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이 흐릿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예민주는 얼굴을 붉히면서 수줍게 눈을 흘겼다.“무진 오빠, 왜 그렇게 쳐다봐요?”간드러지게 물으면서 예민주는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약효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걸 깨달았기에!예민주가 예상한 바처럼 무진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세심하게 물었다.“발을 삐었는지 모르잖아, 병원에 가서 검사해 봐야지.”“그럼 오빠 말대로 할게요...”예민주는 수줍게 웃으면서 고분고분 무진의 말을 따랐다.그 후 엘리베이터는 계속 내려가서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예민주는 무진을 따라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잠시 후, 무진은 예민주와 함께 병원에 왔다. 의사의 검진 결과 복사뼈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물론 예민주는 여전히 아프다고 엄살을 피웠다. 의사는 집에 돌아가 얼음찜질을 하고 앞으로 이틀 정도는 되도록 많이 움직이지 말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의사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서, 무진은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얼음을 구입한 뒤 예민주를 집으로 바래다주었다.얼음찜질의 시원함을 즐기면서 예민주는 여전히 수줍어했다. 자신에 대한 무진의 관심과 자상한 모습을 보자, 마음속에는 기쁨이 가득했다.“오빠, 오빠는 계속 바쁘잖아요. 나는 정말 괜찮으니까 오빠도 앉아서 좀 쉬어요!”예민주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무진이 자신의 곁에 앉도록 했다.잠시 잡담을 나누다가, 예민주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떠보면서 물었다.“오빠는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 줘요? 집까지 데려다 주고, 또 얼음찜질도 도와주고?”지금 무진의 정신은 그다지 맑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행동이 모두 정상적으로 생각되지만, 자기 의지대로 지배할 수 없는 것이다.무진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진지한 어조로 대답했다.“당신은 내 약혼녀야. 내가 당신에게 잘해 주지 않으면 누구에게 잘해 주겠어?”이 대답에 예민주는 아주 만족했다. 웃음을 참으면서 예민주가 계속 추궁했다.“이왕 이렇게 됐으니 우리 일찍 결혼식을 올리도
“맛이 어때요? 입맛에는 맞아요?”부드럽게 묻는 예민주의 얼굴에는 배려하는 미소가 가득했다.컵을 내려놓은 무진이 적당히 얼버무렸다.“괜찮네.”사실 예민주는 무진이 무슨 말을 하든 개의치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무진이 이 해장차를 전부 마시는 것이다.“그럼 많이 마셔요. 내가 차에 한약을 배합해서 해장뿐만 아니라 간에도 좋아요.”예민주는 빙그레 웃으면서 무진에게 차를 마시라고 재촉했다.사실 무진은 마음속으로 왠지 모르게 초조했다. 예민주가 가능한 한 빨리 사무실을 떠나기를 바랐지만, 감정을 상하게 할까 봐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그래, 그럼 차를 다 마시면 돌아가. 오늘은 회사에 일이 아주 많아.”무진의 말투는 여전히 평소와 같이 냉담했다. 늘 예민주가 와도 내버려 두는 말투이다.예민주도 일찌감치 습관이 되었다. 오늘은 더더욱 이를 불평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그저 인내심을 가지고 약효가 작용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까.“알았어요, 좀 있다가 갈게요. 오빠 일을 방해하지 않을 거예요.”예민주는 달콤한 목소리로 철이 든 모습을 영리하게 표현했다.예민주가 빨리 갈 수 있게, 무진은 아예 서류를 덮고 해장차를 마셨다.꿀꺽-꿀꺽-차는 좀 뜨겁지만, 무진은 그래도 가장 빠른 속도로 다 마셨다.“어때요? 무진 오빠, 지금은 좀 괜찮아요? 관자놀이가 아직도 아파요?”무진이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신 걸 보자, 예민주는 마음속으로 몰래 기뻐하면서도 능청스럽게 배려하는 척 연기했다.“많이 좋아졌어. 머리도 많이 맑아졌고.”예의상 무진은 입을 웃으면서 컵을 내려놓았다.자리에서 일어난 무진이 에민주의 입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아래층까지 바래다 줄게.”예민주는 기뻐하며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곧바로 함께 집무실에서 나와서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애석하게도 줄곧 무진은 예민주에게 형식적인 관심만 있을 뿐, 시종 정말로 마음을 터놓지 않았다.“요 며칠 좀 바빠서 너와 함께 있을 시간이 많지 않을 거야.”
