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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Autor: ALL장르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9-23 23:05:53

41.

성녀가 건넨 커다란 신관의 로브로 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아그네샤는 후드를 눈 밑까지 깊게 눌러썼다. 아그네샤가 옷을 입는 동안 성녀는 침대 가운데 베개를 넣어 볼록하게 만들었다.

그런 성녀의 모습에 아그네샤는 그녀가 단순한 빙의자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바실리안을 차지하기 위해 둘이나 죽인 살인자였고 다시 마주치면 자신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빌런에 불과했다.

성녀는 문 앞을 지키던 기사들에게 아그네샤의 심신이 불안정해 축복을 내려주었고 지금은 잠들었으니 깨우지 말라고 둘러대며 나왔고 기사들이 성녀에게 고개를 숙인 틈을 타 아그네샤는 다른 신관들의 무리 한가운데에 녹아들어 침실을 빠져나왔다.

기사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복도 모퉁이에 다다르자, 아그네샤는 숨을 죽인 채 성녀의 신호에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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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녀는 죽음 대신 남주의 침대로 들어갔다   42.

    42.어두컴컴한 밤이 깊어서야 아그네샤는 수도에서 까마득히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 근처의 작은 시골 마을에 들어설 수 있었다.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오는 고요한 마을이었다.그녀는 일단 사람들의 눈에 덜 띄는 한구석의 허름한 여관에 방을 잡았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짐을 풀지도 않은 채, 낮에 구매해 둔 염색약을 꺼내 들었다.투명하게 빛나던 특유의 화려한 블론드 머리카락은 아그네샤 발로아라는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큰 특징이었다. 아그네샤는 물을 받아 머리카락에 염색약을 꼼꼼히 바르고 세심하게 헹구어 냈다.잠시 후,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탁한 거울을 들여다본 아그네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거울 속에는 화려한 금발 대신 붉고 짙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낯선 여인이 서 있었다.“…이 정도면 쉽게 알아보지 못하겠지.”아그네샤는 작게 숨을 내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여관을 나가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을 알아볼 생각이었다.서둘러 옷을 벗고 얇은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잠에 들 수 없었다. 분명 원작 속 끔찍한 죽음의 운명과 바실리안으로부터 한 발짝 멀어졌는데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지독한 외로움이 갉아먹듯 피어올랐다.차가운 침대 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아 웅크리자, 이상하게도 매일 밤 자신을 부서질 듯 품에 안고 따뜻한 체온을 뿜어내던 바실리안과 그의 손길이 잔상처럼 살결에 맴돌았다.폭주하던 그의 성기에 짓눌려 쾌락에 허덕이던 밤의 흔적이 아직도 다리 사이에서 은밀하게 아려오는 것만 같아, 아그네샤는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

  • 악녀는 죽음 대신 남주의 침대로 들어갔다   41.

    41.성녀가 건넨 커다란 신관의 로브로 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아그네샤는 후드를 눈 밑까지 깊게 눌러썼다. 아그네샤가 옷을 입는 동안 성녀는 침대 가운데 베개를 넣어 볼록하게 만들었다.그런 성녀의 모습에 아그네샤는 그녀가 단순한 빙의자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바실리안을 차지하기 위해 둘이나 죽인 살인자였고 다시 마주치면 자신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빌런에 불과했다.성녀는 문 앞을 지키던 기사들에게 아그네샤의 심신이 불안정해 축복을 내려주었고 지금은 잠들었으니 깨우지 말라고 둘러대며 나왔고 기사들이 성녀에게 고개를 숙인 틈을 타 아그네샤는 다른 신관들의 무리 한가운데에 녹아들어 침실을 빠져나왔다.기사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복도 모퉁이에 다다르자, 아그네샤는 숨을 죽인 채 성녀의 신호에 맞춰 조용히 바실리안의 집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파고들었다.그가 비워둔 집무실은 차갑고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아그네샤는 서둘러 그가 앉던 커다란 책상으로 다가가 서랍을 하나씩 헤집기 시작했다. 손끝이 달달 떨렸지만, 이내 서랍 깊숙한 안쪽 비밀 칸에서 제 가짜 신분증과 은행 인장을 찾아낼 수 있었다.소중하게 품 안에 품어 넣은 그녀는 다시 신관 무리에 섞여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저택의 웅장한 정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저택을 완전히 벗어나 마차에서 내리기 전, 성녀는 아그네샤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대며 오싹한 음성을 소곤거렸다.“기억해, 아그네샤.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 네가 수도 근처에라도 서성이는 순간, 네 목숨은 세라피나보다 더 참혹하게 끊어질 테니까.”뱀 같은 협박에 소름이 돋았지만, 아그

