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언니가 요즘 마음이 많이 불안했던 모양이에요. 전하와의 정혼 자리가 너무 과분하다고 느꼈는지, 요 며칠 동안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거든요."
세라피나의 말은 다정해 보였으나, 은연중에 아리아가 알파 킹의 정혼자로서 자격이 부족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섬세한 덫이었다.
카시안은 세라피나가 건넨 찻잔을 바라보았으나 손을 대지 않았다. 그의 서늘한 시선이 세라피나의 얼굴에 머물렀다.
"몸이 좋지 않다?"
"네, 전하. 언니가 원래 몸이 약하기도 하고... 오늘 전하가 오신다는 소식에 너무 긴장한 탓에 방에서 쉬고 있답니다. 제가 언니 대신 전하를 정성껏 모시라고 아버지께서도 말씀하셨어요."
세라피나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지만, 내심 승리감에 도취해 있었다. 아리아가 스스로 방에 갇혀 알파 킹을 바람맞힌 꼴이 되었으니 이것만큼 좋은 기회도 없었다.
그때, 응접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아리아의 계부이자 세라피나의 친아버지인 로제 공작이 거친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송구합니다, 전하. 버릇없는 아이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감히 알파 킹 전하께서 직접 방문하셨는데 방에서 나오지 않다니, 당장 사람을 보내 끌어내도록 하겠습니다."
"됐습니다, 공작."
카시안의 낮게 깔린 음성이 응접실의 공기를 갈랐다.
"억지로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그가 말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달칵.
닫혀 있던 응접실의 묵직한 목재 문이 천천히 열렸다.
응접실 안에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일제히 문가로 향했다. 세라피나의 입가에 맺혀있던 가식적인 미소가 순간 경련을 일으켰다.
문 뒤에서 걸어 나오는 인물은 방에 누워 쉬고 있어야 할 아리아였다.
그러나 그 모습은 응접실 안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형태였다. 화려한 장신구도, 과도한 레이스도 없었다. 아리아는 장식 하나 없는 매끄러운 칠흑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찬란한 은발이 검은 옷감 위로 쏟아져 내려 완벽한 대조를 이루었다. 전 대 루나였던 어머니의 고결한 성품이 그대로 살아 돌아온 듯한 기품이었다.
그녀의 걸음걸이에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귀족의 태도, 그리고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고고한 아우라.
카시안의 눈빛이 깊어졌다.
알파로서의 본능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눈앞에 걸어오는 여자는 자신이 알던 그 가냘프고 의존적이던 공작가의 영애가 아니었다. 마치 수많은 사선을 넘고 돌아온 지배자 같은 묵직한 중압감이 그녀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아리아! 네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몸도 안 좋은 주제에 차림새도 갖추지 않고 나오느냐?"
로제 공작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의붓딸인 아리아가 알파 킹의 눈에 차치 않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까 불안했던 공작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세라피나 역시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리아의 손을 잡으려 다가갔다.
"언니! 몸이 안 좋다더니 왜 나왔어? 내가 전하께 잘 말씀드리고 있었는데..."
아리아는 세라피나의 손이 자신의 몸에 닿기 직전, 냉정하게 손을 거두었다. 세라피나의 손이 허공에 붕 떠버렸다.
"내 몸 상태는 내가 가장 잘 안다, 세라피나."
아리아의 서늘한 목소리가 응접실을 울렸다. 그녀는 세라피나를 흘긋 바라보지도 않은 채, 곧장 카시안이 앉아있는 상석으로 걸어갔다.
카시안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차가운 황금빛 눈동자로 다가오는 아리아를 직시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매섭게 충돌했다. 전생이었다면 카시안의 시선만으로도 숨이 막혀 고개를 숙였을 아리아였지만, 지금의 그녀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아리아는 카시안의 앞, 찻상 위에 품에서 꺼낸 봉인된 양장지를 올려놓았다. 어머니의 유품인 인장반지로 찍어낸 붉은 왁스 문양이 찻상 위에서 선명하게 빛났다.
"이게 무슨 짓이냐, 아리아!"
로제 공작이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전하 앞에 무슨 버릇없는 물건을 내놓는 것이냐?"
