴 곧 경찰들이 올 거야. 도윤을 데리고 먼저 나가.”“…진혁.”그녀가 조심스럽게 불렀다.“...고마워.”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내 등을 돌리며 말없이 움직였다.그녀의 고백과 감사가 자신이 원하던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밖으로 나오는 길. 시아는 도윤을 부축하며, 그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 아내 대행   76. 사라진 사람, 놓지 못한 손

    밤은 깊었고, 도시의 끝자락에선 잠들지 못한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시아는 오래전 인연이 끊긴 ‘연락망’의 몇몇 인물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이미 절연했다고 믿었던 인물들도 그녀의 연락을 받자 단숨에 응답했다.그만큼, 그녀의 이름엔 여전히 무게가 있었다.죽이거나, 살릴 수 있는 무게.“그 여잔 아직도 움직여.”“…백시아가 도윤 씨 때문에 움직이고 있다고?”소문은 빠르게 퍼졌다.도시 뒷골목, 유흥가, 그리고 불법 경매장까지.백시아의 이름이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한편, 진혁은 도윤이 사라진 후의 시간대를 되짚으며 주변 인물들을 차례로 탐문하고 있었다.도윤의 동료 중 하나가 말했다.“사실, 도윤 씨… 요즘 조금 이상했어요.”“이상하다니요?”“회의하다가도 멍하니 앉아 있다든가,출근하고 한참 뒤에 들어오기도 했고…무슨 생각에 빠진 것처럼요. 아무래도… 백시아 씨 때문 아닐까요?”진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이미, 무언가를 예감하고 있었던 걸까.’그날 밤, 시아는 ‘오래된 장소’ 하나를 다시 찾았다.과거, 한때 도윤과 처음으로 손을 잡고 걷던 골목.그녀가 정체를 숨기고 도윤과 처음 웃었던 거리. 그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곳.그곳의 벽 한가운데 익숙한 낙서 하나가 눈에 띄었다.“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와 걸었다.”그건 도윤이 장난처럼, 혹은 진심처럼 손가락으로 벽돌 틈에 긁어 새겼던 문구였다.그 앞에 선 시아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도윤이 남긴 메모. ‘닭강정 사올게요 :)’라고 쓰여 있던 작고 구겨진 쪽지를 꺼내 그 벽 아래 조용히 붙여두었다.“혹시… 네가 이 길을 지나치게 된다면, 여기라도… 널 기다릴 거라고 알려주고 싶었어.”그녀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그러니까… 무사히 돌아와. 내가 미안하다고 말할 기회도, 다시는 놓치지 않게.”동시에, 진혁은 또 다른 인물을 만나고 있었다.과거 백시아와 조직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였던 자.지금은 이름을 바꾸고

