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쾅――!신부 대기실의 묵직한 도어가 마치 부서질 듯한 파동을 그리며 활짝 열렸다.압도적인 존재감. 완벽한 체구."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낮고 굵직하게 닻을 내리는 목소리.지독하리만치 매혹적이고 오만한 저음이, 좁은 대기실 안의 공기를 단숨에 집어삼켰다.눈물로 흐려진 시야.유진은 순간 눈앞의 남자를 알아보지 못했다.초점 없이 흔들리는 유진의 가느다란 손목 위로, 묵직하고 뜨거운 손아귀 힘이 훅 치고 들어왔다.석―.남자의 커다란 구릿빛 손이 유진의 새하얀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거부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힘.남자는 가녀린 유진의 몸을 자신의 단단한 품 안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팍―!남자의 두터운 가슴팍에 유진의 얼굴이 처박혔다.코끝을 마비시키듯 밀려드는 냄새가 있었다.은밀한 우드 향, 그리고 그 뒤를 청량하게 가르는 퇴폐적인 라벤더향.밤새도록 자신의 온몸을 구석구석 지배하고,아랫배를 들끓게 만들었던 바로 그 남자의 체취였다.완벽한 핏의 다크 슈트를 차려입은 남자가 품에 안긴 유진을 내려다보았다.눈물로 젖은 그녀의 뺨을 거친 엄지손가락으로 슥, 쓸어내렸다.조심스럽지만 노골적인 손길.이내 요스케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그의 시선이 문기를 향해 꽂혔다.밤하늘의 어둠을 통째로 베어 물어 박아 넣은 듯한,진한 눈동자 속으로 잔인한 살기가 번뜩였다."오랜만이다, 김문기."남자의 등장과 동시에,문기의 오만하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새하얀 신부 대기실의 벽면보다 더 창백하게 질려버린 낯짝.예상치 못한 남자의 등장에, 문기의 입술이 볼품없이 잘게 떨렸다."너…… 요스케? 네가 왜 여기 있어? 이 새끼… 너 대체 유진이랑 무슨 관계야?""글쎄, 뭘까."요스케의 붉은 입술 끝이 호선을 그리며, 기괴하게 올라갔다.교활하고도 잔인한 비웃음.요스케는 문기의 눈앞으로 손을 들이밀었다.그리고 보란 듯이,유진의 가녀린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두꺼운 손가락을 거침없이 밀어 넣었다.스르륵, 탁.살점과 살점이
“왜, 당장 한 시간 뒤에 식장 들어가려니까, 메리지 블루라도 걸린 척 자존심이라도 부려보고 싶은 거야?"낮고 은밀하게 귓가를 긁는 조롱.그의 너무도 오만한 표정에 유진은 기가 찼다.10년의 세월이 송두리째 난도질당하는 기분이었다.분노보다 먼저 치밀어 오른 것은 거대한 자괴감이었다.[난 도대체 무얼 위해서…… 저 오만한 인간에게 10년이나 조종당하고 순종하며 살았던 걸까.]고결한 정혼자라는 타이틀에 가둬 놓고,자신을 방치했던 그의 모든 내숭이,결국 저 남자의 비틀린 오만함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뼛속까지 시려왔다.[난 당신이 밣아도 꿈쩍도 못하는 인형도, 당신의 고결함을 증명할 트로피도 아니야.]유진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스윽.유진은 입고 있던 블랙 재킷 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었다.손끝에 잡히는 매끌거리는 필름의 질감.유진은 접혀 있던 까만 종이를 꺼내,그대로 문기의 면상을 향해 거침없이 던져버렸다.스르륵, 툭―.검은 종이가 공중에서 포선을 그리며, 그의 블랙 턱시도 가슴팍을 때렸다.그리고 차가운 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무력하게 추락했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감히 누구 앞에서 건방지게 물건을 던져?"문기의 미간이 험악하게 뒤틀렸다.눈동자에 살기가 돌았다.유진은 비웃음을 담아 그를 응시했다."이렇게까지 해야 했어? 그냥 아예 내 뒤에서, 나 몰래 딴살림을 차리지 그랬어. 차라리 그게 내 자존심은 덜 상했을 텐데.""서유진!!!""내 브라이덜 샤워 자리에, 내 소중한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비참하게 모욕을 줘야만 했냐고! 내 인생을 통째로 진흙탕에 짓밟아놓고…… 내가 지금 이 정도 자존심도 못 부려?""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문기는 불쾌함이 극에 달한 듯,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낚아채듯 주워 올렸다.구겨진 종이를 거칠게 펼친 순간,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흑백의 태아 초음파 사진.하지만 충격은 찰나였다.문기의 입꼬리에 비열하고 기분 나쁜 미소가 느리게
