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를 나온 성연은 한 차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힌 후, 제왕그룹의 대표 곽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을 찾아 간 후에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곽 대표님, 나에요.”전화기 맞은편의 사람이 곧 정중하게 대답했다. “보스, 무슨 일이십니까?”“내일 왕대관의 회사에 직접 가서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Z시 개발 프로젝트를 그들에게 넘겨주세요. 진미선이 소개했다고 말하면 됩니다.” 진미선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진미선에게도 말했듯이 이번 딱 한 번만 도울 것이다.앞으로 더는 진미선에 대해 약한 마음을 먹지 않을 터.그들 사이에 프로젝트 하나 던져주고 철저히 끝내는 것이다. 성연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살아있는 그녀는 생명 없는 저런 것들과 비교할 수조차 없이 중요하니까.곽연철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왕대관의 회사, 보스가 그렇게 신경을 쓸 정도로 가치가 있습니까?”성연은 때로 회사도 관리하기 귀찮았다.모든 일에 대한 전권을 아래 수하들에게 위임하여 처리하게 했다.성연이 직접 입을 열어 지시하는 경우는 정말 보기 드물었다.성연은 이유를 간단히 설명한 뒤에 곽연철에게 말했다.“그 프로젝트 하나만 줄 겁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중간에 문제가 생겨 저쪽에서 찾아오더라도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내 체면을 봐서 저쪽에 양보할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성연은 아주 원칙적인 사람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난 후 재미를 본 진미선이 분명 이렇게 끝내려 하지 않을 거라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었다.물론 더 이상은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이번 프로젝트를 잘만 성공시킨다면 최소 수십 억에서 백억 정도의 이윤을 남길 수 있을 터.진미선이 자신에게 한 것에 비해 성연 자신은 정말 양반 아닌가.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외할머니를 생각해서 기회를 주었다.더 이상은 욕심내지 않기를 바랄 뿐.성연의 부모라면, 그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절 알고 있었다.곽연철이 대답
저녁을 먹은 성연은 오늘도 소파에 앉아서 게임을 했다.지금 성연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무진이 소파로 다가와서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건 새로운 게임 같은데? 재미 있어?”지금 하고 있는 게임은 성연이 개발한 것이 아니라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이었다.게임에 완전히 빠져든 성연은 이 게임 사양이 아주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 게임을 만든 사람은 천재였다. 기회가 있으면 만나보고 싶었다.“꽤 재미 있어요. 한번 해 볼래요?” 지금 회사를 관리하느라 무진이 엄청 바쁘다는 사실을 잘 아는 성연은 당연히 게임을 할 시간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형식적으로 물었다.그런데 강무진이 대답하며 성연의 옆에 앉을 줄 눈가 알았겠는가.“재미있어 보이는데?”게임은 성연이 흥미를 가지는 것이라 무진과 3일 밤낮을 이야기하게 해도 끄떡없을 것이다.무진의 말을 들은 성연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재미있어요. 게임 보는 안목이 있네요. 이 게임의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모두 아주 좋아요. 그리고 게임 모드도 자극적이고. 아주 재미있는 게임 체험을 했어요. 아마 아저씨도 해 보면 감동하게 될 걸요.”듣고 있던 무진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너 지금 이 게임을 홍보하는 거야?”성연이 입을 벌린 채 웃었다.“그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게임은 꼭 알아줘야 해요.”“응, 나도 믿어. 네가 마음에 들었다면 분명 나쁘지 않을 거야.” 무진이 이 말을 할 때, 마치 또 다른 의미를 말하고 있는 듯이 아주 진지하고 중요한 뜻이 담긴 것처럼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슬쩍 무진을 곁눈질한 성연의 눈에 무진의 여상한 표정이 보였다. 성연은 속으로 중얼중얼거렸다.“설마 내가 너무 많은 걸 생각했나?”무진은 게임에 자신을 초대한 사람을 보고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이전에 성연과 한 번 플레이 한 적이 있었던 무진은 익숙한 듯이 게임 조종기를 가져갔다.무진의 동작을 바라보던 성연이 턱을 괸 채 쳐다보았다.“정말 플레이 할 거에요?”“물론. 안 돼?”무진이 되물었다.“아니에요.