  • 아내 대행   75. 그 사람이 사라졌다

    도윤이 없었다.아무 연락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시아는 그 사실을 처음엔 믿지 않았다.단순히 휴대폰을 두고 나갔을 수도 있고,회의가 길어진 걸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애썼다.하지만 오후가 넘어가고, 밤이 깊어가도 도윤은 돌아오지 않았다.“…거짓말이지.”식탁 앞에 멍하니 앉은 백시아는 도윤이 아침에 놓고 간 텀블러를 끌어안았다.그 안엔 아직 따뜻함이 남아 있었다.이 아침의 온기가, 지금 이 순간의 불안함을 더 날카롭게 파고들었다.그녀는 급하게 휴대폰을 들어 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은 통화할 수 없는 번호입니다."자동 응답만 반복될 뿐이었다.그 다음은 회사. 게임 회사 프론트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그녀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도윤 씨, 오늘 출근하셨나요?”상대 직원이 말끝을 흐리더니 작게 대답했다.“오늘… 안 오셨는데요? 출장 같은 일정도 안 잡혀 있었고…”시아는 그 순간, 숨이 가빠지는 걸 느꼈다.‘아니야. 그럴 리 없어. 아침에… 분명히 집을 나섰단 말이야.’그녀는 곧장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도윤의 운동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지갑도, 카드도 그대로.“……의도적이야.”누군가, 도윤을 데려간 것이다.그 시각, 조진혁은 경찰서에서 시아의 집 주변 CCTV를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도윤이 출근했다던 아침, 그 건물엔 낯선 차량 하나가 짧게 정차했다.5분도 채 되지 않아 사라진 그 차량.그 속에서 누군가를 억지로 태우는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지만차량의 유리창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실루엣은 조진혁의 눈을 멈추게 했다.“…도윤 씨.”그는 곧장 전화기를 들었다.[ 백시아: 여보세요. ]“지금 어디에요?”[ 집이요. 도윤 씨가… 사라졌어요. ]진혁은 단숨에 일어났다.“지금 바로 갈게요. 절대 나가지 말고 기다리세요.”[ ……알겠어요. ]시아는 통화를 끊은 뒤 그대로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자신의 곁에 있던 단 한 사람이,자신을 지키겠다고

  • 아내 대행   74. 의심의 시작, 감정의 균열

    밤공기는 차가웠다.여름의 끝자락, 습기와 열기가 뒤섞인 도시 속에서도 누군가는 여전히 얼어붙은 심장을 안고 살아갔다.시아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거실 창문 앞에 앉아 있었다.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커튼 틈 사이로 도시의 불빛이 얼룩처럼 번졌다.“도윤 씨, 자요?”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마치, 아무도 듣지 않기를 바라는 속삭임처럼.도윤은 방 안에서 문을 열고 나왔다.흰 티셔츠에 바지만 걸친 채, 피곤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안 자고 있었어요.”“……내가 괜히 무서운 말만 한 건 아니죠?”“……아뇨. 무섭긴 해요. 하지만… 더는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시아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그 사람이 누군지는 아직 말 못 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있어요.”“뭔데요?”“그 사람은… 내가 잃은 것보다 내가 가진 걸 부수는 걸 더 좋아해요.”도윤은 그녀의 말에 한동안 말이 없었다.대신 다가가 그녀 옆에 앉았다.“그럼 이제부터 내가 가진 걸로 당신이 부서지지 않게 막을게요.”“그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알아요. 그래도 하려고요.”시아는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 순간만큼은 누군가의 품에 기대는 게 허락된 사람처럼.다음 날. 진혁은 시아의 옛 기록을 다시 들춰보고 있었다.‘그 여자… 정말로 다 털고 나온 걸까?’서울지방청 기록보관실 안,먼지를 뒤집어쓴 서류철 사이에서 그는 하나의 오래된 수사기록을 꺼냈다.‘백시아 – 정식 수사 이력 없음 관련자 사망 – 용의선상 제외’진혁의 눈이 좁아졌다.“말이 되냐고…”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도윤 씨 집 주변 CCTV, 복구 완료됐습니다.이상 장면 한 건 발견. 영상 전송 드릴게요.진혁은 바로 영상을 열었다.그리고… 눈이 흔들렸다.복도 끝,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누군가 낯설지 않은 실루엣.‘이 사람… 어디서…’그는 곧바로 또 다른 파일을 열어 과거 특정 사건 관련자 사진을