쏴아아―.뜨거운 물줄기가 씻어내린 자리 위로 오한이 덮쳤다.유진은 거울 앞에 앉았다.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드라이어를 쥐었다.쿠우웅,모터가 비정상적으로 울어댔다.젖어 밀착되어 있던 갈색 머리칼이 뜨거운 바람을 맞아 사방으로 거칠게 흩어졌다.평소라면 스킨과 로션만 대충 바르고 말았을 하얀 얼굴이었다.오늘은 달랐다.피부를 창백하리만치 하얗게 덮어버린 뒤, 칠흑 같은 아이라인으로 눈매를 날카롭게 찢었다.마지막은 지독할 정도로 붉은 핏빛 립스틱이었다.하얀 얼굴 위로 새빨간 입술이 번뜩였다.거울 속 여자는 지독하리만치 아름다웠고, 소름 끼칠 정도로 서늘한 눈을 하고 있었다. 독기가 바짝 오른 뱀의 형상이었다."이제…… 무엇부터 해야 하지?"갈라진 목소리가 거울을 때렸다.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신혼집을 둘러봤다.최고급 아파트. 웅장한 평수. 하지만 거실부터 주방까지,그 어느 구석에도 '서유진'이라는 인간의 흔적은 존재하지 않았다.단조로운 모노톤의 이탈리아제 가구, 차가운 대리석 식탁,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한 기괴한 조형물까지.전부 정혼자인 김문기와 그의 오만한 가족들이 제멋대로 채워 넣은 박제들이었다.유진은 그 공간에서 철저히 소외된 이방인이자, 그들이 규정한 가련한 인형에 불과했다.자괴감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유진은 부부 침실로 걸어가 묵직한 옷장을 열었다.화려한 문기의 옷들 사이,한구석에 초라하게 걸려 있는 몇 벌 안 되는 자신의 옷가지들.유진은 그것들을 거칠게 끄집어내 바닥에 팽개쳤다.그리고 거대한 블랙 캐리어를 열고 무작비하게 쑤셔 넣었다.지익, 지이익―!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 캐리어의 지퍼가 굳게 닫혔다.10년의 미련이 그 어두운 가방 속으로 완벽히 밀봉되어 매장당하는 순간이었다.오전 9시.유진은 제 몸집만 한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도로변으로 나섰다.검은 택시의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목적지는 다시, 어젯밤 그 지독하고 뜨거운 밤을 보냈던 그 호텔이었다.그곳 2층에 위치한 대형 그랜드 볼룸.오늘
스윽―.암막 커튼의 미세한 틈새를 뚫고 들어온,날카로운 아침 햇살이 어두운 펜트하우스의 침실 바닥을 일직선으로 갈랐다.그 검붉은 어둠을 가르는 금빛 광선이 유진의 감긴 눈꺼풀 위로 쏟아졌다.유진은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 올렸다.두통이 깨질 듯이 밀려왔다.지독한 숙취와는 다른 종류의 통증이었다.뇌 신경을 사정없이 짓누르는 감각과 함께, 코끝을 스치는 낯선 냄새가 있었다.묵직하고 퇴폐적인 우드 향.그리고 살결에 닿는 서늘하고 이질적인 시트의 감촉.그 생경한 감각들이 전신을 때리는 순간, 흐릿하던 정신이 확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시야가 번쩍 트였다.‘……아.’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린 유진은 숨을 턱 멈추었다.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벽한 나신.은은하게 빛나는 백옥 같은 하얀 몸 위로,닻처럼 묵직하게 자신을 감싸 안고 있는 단단하고 두터운 구릿빛 팔뚝이 보였다.힘줄이 붉게 불거진 남자의 커다란 손이 유진의 가녀린 허리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 움켜쥐고 있었다.유진은 그 위험한 이방인의 거대한 품 안에 여전히 갇혀 있었다.하얗게 질린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아…… 진짜 미쳤구나, 서유진.]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쿵쾅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가득 채울 것만 같았다.유진은 잠든 남자가 깨지 않도록 거친 숨을 억지로 고르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남자의 묵직한 팔을 슬그머니 들어 올리고, 침대 밖으로 하얀 발을 내딛는 순간."앗……."허벅지 안쪽에서부터 찌릿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뇌리를 강타했다.온몸의 마디마디가 부서질 것처럼 저려왔다.밤새도록 그가 남긴 뜨겁고 무자비했던 흔적들이 다리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감각에,유진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삼키며,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미쳤어. 미쳤어, 진짜……!]속으로 피를 토하듯 비명을 지르며,유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실 밖으로 조용히 빠져나갔다.거실 바닥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어젯밤의 격정적인
