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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화. 현관 앞에서 바뀐 계획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3 01:21:42

“나도.”

서윤은 웃으며 식탁으로 향했다.

전복죽과 소고기죽을 나눠 놓고 마주 앉았다.

둘 다 피곤해서인지 평소보다 말이 적었다.

서윤은 몇 숟갈 먹다가 고개를 들었다.

“맛있어요?”

“네.”

“나는 전복죽이 더 맛있다.”

“바꿀까요?”

“아니. 도현 씨 거 한입만.”

도현이 자기 그릇을 밀어줬다.

서윤은 한 숟갈 먹어보고 다시 돌려줬다.

“역시 내 게 낫네.”

“그럼 왜 먹었습니까.”

“확인.”

“제 음식은 항상 확인하네요.”

“같이 먹는 사람 특권.”

식사를 마치고 정말 곧바로 씻었다.

침실에 들어온 서윤은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진짜.”

“잡니다.”

도현이 먼저 대답했다.

서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뭐라고 하려는지 어떻게 알아요?”

“오늘 하루 종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라니까.”

“네.”

“안 믿지?”

“믿겠습니다.”

그 대답이 더 얄미웠다.

서윤은 베개를 하나 집어 도현 쪽으로 던졌다.

도현이 받아냈다.

“자는 사람이 베개를 던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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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455화. 현관 앞에서 바뀐 계획

    “나도.”서윤은 웃으며 식탁으로 향했다.전복죽과 소고기죽을 나눠 놓고 마주 앉았다.둘 다 피곤해서인지 평소보다 말이 적었다.서윤은 몇 숟갈 먹다가 고개를 들었다.“맛있어요?”“네.”“나는 전복죽이 더 맛있다.”“바꿀까요?”“아니. 도현 씨 거 한입만.”도현이 자기 그릇을 밀어줬다.서윤은 한 숟갈 먹어보고 다시 돌려줬다.“역시 내 게 낫네.”“그럼 왜 먹었습니까.”“확인.”“제 음식은 항상 확인하네요.”“같이 먹는 사람 특권.”식사를 마치고 정말 곧바로 씻었다.침실에 들어온 서윤은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고 침대에 누웠다.“오늘은 진짜.”“잡니다.”도현이 먼저 대답했다.서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내가 뭐라고 하려는지 어떻게 알아요?”“오늘 하루 종일 들었습니다.”“이번에는 진짜라니까.”“네.”“안 믿지?”“믿겠습니다.”그 대답이 더 얄미웠다.서윤은 베개를 하나 집어 도현 쪽으로 던졌다.도현이 받아냈다.“자는 사람이 베개를 던집니까.”“이제 잘 거야.”서윤은 등을 돌렸다.도현이 조명을 껐다.이번에는 정말 오래 걸리지 않았다.몇 분 뒤 서윤의 호흡이 고르게 바뀌었다.도현도 그 옆에서 눈을 감았다.다음 날 아침.서윤이 눈을 떴을 때는 알람이 울리기 전이었다.몸이 전날보다 훨씬 가벼웠다.옆을 봤다.도현은 아직 자고 있었다.서윤은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문득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자신보다 먼저 깨어 있을 때 가끔 자는 얼굴을 봤다는 도현.이번에는 반대였다.서윤은 괜히 조금 가까이 갔다.잠들어 있을 때는 평소보다 표정이 부드러웠다.서윤이 작게 중얼거렸다.“이래서 봤구나.”“뭘.”서윤이 흠칫했다.도현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안 잤어요?”“방금 깼습니다.”“거짓말.”도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얼마나 봤습니까.”“안 봤는데.”“바로 앞에 있잖습니까.”“시간 확인하려고.”“제 얼굴에 시계가 있습니까.”서윤이 웃음을 참으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도현의 팔이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454화. 알람보다 늦은 변명