다음날, 왕대관의 회사로 간 곽연철이 프론트 데스크에 가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그러자 프론트 데스크의 직원이 바로 허겁지겁 왕대관에게 전달했다.이런 거물 인사가 어떻게 자신들의 작은 회사에 나타났을까?제왕그룹이라는 말을 들은 왕대관이 바로 아래층 로비로 달려갔다.요금 진미선이 가끔 회사에 와서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왕대관의 사무실 옆에 그녀의 사무실까지 마련해 주었다.허둥지둥 나가는 왕대관의 모습을 본 진미선은 무슨 일인가 싶어 얼른 따라갔다.접객실로 온 왕대관은 슈트를 다시 정리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곽연철의 얼굴을 살폈다.그러다 경제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얼굴임을 알아차렸다.프런트 데스크로부터 자세한 설명없이 그저 제왕그룹 쪽에서 사람이 왔다고만 전달받았었는데, 뜻밖에도 제왕그룹의 대표가 직접 내방한 것이다.보기 드물게 긴장한 왕대관이 손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곽 대표님, 안녕하십니까?”곽연철의 방문 목적을 모르는 왕대관은 너무 적극적인 모습은 자제한 체 적당한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했다.살짝 고개를 끄덕인 곽연철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내가 오늘 방문한 까닭은 사업을 협의하기 위해서입니다.”“사, 사업이라고요?” 왕대관이 말을 더듬었다. 흥분한 마음에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했다.세계 100대 기업에 드는 회사가 자신의 회사와 사업을 협의하려고 한다니.깜짝 놀라 경황이 없었던 왕대관이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그럼 곽 대표님, 제 사무실로 가셔서 말씀 나누시지요.”작은 접객실을 둘러보던 곽연철 또한 대화를 나눌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는고개를 끄덕이며 왕대관의 뒤를 따랐다.진미선은 접객실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계속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왕대관의 비서가 손님을 모시고 한걸음 앞서 걸었다. 곧이어 나온 왕대관을 따라가며 초조한 음성으로 물었다.“여보,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 터지기라도 한 거예요?”왕대관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개발 프로젝트를 넘겨주시면 최선을 다해 하겠습니다.”진미선은 은근히 곽연철의 말에 맞장구 치며 대답했다.곽연철 역시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고 싶지 않아 뒤에 서있는 비서에게 눈빛을 보냈다.비서가 즉시 서류를 꺼내자 곽연철이 받아서 왕대관에게 건네주었다.“먼저 보십시오. 문제가 없다면 서명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공식적으로 합작관계가 성립됩니다.”서류를 왕대관 앞에 내밀었다.서류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던 왕대관은 침을 꿀꺽 삼켰다.“곽 대표님, 이 개발 사업 건을 저희 회사에 주시기로 확정을 지으신 겁니까?”‘이거 거의 백 억에 가까운 이윤이 남는 사업인데 말이야.’‘그런데 이걸 그냥 준다고?’왕대관은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곽연철이 눈썹 끝을 올리며 물었다.“왜 그러십니까? 하실 수 없겠습니까?”성연이 직접 고른 이 개발 사업은 비교적 간단한 편이라 왕대관의 회사 규모나 상황에 적합했다.하지만 절대적으로 인맥이 있어야만 딸 수 있는 사업이기도 했다. 그래서 심사숙고를 한 성연이 곽연철을 중개자로 삼아 골라 준 사업이었다.제왕그룹에게는 작은 사업일 뿐이다.곽연철의 말을 들은 왕대관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까 겁이 난 그가 얼른 대답했다.“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다 마다요. 곽 대표님, 걱정 마십시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말하는 동시에 왕대관이 서류에 서명을 했다.비서에게 서류를 챙기라고 지시한 곽연철이 원본 서류를 왕대관 쪽에 남겨두고 말했다.“협상이 마무린 된 이상, 여기서 더 폐를 끼칠 필요가 없겠지요. 만약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제 비서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곽 대표님, 회사 근처에 아주 괜찮은 한정식 가게가 있는데 제가 식사를 대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곽연철 대표가 여기까지 방문했으니 이 기회에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 놓아야 했다.“괜찮습니다. 회사에 일이 있어 돌아가 봐야겠군요.”곽연철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송성연의 뜻은 여기에 와서 사업을
