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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Auteur: 월야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23 00:53:04

사발이 돌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궁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아래로 향했다.

해원은 깨진 사기 조각 사이로 검붉은 약이 번지는 것을 보며 급히 몸을 숙였다.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마마.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오라…….”

민소령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저 찻잔을 내려놓고 해원을 바라보던 중궁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특별히 명하신 약을 이렇게 버리다니, 참으로 대담한 아이로구나.”

해원은 이마를 더 깊이 숙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사옵니다.”

“다시는 없을 것이라니 다행이다. 그렇다면 지금 다시 달여 오게 하면 되겠구나.”

중궁의 지시가 떨어지자 최상궁이 곧바로 움직였다.

해원은 고개를 들었다가 중궁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쳤다.

“마마, 부디 한 번만…….”

“네가 약을 마시지 않겠다는 뜻이냐?”

해원은 입을 다물었다.

민소령은 그 침묵을 즐기듯 천천히 웃었다.

“내가 어찌 전하의 명을 거스를 수 있겠느냐. 네가 억울하다면 나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그 명을 내리신 분께 직접 여쭈어야겠지.”

중궁은 궁인들을 향해 돌아섰다.

“모두 자리를 지켜라. 이 아이가 전하의 명을 끝까지 따르는지 함께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해원은 젖은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차가운 바닥에 오래 꿇어앉아 있던 무릎이 저렸지만, 두 번째 약사발이 도착할 때까지 그녀는 일어설 수 없었다.

***

약을 두 번 마신 뒤에도 해원에게 쉬라는 명은 내려오지 않았다.

중궁전 뒤편의 우물에서는 두레박이 얼어붙어 있었고, 물을 길어 올릴 때마다 거친 밧줄이 손바닥을 긁었다. 해원은 물통을 채워 안채까지 나르기를 반복했는데, 몇 걸음만 옮겨도 속이 울렁거려 걸음을 멈춰야 했다.

그녀가 우물가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소담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언니, 이러다 정말 쓰러지겠어요.”

소담은 주변을 살피더니 소매 속에서 작은 떡 한 조각을 꺼냈다.

“아침에 남겨 두었어요. 아무도 보지 않을 테니 조금이라도 드세요.”

해원은 떡을 받아 들지 못하고 소담의 얼굴부터 살폈다.

“누가 보면 너까지 벌을 받는다. 어서 돌아가.”

“그럼 언니는 언제 드시려고요? 아침부터 물 한 모금도 못 드셨잖아요.”

소담은 해원의 손바닥에 떡을 쥐여 주었다.

해원은 차마 다시 돌려주지 못했다. 작은 떡 한 조각이 손바닥에 놓이자 오히려 목이 메었고, 소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던 순간 뒤쪽에서 최상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소담은 놀라 몸을 돌렸다.

해원은 얼른 떡을 소매 안에 감추고 물통을 집어 들었다.

최상궁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소담을 먼저 쫓아 보냈다. 소담이 멀어지자 그녀는 해원에게 다가와 물통을 발끝으로 건드렸다.

“전하의 침전에 드는 계집은 허드렛일도 남에게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사옵니다.”

“그렇다면 물통이 왜 비어 있느냐? 중전마마께서 쓰실 물을 아직 다 길어 놓지도 못했으면서.”

해원은 다시 우물가로 돌아섰다.

그때 멀리서 왕의 행차를 알리는 내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궁인들이 서둘러 길을 비웠고, 해원도 물통을 내려놓은 뒤 뜰 가장자리에 엎드렸다.

검은 가죽신이 그녀 앞을 지나가다가 멈추었다.

“이 아이는 어찌 여기 있느냐?”

해원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이경원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왕은 검은 곤룡포를 입고 있었으며, 뒤에는 내관과 호위무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해원은 급히 다시 고개를 숙였지만 왕은 이미 그녀의 손등에 남은 붉은 자국을 본 뒤였다.

“손을 내밀어 보거라.”

해원은 잠시 망설이다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왕은 갈라진 손바닥을 살피더니 한쪽 손목을 잡아 가까이 끌어당겼다. 거친 밧줄에 쓸린 자국과 최상궁에게 붙잡혔던 흔적이 드러나자 그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누가 이리 만들었느냐?”

해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중궁이 처소에서 나와 왕에게 예를 올렸다.

“전하께서 오셨사옵니까.”

민소령은 해원의 손을 붙잡고 있는 왕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게 웃으며 그날 아침의 일을 먼저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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