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나와 언니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은 일부러 용하다는 역술인을 찾아가 사주를 봤다. 역술인은 말했다. 내가 뛰어난 아이로 자랄수록 언니는 깊은 우울증에 빠질 거라고. 그리고 수능 성적이 발표되는 날, 학교 옥상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될 거라고. 부모님은 언니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18년 동안 나를 짓누르며 키웠다. 그리고 수능 당일. 부모님은 끝내 내 수험표마저 빼앗았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마가 차가운 타일에 세게 부딪혀 피가 흐를 때까지. 그러나 아빠는 그런 나를 거칠게 걷어찬 뒤, 냉동창고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철컥- 문이 밖에서 잠겼다. “네가 잘나면 수연이 죽는다고 하는데도 기어코 시험을 보러 가겠다고?” 차가운 문 너머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정말 네 언니를 죽이고 싶은 거야?” 냉동창고 안의 온도는 영하 30도였다. 내가 입고 있는 것은 얇은 교복 셔츠 한 장뿐이었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다. “엄마, 여기 너무 추워! 제발 문 좀 열어 줘!” “또 유난은.”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문틈을 뚫고 꽂혔다. “냉동 기능도 안 켰어. 이제 수연이만 무사히 시험을 치르면 너희들을 옥죄던 그 지긋지긋한 예언도 끝나는데, 너는 마지막까지 그렇게 이기적으로 네 생각밖에 안 하니?” 곧이어 부모님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교복 위로 뚝뚝 떨어졌다. 붉은 핏방울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갔다. 나는 냉동창고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 손끝의 감각이 사라지고, 호흡마저 점점 희미해졌다. 몸은 조금씩... 차갑게 굳어 가고 있었다.
더 보기그날 밤.언니는 법당 방석에 엎드린 채 잠이 들었다.나는 언니의 꿈속으로 걸어 들어갔다.내가 죽은 뒤 언니가 나를 본 건 처음이었다.나는 깨끗한 교복을 입고 있었다.이마에는 핏자국도 없었고 얼굴에도 서리가 없었다.나는 마치 살아 있을 때처럼 아주 밝은 빛 속에 서 있었다.언니는 나를 발견하자 움직임을 멈췄다.그리고 곧 내게 달려와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수정아!!”언니는 내가 정말 맞는지 확인하듯 내 얼굴을 몇 번이고 어루만졌다.“수정아, 언니가 널 못 지켰어. 문을 열 기회가 그렇게 많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 했어.”“수정아, 많이 추웠어?”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언니, 나 이제 안 추워. 오래전에 다 괜찮아졌어. 그러니까 울지 마.”언니는 나를 안은 채 울기만 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언니가 잘못했어. 계속 이상하다고 느꼈는데도 부모님께 강하게 말하지 못했어. 내가 더 용기내야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문을 열거나 부숴야 했는데.”나는 언니 손을 잡았다.“언니, 언니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 진짜야.”“18년 동안 단 하루도 언니 동생으로 태어난 걸 후회한 적 없어.”“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내 언니 해 줄래?”언니는 나를 아주 세게 끌어안았다.꿈속에서 내 몸은 따뜻했다.다시 눈을 떴을 때 언니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언니는 법당 밖으로 나왔다.햇빛이 언니의 뺨 위에 내려앉았다.언니는 풍경이 아름다운 산자락에 나를 묻어 줬다.남쪽이 바라다보이는 따뜻한 자리였다.봄이 오면 비탈 가득 들꽃이 피었다.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날려 내 묘비 위에 내려앉았다.언니는 묘비에 새겨진 내 이름을 손끝으로 쓸었다.“수정아.”“언니는 잘살게.”“다음 생에도 네 언니 할게.”“그때 한 번만 더 기회를 줄래?”바람이 꽃밭 사이를 지나갔다.꽃잎 하나가 언니의 손등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내가 언니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보였다.내 영혼은 점점 가벼워졌다.허공 한가운데 문 하나가 보였
심조윤은 그날부터 완전히 무너졌다.심조윤의 수능 성적표도 나왔다.표준점수 합계 418점.마음만 먹으면 어느 최상위권 대학이든 노려볼 수 있는 성적이었다.하지만 심조윤은 성적표를 찢어 버렸다.매일 우리 집으로 와 굳게 닫힌 냉동창고 문을 몇 번이고 두드렸다.“수정아, 문 열어.”“너 안에 있는 거 알아.”“그만 삐치고 나오면 안 돼? 우리 같은 대학에 가기로 했잖아.”“...”심조윤의 엄마는 울면서 내가 이미 죽었다고 말했다.심조윤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굴었다.다음 날에도 다시 나를 찾아 우리집에 왔다.이번에는 문 앞에 쪼그려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수정아, 지금 바로 삼촌이랑 이모한테 전화할게. 문 열어 달라고 할게.”“겁내지 마.”“전화할게. 지금 바로 할게.”심조윤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오래 기다렸다.아무도 전화받지 않았다.심조윤은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문 앞에서 오후 내내 앉아 있었다.나중에는 심조윤의 부모님이 직접 와서 데려갔다.심조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그 후 1년 동안 학업을 완전히 중단했다.