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장명희는 두 사람을 다시 한번 바라보긴 했으나, 마음에 두지는 않았다. 부부 간에 말다툼이야 흔한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그날 강준은 술을 제법 들이켰다. 소은이 그를 부축하여 마차에 오르게 하였다.술기운이 오른 탓인지, 강준은 오히려 말이 많아졌다.“내 상처가 그리 흉하더냐?”강준이 물었다.소은이 대답하였다.“흉하지 않습니다.”“그런데 어찌하여 그리 오래도록 나를 거절하였느냐?”강준은 묵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은 잠시 멈칫하였다.“나를 더는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이냐?”그의 목소리는 거칠었고, 자세히
“태자 오라버니, 저 사내를 붙잡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도와주신다면, 경성에서 가장 고운 아씨를 소개해 드리겠사와요. 어떠신지요?”택민은 짐짓 웃으며 말했다.“경중에서 가장 고운 아씨라니? 그게 바로 그대 아니더냐?”그는 오직 그녀만 원하였다. 하잘것없는 서생 따위에 마음 쓰지 말라. 그는 태자이며, 부모 역시 너그러우니 훗날 누구를 맞이하든 문제가 없을 터였다.“저는 그만치 못하답니다.”강영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상서 대감 댁 다섯째 아씨가 저보다 훨씬 곱지요. 태자 오라버니와는 문무가 어우러진 금슬
강진은 처음엔 말이 없었다. 소은이 걸어오자, 문득 강준에게 물었다.“아버지, 어머니랑 아우랑 누가 더 예쁘다고 생각하십니까?”강준은 아들을 흘끗 바라보았다. 아이는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었고, 분명 장난삼아 아비를 곤란케 하려는 눈치였다.“그야, 네 어머니가 제일 예쁘지.”강준은 태연하게 대답하였다. 딸은 아직 어리니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할 터이고, 설령 알아듣는다 해도,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곱다는 마음엔 변함이 없었다.강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재미가 없었다.무엇보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투는 걸 무척이
소은이 딸을 배었을 때는 강준을 따라 북지로 떠났을 무렵이었다.정작 북지에 당도하고 나서야 소은은 강준이 말하던 ‘험한 환경’이 어떤 뜻인지 깨닫게 되었다. 관외보다도 더욱 열악하였으며,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물을 구하는 일이었다.요즘은 부부 사이가 두터워, 소은도 마다않고 강준과 함께 이곳저곳을 구경하였지만, 지난 생 강준이 무심하였을 적에는, 어딜 가자 해도 함께 가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저 점점 더 지루할 뿐이었다.게다가 북지의 병영은 경계가 더욱 삼엄하였다.이제는 강현심도 벼슬이 올라, 조희진과 혼례를 올
혼례를 앞둔 날 저녁, 장명희는 주명을 만나러 왔다.주명은 눈가를 붉히며 그녀를 향해 인사하였다.“고모.”“공주부 쪽 사람들은 오기 어렵겠지만, 내가 너를 보내주니 그 또한 친정 식구가 해주는 일 아니겠느냐.”장명희는 며칠 전, 성상 곁에 있는 여인이 주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한참을 울었었다. 하지만 이렇게 멀쩡히 잘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켠은 더없이 기뻤다.“소은이는 그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차마 내게 털어놓지 않았지.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너를 위해 정성을 다해 준비했을 것을……”
주명이 궁중에 지내는 나날은 그야말로 한가롭고 편안하였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는 이는 없었고, 더욱이 택원이 황제가 된 뒤로 단 한 차례 크게 다툰 이후로는, 누구나 그녀에게 극진한 예를 갖추었다. 그 다툼의 연유는 따지고 보면 사소한 것이었다. 택원이 정사에 매달려 잠도 줄이고 끼니마저 거르니, 옆에서 시중드는 이들이 아무리 권해도 듣지 않았던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주명은 분을 참지 못하고 손수 반찬을 담아 어전으로 향하였다.택원이 그녀를 보며 고개를 들었다.“이리 온 것은 무슨 일이냐?”“전하께 식사
소은은 오래된 집 문 앞에 서서, 현판에 적힌 ‘소저’ 두 글자를 바라보았다.하얀 담벼락은 세월이 흘러 옅은 회색으로 변해 있었고, 바닥에는 기와장들이 떨어져 있었지만 늘 옛 집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소철주가 하인들에게 늘 깨끗이 관리하라 명했기에 비교적 단정한 상태였다.“여기가 증조부께서 살던 저택이란다.”장명희가 소은의 팔을 잡아 끌며 말했다.“네 아버지는 늘 와보고 싶어 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지. 그런데 네가 먼저 오게 될 줄은 생각 못했구나. 네가 이 곳 생활에 적응 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구나.”하지만 소은에
소은은 강준이 이끄는 어느 한 가옥에 들어섰다.그곳 사람들은 평범한 상인들처럼 보였다.낯선 환경 탓에 소은은 다소 긴장했고, 무엇보다 그녀의 등장에 시녀들의 눈동자가 아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씻는 것을 돕거라.”강준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명령했다.소은은 시녀의 안내를 받아 욕실로 향했다.“부인, 밀어드릴까요?”시녀가 공손히 물었다.시녀는 강준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고, 그저 귀한 손님이라 여겼으며 자연스레 소은을 그의 아내로 알고 있었다.소은도 부인이라는 신분을 부정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그럼, 수고
강준은 겨우 눈꺼풀만 살짝 움직였을 뿐, 다른 반응은 전혀 없었다.그 차가운 기운은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그날 묘애산, 원래 도착하기로 했던 지원군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아 세자는 중상을 입고 고립되었다.함께 간 무리 중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지원군은 왜 예정대로 움직이지 않았는지, 온갖 의심만 불러일으킬 뿐이었다.지금 북지 군영에서는 경무제가 여러 차례 새 장수들을 임명해 지휘권을 넘기고 있었다.분명 다른 속셈이 있는 듯했다.선왕이 있다면 아직 건재했을 땐 이런 혼란은 없었지만, 지금은 무주공산이니
“어머니께서 낯선 사람들에게 좀 더 경계심을 가지라 하셨잖아요.”소은은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친척들에게 도무지 호감을 가질 수 없었다. 그건은 지난 생에서 어머니를 무시하고 홀대했던 태도 때문이었다.어머니께서 한 번 다친 적이 있었는데 소은이 이들에게 무릎을 꿇어가며 동무을 청했음에도 그들은 모두 피하기 바빴다. 밑바닥에 있을 때야말로 비로소 세상의 냉혹함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법이었다. 그 시간들은 소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었기에 돌아보는 것조차 꺼려졌다.그리고 이번 생에 와서야 비로소 아버지께서 좌천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