진미선도 더 이상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곽연철은 성연이 소개해서 온 사람이니.곽연철을 문 밖까지 배웅할 때, 진미선이 먼저 배웅하겠다고 제안하니 곽연철도 거절하지 않았다.왕대관은 곽연철이 진미선이 잡은 줄이라고 생각하며 두 사람이 같이 나가도록 두었다.사무실로 돌아온 왕대관은 계약서를 보며 흥분했다.주차장에 도착해서 진미선이 물었다.“곽 대표님, 성연이가 보내서 오셨지요? 성연와는…… 어떻게 아시는 건지요?”성연을 만나고 돌아올 때 성연이 그저 큰소리 친 거라고만 생각했었다.강씨 집안을 아는 것만 해도 성연의 팔자가 핀 것일 텐데, 어떻게 제왕그룹의 대표까지 알겠는가?그래서 집에 돌아가서도 이 얘기를 왕대관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농담으로 들었을 뿐이다.그런데 곽연철이 진짜 찾아온 것이다.더 걱정되는 건 성연의 문란한 생활이다. 만약 성연이 정말 제왕그룹 대표를 끼고 있으면서 동시에 강씨 집안 미치광이와 함께 살고 있는 거라면? 이후 탄로 났을 때 어느 쪽의 눈 밖에 나도 안될 텐데 말이다.그때 가서 관계를 정리하기 쉽도록 미리 똑똑히 물어 두어야겠다.하지만 성연이 곽연철과 같은 거물 인사와 사귈 수 있다니.믿기지가 않는다.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란 성연이 가 본 가장 큰 곳이라 해봐야 읍이 아닌가. 이렇게 대단한 인물을 알 턱이 없는 것이다.곽연철은 진미선이 이렇게 의심할 거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그래서 방문하기 전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미리 해명의 말을 준비했다.곽철이 입을 열고 말했다.“예전에 제 어머니가 밖에서 넘어지셨을 때, 송성연 양이 도움을 주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성연 양에게 진 신세를 이번에 갚은 것입니다.”고개를 끄덕이던 진미선은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지금 이 말은 믿음이 갔다.신세를 진 게 아니라면, 송성연 같은 어린 계집애가 어떻게 곽연철 같은 거물을 움직여 남편 왕대관의 회사에 오게 한단 말인가?하지만 성연의 운은 정말 좋았다.사람을 구했는데 마침 이런 거물을 만나게
곽연철이 떠난 뒤 진미선이 사무실로 돌아왔다.왕대관이 즉시 다가서며 물었다.“제왕그룹의 곽 대표와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진미선이 이런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진미선은, 성연이 소개해줬다고 설명했다.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조금 전 곽연철과의 대화를 들려주었다.왕대관은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몰라했다.“거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당신 딸, 정말 능력 있는 아이야. 강씨 집안이 아니더라도 제왕그룹이라면 나쁘지 않아. 당신 어떻게 성연일 설득한 거야?”그날 집에 돌아온 진미선의 안색이 썩 좋지 않았음을 기억했다. 어떻게 이야기되었냐고 물었을 때 진미선은 아예 그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 이야기가 잘 안된 거라고, 그래서 진미선이 대답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진미선에게 이런 카드가 있었다니.“내가 걔 엄마예요. 그런데도 내 말을 안 들을 수 있겠어요”진미선이 어깨에 잔뜩 힘을 준 채 말했다.“당신에게 미리 말하지 않은 건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그랬어요.”앞으로 자신도 상류 사회의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그리고 이제 회사는 제왕그룹의 도움으로 점점 더 커질 테고.그에 따라 자신도 영화를 누리게 될 테고.왕대관은 진미선을 끌어안으며 칭찬했다.“당신, 당신이 지금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울 일등공신이야. 이 개발 사업 건이 얼마짜리인지 알아. 떨어지는 이윤만 자그마치 60억이라고.”회사를 오랜 기간 경영해 왔지만, 지금까지 이처럼 큰 건을 맡은 적은 없었다.진미선의 두 눈이 커졌다.‘뭐, 60억? 그게 무슨 소리야?’하지만 꽤나 익숙한 듯이 보이기 위해 겉으로는 침착한 척 가장하며 말했다.“60억밖에 안되는데, 그게 뭐 대수라고요? 이제 제왕그룹이 있으니 이런 일들이 더 많아질 텐데요.”“당신 말이 맞아. 제왕그룹과 제휴하게 되면 앞으로 우리 회사, 북성에서 점점 더 커지게 될 거야. 우리 신분도 따라서 높아질 거고.” 처음 진미선과 결혼했을 때는 자신이 좀 손해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니 서쪽에서 해가 떴는지 시어머니가 이미 저녁 준비를 다 해 놓았다.