다음날 아침.무진은 숙취에서 깨어났다.‘어제 외출할 때 할머니에게 접대할 때 술을 많이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술에 취하고 말았네.’‘그러나 사업이 바로 이렇지. 접대는 반드시 필요하고 술자리도 종종 미룰 수 없기에, 술을 마시는 것도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아.’‘어제 몇 시에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 아마도 11시는 넘었을 거야. 어쩌면 12시가 넘었을 지도 몰라.’더부룩하고 아픈 머리를 문지르면서, 시간이 벌써 8시 반이 된 걸 보고 급히 세수를 한 뒤 회사로 달려갔다.집무실에 들어선 무진은, 몸이 좀 불편했지만 평소대로 일하면서 오후 회의를 주재했다.잠시 바쁘게 일하다가 커피를 마시고 정신을 차리려고 비서를 부르려던 참인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었다.“들어와.”무진이 입을 열었다.곧바로 아름다운 몸매의 여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들어왔다. “좋은 아침, 무진 오빠!”예민주는 일부러 골반을 흔들면서 눈웃음을 머금은 인사를 했다. 무진은 예민주를 예민주를 힐끗 쳐다봤다. 예민주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 여자에 대해서 왠지 소외감을 느꼈다.“아침부터 왜 회사에 온 거야?”무진은 별로 할 말도 없어서, 인사만 한 뒤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검토했다.예민주가 무진의 옆에 왔다. 정신을 집중한 채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무진의 준수한 옆모습을 쳐다보면서, 마음속으로는 말할 수 없는 갈망을 느꼈다.“오빠를 보러 온 거지요. 어제 하루 종일 소식이 없었잖아요.”경쾌하게 대답하는 예민주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원망이 좀 배어 있었다.무진이 항상 자신을 소홀히 한다는 점을 무진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다.애석하게도 예민주의 암시는 전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무진은 예민주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시종 서류에만 눈길을 돌렸다.다음 페이지를 넘기고서야 무진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아, 어제 내가 본가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있었어, 당신은 괜찮아?”“난 괜찮아요.”예민주는 어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운 무진은 사무를 땅에 내려놓았다.작은 소리로 사무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무진이 조심스럽게 남자의 뒤로 돌아갔다.무진이 곧 취객에게 달려들 때, 사무가 다른 방향에서 포위하고 공격했다.두 사람은 멀리서 한 번 눈을 마주치자, 자연히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시작하자!”무진은 사무를 향해 손짓한 뒤, 갑자기 뒤에서 상대방의 목을 조였다.동시에 사무는 100미터 스퍼트의 속도로 달려왔다.전혀 짐작도 못한 상태에서 목을 제압당한 남자는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사진을 살필 겨를도 없이 바로 반항했다이때 이미 남자의 곁에 다가온 사무가, 여동생이 땅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꼭 붙잡았다.“사진아, 빨리 나를 따라서 이쪽으로 와!”사무는 방금 무진의 지시대로 여동생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피했다.그리고 취객도 힘이 상당히 강했다. 자신이 계략에 걸렸다는 걸 깨닫자, 곧바로 무진과 잔디밭에서 싸우기 시작했다.남자의 아내는 남편이 정말로 큰 사고를 칠까 봐 서둘러 딸을 끌어당겼다.애석하게도 아내는 소리치는 것 외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취객은 결국 무진의 손에 제압되었다.구경하던 군중들은 박수를 치면서, 무진이 솜씨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용감하고 계획도 잘 세웠다고 칭찬했다.곧이어 놀이동산의 직원들이 제때에 달려왔다. 경비원들이 소란을 피우던 취객을 붙잡아서 곧바로 데려갔다.사건은 이렇게 끝이 났다. 사진은 크게 놀랐지만, 무진이 방금 용감하게 자신을 구출하는 모습을 보고는 열심히 박수를 쳤다.“아빠, 정말 대단해요!”사진은 나는 듯이 달려와서 무진의 품에 안겼다.아이가 무사한 모습을 보자 무진의 마음도 비로소 진정이 되었다.“사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방금 다 내 잘못이야. 너희들을 혼자 두지 말았어야 했는데...”별다른 위험은 없었다고 해도, 정말 무진은 손에 땀을 쥐어야 했다.이후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동산에서 계속 즐기면서도, 아이들과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시시각각 경계하는 모습이었다.날이 어두