  • 아내 대행   73. 누군가 보고 있다

    도윤의 품에 안겨 있던 시아는 마치 온몸이 무너져 내린 듯 말없이 떨렸다.그는 그녀를 더 꼭 감싸 안았다.그 품 안에서 그녀는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그저 조용히,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 중처럼.“이젠… 정말 끝났을까.”시아가 낮게 중얼였다.“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그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단단했다.그 말에 백시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그토록 오랜 시간, 아무도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준 적 없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도망쳐 온 과거가, 그리 쉽게 끝을 맺게 두진 않을 거라는 걸.며칠이 지났다.시아는 도윤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이제는 숨지 않았다.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웠다.도윤은 그녀를 위해 식사를 만들고, 함께 걷고, 말을 아꼈다.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눈빛과 손길은 늘 먼저 다가왔다.그런 평온한 어느 날 저녁,그녀는 거실 창가에 앉아 하늘이 붉게 물든 걸 바라보다, 느낌을 받았다.누군가 보고 있다.시아는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창밖, 건너편 빌라 옥상. 희미한 그림자가 스치듯 사라졌다.심장이 철렁했다.“...도윤 씨.”시아가 작게 불렀다.“응?”“방금... 누가 우리 집을 보고 있었어요.”도윤은 즉시 창가로 다가와밖을 살폈지만, 이미 그림자는 사라지고 없었다.“착각일 수도 있어.”“아니에요. 그 시선, 알아요. 나, 그런 시선에 익숙해요.”도윤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그럼 오늘은 내 방에서 자요. 그 방은 창이 작으니까. 내가 바로 옆에 있을게.”그날 밤, 시아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새벽 세 시. 도윤은 조용히 일어나 현관문에 보안 체계를 한 번 더 점검하고거실 조명 하나를 은은하게 켰다.그는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백시아를 위해 침대 머리맡에 앉아 그녀가 잠들 때까지 머물렀다.그녀가 조용히 속삭였다.“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요.”“그럼 내가 어떻게 해. 당신이 불안해하는데, 내가 어떻게 그냥 자.”“…나 진짜 이상한 여자

  • 아내 대행   72. 그림자, 다시 걷다

    한동안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녀온 바다 이야기도, 그녀의 편지 내용도 그 어떤 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말하면 사라질 것 같았다.마치, 그날의 바람과 물결, 그리고 백시아의 마지막 목소리까지도.그는 조용히 일상으로 복귀했다.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코드를 짜고, 피규어 먼지를 털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커피를 내리고…그 모든 순간들 사이사이, 시아는 조용히 숨어 있었다.“그래도 밥은 잘 챙겨 먹네.”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도윤은 손에 들고 있던 국자를 떨어뜨렸다.“형…?”“왜, 사람 놀래냐?”현관에 기대선 남자는 조진혁이었다.수척해진 얼굴, 짙어진 눈 밑 그림자. 하지만 여전히 또렷한 눈동자.“당신, 내가 연락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미안해요. 생각 정리 좀 하느라.”“정리 됐어?”“…아니요. 아마 평생도 안 될 것 같아요.”진혁은 대꾸 없이 그의 앞에 앉았다.“이거 마셔요.”도윤은 조용히 컵을 내밀었다.따뜻한 보이차. 시아가 자주 마시던 향.조진혁은 그 향을 맡는 순간 잠시 눈을 감았다.“여전히, 그녀의 시간 속에 살고 있네요.”“형도 마찬가지잖아요.”진혁은 피식 웃었다.“그래. 근데… 난 이쪽 일이 직업이니까. 당신처럼 그렇게 안고만 있을 순 없어.”도윤은 고개를 숙였다.“그런데 말이야.”진혁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그날 이후… 누가 당신 집 앞에 계속 꽃을 두고 가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 들었어?”“…꽃이요?”“그래. 붉은 장미.”도윤의 눈동자가 조용히 떨렸다.그건 백시아의 서명이었다.살인을 저지른 후 남기던 붉은 조화 한 송이.“누군지는 확인 안 됐지만, 그게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놓여 있다는 게 문제야.”“누구…일까요.”도윤의 입술이 바짝 말랐다.진혁은 그의 표정을 살피다 천천히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사진. 흐릿하게 찍힌 인물.후드티를 눌러쓴 뒷모습.“얼굴은 안 나와. 하지만… 몸짓, 걸음걸이 그녀와 꽤 비슷해.”“그럴 리가 없어요. 형도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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