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
나는 그분의 아래에 누워 다리를 벌린 채 그가 정한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내 정신은 이미 천장 너머 멀리 떠돌고 있었다.
캐릭(Karyk)의 허리가 마치 강제로 억지 짓을 끝내야 하는 사람처럼 내 엉덩이에 부딪혔다.
삽입, 후퇴, 다시 삽입.
내 메이트의 시선은 침대 헤드보드에 고정된 채 단 한 번도 내 눈을 맞추지 않았다. 그의 손은 나를 여자가 아닌 도구처럼 움켜쥐었다. 더듬는 손길도, 내 목이나 가슴에 닿는 입술도 없었다. 그저 이것뿐이었다. 우리가 수년간 반복해 온 똑같이 허무한 행위.
이봐, 디라일라. 그냥 참아내.
내 신경이 딴 데로 쏠렸다. 이 침실 전체가 내 것이었다. 실크 침구, 벨벳 쿠션, 우리 피부 위로 금빛 조명을 드리우는 섬세한 샹들리에까지. 모든 것이 내 것이었다. 그가 이 집에 가져온 것은 자신의 가능성뿐이었다. 그 외의 모든 것, 심지어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환상까지도 내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의 몸이 익숙하게 경련하며, 마지막 몇 번의 펌핑을 위해 손가락이 내 골반을 더 세게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사정하며 내뱉은 낮은 신음 소리가 내 안을 가득 채웠다. 단 한마디 말도, 단 한 번의 키스도 없이. 그러고는 즉시 몸을 돌려 침대 협탁 위에 놓인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그의 무게감이 갑자기 사라지자 나에게는 허무함만이 남았다.
아릴 정도로, 미쳐버릴 만큼 빈껍데기 같은 허무함.
내 은밀한 곳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욕망으로 쑤셔왔다. 피부는 터질 듯 팽팽하게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내 두 젖꼭지는 여전히 딱딱하게 서서, 영영 오지 않을 손길을 갈망하며 아려왔다.
좌절감을 달래보려 허벅지를 바짝 매만지며 모았지만, 그것은 불만을 더 가중시킬 뿐이었다. 조용하고 익숙한 슬픔이 나를 짓눌렀다. 나는 이미 수년 전에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을 그만두었었다.
캐릭은 벌써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고, 화면의 푸른 빛이 이른 아침의 어스름을 갈랐다.
내가 도달하도록 허락받지도 못한 절정에서 내려오는 동안, 나를 보살펴주는 애프터케어도, 부드러운 속삭임도, 머리칼을 문질러주는 친절함 따위도 없었다. 그저 침묵과, 전날 밤 내가 켜둔 고급 양초 향에 섞인 그의 옅은 땀 냄새뿐이었다.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덩어리를 삼키며 몸을 일으켜 말없이 침대 밖으로 빠져나왔다.
욕실로 걸어가는 내 다리는 불안정하게 흔들렸고, 그가 내뿜은 흔적이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렸다. 샤워기 아래에서 피부가 분홍색으로 변할 때까지 뜨거운 물을 맞았다. 유리 부스 안에 증기가 가득 찼고, 나는 그 소중한 몇 분 동안 비로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물줄기가 내 가슴과 배, 그리고 다리 사이로 쏟아져 내렸지만, 내 아랫배 깊은 곳에서 여전히 자글거리는 불길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너는 성공한 여자야. 너는 강해. 그자가 기어 올라오는 동안 너는 제국을 건설했어. 이건 네 인생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일 뿐이야.
나는 정성껏 옷을 입었다. 몸매 라인을 감싸는 날렵한 검은색 펜슬 스커트, 초록색 눈동자를 돋보이게 하는 짙은 에메랄드빛 실크 블라우스, 그리고 당당하게 찰깍거리는 하이힐을 신었다.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캐릭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작별 인사도.
키스도.
아무것도 없었다.
사무실로 가는 길은 조용했고, 창밖으로 도시가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내 이벤트 매니지먼트 회사인 '루미나 이벤트(Lumina Events)'는 시내의 세련된 빌딩 상위 2개 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유리문을 통과하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이곳은 생기가 넘쳤다. 비서들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고, 고객들은 미소를 지었으며, 공기 중에는 신선한 커피 향과 가능성이 감돌았다.