"날…… 가져요. 거칠게 가져도 좋으니까…… 제발……."가늘게 떨리는 여자의 애원.그 한마디가 사내가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전선을 잔인하게 끊어버렸다.찰나의 순간이었다.유진을 배려하던 요스케의 눈빛이 통째로 씻기듯 지워졌다.그 자리에는 오직 사냥감을 눈앞에 둔 포식자,굶주린 수컷의 가공할 본능만이 번뜩였다.눈동자가 기괴할 정도로 짙게 가라앉았다."……하아, 너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 줄게."낮게 으르렁거린 요스케가 유진의 골반을 꽉 틀어쥐었다.뼈가 으스러질 듯한 무시무시한 악력.짙은 네이비색 베드러너 위로 유진의 하얀 골반 살결이 붉게 짓눌려 들어갔다.탁―!그가 허리를 무자비하게 쳐올렸다.완전히 변해버린 그의 맹렬한 몸짓이 유진의 은밀하고 좁은 살결을 가차 없이 가르고 들어왔다.스위트룸의 아늑한 침실 안.아픔이 섞인, 날카롭게 찢어진 신음소리가 공기 중에 흩어지기 시작했다."윽……! 아, 읏, 아……!"가녀린 체구만큼이나, 그녀의 중심은 단 한 번도 타인을 제대로 허락한 적 없는 어린 소녀처럼 좁고 단단했다.무자비하게 파고드는 요스케의 거대함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유진의 하얀 허벅지가 공중에서 잘게 떨렸다.오렌지빛 스탠드 조명 아래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가느다란 다리.마찰 열기로 가볍게 쓸리는 통증에 긴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왈칵 고였다.하지만 요스케는 멈추지 않았다.짓씹는 숨소리가 거칠었다.심지어 그는 이내 유진의 가녀린 두 다리를 자신의 넓은 구릿빛 어깨 위로 더 높게 꺾어 올렸다.더욱 깊숙하게. 사정없이. 단 한 치의 빈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밀어붙였다.철저한 유린이자 완벽한 지배였다.철퍽, 찰팍―!서로의 살결이 거칠게 부딪치는 외설적인 소리가 고요한 펜트하우스를 난폭하게 난도질했다.유진은 숨이 턱 막히는 압박감과 통증에, 남자의 단단하고 두터운 어깨를 악착같이 움켜쥐었다.그녀의 짧고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탄탄한 등 가죽을 파고들어 붉은 생채기를 남겼다. 구릿빛 피부 위로 선명하게 그어지
“보는 것보다 직접 겪어보는 게… 훨씬 좋을 거예요.”그녀의 도발적인 선언은, 요스케의 내면에 자리한 이성의 마지노선을 완전히 부러뜨렸다."하으……."요스케는 으르렁거리듯 거친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화이트 셔츠를 벗어던졌다.투둑, 투두둑―.하얀 단추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까만 대리석 바닥을 요란하게 때렸다.실루엣만으로도 압도적인 단단하게 단련된 그의 넓은 가슴팍과 어깨 근육이 오렌지빛 조명 아래 묵직하게 드러났다.묵직한 구릿빛 피부 위로,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그의 쇄골을 타고 흘러내려, 근육의 음영을 더 진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었다.그는 굶주린 맹수처럼, 유진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품에 강하게 끌어안았다.팍―!다시 마주 닿은 입술은,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뜨겁고 노골적이었다.질척한 마찰음이 고요한 방 안을 빈틈없이 채웠다.그의 두터운 손길이 유진의 은밀한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그러나 탐욕스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단단하고 거친 남자의 손가락이 유진의 가녀린 척추뼈를 하나하나 짚어 내렸다.매끄러운 골반을 지나, 이내 허벅지 안쪽의 연약한 살결을 파고들었다.유진의 몸은 은은한 스탠드 불빛을 받아 새하얀 눈처럼 투명하게 빛났다.요스케의 짙은 구릿빛 손바닥 아래에서, 아기의 속살처럼 말캉하면서도 만지는 대로 녹아내릴 것 같은 유백색 살결이 기묘한 대비를 이루며 짓눌렸다.손끝에 닿는 극상의 촉감에, 요스케는 더 이상 자제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머릿속의 퓨즈가 통째로 끊어진 느낌이었다."하아……."요스케는 낮게 신음하며, 유진의 가느다란 몸을 단숨에 안아 올렸다.시야가 웅장하게 흔들렸다.허공에 뜬 유진은 저도 모르게 그의 단단한 목을 꼭 끌어안았다.몇 걸음 만에 침실에 도달한 그가 유진을 침대 위로 눕혔다.그리고 곧장 그 거구로 유진의 새하얀 나신 위를 빈틈없이 덮쳐눌렀다.침대에 눕자마자 그의 애무와 키스는 한층 더 맹렬해졌다.요스케의 뜨거운 입술이 유진의 젖은 입술을 지나 턱선, 그리고 가냘픈 목덜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