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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화 검은 눈동자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2 14:28:55

폐역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류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채아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저를…… 알고 있어요?”

대답 대신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있지.” 검은 안개가 서서히 걷혔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온몸이 검은 기운으로 뒤덮인 악령이었다.

한이준이 앞으로 나섰다.

“채아, 뒤로 가.” “하지만…….”

“괜찮아. 우리가 있어.”

이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권태혁이 손을 들어 올렸다.

“류현, 아린.” “응!”

“알았어.” 세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권태혁이 가장 먼저 악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주먹이 악령의 몸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악령은 뒤로 밀려났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단단하네.” 태혁이 이를 악물었다.

악령의 팔이 길게 늘어나 태혁을 향해 휘둘러졌다.

그 순간 한이준이 뛰어들었다.

“태혁!” 쾅! 이준이 공격을 막아냈다.

“괜찮아?” “이 정도는 괜찮아.”

“다행이네.” 류현은 두 사람의 뒤에서 손을 뻗었다.

따뜻한 빛이 두 사람을 감쌌다.

“상처는 크지 않아.”

차아린이 주변을 살피며 외쳤다.

“얘들아! 이 악령 혼자 있는 게 아니야!”

채아가 주변을 바라봤다.

검은 안개 속에서 작은 그림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었다.

“악령이…… 더 있어요?” “응!”

아린이 소리쳤다.

“적어도 열은 넘는 것 같아!”

채아의 얼굴이 굳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처음 나타났던 악령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너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구나.”

류현이 악령을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악령의 시선이 다시 채아에게 향했다.

“그 아이가 왜 힘을 얻었는지도 모르면서.”

채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내가 왜…….”

악령이 웃었다. “그 상처.”

채아의 손이 팔목으로 향했다.

“그건 단순한 상처가 아니야.”

순간 채아의 머릿속에 낯선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어두운 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채아야!” 익숙한 목소리.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채아가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 “채아!” 한이준이 달려왔다.

“괜찮아?” “머리가…….”

채아의 눈앞이 흔들렸다.

악령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곧 기억하게 될 거다.”

권태혁이 이를 악물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태혁이 다시 악령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악령도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검은 기운과 붉은빛이 충돌했다.

콰아앙! 충격이 폐역 전체를 흔들었다.

한아린이 벽을 짚었다.

“이러다 역이 무너질 수도 있어!”

류현이 채아에게 다가왔다.

“채아, 나를 봐.”

채아는 겨우 고개를 들었다.

“숨 천천히 쉬어.”

류현의 손에서 따뜻한 빛이 흘러나왔다.

채아의 떨리던 몸이 조금씩 진정됐다.

“괜찮아.” “……네.”

그 순간 채아의 팔에 있는 상처가 다시 빛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랐다.

보랏빛이 손끝에 모이더니 하나의 작은 칼날처럼 변했다.

채아가 놀랐다. “이게…….”

한이준이 눈을 크게 떴다.

“채아, 힘이 형태를 갖췄어.”

권태혁도 잠시 공격을 멈추고 바라봤다.

“1단계가 변형된 건가?”

채아는 손끝의 보랏빛을 바라봤다.

무섭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익숙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힘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악령이 그것을 보자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그 힘까지 깨어났군.”

류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뭐라고?”

악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검은 안개가 악령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권태혁이 앞으로 나섰다. “도망치려고?”

하지만 악령은 웃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뭐?” 악령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한이준이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

“사라졌어.” 차아린이 주변을 살폈다.

“다른 악령들도 없어졌어.”

폐역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채아는 손끝의 보랏빛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선명했던 빛은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류현이 다가왔다. “괜찮아?”

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류현은 채아의 표정을 보고 쉽게 믿지 못했다.

“정말?” 채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 악령이…… 제 부모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네 사람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제 상처도.”

한이준이 조용히 말했다.

“그럼 이번 사건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어.”

권태혁이 주변을 바라봤다.

“우리를 여기로 유인한 거야.”

차아린이 입술을 깨물었다.

“채아를 만나려고.”

류현은 아무 말 없이 바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검은 재처럼 남은 흔적이 있었다.

류현이 그것을 살펴보던 순간.

검은 재 사이에서 작은 금속 조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한이준이 다가왔다.

류현이 금속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채아의 팔에 있는 상처가 다시 빛났다.

파앗. 그리고 금속 조각 표면에 아주 작은 문양이 나타났다.

류현의 얼굴이 굳었다. “이 문양…….”

권태혁이 물었다. “뭔데?”

류현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낮게 말했다.

“도윤이 마지막 임무에서 발견했던 문양이야.”

채아가 숨을 멈췄다. 1년 전 죽은 혼경자.

서도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였던 두 사건이 처음으로

하나의 흔적을 통해 연결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 문양이 앞으로 다섯 명의 운명을 완전히 뒤흔들게 될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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