매기(Maggie)가 손에 태블릿을 든 채 내 사무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를 대충 묶은 똥머리가 어째서인지 의도한 것처럼 멋스러웠다. "좋은 아침이에요, 사장님. 카페인과 휴가가 시급해 보이시네요. 아마 그 순서대로요."
나는 겨우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은 아침, 매기."
그녀는 한 치의 지체도 없이 일정을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생겼어요. 오늘 밤 큰 행사가 두 개나 있어요. 둘 다 주목도가 높고 사장님의 손길이 직접 필요한 건들이에요. 첫 번째 행사: '밀키웨이 볼룸(The Milky-Way Ballroom)'에서 열리는 약혼 겸 생일 파티. 고급스럽고 올드 머니(부유층)들이 모이는, 아주 눈에 띄는 자리죠. 두 번째 행사: '이카루스 타워(The Icarus Tower)'에서의 프라이빗 파티. 거물급 인사가 주최하는데—제드(Zedd) 뭐라던데요. 서류에는 그냥 '더 빅 서클(The Big Circle)'이라고만 적혀 있지만 예산이 말도 안 되게 커요."
나는 그녀가 건넨 태블릿을 훑어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같은 날 밤에 두 개의 행사라니. 둘 다 우리 평판에 결정적인 건들이었다. "첫 번째 약혼 파티에 먼저 들러서 모든 게 완벽한지 확인한 다음, 두 번째로 이동하자. 차는 준비됐어?"
"언제나죠." 그녀는 씩 웃었지만,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를 읽어내며 눈을 살짝 찌푸렸다. "'나 괜찮아, 하지만 사실 안 괜찮아'라는 표정이시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
"괜찮아." 나는 아침의 좌절감을 마음속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으며 거짓말을 했다. "일하자."
밀키웨이 볼룸은 크리스탈 샹들리에 아래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내가 직접 승인한 꽃 장식들이 완벽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조명은 부드럽고浪漫적이었으며, 현악 4중주의 연주는 아름다웠다. 작은 자부심이 가슴을 따뜻하게 채웠다. 이것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비전을 현실로 바꾸는 것.
그러다 그녀를 보았다.
레이라(Layla).
내 가장 가까운 친구가 은빛 드레스를 입고 홀 중앙 근처에 서서 하객들과 웃고 있었다. 순간 내 심장이 둥두둥 뛰었다.
그녀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나는 내가 기획한 행사를 응원하러 오면서 왜 말 안 했냐고 짐짓 장난치며 팔을 때려줄 생각으로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그녀 뒤에 걸린 현수막.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방식.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거대한 반지.
내 걸음걸이가 느려졌다. 퍼즐 조각들이 맞물리기를 거부했다. 내 뇌는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듯 방어 기제를 작동시켰다. 일 때문에 온 거겠지. 도와주고 있는 거야. 그냥 우연이야.
그때 누군가 잔을 들어 올렸다. "레이라와 캐릭을 위하여! 우리의 아름다운 예비 신부의 약혼과 생일을 축하합니다!"
장내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세상이 정적에 빠졌다.
나는 숨을 멈췄다. 움직임을 멈췄다. 내 속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는 동안 몸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캐릭. 내 남편. 내 남편과 내 가장 친한 친구.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아무런 감정 없이 나와 관계를 가졌던 남자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여자와 약혼을 한 것이다.
홀 건너편에서 레이라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그녀의 눈동자에 찰나의 흔들림이 스쳤다. 죄책감, 어쩌면 안도감일지도 모르는 그것은, 이내 완벽한 상류층의 미소 뒤로 숨어버렸다. 그녀는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움찔하지도 않았다.
매기가 바짝 다가와 내 팔을 쓸어내렸다. "디라일라 님," 그녀가 속삭였다.
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다.
울 수도 없었다.
마비 증상이 고막을 찢을 듯 강렬했다. 나의 성공적인 삶, 나의 결혼, 나의 우정 모든 것이 이 화려하고 샴페인에 젖은 한 순간에 찢겨 나갔다.
매기는 이미 은밀하게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었다.
