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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7 11:32:09

“친남매 맞아.”

온정호의 말이 떨어지자 예라가 먼저 욕을 뱉었다.

“하, 염병하네. 그럼 난 친오빠한테 불륜녀로 들어간 거야?”

“안 잤어.”

이록이 잘라 말했다.

“알아, 새끼야. 안 잤다고 몇 번을 우려먹어.”

예라가 쏘아붙이자 권태겸이 휴대폰을 걷어차려 했다.

내가 먼저 주워 들었다.

“아빠. 아니, 온정호 씨.”

—사율아.

“왜 처음 검사에서는 남매 아니라고 나왔어?”

—샘플이 바뀌었으니까.

“누가.”

온정호가 대답하기도 전에 예라가 웃었다.

“내가 알아요.”

“뭘.”

“언니가 날 직접 고른 줄 알죠?”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슨 소리야.”

“언니한테 나 소개한 사람. 권태겸 쪽 사람이에요.”

나는 권태겸을 봤다.

“당신이?”

그가 코웃음을 쳤다.

“미친년 말 다 믿게?”

예라가 바로 받아쳤다.

“미친년한테 돈은 왜 보냈는데, 아빠?”

“입 닥쳐!”

“한 번 자면 오천, 사진 찍히면 일억.”

예라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당신 아들 꼬시라고 친딸한테 돈 준 인간이 누군데.”

이록의 얼굴이 굳었다.

“아버지.”

“몰랐다.”

권태겸이 악을 썼다.

“그때는 네가 내 친아들인 줄 몰랐다고!”

“그럼 알고 난 뒤에는?”

내가 물었다.

권태겸이 입을 다물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개새끼.”

내가 웃었다.

“알고도 계속했네.”

“네가 먼저 판 깔았잖아!”

“그래서 친남매 둘을 호텔방에 밀어 넣어?”

“잠자리까지 갈 줄 누가 알았어!”

“안 갔다니까요.”

이록이 낮게 말했다.

“그리고 왜 그랬는지도 압니다.”

그가 식탁 위 계약서를 뒤집었다.

맨 뒤에 작은 글씨가 있었다.

‘혼인 파탄이 온사율의 고의적 기망으로 발생할 경우, 서린물산 지분 18퍼센트의 의결권은 권태겸에게 귀속된다.’

손끝이 떨렸다.

“고의적 기망.”

이록이 나를 봤다.

“당신이 불륜을 만들어냈다는 증거만 잡으면 됐던 거야.”

나는 권태겸을 노려봤다.

“내가 당신 아들한테 여자 붙이는 것까지 예상했어?”

예라가 대신 말했다.

“예상한 게 아니라 만들었죠.”

“뭐?”

“언니한테 형부가 바람피우는 것처럼 보이게 사진 뿌린 것도 저 인간 쪽이에요.”

머리가 띵했다.

“처음부터?”

“네. 언니가 의심하게 만들고, 내가 나타나게 하고, 언니가 직접 나한테 부탁하게 만든 거.”

권태겸이 비웃었다.

“그래서 뭐. 네가 안 물었으면 됐잖아.”

나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남편 바람 증거를 조작해서 며느리 머리통을 뒤집어놓고 그게 할 소리야?”

“네가 이혼장 내는 순간 끝낼 생각이었다.”

“뭘.”

“네가 불륜을 사주했다는 녹취, 돈 보낸 내역, 호텔 예약 기록. 전부 언론에 풀면 네가 사기꾼이 되는 거지.”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지분은 내 거 되고.”

“이 악질 새끼.”

내가 달려들자 이록이 허리를 잡아 세웠다.

“놔!”

“저 인간 패는 건 나중에.”

“왜, 아버지라서 아까워?”

“아니.”

이록이 권태겸을 보며 말했다.

“오늘 안에 회장 자리부터 뺏어야 하니까.”

권태겸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네가 감히?”

“방금까지 한 말 전부 녹음됐습니다.”

“뭐?”

이록이 자기 휴대폰 화면을 켰다.

“지분 사기, 불륜 조작, 친자 은폐. 이사회에 보내기 딱 좋네요.”

“이 개같은 새끼가!”

나는 이록을 봤다.

“당신은 어디까지 알았어.”

그가 대답하지 않았다.

“권이록.”

“계약 조항까지.”

“언제부터.”

“결혼 전.”

손이 먼저 올라갔다.

짝.

그의 뺨이 돌아갔다.

“그럼 나랑 결혼한 이유도 지분 때문이었네.”

“처음엔.”

“와.”

웃음이 터졌다.

“아주 씨발, 이제야 사람 말 같은 게 나오네.”

“사율아.”

“사랑한다는 개소리 하지 마.”

“안 해.”

그가 나를 똑바로 봤다.

“지금은 말로 해봐야 안 믿을 테니까.”

“잘 아네.”

“대신 하나는 말할게.”

“뭔데.”

“당신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도 거짓말이야.”

나는 숨을 멈췄다.

한미라가 벌떡 일어났다.

“이록아!”

“뭐라고 했어?”

내가 물었다.

이록은 현관 쪽을 봤다.

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한미라가 뒤로 물러났다.

“안 돼.”

권태겸도 처음으로 겁먹은 얼굴이었다.

“문 열지 마.”

나는 직접 현관으로 걸어갔다.

이록이 막지 않았다.

문을 열었다.

검은 모자를 눌러쓴 여자가 서 있었다.

얼굴을 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사진 속에서 매일 보던 얼굴.

장례식장에서 영정으로 봤던 얼굴.

“엄마?”

죽은 지 칠 년 된 한미선이 나를 보며 웃었다.

“사율아.”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녀가 내 어깨 너머 권태겸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내 딸 결혼시켜서 지분 처먹은 새끼가 아직도 회장 행세하네.”

권태겸이 이를 갈았다.

“네가 어떻게 살아 있어.”

한미선이 웃었다.

“왜. 네가 직접 화장까지 확인했는데?”

그녀가 가방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내 손에 쥐여줬다.

“네 장례식장에서 태운 여자.”

나는 봉투를 열었다.

사망진단서 이름이 달랐다.

한미선이 내 귀에 대고 말했다.

“그 여자, 네가 죽였어.”

“뭐?”

“기억 안 나?”

그녀의 다음 말에 온몸의 피가 식었다.

“일곱 해 전 그날 밤.”

엄마가 웃었다.

“차를 몰았던 건 권이록이 아니라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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