아리아는 계부를 향해 차분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 눈빛에 담긴 차가움에 로제 공작은 순간 흠칫하며 말을 멈추었다.
"버릇없는 물건이 아닙니다. 이것은 실버문 팩의 법전에 의거하여 작성된 정식 서류입니다."
아리아의 시선이 다시 카시안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입술이 우아하게 열리며, 응접실 안의 모두를 충격에 빠뜨릴 말이 흘러나왔다.
"카시안 전하. 본인, 아리아는 이 시간부로 전하와의 정혼 관계를 완전히 파기하고자 합니다. 파혼을 요청합니다."
응접실 안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찾아왔다.
하인들은 제 귀를 의심하며 눈을 커다랗게 떴고, 로제 공작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세라피나의 얼굴에서는 가식적인 미소가 완전히 사라지고 경악이 번졌다.
감히 공작가의 영애가, 실버문 팩 전체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알파 킹을 향해 파혼을 선언한 것이다.
카시안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의 어깨 너머로 붉은 알파의 기운이 흉흉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보통의 귀족이라면 그 기압에 눌려 무릎을 꿇고 피를 토했을 강렬한 위압감이었다.
"파혼이라고?"
카시안의 낮고 굵은 음성이 정적을 깨뜨렸다. 그 음성 속에는 감춰지지 않는 불쾌감과 알 수 없는 위험함이 서려 있었다.
"내가 잘못 들은 모양이군, 영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고는 있나?"
"명확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전하."
아리아는 카시안이 내뿜는 강력한 알파의 기운을 전면으로 받으면서도 눈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전생에 지하 감옥에서 죽어가며 겪었던 통증에 비하면, 이 정도의 기압은 그저 미풍에 불과했다.
"전하와 저 사이의 정혼은 전 대 루나이셨던 돌아가신 어머니와 알파 킹 가문의 정치적 약조였습니다. 전하 역시 나를 정혼자로 인정하거나 마음을 준 적이 없으시지 않습니까?"
"아리아! 당장 그 입 다물지 못해!"
로제 공작이 분노로 떨며 고함을 질렀다.
"전하, 이 아이가 오냐오냐 자라 철이 없어 그렇습니다! 제발 용서하십시오! 당장 이 서류를 치우고 아리아를 방에 가두겠습니다!"
"가만히 계십시오, 공작."
카시안이 손을 들어 로제 공작의 말을 단칼에 자랐다. 카시안의 황금빛 눈동자는 오직 아리아만을 쏘아보고 있었다.
아리아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회귀 직후 완벽하게 각성한 아리아의 루나 영적 감각은, 카시안의 영혼 깊은 곳에 새겨진 그 문양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식별해 냈다.그것은... 자신의 영혼에 걸려있던 흑마법 저주를 누군가가 제 영혼으로 대가 없이 끌어안았을 때만 생겨나는 '영혼 대속(代贖)의 낙인'이었다."이... 이게 무슨..."아리아의 손이 떨려왔다.카시안이 아리아의 떨리는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피로 물든 단단한 손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죔쇠처럼 얽어 쥐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으나, 오직 아리아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서늘할 정도로 맑고 절박했다."괜찮아... 아리아..."카시안의 낮게 떨리는 목소리가 피범벅이 된 입술 사이로 터져 나왔다."다치지... 않았다면... 되었다...""전하, 당신 몸에 있는 이 낙인은 대체..."아리아가 차마 말을 맺지 못하고 카시안의 가슴팍을 더듬으려 할 때였다.카시안의 몸 안에서 사나운 알파 마력과 흑마법 독기가 충돌하면서, 카시안의 영혼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파편들이 은빛 인광이 되어 공중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그것은 단순한 환영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각성한 루나의 마력과, 대속의 낙인이 반응하여 아리아의 뇌리 속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는 전생의 차가운 진실이었다.파아앗—!아리아의 자색 눈동자 속으로 거대한 전생의 잔상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전생의 그 어둡고 음습했던 지하 감옥.