몇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겨우 수 초에 불과했을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겨우 목소리를 내었다. 가늘고 평범하게 나온 목소리였다. "우리 이제 어쩌지, 매기?"
그녀는 눈에 맹렬한 충성심을 채운 채 나를 바라보았다. "원하시는 대로요, 사장님. 말씀만 하세요. 평생 못 잊을 난장판을 만들어 줄 테니까."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투지는 충격의 겹겹 속에 묻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다른 행사장으로 가자."
우리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그곳을 떠났다. 레이라는 끝내 따라오지 않았다.
이카루스 타워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공기 자체가 팽팽한 전율로 차 있었고, 모든 곳이 더 어두웠다. 맞춤 수트를 입은 맹수들처럼 웨어울프 엘리트들이 공간을 누비고 있었지만, 그 무엇도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내 몸은 자율주행 모드처럼 바(Bar)를 향해 움직였다.
"디라일라 님, 안 돼요—" 매기가 내 앞을 막아서며 말렸다. "이건 나쁜 생각이에요. 사장님은 상처받은 거지 바보가 아니잖아요. 그냥 돌아가요—"
나는 그녀를 옆으로 비켜서서 위스키를 주문했다. 그리고 또 한 잔. 또 한 잔.
알코올이 목구멍을 태우며 내려가 배신의 통증을 무디게 만들었고, 마침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파티의 소음은 아득한 웅웅거림으로 변했다. 매기는 계속해서 나를 말리려 했다. 논리를 펴고, 농담을 하고, 부드럽게 위협도 해보았지만, 나는 이미 모든 제어력을 벗어난 상태였다. 나는 공간이 기울어질 때까지 마셨다.
그때 그를 발견했다.
그는 마치 이 공간 전체의 주인인 양 건너편에 서 있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이 남자는 다리 사이를 바짝 조이게 만드는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짙은 머리칼. 거친 바다 색을 닮은 눈동자, 그리고 날카로운 턱선.
이 남자는 알파였다. 진짜 알파. 알파 제드(Alpha Zedd). 권력이 마치 두 번째 피부처럼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내게 닿는 것이 느껴졌고, 그 뒤로 밤의 기억은 조각조각 부서져 내렸다.
내 허리를 감싸는 따뜻한 손. 내 팬티를 젖게 만드는 소리를 귀에 대고 속삭이는 낮게 깔린 목소리. 더 해달라고 애원하는 숨 가쁘고 필사적인 나의 목소리.
몸이 들어 올려져 안기는 느낌.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 나를 안아주는 강인한 팔. 목에 닿는 입술, 내 혈관에 번개를 쏘아 올리듯 피부를 살짝 긁는 이빨. 짙은 향신료와 소나무, 그리고 순수한 남성적 지배의 향기.
그리고 택시 안. 아니, 그의 차 안이었던가? 문질러지는 피부와 피부. 가죽 시트에 문지르는 내 등. 배고픈 짐승처럼 내 다리 사이를 탐하는 그의 입술.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는 내 손가락, 내 안의 무언가가 마침내, 마침내 터져 나오며 격렬하게 튕겨 올라가는 허벅지.
처음으로, 내 몸이 노래했다. 불타올랐다. 살아있었다.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떴다. 묵직한 실크 침구가 내 벗은 몸 위에 걸쳐져 있었다. 피부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다리 사이는 기분 좋게 뻐근했고, 몇 번이고 도달했던 절정의 흔적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젖꼭지는 여전히 예민해져 있었고, 허벅지에는 강인한 손길이 남긴 희미한 멍 자국들이 흩어져 있었다.
나는 심장을 쿵쾅거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거대한 남자의 몸이 여전히 잠든 채 내 옆에 누워 있었다. 제드. 그 알파.
순간 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맞추어 볼 겨를도 없이, 문가에 매기의 하얗게 질린 얼굴이 나타났다. 그녀는 어서 일어나라고 미친 듯이 손짓을 했다.
"맙소사, 디라일라 님," 그녀가 날카롭게 속삭였다. "우리 가야 해요. 당장요. 그 사람이 깨어나기 전에, 아무도 사장님 여기 있는 거 보기 전에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가, 내 결혼 생활 통틀어 처음으로 진짜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준 남자를 바라보았다. 내 몸은 여전히 그 여운으로 감전된 듯 진동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금가고 깨져버렸다.