  • 악녀는 죽음 대신 남주의 침대로 들어갔다   40.

    40.아그네샤는 어이없는 제 처지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얇은 가운의 깃을 죔죔 단단히 여몄다.“…성녀님을 침실로 모시거라.”“예, 영애님.”잠시 후, 깃털처럼 새하얗고 신성한 성녀 의상을 차려입은 여자가 메리의 안내를 받아 침실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다시 마주해 보아도 여자의 얼굴은 원작 속 세라피나의 얼굴도 진짜 성녀가 돼야 했을 영애의 얼굴도 아니었다.“성녀님을 뵙습니다.”부드럽게 손을 내미는 여인의 모습에 아그네샤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손등에 이마를 대며 예법대로 경애를 표했다.“반갑습니다, 발로아 공녀. 아니, 가문이 몰락했으니 이제 아그네샤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셰라드 공작저 식솔들은 여전히 영애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아그네샤라고 불러주십시오. 식솔들은 그저 손님이니 정중히 대해주는 것뿐입니다.”“그렇군요. 일단, 앉을까요?”아그네샤와 여자는 소파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메리가 차를 내려놓고 밖으로 물러나 문이 잠기자마자, 성녀의 온화하던 눈빛이 180도 뒤집히며 기괴하게 일그러졌다.“…그나저나 진작에 죽었어야 할 당신이 왜 아직도 여기 살아 있는 걸까? 아니, 아직 6일 남았나?”비꼬듯 던진 한마디에 아그네샤의 얼굴이 순간 핏기를 잃고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성녀는 그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 악녀는 죽음 대신 남주의 침대로 들어갔다   39.

    39.고통 속에서 밀려드는 쾌락에 수치심과 죄책감이 몰려왔다. 이 와중에도 그의 거친 몸짓에 쾌감을 느끼며 몸을 떨고 있는 저 스스로가 너무나 원망스러워 아그네샤는 소리 없이 오열했다.“흑, 윽… 제발, 리안… 아아앙-!”“샤샤… 샤샤……!”울먹이는 아그네샤의 몸을 으깨버릴 듯 껴안은 바실리안은 자비 없이 안쪽 깊은 자궁구까지 파고들었다. 통증과 쾌락이 잔혹하게 뒤얽힌 몰아침 속에서 아그네샤는 덜덜 떨며 연속해서 세 번, 네 번이나 지독한 절정에 도달했다.질벽이 경련할 때마다 왈칵 뿜어져 나온 애액이 바실리안의 성기를 질척하게 적셨다. 결국 연속된 쾌락의 폭풍을 견디지 못한 아그네샤는 쾌감의 여운 속에서 기절하듯 의식을 놓아버렸다.그러나 바실리안의 폭주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의식을 잃고 흐물거리는 아그네샤의 가녀린 몸을 붙잡고 두 번이나 내벽 깊숙한 곳에 짙고 뜨거운 정액을 가득 쏟아붓고 나서야 겨우 허리 짓을 멈추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내부에 차오른 정제 마력이 몸의 요동을 완벽히 가라앉히자, 바실리안의 붉은 눈동자에 천천히 이성이 돌아왔다.허공을 맴돌던 시선이 제 아래 깔린 아그네샤에게 닿은 순간, 바실리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흐트러진 침대 위, 얇은 슬립은 갈기갈기 찢겨 있고 눈가는 붉게 짓물러 눈물 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입술은 피가 배어 있었고 제 무자비한 흔적들로 범벅이 된 채 기절하듯 잠들어 있는 여인의 자태.“…하아, 젠장. 내가 무슨 짓을.”