    알람이 울렸다.한 번.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두 번째.서윤이 이불 속에서 손만 뻗었다.휴대폰은 손끝에 닿지 않았다.“도현 씨…….”대답이 없었다.“알람.”“들었습니다.”잠긴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그럼 꺼요.”“당신 휴대폰입니다.”“도현 씨가 꺼줘요.”도현이 겨우 몸을 일으켜 협탁 위 휴대폰을 집었다.알람을 끄고 시간을 확인한 순간 움직임이 멈췄다.“서윤.”“응.”“일어나야 합니다.”“싫어.”“진짜로.”그 말투가 평소와 달랐다.서윤이 한쪽 눈만 떴다.“몇 시인데.”도현이 화면을 보여줬다.서윤이 벌떡 일어났다.“미쳤어.”“그러니까 어젯밤에—”“말하지 마요.”“아직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할 말 알아.”서윤은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다시 멈췄다.머리카락은 엉켜 있었고 몸은 무거웠다.새벽에 라면을 먹고.다시 잠들지 않고.그 뒤로도 한참을 깨어 있었으니 당연했다.서윤이 도현을 돌아봤다.“누구 책임이에요?”“라면 먹자고 한 사람부터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그 뒤는?”“제 이름 부르라고 한 사람도.”“차도현.”“네.”“오늘 말 많네.”도현이 웃었다.“빨리 씻으십시오.”평소보다 준비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서윤은 머리를 제대로 손질할 시간도 없어 낮게 묶었다.도현은 셔츠 단추를 채우며 주방으로 나왔다.“커피라도 마십니까.”“시간 없어.”“차에서 마시죠.”“좋아요.”서윤은 가방을 챙기다가 도현을 봤다.넥타이가 조금 비뚤어져 있었다.“잠깐.”그녀가 다가가 매듭을 바로잡았다.“도현 씨도 정신없네.”“누구 때문에 세 시간도 못 잤는데요.”서윤의 손이 멈췄다.“그 말 하지 말랬죠.”“어젯밤에만.”“오늘까지 연장.”“일방적이군요.”서윤은 매듭을 조금 세게 당겼다.“불만 있어요?”도현이 내려다봤다.“없습니다.”“좋아요.”넥타이를 정리하고 떨어지려던 순간 도현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왜.”짧은 입맞춤이 닿았다.서윤이 눈을 깜빡였다.“지금 이럴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453화. 새벽 두 시의 라면