매일 방에 틀어박혀 예전에 나와 주고받은 메시지만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얼마 뒤 심조윤의 부모님은 심조윤을 데리고 다른 도시로 이사했다.그 뒤로는 누구도 심조윤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언니는 끝까지 내 곁에 남아서 나를 지켰다.누구도 장례식장 안치실에 있는 내 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이미 굳어 버린 내 손을 붙잡은 채 끝도 없이 말을 건넸다.“수정아, 계속 생각했어. 내가 왜 조금 더 너에게 잘하지 못했을까 하고.”“내가 더 강하고, 더 뛰어났으면 그 역술인 말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지 않았을까? 아빠 엄마도 그렇게까지 겁먹지 않았을 텐데.”“내가 시험도 더 잘 보고 더 뛰어난 사람이었으면... 그랬으면 네가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언니는 내 관의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갔다.“미안해, 수정아.”“언니가 결국 너
엄마는 내 핸드폰에 저장된 글을 하나씩 아래로 내려가며 읽었다.첫 번째 메모.[오늘 시험 성적이 나왔다. 그런데 하나도 기쁘지 않다. 언니보다 내가 더 잘 봤다. 그래서 집에 가는 게 무섭다.][엄마가 성적을 물으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냉동창고에 가둘까 봐 너무 겁난다.]두 번째 메모.[역시 또 갇혔다. 엄마가 내 뺨을 몇 번이나 때리면서 왜 언니를 해치려고 하냐고 계속 물었다. 너무 속상하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냉동창고는 너무 춥고 배도 고프다. 그래도 언니가 곰 인형 안에 초콜릿을 넣어 둬서 다행이다. 단 걸 먹으면 마음이 이렇게 쓰리지는 않겠지?]세 번째 메모.[개학 첫날. 선생님이 반장을 맡아보라고 하셨다. 싫다고 했다. 무서워서 못 하겠다. 지난번에 학습부장을 맡았을 때 엄마는 그 사실을 알고 사흘 동안 나한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나는 언니보다 잘하면 안 된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이렇게 내가 아빠 엄마 말을 잘 듣고 있는데 왜 아빠 엄마는 언니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도 조금만 사랑해 줄 수 없는 걸까?]네 번째 메모.[언니는 전교 3등을 했고 나는 전교 1등을 했다. 선생님들은 둘 다 잘했다고 칭찬했지만 나는 집에 갈 수가 없었다. 학교 앞에 앉아서 해가 질 때까지 집으로 가지 않고 버텼다.][집에 돌아가자 아빠는 거실에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 밤새 한 번도 일어나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무릎이 너무 부어서 걷지도 못했다.][언니가 부축해서 학교에 데려다줬고 미안하다며 울었다. 하지만 언니, 이건 언니 잘못이 아니야. 다음부터는 내가 더 조심할게.]다섯 번째 메모.[선생님이 상담하자고 부르셨다. 경시대회 성적과 학교 성취도가 아주 좋아서 강세대나 명리대 특별전형에 추천해 보고 싶다고 하셨다.][나는 싫다고 했다. 이유는 말씀드리지 않았다. 이런 기회를 포기해서 언니가 무사할 수 있다면 괜찮다.][언니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 줬으면 좋겠다. 그때쯤이면 아빠 엄마도 나를 사랑해 주면 좋
집에서 벌어진 일은 금세 이웃들에게 알려졌다.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했다.30분쯤 뒤 경찰이 도착했고 집 주변에는 통제선이 쳐졌다.내 시신은 들것에 실렸다.검시관이 내 시신의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했다.검시 결과가 적힌 서류가 부모님 앞에 놓였을 때, 두 사람은 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다시 읽었다.[사망자 하수정. 사인은 저체온증으로 추정되며, 전신에서 심한 동상이 확인됨. 추정 사망 시점은 약 5일 전.]“5일 전... 수능 날이잖아.”아빠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아빠는 그 문장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바라보다 수능 날 아침을 떠올렸다.어깨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날 아침에 수정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었어. 이마에서 피가 날 때까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면서 수험표를 돌려 달라고 했어.”“내가... 내가 발로 차서 저 안으로 밀어 넣었어. 들어가서 정신 차릴 때까지 반성하라고...”옆에 있던 엄마에게서 절망에 찬 울음이 터졌다.“수정이 문을 두드렸어! 춥다고 했어! 나는 또 거짓말로 연기하는 줄 알았어! 분명히 들었는데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엄마는 갑자기 자기 머리카락을 마구 잡아 뜯었다.“계속 문을 두드렸어! 그렇게 오래 두드린 게 화내는 게 아니었다고! 살려 달라고 한 거였어!”경찰이 엄마를 붙잡았다.엄마는 몸부림치며 울다가 웃기를 반복했다.“내 딸이 저 안에서 5일이나 얼어 있었어! 살아 있는 채로 얼어 죽었어! 충분히 살 수 있었는데!”엄마의 목소리는 완전히 쉬어 버렸다. 목이 꽉 졸린 짐승이 내는 소리 같았다.아빠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의자가 뒤로 넘어졌다.“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 그 사람이 이런 말은 안 했잖아?”아빠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감정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그 역술인이 수정이만 눌러 두고 앞서 나가지 못하게 하면 수연이는 무사하다고 했어. 우리는 수연이를 지켰는데 왜 수정이는 못 지킨 거야?”“이렇게 될 일이 아니었잖아!”조사실에 있던 경찰이 미간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