  • 악녀는 죽음 대신 남주의 침대로 들어갔다   38.

    38.그날 이후, 아그네샤는 침실에 완전히 감금되었다. 문 앞에는 기사 둘이 24시간 동안 조를 짜서 철통같이 지키고 섰고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바실리안은 그녀에게 제대로 된 드레스조차 주지 않았다.몸을 겨우 가리는 얇은 슬립과 겉에 걸치는 가운이 집안에서 입을 수 있는 옷 전부였다. 밤이면 침실 안으로 커다란 간이 욕조가 들어와 시녀들의 수발 속에 목욕을 마쳤고 삼시 세끼와 달콤한 디저트가 때맞춰 들어왔지만, 사실상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하루, 이틀…… 무심한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만 갔다. 바실리안과 약속했던 한 달의 기한 중 이제 단 일주일만이 남아 있었다.원래대로라면 원작의 아그네샤가 바실리안의 차가운 검에 목이 달아나 죽음을 맞이하는 그 운명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불안감에 피가 말라갔지만, 갇혀 있는 아그네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게다가 매일 밤 찾아와 자신을 품에 안고 놓아주지 않던 바실리안의 발걸음도 그날 이후 뚝 끊겨버렸다. 대신전에 다녀온 그가 세라피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여주의 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물어볼 길조차 없었다. 어쩌면 여주의 폭주 정제로 자신의 존재가 더는 필요 없는 건 아닐까.‘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죽지 않기 위해, 그 핏빛 밤 바실리안의 정제제 역할을 자처했던 것이 시작이었을까. 여주가 나타나면 흔적도 없이 조용히 사라지려 했건만, 정작 현실은 이 화려한 감옥 속에 갇혀 사지가 묶인 꼴이었다. 아그네샤는 커다란 창가에 기대어 맑게 개어 있는 정원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바로 그때

  • 악녀는 죽음 대신 남주의 침대로 들어갔다   37.

    37.아그네샤는 서둘러 움직이기 편한 간편한 드레스로 갈아입은 뒤, 메리를 방 밖으로 물렸다. 그러고는 재빠르게 침대 아래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짐가방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오직 바실리안이 돌아오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아그네샤는 짐가방을 소파 뒤쪽의 그늘진 곳에 숨겨놓고는 방 밖 복도를 서성이고 있을 메리를 문을 열고 불렀다.“메리.”“예, 영애님. 무슨 필요하신 것이라도 있으십니까?”“내가 지금 속이 조금 거북해서 그러는데… 주방에 가서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꿀을 조금 타서 가져다줄 수 있겠어? 지금 당장 마시고 싶은데.”“예, 영애님. 바로 주방에 들러 준비해 오겠습니다.”평소 아그네샤가 깐깐하게 구는 상전이 아니었기에, 메리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빠르게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메리의 발소리가 완벽히 멀어진 것을 확인한 아그네샤는 침실로 돌아와 소파 뒤의 짐가방을 거머쥐었다. 창문 밖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방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가슴을 졸이며 저택 정원으로 향했다.그녀가 노리는 곳은 지난 보름간 정원을 산책하며 눈여겨보았던 외곽 담장의 작은 개구멍이었다. 덩굴 숲에 가려져 있어 기사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유일한 사각지대였다.‘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돼……!’짐가방을 꽉 쥔 채 숨을 죽이고 덩굴 구석으로 발걸음을 바쁘게 옮기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바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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