    눈을 떴을 때 침실은 어두웠다.서윤은 한동안 자신이 왜 깼는지 몰랐다.도현의 팔은 여전히 허리에 걸쳐 있었고, 방 안도 조용했다.그런데 몇 초 뒤.꼬르륵.서윤이 눈을 감았다.“…….”못 들었기를 바랐다.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배고픕니까.”“안 자고 있었어요?”“방금 깼습니다.”“왜.”“누가 배에서 신호를 보내서.”서윤이 몸을 돌렸다.“못 들은 척해주지.”“꽤 크게 들렸습니다.”“몇 시예요?”도현이 협탁 위 휴대폰을 확인했다.“두 시 십삼 분.”“새벽?”“네.”서윤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그냥 잘래.”“잠이 옵니까?”“……아니.”도현이 몸을 일으켰다.“뭐 먹을까요.”서윤도 고개를 들었다.“진짜 먹게?”“배고프다면서요.”“라면.”즉답이었다.도현이 웃었다.“냉장고에는 장 본 게 그렇게 많은데.”“새벽 두 시에는 라면이지.”“누가 정한 겁니까.”“지금 내가.”서윤도 결국 침대에서 내려왔다.“계란 두 개 넣어요.”“하나.”“두 개.”“아까 저녁도 먹었잖습니까.”서윤이 문 앞에서 돌아봤다.“도현 씨도 먹을 거잖아요.”“……두 개 넣죠.”“좋아.”주방 불은 가장 약하게 켰다.서윤은 식탁 의자에 앉아 도현이 냄비에 물을 받는 모습을 구경했다.“내가 할까?”“앉아 있으십시오.”“왜.”“졸려 보이니까.”서윤은 부정하지 않았다.대신 식탁에 팔을 포개고 턱을 올렸다.“라면은 꼬들하게.”“알고 있습니다.”“계란은 너무 풀지 말고.”“알고 있습니다.”“파 많이.”도현이 돌아봤다.“직접 하시겠습니까.”“아니.”서윤이 바로 웃었다.물이 끓기 시작했다.스프가 들어가고 면이 들어갔다.도현은 냉장고에서 대파까지 꺼냈다.서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말했다.“이것도 적을까?”“뭘.”“이번 달에 같이 하고 싶은 것.”“새벽 라면?”“응.”“이미 하고 있는데요.”“그럼 완료 표시하면 되지.”도현이 계란을 넣었다.“우리 목록이 전부 먹는 걸로 채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452화. 장바구니보다 무거운 것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도 두 사람은 한동안 거실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서윤은 빈 포장지를 접었다 폈다 하다가 도현 쪽을 봤다.“저녁 해야 되는데.”“그러게요.”“누가 해요?”“아이스크림 먼저 먹자고 한 사람.”“그런 법이 어디 있어.”“우리 집.”서윤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럼 같이 해요.”“좋습니다.”냉장고를 열자 조금 전 사 온 재료가 빼곡했다.서윤은 고기를 꺼냈다.“이거.”“뭘 만들려고요.”“아직 몰라요.”“재료부터 꺼낸 겁니까?”“일단 꺼내면 생각나겠지.”도현이 옆에서 양파와 버섯을 꺼냈다.“볶음으로 하죠.”“매콤하게?”“오늘 간식까지 많이 먹었잖습니까.”“그래서?”“안 맵게.”“싫은데.”“내일 속 아프다고 하면 제가 죽 끓여야 합니다.”서윤이 잠시 생각했다.“그것도 나쁘지 않은데.”도현이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알았어요. 안 맵게.”도현이 칼을 잡고 채소를 썰었다.서윤은 옆에서 고기를 준비했다.둘이 움직이니 저녁 준비는 금방 끝났다.서윤이 프라이팬을 보다가 말했다.“우리 진짜 같이 오래 살았나 봐.”“갑자기?”“예전에는 주방에서 서로 뭐 할지 계속 물어봤잖아요.”도현도 잠깐 생각했다.이제는 달랐다.한 사람이 칼을 잡으면 다른 사람은 자연스럽게 불을 켰고, 접시가 필요하면 말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였다.“편해진 거겠죠.”“좋은 쪽으로?”“저는 그렇습니다.”서윤이 웃었다.“나도.”***저녁을 먹고 설거지까지 끝낸 뒤였다.서윤이 냉장고 앞을 지나가다가 멈췄다.어제 붙인 메모가 그대로 있었다.**금요일 저녁 — 같이 장보기****토요일 — 늦잠****일요일 — 아무것도 안 정하기**그리고 맨 아래.**오늘 — 아이스크림 먼저.**서윤은 펜을 들었다.마지막 문장 옆에 작은 체크 표시를 했다.도현이 물을 마시다 그 모습을 봤다.“그것도 체크합니까.”“했으니까.”“그럼 저녁도 적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저녁은 원래 먹는 거잖아요.”“아이스크림도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451화. 냉장고에 붙은 메모

