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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붉은 붓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4 20:14:24

황제가 편전에서 붓을 들었다.

어필(御筆)은 붉은 먹으로 쓰는 것이라 신하의 먹은 검고 임금의 먹은 붉다.

올라온 문서에 가부를 적을 때, 사람을 올리고 내릴 때, 죄를 정할 때 다 그 붉은 붓이다.

벼루가 둘 놓여 있었다.

검은 것과 붉은 것.

황제가 붉은 벼루에 붓을 적셔 한 자를 쓰자 획 끝이 갈라졌고, 갈라진 붓끝을 입술에 슬며시 대고 한 번 다듬었다.

오래된 버릇이었다.

열한 살에 보위에 앉아 붓을 처음 잡을 적에 늙은 사부가, 붓끝이 갈라지거든 침으로 모으라고 그리 가르쳤다.

그날도 문서가 서른 장이 넘었고, 붓끝을 여러 번 다듬었다.

* * *

강목이 그 버릇을 본 것은 사흘 뒤였는데, 어공 문책 문서를 올리러 편전 밖에서 대기하던 참에 문이 열리고 승지가 나오는 사이 안쪽이 반쯤 보였다.

황제가 붓을 입에 대고 있었다.

강목이 그 자리에 섰고, 승지가 무어라 말을 걸었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강목이 회랑을 걸어 나오면서 소매 안에서 종이를 꺼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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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가 편전에서 붓을 들었다.어필(御筆)은 붉은 먹으로 쓰는 것이라 신하의 먹은 검고 임금의 먹은 붉다.올라온 문서에 가부를 적을 때, 사람을 올리고 내릴 때, 죄를 정할 때 다 그 붉은 붓이다.벼루가 둘 놓여 있었다.검은 것과 붉은 것.황제가 붉은 벼루에 붓을 적셔 한 자를 쓰자 획 끝이 갈라졌고, 갈라진 붓끝을 입술에 슬며시 대고 한 번 다듬었다.오래된 버릇이었다.열한 살에 보위에 앉아 붓을 처음 잡을 적에 늙은 사부가, 붓끝이 갈라지거든 침으로 모으라고 그리 가르쳤다.그날도 문서가 서른 장이 넘었고, 붓끝을 여러 번 다듬었다.* * *강목이 그 버릇을 본 것은 사흘 뒤였는데, 어공 문책 문서를 올리러 편전 밖에서 대기하던 참에 문이 열리고 승지가 나오는 사이 안쪽이 반쯤 보였다.황제가 붓을 입에 대고 있었다.강목이 그 자리에 섰고, 승지가 무어라 말을 걸었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문이 닫혔다.강목이 회랑을 걸어 나오면서 소매 안에서 종이를 꺼냈는데, 한경이 준 처방 목록이었고 거기 넉 줄이 적혀 있었다.향, 그릇, 사람, 식혀서.넉 줄을 다 지켰는데 나빠졌다.강목이 걸음을 멈추자 회랑 끝에서 바람이 들어와 종이가 손안에서 떨렸다.넉 줄에 없는 것이 있었다.* * *태의원으로 가지 않고 내섬시로 갔다.붉은 먹을 대는 데가 어디냐고 묻자 서리가, 어필에 쓰는 주묵(朱墨)은 내섬시에서 만들어 올린다고 대답했다.무엇으로 만드느냐고 묻자 서리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주사(朱砂)를 곱게 갈아 아교에 개어 굳힙니다."강목이 선 자리에서 발을 옮기지 못했고, 다음 물음이 저절로 나왔다."인주(印朱)는.""그것도 주사이지요.기름에 개어 쓰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옥새는 하루에 몇 번이나 찍습니까."서리가 웃었는데, 웃어도 되는 자리라고 여긴 사람의 웃음이었다."심약 나리. 그건 세는 것이 아닙니다.문서가 오는 대로 찍으시니까요."강목이 물러 나와 회랑 기둥을 짚었는데, 짚은 손이 한참 떨어지지 않았다.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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