진미선을 바라보는 표정이 많이 좋아졌다.예전이라면 회사에서 일을 끝내고 와서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밥을 해야 했다.그 기분, 얼마나 답답하고 서러운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진미선이 왕씨 집안으로 시집온 이래 처음으로 따끈따끈한 밥을 먹는 것이다.과연 쓸모 있느냐, 쓸모 없느냐에 따른 대우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다.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시어머니는 평소와 달랐다. 맛난 것들은 전부 왕대관 앞에 쌓아 놓느라 진미선 앞에는 김치 접시만 있었는데.이제 진미선 앞에도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시어머니의 변화는 마치 천지개벽이라도 한 듯했다.생각해보니 왕대관이 낮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자기 엄마에게 이미 알려준 모양이었다.어떻게 말했는지는 몰라도 그녀를 대하는 시어머니의 태도가 이처럼 돌변한 것이다.밥을 먹는데 시어머니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얘 아가.”그동안 뿌리 깊게 심어진 시어머니에 대한 고정 관념 때문인지, 시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진미선이 즉시 젓가락을 내려놓고 대답했다.“네. 어머니.”대답을 하고 난 다음에야 속으로 그런 자신을 비웃었다. 역시 자신은 어쩔 수가 없다고.지금 집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이전과 달라졌는데도 왜 아직도 시어머니에게 굽실거려야 하지?하지만 이미 대답한 이상 어쩔 수 없지.“대관이에게서 다 들었다. 그런 좋은 관계가 있다니 앞으로 잘 관리해서 남편을 내조하면 우리 왕씨 집안도 잘되고, 너도 복을 누리지 않겠니?” 왕대관의 모친은 처음부터 진미선이 싫었다.그러나 지금 어찌 되었든 진미선이 나름 힘을 쓴 셈이니, 좀 더 좋은 낯빛을 보이는 것도 괜찮을 터였다.자신은 언젠가 아들보다 먼저 떠날 것이니, 진미선이 아들 왕대관을 도울 수 있다면 안심하고 갈 수 있지 않겠는가.“알았습니다, 어머니.” 시어머니의 말에 진미선이 고개를 끄덕였다.도리상 시어머니의 말에 일단 수긍의 빛을 나타내었다. 하지만 자신
점심 시간, 성연은 늘 하듯이 보건실에 가서 잠을 잤다.그녀가 보건실에 갈 때마다 서한기는 항상 먹을 것을 준비해서 내놓았다.모두 성연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보통은 주는 대로 먹었으나, 어쩐지 오늘은 한 번 휙 보기만 하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서한기의 눈에 의혹의 빛이 들어찼다.“보스, 배고프지 않아요? 음식은 먹어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몸에 좋지 않아요. 아니면 이것들이 당기지 않는 겁니까?”“벌써 먹었어.” 서한기의 수다를 듣고 싶지 않은 성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드셨다고요?” 믿을 수 없다는 듯 서한기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언제 드셨어요? 설마 아침을 말하는 건 아니죠?”“아니야. 방금 식당에서 먹고 왔어.” 서한기의 시끄러운 잔소리에 짜증이 난 성연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조금 전 수업이 끝났자, 몇 명의 여자 아이들이 함께 밥 먹으러 가자고 성연에게 왔다.원래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했다. 또 자신이 북성남고에 온지도 꽤 되었지만 아직 식당에 가서 먹은 적이 없다는 생각에 승낙했던 것이다.귀족학교답게 학교 식당의 음식들이 다 괜찮았다.“식당요?” 서한기가 속으로 놀랐다. “보스도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어요?”성연이 눈을 치켜 뜨며 흘겼다.“왜? 나는 식당에 가서 먹으면 안돼?”“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요. 제 말은 보스가 워낙 귀한 신분이잖습니까? 그러니 식당 같은 곳과는 어째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서한기가 얼른 변명을 했다.“네가 나에게 주문해 준 배달 음식이 식당보다 더 낫다고 생각해?” 성연이 서한기를 비웃었다.서한기는 앞에 놓여있는 플라스틱 도시락을 쳐다보았다.‘아니, 배달 음식이 어때서? 최소 식당보다 종류는 더 다양하잖아.’‘요즘 배달 음식을 무시하는 사람도 있어?’但是这个人如果是自己的老大,那就正常了。‘하지만 이 사람이 우리 보스라면 말이 달라지지.’자신이 좀 찌질했음을 서한기는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그는 어물 슬쩍 웃으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