그리고 수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비어있음을 느끼지 않았다.
던의 시점전날의 그 손길이 아무런 의미도 없었노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애쓰며,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나는 6년 동안 혼자였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관심을 표하는 남자들도 있었다. 충분히 준수한 남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딕슨은 아니었다.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업무와 길고 긴 하루들, 그리고 다른 무언가가 끼어들 틈이라곤 거의 남겨두지 않는 삶 밑바닥에 그 진실을 묻어두었다.그러다 딕슨이 내 손을 스쳤다.6년이라는 거리감이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얄팍하게 바래져 버렸다.손가락이 스치던 그 찰나의 순간을 밤새 곱씹으며, 내 몸이 이토록 손쉽게 반응해버린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스스로를 거의 믿을 뻔할 때까지 그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층 전체는 고요에 잠겨 있었다. 업무가 시작되기 전 텅 빈 책상들과 홀로 보낼 수 있는 몇 분의 여유를 기대했다.하지만 그 대신 그가 눈에 들어왔다.딕슨은 인턴용 책상 중 하나에 앉아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내 회사에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사실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는 침착하고 티끌만큼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책상 위에서 전화기가 부르르 떨렸다. 화면에 에이드리언의 이름이 떠올랐다.열린 공간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전화를 받았다."오늘 밤 약속은 여전하지?" 낮고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건너왔다."응," 내가 말했다."좋아. 어제부터 계속 그 생각만 났거든."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에이드리언과 나는 모든 것을 단순하게 유지했다. 우리는 서로 섹스를 원할 때만 만났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는 쪽은 아무도 없었다.지난 6년 동안 내 몸을 만족시키는 데 가장 근접했던 남자는 오직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그는 내 몸이 원하는 것은 채워줄 수 있었지만, 한때 딕슨이 가 닿았던 내 깊은 영혼의 조각에는 결코 닿지 못했다.
던의 시점나는 딕슨을 잊기 위해 6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지원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불쑥 나타났고, 잘못 읽은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몇 초 동안 멍하니 화면을 응시했다.딕슨.동명이인일 것이다. 한때 내 남편이었던 그 남자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다른 도시에서 온 누군가일 것이 분명했다.이 세부 사항들이 내 착각을 증명해 주기를 바라며 그의 지원서를 열었다. 하지만 화면에는 그의 사진이 떠올랐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가 맞았다. 나이가 들어 어깨는 더 넓어졌고 이목구비는 한층 날렵해졌지만, 결코 몰라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한때 내게 영원을 약속했던 남자. 제 가족의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우리의 결혼을 쓰레기통에 내던져버린 남자.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그는 내 회사에 인턴십을 지원하고 있었다.의자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당장이라도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었고, 그의 이름 석 자가 나를 얼마나 뒤흔들어 놓았는지 그 아이에게 들킬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비서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마지막 지원자의 전체 서류를 가져와 줘요," 내가 말했다. "인사팀이 그에 대해 쥐고 있는 모든 정보가 필요해요."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당장 그의 지원서를 탈락시켰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서류를 다시 열어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딕슨은 결코 우연히 내 회사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선택해서 이곳에 찾아왔다.서류를 덮고 표지 위에 양손을 얹었다. 의문들이 이미 마음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그리고 별안간, 나는 스물네 살의 그날로 되돌아가 있었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남자가 나를 믿어줄 가치조차 없다고 결론짓던 순간, 그의 본가에 우두커니 서 있던 바로 그날로.누군가 내가 그의 가족 회사에서 기밀 정보를 유출한 것처럼 보이도록 지극히 설득력 있는 증거들을 날조해 나를 함정에 빠뜨렸었다. 그
