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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단 한 번의 키스, 단 한 번의 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8 16:53:25

에스테반의 시점

내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발걸음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그녀가 공기 중으로 사라져 버리기라도 할까 두려워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눈물 범벅이 된 눈으로 공포에 질린 채 바로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떨고 있었다.

“로라?”

내 목소리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디아블로, 제발요…” 그녀가 눈물을 뚝 떨어뜨리며 눈을 감고 속삭였다.

그녀는 겁에 질려 있었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두 팔로 감싸 안으며 내 몸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그녀에게서는 달콤한 베리 향과 라벤더, 그리고 은은한 바닐라 향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향기가 풍겨왔다. 기분이 너무나 좋았고,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지독하게 그릇되게 느껴졌다. 내가 알던 로라는 나를 보고 이렇게 떨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밀어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나를 향해 미소 지으며 항상 그랬듯 나를 ‘에치’라고 부르곤 했다. 내가 알던 로라는 죽었다. 내가 직접 그녀를 묻었다.

이 여자가 내 로라일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 희망을 품고 말았다. 그녀의 얼굴선을 따라 손가락을 쓸어내려 목덜미로 향하며, 절대 있을 리 없는 그 단 하나의 흔적—점—을 찾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토록 쉽게 헛된 희망을 품은 내 자신을 차버리고 싶었다. 케이틀린이 나를 올려다보며 움찔했다. 어째서, 그리고 어떻게 그녀는 로라와 이렇게까지 닮은 것일까? 줄리 그 자식은 대체 이 사실을 어떻게 안 거지? 이런 짓을 벌인 저의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녀를 그러안았던 손을 떼어내고, 나는 줄리와 구스타보를 차례로 돌아보았다. “나가라.”

줄리는 빛의 속도로 즉시 방 밖으로 헐떡이며 튀어나갔다. 구스타보는 한쪽 눈썹을 찡그려 올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넌 어디로 가려는 거지, 케이틀린?” 그녀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내가 나가라고 한 건 저 자식들이지, 네가 아니다.”

그녀는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다. 눈빛에는 반항기가 서려 있었지만, 이내 입술을 꽉 다물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이쪽으로 와.” 내 명령조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다정함도 묻어나지 않았다.

나를 향해 걸어오는 그녀의 골반이 자기도 모르게 흔들리는 모습에, 내 시선은 그 완벽한 몸매 라인에 고정되었다. 아니, 이 모든 건 그 얼굴 때문이었다. 나는 분노했어야 했다. 나를 가지고 놀려 한 줄리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고, 이 가짜 년을 당장 문밖으로 걷어차 버렸어야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그녀가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케이틀린은 마치 바닥에 무슨 흥미로운 것이라도 있는 양,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내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나는 소파를 똑똑 두드렸다.

“앉아.”

그녀는 내가 지시한 대로 앉았다.

“작전이 뭐였지, 작은 새? 카스피안이 널 여기로 데려온 이유가 뭐야?”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저었다.

사실, 그 자식이 정말 어떤 미션을 위해 그녀를 여기로 데려온 것이라면, 그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단도 없이 그녀를 혼자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터였다—적어도 내가 그 자식의 입장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테니까.

“벗어.” 나는 명령했다.

“싫어요!”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게 만들었던 공포는 온데간데없이, 내가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노려보았다. “내 말은, 제발요…”

그녀를 무시한 채, 나는 구스타보를 불렀다.

“예, 돈.”

구스타보가 서둘러 들어와 내 지시를 기다렸다.

“티나를 불러와. 그리고 내가 부르기 전까지는 절대 여기 발도 들이지 마라.”

그러고는 책 한 권과 펜을 가져오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만약 줄리가 도청이라도 하고 있다면, 완전히 딴판의 상황을 상상하며 믿게 될 터였다. 어쩌면 내가 그저 장난질이나 좀 치고 싶은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돈.” 구스타보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같은 말 두 번 하게 만들지 마라, 야옹아.”

그녀는 두 손을 뒤로 돌려 지퍼와 씨름하며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애를 쓰면 쓸수록, 그녀의 풍만하고 하얀 가슴골이 드레스 밖으로 밀려 올라왔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것을 맛보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면서.

*정신 차려, 에스테반. 넌 욕정에 미친 멍청이가 아니잖아!*

이건 분명 그녀의 얼굴 때문이었다—그 닮은꼴 때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손이… 손이 안 닿아요…”

“내가 해주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 튀어나왔다.

내 손이 그녀의 몸을 감싸 안고 드레스 지퍼를 내려주었다. 드레스의 작은 소매가 스르륵 흘러내리며, 완벽한 가슴라인을 드러냈다.

그녀의 두툼하고 매혹적인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뜨거운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다.

