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지니는 아쳐의 불쾌한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단상 위에서 밀로투스와 대등하게 대화를 나누는 스틸의 당당함을 주시했다.
수많은 학생 앞에서 제 포부를 거침없이 내뱉는 그의 목소리는 강의실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아침에 몰래 지켜본 그의 행적은 남달랐다. 마물을 흡수해 빠르게 레벨을 올리는 금기에 손을 댈 법도 하건만, 스틸은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는 길을 선택한 듯 보였다. 역시 내 주인님은 격이 다르다. 지니의 눈에 경외심이 서렸다.
“너, 스틸을 진심으로 좋아는 건가?”
잠시 스틸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지니는 귓가를 간지럽히는 아쳐의 음산한 음성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그녀는 아쳐와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제 주인님을 존경하고,
스틸은 도르트 후작가의 성 앞에 먼저 도착해서 지니를 현신화 시키고는 그들을 맞이했다.“오셨습니까? 선배님들.”파란색 연기 속에서 넝마가 되어 나타난 마티스와 마티어스는 스틸에게 손짓을 하며 숨을 헐떡였다.마티어스는 인벤토리를 열어 물이 든 가죽 주머니 네 개를 꺼냈고 모두에게 각각 하나씩 전달해 주었다.“헉헉, 헉헉. 형님. 언제 느껴도 어지럽군요.”“널 데리고 오는 나는 어쩌겠니. 후-. 스틸 대공 대단하네, 벌써 오다니.”대단한 건 마티어스가 아닌가 싶었다. 자신은 예전에 지니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 괴로워 추한 꼴을 보였는데. 그는 그래도 숨만 헐떡일 뿐 그럭저럭 견디는 수준으로 보였다.“마티어스 선배님, 대단하십니다. 성인 남성을 순간 이동으로 데리고 오시다니.”스틸이 빤히 마티어스를 보자 그는 오히려 자신을 보고 놀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오호, 스틸 후배님도 대단한걸. 레이디까지 데리고 이렇게 빨리 나보다 먼저 오다니. 놀랍군.”“전혀요. 저도 처음엔 힘들었습니다. 제 레이디도 순간 이동은 할 수 있습니다. 각자 왔습니다.”“······정말?”마티어스의 눈에는 호기심이 잔뜩 어렸고, 스틸은 철벽을 치듯 지니는 원래 자신보다 더 대단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스승이라 일컬었다. 그때 마티스도 두 손뼉을 치면서 스틸에게 다가와 대단하다는 칭찬을 시작했다.“와, 스틸 대공 겸손하긴. 처음 봤을 때 지니가 스틸 대공이 은인이라고 했지 않았어? 아마 레이디와 둘이 함께 던전을 다녀 대단해졌나 봐!”&l
스틸은 침대에서 일어나 민망할 정도로 흐트러진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거친 숨을 몰아쉬던 지니 역시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고결한 시녀의 자태로 돌아와 반듯하게 앉아 그를 응시했다.지니는 변화된 스테이터스를 확인하려는 듯, 그의 볼이 아닌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찰나의 접촉이었으나 감각은 짜릿했다.“어디 한번 볼까?”입맞춤과 동시에 황금빛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고, 허공에 펼쳐진 상태창에는 경이로운 변화가 새겨져 있었다.*************************- 기타 능력 : 500,000- 현재 레벨 : 40(A급 마력소유자)★ 물, 바람, 흙 능력이 향상됨.★ 건축 능력이 발현됨.★ 순간 이동, 치유, 인벤토리, 정화, 소환 능력이 향상됨.★ 추가 수명 5년.*************************“오호!”스틸은 주먹을 불끈 쥐며 쾌재를 불렀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전능감이 전신을 짜릿하게 훑고 지나갔다.“주인님! 대단해! 정말 수명이 줄어들기는커녕 원래대로 돌아왔어! 게다가 레벨이 40이라니!”지니의 목소리에도 환희가 섞여 있었다. 스틸은 안도 섞인 실소를 터뜨렸다. 수명이 깎일 걱정이 없다면, 앞으로 지니와 마음껏 사랑을 나누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남자로 태어나 평생 아랫도리를 닫고 사는 것만큼 고문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지니를 마음껏 품을 수조차 없다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하나를 거세당하는 꼴인데, 이 얼마나 자비로운 신의 배려인가 싶었다.“지니, 아무래도 이곳에 종종 발걸
화려하게 수놓아진 꽃밭 위, 뜨겁고도 야릇한 실험은 스틸과 지니의 거친 열망을 머금고 한층 짙은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결국 스틸은 예전에 리노에게 받아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독한 꽃술을 꺼내 들이켰다. 알딸딸한 기운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대담하게 그녀를 품을 수 있었다.사실 이 모든 것은 수명을 건 실험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실험이라 해도, 이토록 눈부시게 화사한 꽃밭 한복판에서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정사를 벌일 배짱은 스틸에게 부족했다.어느 제정신인 사내가 벌판에서 외설적인 화집 속 장면처럼 몸을 섞겠는가. 스스로 변태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지만, 인간의 심연에는 누구나 일탈을 꿈꾸는 뒤틀린 욕망이 숨어 있는 법이었다.그러니 살짝 술의 힘을 빌리게 되었다.지니의 살결은 마치 갓 피어난 꽃잎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아찔한 탄력을 머금고 있었다.만질수록 갈증이 일고, 손끝에 닿는 촉감은 중독적인 쾌락이 되어 스틸의 이성을 갉아먹었다.터질 듯 부풀어 오른 그녀의 가슴을 한 손에 가득 쥐고 탐닉해도 몸 안의 갈증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들끓는 열기가 전신으로 퍼져나가 그를 더욱 안달 나게 만들 뿐이었다."