주변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은 서둘러 사건 현장에서 벗어났고, 또 일부 사람들은 먼 곳으로 물러나서 구경했다.무진은 침착하게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당신은 누구세요? 빨리 우리 아이를 풀어주세요!”말하면서 상대방에게 접근을 시도했고, 곧 남자와의 거리는 2, 3미터밖에 되지 않았다.그제서야 무진은 공기 중에서 술기운을 맡을 수 있었다. 게다가 남자의 흔들거리는 몸짓과 결부시켜 생각해 보니, 이 사람이 술에 취한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겁에 질린 사진은 끊임없이 발버둥치며 울부짖었다.“아빠, 빨리 구해주세요. 이 나쁜 아저씨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아니나 다를까, 술에 취한 남자는 입만 열면 흉악한 표정으로 물었다.“당신은 누구야? 이 아이 아빠야?”무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경고했다.“여기는 놀이동산입니다.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행동하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감옥에 가기 싫으면 빨리 아이를 놔주세요!”무진의 말에 남자는 오히려 씩 웃었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표정이었다.술에 잔뜩 취해서 어깨를 흔들면서 무진을 향해 거리낌없이 말했다.“아이를 풀어주게 하려면, 당신이 먼저 내 아내를 불러와. 내가 담판을 해야겠어!”“당신 아내? 당신 아내가 어디 있는데?”남자가 허튼소리를 해도 무진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격렬하게 움직였다가 격노한 상대방이 사진을 다치게 할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일단은 상대방의 감정을 진정시키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나서 기회를 봐서 남자를 잘 구슬러서 사진이를 구해낼 생각이었다.“당신이 먼저 똑똑히 말해요.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내가 가능한 한 당신을 돕지요.”무진의 말이 떨어지자, 무진이 자신을 꺼리는 걸로 여긴 남자는 득의양양한 기색이었다.남자는 팔로 사진을 꽉 잡은 채 아이의 울음도 무시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내 마누라가 아이를 데리고 놀이동산에 왔어. 당신이 내 마누라하고 아이를 불러와. 내가 할 얘기가 있으니까.”‘설마 이 남
놀이동산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무진은 아이들을 데리고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보기 드문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사진은 소원대로 회전목마를 두 번이나 탔을 뿐만 아니라, 막대폭죽도 사서 손에 들고 놀았다.사무는 범퍼카를 좋아했지만, 여동생이 좀 무서워해서 무진과 한 번밖에 타지 못했다.앞쪽은 식물원 구역인데, 그곳에는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부교 등 오락시설도 있다.신기하게 생각한 사진은 그쪽으로 놀러 가자고 야단법석을 떨었다.곧 세 사람은 사방에 기이한 꽃과 풀이 있는 곳으로 왔다. 푸른 풀이 융단처럼 깔려 있는 환경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주위를 둘러본 무진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서, 두 아이와 함께 위험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싶지는 않았다.부교 옆으로 걸어가던 사무는, 다리 밑에 물이 흐르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흔들거리는 부교를 주시하던 사진은, 다른 사람들이 팔을 벌리고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을 보자 흥분을 금치 못했다.“아빠, 나도 한번 해 보고 싶어요!”눈을 동그랗게 뜬 사진이 해보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안 돼. 부교는 좀 위험해. 우리는 여기 서서 보기로 하자.”무진이 침착하고 부드럽게 말렸다.사진은 그래도 철이 든 아이였다. 흥은 좀 깨졌지만, 그래도 작은 입을 비쭉거리면서 무진의 말에 따랐다.“그럼 알았어요, 우리 아빠하고 함께 여기서 봐요.”관광객이 갈수록 많아지자, 사무의 마음도 슬슬 꿈틀거렸다.그러나 사무는 자신과 여동생이 모두 어려서, 무진이 틀림없이 탐험에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다른 사람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모험심이 서서히 발동했다.갑자기 사무에게 반짝 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버지, 저하고 여동생은 할 수 없으니까, 아버지가 우리 대신해서 탐험하는 게 어때요?”이 말을 들은 무진은 사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두 아이가 놀이동산에서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잠시 생각한 무진은 곧 사무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할 수는 있지만, 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