    아침에 먼저 일어난 건 도현이었다.서윤은 여전히 그의 팔을 베고 자고 있었다.어젯밤에는 일찍 자겠다고 해놓고 한참 동안 집 이야기를 했다.주방은 얼마나 넓어야 하는지.작업실 창은 어느 방향이 좋은지.마당이 생기면 뭘 심을 건지.그러다 마지막에는 소파 자리까지 정했다.도현은 조심스럽게 팔을 빼려 했다.그 순간 서윤의 손이 움직였다.잠든 채로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도현이 멈췄다.“…….”한동안 내려다보다 다시 누웠다.조금 더 늦게 일어나도 괜찮았다.십여 분쯤 지나 서윤이 눈을 떴다.가장 먼저 보인 건 도현의 얼굴이었다.“안 갔네.”잠긴 목소리였다.“어디를 갑니까.”“먼저 일어나면.”서윤은 눈을 비볐다.“나가지 말라고 했잖아요.”“그래서 안 갔습니다.”“진짜 기다렸어요?”“네.”서윤이 만족스럽게 다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잘했어요.”“이제 일어나야 합니다.”“오 분.”“어제도 그랬습니다.”“오늘은 진짜 오 분.”도현은 결국 다시 베개에 머리를 댔다.“오 분입니다.”“응.”정확히 십이 분 뒤.도현이 말했다.“서윤.”대답이 없었다.“오 분 지났습니다.”여전히 조용했다.다시 잠든 모양이었다.도현이 웃으며 그녀의 뺨을 가볍게 건드렸다.“출근.”서윤의 눈이 번쩍 뜨였다.“몇 시예요?”“늦지는 않았습니다.”서윤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왜 안 깨웠어요!”“두 번 깨웠습니다.”“거짓말.”“오 분 달라고 한 사람이 누군데요.”서윤은 시계를 확인하고서야 안도했다.“진짜 안 늦네.”“그러니까 씻으십시오.”침대에서 내려가던 서윤이 갑자기 돌아왔다.도현의 뺨에 짧게 입을 맞췄다.“기다려준 값.”그리고 바로 욕실로 사라졌다.도현은 닫힌 문을 보다가 웃었다.퇴근 후.먼저 집에 돌아온 서윤은 냉장고를 열었다.한참 들여다봤다.다시 닫았다.그리고 또 열었다.“먹을 게 없네.”분명 있었다.계란도 있었고 채소도 있었고 고기도 조금 남아 있었다.하지만 지금 먹고 싶은 건 없었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450화. 소파 끝에 남겨둔 자리

    “그건 밤에 생각해보고.”서윤의 대답에 도현이 웃었다.“역시.”“왜요.”“일찍 자자는 말을 믿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오늘은 진짜예요.”“어제도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습니다.”서윤은 대꾸하지 않고 새로 산 쿠션을 끌어안았다.《사이》의 소파에 나란히 놓인 쿠션 두 개.하나는 자신이 안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도현의 등 뒤에 있었다.“근데 이거 잘 샀다.”서윤이 턱을 쿠션 위에 올렸다.“푹신해.”“매장에서 당신이 안 놨잖습니까.”“마음에 들었으니까.”“하나만 사도 됐을 텐데.”“두 개가 예쁘잖아요.”서윤은 옆의 쿠션을 한번 보고 도현을 봤다.“그리고 하나씩 써야지.”“꼭 하나씩?”“응.”도현이 자신의 쿠션을 꺼내 서윤 쪽에 붙였다.“그럼 이건 당신 겁니다.”“왜요?”“두 개 다 안고 싶어 하는 얼굴이라서.”“아닌데.”말은 그렇게 하면서 서윤은 두 번째 쿠션까지 끌어안았다.도현이 피식 웃었다.“맞잖습니까.”“잠깐만 빌리는 거예요.”“그러십시오.”서윤은 쿠션 두 개 사이에 파묻혔다.잠시 뒤 도현이 책을 한 권 꺼내왔다.“책 읽게요?”“네.”“나 있는데?”도현이 책을 펼치다 멈췄다.“당신이 있으면 책 읽으면 안 됩니까.”“그건 아닌데.”서윤은 잠깐 고민하다 소파 끝으로 몸을 옮겼다.자신과 도현 사이에 일부러 한 사람 정도 들어갈 자리를 남겼다.도현이 그 공간을 봤다.“이건 뭡니까.”“자리.”“누구 자리.”“도현 씨.”“저 여기 있는데요.”“책 읽으려면 거기 앉아요.”서윤이 손바닥으로 빈자리를 두드렸다.“여기.”도현은 결국 책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서윤의 바로 옆.“됐습니까.”“응.”“뭐가 달라졌습니까.”“가까워졌잖아요.”“아까도 같은 소파였습니다.”“그래도.”서윤은 만족한 얼굴로 쿠션 하나를 내려놓았다.도현은 책을 다시 펼쳤다.이번에는 서윤도 방해하지 않았다.처음에는.십 분쯤 지났을 때 서윤이 슬쩍 책을 들여다봤다.“재밌어요?”“네.”“뭔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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