하으, 아······ 주인님."참지 못한 신음이 지니의 붉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스틸은 이미 터질 듯 팽창한 자신의 존재감을 그녀의 은밀한 입구에 맞추고, 천천히, 아주 완만하게 무게를 실어 내렸다.지니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졌다. 좁고도 뜨거운 통로가 낯선 침입자를 거부하는 듯하면서도, 이내 달콤한 점액을 내뿜으며 그를 깊숙이 집어삼켰다.마치 기묘하고도 황홀한 굴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설마, 주인님?”지니가 눈치를 채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스틸은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게 능력이 있다면, 그건 마땅히 써야 할 곳에 쓰라고 생긴 것 아니겠어?”“대신, 절대로 소문이 나선 안 돼요. 리노 자작님도 신신당부하셨잖아요.”“걱정 마. 난 세도르 경을 믿으니까.”세도르가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볼 때, 스틸은 천천히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과거 리나의 깊은 상처를 흉터 하나 없이 지워냈던 그 온기를 떠올렸다. 만약 제국의 보검이라 불리는 이 사내의 눈을 고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선행을 넘어 제국의 판도를 바꿀 신의 한 수가 될 터였다.“지금 내게 뭘 하려는 건지.”“치유 마법입니다. 리노 자작께서도 극도로 경계할 만큼 희귀한 힘이라 함부로 알려져서는 안 되지만······.”“······치유라니, 대단하군요. 하지만 스틸 대공,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제국 최고의 의원들과 대마법사조차 고개를 저었던 상처입니다. 세월에 절여진 흉터를 지우는 건 기적의 영역이지요.”세도르는 비관적이지 않았으나, 담담했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이라는 듯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스틸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전직 전투기 조종사였다.“기사에게 시력이란 목숨과도 같습니다. 한쪽 시야가 차단되면 공격의 정밀도가 떨어지고, 방어의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죠. 제가 기사의 마음을 조금 안다면, 단장님께서 그동안 얼마나 답
스틸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마티스의 가문이 지닌 재력은 짐작했으나, 사치재에 이토록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려는 의지는 예상 밖이었다.“살롱 음악회가 그토록 중요한 행사입니까?”무릇 여인들의 세계란 스틸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외모를 가꾸고 저택을 꾸미며, 화려한 연회로 사교계의 입지를 다진다는 건 상식이었으나, 곧 시들어버릴 꽃에 그토록 거금을 들이다니.화훼업을 염두에 둔 그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실은······ 황녀 전하께서 아직 데뷔탕트를 치르지 못하셨거든. 시력을 잃으신 탓에 사교계 나들이를 극도로 자제해 오셨지. 하지만 꽃의 향기와 음악의 선율은 눈이 아닌 영혼으로 즐기는 것이니 어머니께서는 배려하고 싶으셨던 모양이야.”순간 스틸의 뇌리에 기분 좋은 충격이 스쳤다. 마티스의 어머니, 도르트 후작 부인의 품성이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했다.“어머! 후작 부인께서 대단하시네요. 너무 감동이네요.”지니도 두 손을 모아 잡고 감탄을 자아냈다.진정한 부자는 돈을 쓰는 곳에서 그 격이 드러나는 법이다. 아쳐 같은 자에게는 빵 한 조각도 아깝지만, 마음이 가는 곳에는 금화 수십 개도 아끼지 않는 법이니까.‘마음이 가는 곳에 돈이 가지······.’스틸 역시 가문 재건을 위해 한 푼이 절실한 상황이었으나, 이 대목에서 정무적인 감각이 기민하게 작동했다.“후작가는 중도파가 아닙니까? 황녀 전하께 이토록 극진하신 이유라도······.&rdqu
*************************- 기타 능력 : 480,000 - 현재 레벨 : 36(A-급 마력소유자)★ 물, 바람, 흙 능력이 향상됨. ★ 소환 능력이 발현됨. ★ 순간 이동, 치유, 인벤토리, 정화 능력이 향상됨. ★ 추가 수명 4.8년.************************* 눈을 의심케 하는 숫자였다. 스틸의 입에서 신음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또 줄었군.”레벨이 오르고, 그토록 원하던 소환 능력까지 발휘되었건만 기쁨은 찰나였다. 시스템은 냉혹했다.“이게 뭐야. 인간 수명이 얼마나 짧은데 왜 또 깎인 거냐고! 게다가 기타 능력치까지 영향이 있잖아!”스틸은 셈법에 능했다. 머릿속 주판알을 굴려보니 결론은 명확했다. 이 절륜하고 아름다운 엘프와 살을 맞대고 탐닉할수록, 그의 생명의 촛불은 빠르게 타들어 간다는 뜻이었다.엘프력인지 뭔지 모를 그 신비로운 힘의 대가는 참으로 가혹했다. 목숨을 담보로 바쳐야 할 만큼 극상의 쾌감과 행복한 밤이었지만, 그 대가는 파멸에 가까웠다.게다가 기타 능력치가 수명과 연동되어 줄어든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절망케 했다.“지니, 내가 너를 요정계로 돌려보내기 전에 먼저 죽어버리면 넌······.” “······새 주인님을 맞이하겠지.”지니의 무심한 대답에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아무리 레벨이 정점에 달한들, 그것을 누릴 시간이 없다면 이번 생 역시 허무한 배드 엔딩일 뿐이다. 아쳐에게 복수하기는커녕 캔도르 가문을 재건하기도 전에 흙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스틸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장의 쾌락에 취해 침대 위에서 알콩달콩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지난 생, 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