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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경계
영혼의 경계
Author: 책 느낌 나는 소설작가

제 1화 경계가 열린 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1 19:25:43

비가 내리고 있었다.

류채아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3년 전 그날 이후로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할 수 없었다. 3년 전. 채아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였다.

“채아야, 손 꼭 잡고 있어.”

어머니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응.”

채아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아버지는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빗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평범한 저녁이었다. 적어도 그 순간까지는 그랬다.

“채아야, 오늘 학교는 어땠어?”

아버지가 웃으며 물었다. “재밌었어.”

채아도 웃었다. 그때였다.

앞에서 강한 불빛이 번쩍였다.

“조심해!” 끼이익! 차가 크게 흔들렸다. 쾅!

그리고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채아가 가장 먼저 본 것은 하얀 병원 천장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곁에 없었다.

의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채아야…… 네 부모님은 사고에서…….”

그 뒤의 말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채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부모님은 세상을 떠났다. 채아만 살아남았다.

사고로 다친 팔에는 이상한 상처가 남았다.

의사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1년이 지나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상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야, 류채아.” 채아가 교실에서 나오려던 순간이었다.

뒤에서 누군가 채아의 가방을 잡아당겼다.

“가방 내놔.” “싫어.” “뭐?”

가방을 잡아당기는 힘이 더욱 세졌다.

채아가 놓지 않자 일진 중 한 명이 가방을 확 잡아챘다.

가방이 바닥에 떨어졌다. 쿵!

책과 필통이 복도에 흩어졌다.

“주워.” 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숙였다.

그 순간 어깨가 거칠게 밀렸다. 쿵!

채아의 등이 벽에 부딪혔다.

“누가 주우래?” 채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돌려줘.” “싫은데?” 퍽! 주먹이 날아왔다.

채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쟤 또 안 우네.” “진짜 재미없다.”

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주먹이 날아왔다. 퍽!

채아의 몸이 휘청였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또다시 밀쳐졌다.

채아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진 중 한 명이 채아의 가방을 집어 들더니 멀리 던져버렸다.

“가져와.” 채아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가방을 가지러 가려 했다.

하지만 앞을 막아섰다. “어딜 가?”

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 안 듣네.”

또다시 주먹이 날아왔다.

채아는 팔로 몸을 막으며 버텼다.

몇 번이고 밀려났지만 쓰러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무서웠다. 아팠다.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채아는 이를 악물었다.

“……그만해.” “뭐?” 채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 그러는 건 상관없어.” 일진들이 웃었다.

“그럼?” 채아가 고개를 들었다.

“다른 사람한테는 하지 마.” 잠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채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닥에 흩어진 물건을 하나씩 주워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교실을 나왔다. 학교를 나온 채아는 혼자 집으로 향했다.

하늘은 어두웠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채아는 우산을 펴고 조용히 길을 걸었다. 그때였다.

골목 입구에 누군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 채아가 걸음을 멈췄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채아는 조심스럽게 쓰러진 사람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대답이 없었다.

채아가 몸을 숙이려는 순간.

등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스윽. 채아의 몸이 굳었다.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사람의 모습과 비슷했지만 사람이 아니었다.

검은 형체.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천천히 채아를 향해 다가왔다.

“……뭐야.” 검은 형체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찾았다.” 채아가 뒤로 물러났다.

“누구야?” 악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채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쿠우우우웅……! 채아가 고개를 들었다.

구름 사이에서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검은빛과 보랏빛이 섞인 이상한 빛이었다.

“……저게 뭐야?” 그것은 점점 빠르게 떨어졌다.

채아가 피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파아앗! 정체불명의 빛이 채아의 몸을 정면으로 덮쳤다.

“윽……!” 채아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팔의 오래된 상처가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3년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았던 상처였다.

그런데 지금. 보랏빛이 상처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근. 심장이 크게 뛰었다. 두근. 다시 한 번.

그리고 같은 순간.

도시 어딘가에 있던 네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하얀 머리카락의 류현.

검은 머리카락의 한이준.

즡은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붉은빛이 감도는 권태혁.

노란 머리카락의 차아린. 네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느꼈어?” 차아린이 조용히 물었다.

한이준이 창밖을 바라봤다. “그래.”

권태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힘…… 대체 뭐야?”

류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천천히 채아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가자.” “어디로?” 류현이 대답했다.

“새로운 힘이 나타난 곳.”

네 사람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가 있었다.

류채아. 그리고 그 순간.

채아의 머릿속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렸다.

‘찾았다.’ 채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누구야?” 대답은 없었다.

대신 보랏빛이 채아의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날 밤.

3년 동안 멈춰 있던 무언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혼의 경계가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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