“디—디아블로?” 그녀가 몸을 뒤로 빼려 하며 속삭였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싸 쥐고, 내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포갰다. 그녀는 입을 살짝 벌린 채 얼어붙었고, 키스에 응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의 목을 따라 입맞춤을 내리다가, 한 손을 가슴 위로 올려 움켜쥐었다—너무 세지는 않게, 하지만 충분히 강한 힘으로. 그녀가 신음을 내뱉으며 내 손길을 향해 몸을 꺾었다.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미소를 지은 채, 나는 손을 더 아래로 내려 그 아름다운 몸매의 곡선을 하나하나 쓸어내렸다—내 손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 바로 앞까지 다다를 때까지.

“맙소사, 네가 신음하는 소리가 지독하게 마음에 드는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디오스(맙소사)! 씨발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녀를 다시 건드리지 않을 자신이 없어, 황급히 몸을 떼어내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목을 가다듬으며 주머니 속의 담배를 향해 손을 뻗었다. “티나가 옷 벗는 걸 도와줄 거다.”

바로 그 순간, 티나가 문을 열고 불쑥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돈.” 그녀는 내가 요청했던 책과 펜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빈 페이지를 찾아 장을 넘긴 뒤, 나는 이렇게 적었다. *“이유가 뭐지?”* 책을 그녀에게 건네자, 케이틀린의 눈이 놀라움으로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내가 주고 있는 기회가 무엇인지 알아챘다. 그녀의 눈빛에서 무언가가 번뜩였다. 그녀는 단 1초도 지체하지 않고 펜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쓰다가, 생각이라도 하듯 잠시 멈췄다가, 다 쓸 때까지 읽어보기를 반복했다.

“다 썼나?” 내가 다가가 책을 받아 들며 물었다.

그녀가 적은 내용을 읽고 나자, 내 입술에 미소가 걸렸다. 이 내용 어디에도 로라에 대한 건 단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이 판국에 이용당했거나, 아니면 결정적인 진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카스피안 줄리 그 자식이 게임을 원한다면, 기꺼이 응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 더 있을 터였다. 그놈보다 더 높은 자, 그놈이 줄을 대고 있는 배후가 있을 것이 확실했다. 일단은 그들의 장단에 맞춰줄 생각이었다.

“티나, 이 여자의 가방, 보석—모든 것을 전부 치워라.”

티나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케이틀린은 가슴을 두 손으로 가리며 몸을 보호하려 했다.

“샅샅이 수색해. 뭘 찾아내야 하는지 알겠지…”

나는 위스키를 따르기 위해 손을 내렸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스타보, 내가 말했을 텐—”

“저기요, 키 큰 아저씨! 나예요.” 엘리아나의 목소리가 문을 통해 흘러들어왔다.

대체 무슨 이유로 그녀가 여기에 있단 말인가?

“잠시만 기다려.” 아니, 차라리 여기서 나가는 게 나을 터였다. 물론 그녀에게 감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이 조그마한 성깔 있는 녀석 같으니.

나는 문으로 걸어가 문을 살짝 열었다. “어린 사촌 동생아, 내가 지금 좀 많이 바쁘—”

그녀는 나를 밀치고 방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임신한 여자를 끌어내지 않고 방 밖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씨발, 가면은 얼굴에 쓰지도 않고 손에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상한 눈치를 채게 만들 수는 없었다. 안 그랬다간 다음 순간 스콧이 저 문을 부수고 쳐들어올 테니까. 엘리아나를 속이는 건 쉬울지 몰라도, 그 고집불통 사촌 놈을 속이는 건 절대로 불가능했다.

“알겠네요…” 엘리아나가 케이틀린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정말 바쁘신 모양이네요.”

케이틀린의 몰골—지퍼가 열려 있는 드레스, 흐트러진 머리칼, 그리고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보니, 엘리아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보였다.

“가서 좀 쉬는 게 좋을 텐데, 엘—”

그녀의 이름을 내뱉는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스스로 말을 잘라냈다. 하지만 조심해서 뭐 하겠는가? 케이틀린은 이미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봐버렸는데.

“두 분이서… 계속하세요. 미란다 이모가 연회장에서 아저씨를 찾으세요. 사실, 이모가 중매나 서보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엘리아나는 다시 문 쪽으로 걸어가 문고리를 돌리더니 이내 멈춰 섰다. “여자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예쁘네요. 난 그 사브리나라는 여자는 별로거든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방을 나가며 문을 쾅 닫아버렸다. 나는 놀란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찍혀 있는 케이틀린을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네 인생이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군. 아무래도 넌 여기서 영영 나가지 못할 것 같다.”

나는 그녀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내가 가까워질수록 그녀는 뒤로 물러섰다.

“당신… 당신 이제 날 죽일 건가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니, 작은 새. 넌 나와 먼저 춤부터 춰야 한다.”

결국 줄리 그 자식 말이 맞았다. 나는 그놈이 바친 선물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공포에 질려 떨면서 가슴이 위아래로 가쁘게 솟구쳤다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아주 경이로웠다. 티나에게 숨어 있으라고 한 게 뭐든 간에, 덕분에 보너스나 챙겨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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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의 소유   제54장: 스스로를 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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