아리아는 차가운 돌바닥에 누워 피를 토하며 죽어가고 있었다. 몸의 감각은 이미 마비되어 있었고, 가슴을 죄어오는 흑마법 저주의 통증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그때, 감옥 문이 열리며 칠흑 같은 로브를 두른 카시안이 걸어 들어왔었다.전생의 아리아는 카시안이 자신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알아서 처리해라"라는 한마디만 남긴 채 뒤돌아섰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완벽한 무심함과 방관이었다고 믿었었다.그러나 아리아의 뇌리 속으로 흘러 들어온 카시안 시점의 전
"내가 왜 너희 따위에게 그것을 밝혀야 하지? 어차피 내 가문은 몰수당했고, 내 권력은 무너졌다. 하지만 아리아... 네가 완벽하게 승리했다고 착각하지 마라."발타자르의 황금빛 눈동자에 미친 듯한 광기가 피어올랐다."네 어머니가 왜 죽었는지 아느냐? 네 영혼에 걸린 그 사악한 저주가 겨우 남부의 성석 하나를 정화했다고 완벽히 사라졌을 것 같으냐? 멍청한 계집 같으니!"아리아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그때, 아리아의 옆에 서 있던 카시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는 지옥의 유황불처럼 사납게 타오르고 있었다.카시안의 거대한 손이 철창 문을 거칠게 쥐어잡았다. 고대 룬 문양이 새겨진 굵은 흑철 문이 카시안의 악력을 견디지 못하고 오도독 소리를 내며 이그러졌다."입 다물어라, 발타자르."카시안의 낮고 서늘한 음성이 공기를 얼려버렸다."네놈의 미천한 입에서 내 여인의 이름을 함부로 올리지 마라. 네가 혀를 놀릴 때마다 네 뼈마디를 하나씩 부러뜨려 주마.""하하하! 카시안! 불쌍한 애송이 황제!"발타자르는 카시안의 살벌한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기 어린 소리로 웃어댔다."네놈은 아무것도 모른다! 네놈이 그 영애를 제 품에 안으려 할수록 그 영애가 얼마나 비참하게 찢겨나가는지... 네놈의 그 사나운 알파 마력이 오히려 그 영애의 영혼을 가로막는 독이라는 것을!""뭐라고?"
기사단장 베른 경과 영주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 들어 가슴에 대고 무릎을 꿇었다.아리아는 오만하고 고결한 표정으로 왕관을 집어 들어 제 머리 위에 스스로 올려놓았다. 남의 손에 의해 씌워지는 왕관이 아닌, 오직 스스로의 힘과 지략으로 일구어낸 진정한 '두 번째 왕관'이었다.그때, 저택 정원 입구에서 웅장한 말발굽 소리가 울리며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가 호위 기사도 없이 홀로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왔다.카시안이었다.그는 황제의 화려한 로브도, 오만한 태도도 모두 내려놓은 채, 오직 아리아를 수호하는 개인 기사의 검을 차고 단상 앞으로 걸어 나왔다.카시안은 아리아의 발치 아래 다가가, 기사로서의 예를 갖추어 깊이 고개를 숙였다."축하합니다, 내 여왕이시여."카시안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오직 아리아만을 향한 영원한 집착과 복종이 서려 있었다."당신이 쓴 그 두 번째 왕관이 영원히 빛날 수 있도록... 내가 당신의 가장 강한 방패이자 무자비한 검이 될 것입니다."아리아는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인 알파 킹 카시안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전생의 비극과 무심함, 지하 감옥의 오한을 완벽하게 딛고 일어선 아리아의 입가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냉혹한 승리의 미소가 피어올랐다."기대하겠습니다, 카시안 전하."아리아의 서늘한 음성이 푸른 하늘을 울렸다."내 두 번째 왕관 아래
"네가 나 없이도 완벽한 지배자라는 것을 안다. 내 도움 따위는 단 한 조각도 필요치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카시안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붉은 눈물이라도 흘러내릴 듯이 절박한 빛이 피어올랐다."그러니 내가 네 기사가 되겠다, 아리아.""예?"아리아의 자색 눈동자가 순간 당황으로 크게 벌어졌다.카시안은 대강당 복도 한가운데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제국의 모든 귀족들과 황실 기사들이 지나다니는 복도 한복판에서, 제국 최고 지배자인 알파 킹이 단 한 여인의 발치 아래 다시 한번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카시안은 아리아의 작은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올려 제 이마에 대었다. 