캐롤라인의 시점"내 차 뒷좌석에서 네 가슴 위에 사정하게 해줬던 거 기억나?" 그는 이제 골반을 앞으로 거세게 쳐올리며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었고,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축축한 파열음이 창고 안을 가득 메웠다. "넌 씨발 지독할 정도로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 난 몇 달 동안 밤마다 그 모습만 떠올렸어."그 감각을 쫓으며 매 찌르기를 받아내려 엉덩이를 뒤로 밀어붙였다. 새로워진 각도는 척추를 타고 날카로운 불꽃을 쏘아 올렸다. 그가 손을 뒤로 둘러 두 개의 거친 손가락으로 내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양쪽에서 동시에 밀려오는 감각은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또다시 갈 것만 같았다. 거대하고 피할 수 없는 파도가 차오르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다시 가버려," 그가 명령했다. "이렇게 깊이 박혀 있는 동안 네가 가는 걸 느끼고 싶어."나는 산산조각이 났다. 첫 번째보다 훨씬 더 거세게. 팔에 힘이 풀려 작업대 위로 무너져 내렸고, 그의 성기를 감싸 안은 채 사시나무 떨듯 격렬하게 떨었다. 그가 자비 없이 퍼붓는 거친 찌르기에 떠밀려 쾌락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부서진 비명을 도무지 멈출 수 없었다.그의 박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의 입술 사이로 짧고 절박한 파열음과 함께 숨이 턱턱 터져 나왔다."나 쌀 것 같아," 그가 이를 악물었다. "어디에 쌀지 말해.""안에요," 숨을 헐떡였다. 그 말이 찢어지듯 터져 나왔다. "제발요. 내 안에 싸줘요."그는 뿌리 끝까지 자신을 박아 넣고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멈추어 거세게 맥동했다. 발가락이 저절로 오그라들 만큼 깊숙한 곳에서, 그가 내 안을 채우며 뿜어내는 뜨거운 줄기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낮고 무너져 내린 신음이 그의 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왔다. 그가 앞으로 쓰러지며 내 등에 가슴을 짓눌렀고, 여전히 내 안에 박힌 채 우리 둘 다 온몸을 떨었다.한참 동안 오직 우리의 거친 숨소리와 바깥의 눈폭풍 소리만이 맴돌았다.그가 내 목
캐롤라인의 시점그의 고백 앞에서 나는 좀처럼 대답을 찾지 못하고 허둥거렸다."충분히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면, 널 향한 갈증도 사그라들 줄 알았어." 그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반대였지. 증상은 더 악화되기만 했어. 어떤 밤에는 그저 네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닿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산길 진입로까지 차를 몰고 오기도 했어. 그러다 차를 돌려 다른 여자가 기다리는 집으로 되돌아가곤 했지."그의 엄지손가락이 내 손목 안쪽을 천천히 한 번 쓸어 올렸다."내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유일한 사람이 너라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며 시치미 떼는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스스로를 속이고, 널 속이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기만하는 짓도 더는 하고 싶지 않아. 우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잖아. 내 남은 삶을 떠올릴 때면, 너 아닌 다른 누구와 함께하는 미래는 상상조차 되지 않아."우리를 둘러싼 창고 벽면을 매섭게 후려치는 칼바람 소리조차 거의 귓가에 닿지 않았다. 매튜가 방금 쏟아낸 고백을 못 들은 척 넘겨버릴 길 따윈 없었다."나도… 우리가 계속 연극하며 버티는 거, 더는 원하지 않아." 갈비뼈를 요란하게 두드리는 심장 박동을 억누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그럼 이제 그 연기, 아주 끝장내 버리자."내가 채 입을 열어 대답을 건네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집어삼켰다.입맞춤은 거칠고 노골적이었으며, 그가 방금 털어놓은 모든 진심으로 빈틈없이 가득 차 있었다. 열기가 순식간에 온몸을 덮쳐와 무릎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의 혀를 받아내며 신음을 흘렸고, 더 깊은 접촉을 갈망하며 그의 품으로 바짝 파고들었다.그의 외투는 여전히 열려 있었다. 내 외투 역시 마찬가지였다.스웨터가 말려 올라가 드러난 허리 언저리의 살결에 차가운 바람이 스쳤으나, 그의 두 손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가 그 한기를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그가 내 골반을 움켜쥐더니 작업대 모서리 위로 단숨에 나를 들어 올려 앉혔다. 공구들이 와르르 덜컹거렸지만 그 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다리