늑대 부족에 있어 이것은 지배자가 신하에게 행하는 치욕이 아니라, 한 사내가 자신의 영혼과 목숨을 바쳐 여왕에게 바치는 가장 고결하고 절대적인 복종의 맹세였다."네가 내 루나가 되어주지 않는다면... 내가 네 발치 아래 무릎을 꿇는 정식 수호 기사가 되겠다."카시안의 낮고 서늘한 음성이 복도를 울렸다."네가 구축한 그 완벽한 왕국에서, 네 발끝을 더럽히는 모든 사악한 것들을 베어내는 가장 사나운 검이 되어주마. 그러니 네 곁을 떠나라는 말만은 하지 마라... 제발, 아리아."그것은 알파 킹 카시안의 오만이 완벽하게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다. 이전의 오해와 무심함에 대한 참회, 그리고 이번 생에서 그녀를 절대 잃지 않겠다는 처절한 구걸이었다.복도 멀리서 이 광
아리아가 손끝을 들어 올리자, 가주 직인이 찍힌 정식 교지가 서기관들에 의해 제국 전역으로 발송되기 시작했다.귀족석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어쩜 이리 완벽할 수가...''원로원의 사욕을 부수고 제국 전체의 이익으로 환원하다니!''알파 킹 전하의 정혼자라는 수식어 따위는 필요치 않다. 저분이야말로 제국이 기다려온 진짜 루나 여왕이시다!'전생에서 아리아를 멸시하고 세라피나의 가식에 놀아나던 귀족들이, 이제는 아리아의 발치 아래 무릎을 꿇고 그녀의 입에서 떨어지는 어조 한마디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저주를 끊어내고 가문과 제국을 바로 세운 완전한 자립이었다.하지만 아리아의 자색 눈동자는 조금의 자만심도 없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그녀는 의장석 옆, 칠흑 같은 제복 차림으로 서서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남자를 흘깃 바라보았다.알파 킹 카시안.그는 제국의 최고 지배자이자 황제임에도 불구하고, 아리아의 옆자리에 그림자처럼 서서 그녀를 호위하는 근위대장처럼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칠흑 같은 머리칼 사이로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는 오직 아리아의 일거수일투족에만 고정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흉포한 지배욕 대신 오직 지독한 후회와 안달이 일렁이고 있었다.아리아는 회의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우아하게 대강당을 걸어 나왔다.그녀의 뒤를 따라 카시안이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의 걸음 소리가 고요한 성채 회랑을 울렸다.&nb
모든 귀족들이 숨을 죽인 채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알파 킹의 이 성대한 구애 앞에, 그 어떤 여인이라도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응할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그러나 아리아는 카시안이 잡고 있던 드레스 자락을 차갑게 털어냈다.아리아의 자색 눈동자에는 단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아리아는 품 안에서 마침내 완성된, 붉은 인장이 찍힌 파혼서를 내밀었다."전하."아리아의 서늘한 음성이 무릎을 꿇은 카시안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약조를 이행할 시간입니다. 발타자르가 단죄되고 내 가문의 안전이 확보되었으니, 이 파혼서에 친필 서명을 내어주십시오."카시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해를 씻어내고 그녀의 앞에 무릎까지 꿇었건만, 아리아의 눈빛 속에는 여전히 그를 향한 완벽한 단념과 서늘한 경계만이 남아 있었다."아리아... 아직도 나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인가?"카시안의 목소리가 불쌍할 정도로 낮게 떨렸다."용서라니요."아리아는 오만하게 입가를 말아 올렸다."용서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전하. 저는 전하를 향한 미련이나 애정을 이전의 마지막 순간에 완벽하게 태워 없앴으니까요."아리아는 파혼서를 카시안의 가슴팍에 똑바로 밀어 넣었다."이제 전하와 나 사이에는 그 어떤 약조도, 정치적 결합도 존재하지 않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