캐롤라인의 시점말을 내뱉던 도중에 전기가 나가버렸다.찰나 전까지만 해도 주방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라디오에서는 옛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온 세상이 암흑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보일러가 나지막한 신음을 토해내며 멎었다. 냉장고의 웅웅거림도 뚝 끊겼다. 잠시 동안 거실 바닥을 가로질러 굴러가는 베니의 장난감 트럭 바퀴 소리만이 유일하게 남았다.새아버지가 낮게 욕설을 짓씹었다. 복도 쪽에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 로즈 이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의 휴대폰 손전등이 켜지며 어둠 속으로 가느다란 백색 빛줄기를 쏘아 올렸다."차단기 쪽인 것 같군," 새아버지가 말했다.새아버지와 로즈 이모는 휴대폰 불빛으로 앞을 비추며 다용도 벽장으로 향했다. 베니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이에 열중해 있었고, 나는 주방 아일랜드 식탁 곁에서 손전등을 든 채 방 건너편의 매튜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얼굴은 절반쯤 그림자에 잠겨 있었다. 그가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버렸다.새아버지가 먼저 돌아왔다."차단기는 멀쩡해. 전선로 쪽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엄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창고에 낡은 발전기가 있잖아. 지난번 큰 폭풍 왔을 때 당신 아버지가 사두셨던 거 말이야."다른 이들이 채 입을 떼기도 전에 매튜가 나섰다."제가 다녀오겠습니다."엄마는 외투를 챙기려 현관실로 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캐롤라인, 오빠랑 같이 가렴. 큰 손전등 챙겨 들고 시동 줄이 뻑뻑하면 옆에서 좀 거들어줘. 밖이 꽁꽁 얼어붙었으니까."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로즈 이모는 여전히 창문들을 살피고 있었고, 새아버지는 전화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데도 전력 회사에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베니는 트럭을 밀며 입으로 부릉부릉 엔진 소리를 냈다.엄마를 따라 현관실로 들어갔다. 엄마는 내게 묵직한 대형 손전등과 매튜의 낡은 작업용 외투를 건네주었다. 매튜가 선반에서 두 번째 손전등을 집어 들 때 우리의 손가락이
매튜의 시점캐롤라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녀는 포크를 내려놓고 베니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잠이 안 와서 그랬어," 그녀가 말했다. "영화를 틀었는데 볼륨을 낮춘다고 낮췄지만 잘 안 됐나 봐. 벽 너머로 그 소리를 들었나 보네."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이윽고 엄마가 안도의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다시 달걀 요리로 몸을 돌렸다."어머, 그래서 그랬구나. 다음엔 이어폰 끼고 보렴, 알겠지?"아빠가 껄껄 웃으며 토스트로 손을 뻗었다. 로즈 이모는 이런 오래된 집들은 벽이 참 얇다며 한마디 보탰다. 대답에 금세 흥미를 잃은 베니는 다시 의자 다리를 발로 차며 접시 위의 베이컨 조각을 쫓아 포크를 찔러대는 일로 돌아갔다.주방 안으로 서서히 다시 대화가 차올랐다. 제설차 작업 현황. 오후 계획. 장작이 더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들. 지극히 평범한 소리들. 평범한 단어들.그 모든 시간 동안 나는 캐롤라인을 지켜보았다.그녀는 포크를 집어 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식사를 이어갔다. 머리카락 한 가닥이 뺨 위로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아이가 입을 열었던 그 순간부터 치솟은 내 맥박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음식을 삼킬 때 목덜미가 작게 오르내릴 때마다 내 시선은 사로잡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식탁에 앉은 다른 모든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어젯밤의 일이 우리 사이에 도사리고 있었다.억지로 남은 커피를 들이켜며 표정을 담담하게 유지하려 애썼다. 내가 머그잔을 얼마나 으스러지게 쥐고 있는지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이메일을 확인해야 한다는 막연한 핑계를 대며, 눈에 띄지 않게 서둘러 식탁에서 일어났다.새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빠는 이미 다시 날씨 이야기로 돌아가 있었다. 계단을 두 칸씩 뛰어 올라가 내 침실 문을 생각했던 것보다 더 거세게 닫아걸었다.방 안은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