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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아빠가 물어본다면

مؤلف: Rionha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07 19:20:08

# 8화. 아빠가 물어본다면

“내가 물어봐야지.”

이태건의 말이 공원 한가운데 똑 떨어졌다.

나는 도윤을 안은 채 굳어버렸다.

도윤은 신이 난 얼굴이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 말을 받은 태건이 무슨 식으로 되돌려놓았는지 전혀 모르는 눈이었다.

“아빠가 물어봐!”

도윤이 박수를 쳤다.

나는 겨우 정신을 붙잡고 도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도윤아, 누나는 같이 못 살아.”

“왜?”

너무 순수한 질문이었다.

이럴 때는 뭐라고 해야 하지.

집이 달라서?

누나는 학생이라서?

아빠랑 누나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서?

마지막 말은 왜인지 입에 올리기 이상했다.

나는 도윤의 모자 챙을 살짝 고쳐주었다.

“누나는 누나 집이 있거든.”

“우리 집도 있어.”

“응. 도윤이 집은 아빠랑 도윤이 집이고, 누나는 누나 집이 있어.”

도윤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그럼 누나 집도 가져와.”

어쩌면 세 살짜리에게 집은 장난감처럼 들고 옮길 수 있는 건지도 몰랐다.

나는 결국 웃어버렸다.

“그건 조금 어려워.”

“왜?”

“집이 무거워서.”

도윤은 심각하게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빠가 들어.”

이태건이 옆에서 짧게 숨을 뱉었다.

웃은 것 같았다.

나는 그를 노려봤다.

“웃지 마요.”

“안 웃었어.”

“웃었거든요.”

“들켰네.”

그가 너무 태연하게 인정해서 오히려 내가 할 말을 잃었다.

도윤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내 손과 태건의 손을 각각 잡았다.

“그럼 누나 맨날 와.”

“맨날은 안 돼.”

“왜?”

이번엔 태건이 대답했다.

“누나 학교 다녀야 돼.”

도윤이 바로 반박했다.

“아빠도 학교 가.”

“아빠는 다녀와서 도윤이 보잖아.”

“누나도 다녀와서 나 봐.”

논리가 너무 완벽해서 순간 대답이 막혔다.

태건이 나를 봤다.

그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봐. 우리 애 말이 맞잖아.

나는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그쪽이 말려요.’

태건은 어깨를 아주 살짝 으쓱했다.

정말 도움이 안 되는 남자였다.

공원 산책은 그 뒤로도 한참 이어졌다. 정확히는 산책이라기보다 도윤의 체력 확인 시간에 가까웠다. 열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괜찮은 건 아니어서, 태건은 도윤이 조금만 뛰어도 바로 이름을 불렀다.

“도윤아. 천천히.”

“응!”

말은 잘했다.

발은 전혀 천천히가 아니었다.

태건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옆에서 웃음을 참았다.

“왜 웃어.”

“아니요. 아빠 말 안 듣는 거 귀여워서요.”

“귀여울 일이 아닌데.”

“애가 건강해졌다는 뜻이잖아요.”

태건은 잠깐 도윤을 보았다.

도윤은 나뭇잎 하나를 주워 들고 세상 귀한 보물처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네.”

그 말이 작게 떨어졌다.

나는 태건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이었지만, 아까보다 조금 덜 날카로웠다. 도윤이 웃으면 그의 어깨가 느슨해졌다. 도윤이 뛰면 다시 굳었고, 도윤이 멈춰 서면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정말 숨 쉬는 법도 아이 상태에 맞춰 바뀌는 사람 같았다.

“힘들지 않아요?”

내가 물었다.

태건이 나를 봤다.

“뭐가.”

“계속 긴장하고 있는 거요.”

“안 하는데.”

“거짓말.”

“티 나?”

“많이요.”

태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공원 벤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윤은 나뭇잎을 들고 우리보다 조금 앞에서 걸었다. 그래도 태건의 시선은 계속 아이에게 붙어 있었다.

“아까도 계속 봤어요. 도윤이 계단 오를 때, 미끄럼틀 탈 때, 뛰려고 할 때. 눈을 못 떼던데요.”

“애들은 한순간이야.”

“다치니까?”

“응.”

짧은 대답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 너무 많은 밤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괜히 손에 쥔 가방끈을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혼자 다 외우려고 하지 말아요.”

태건의 시선이 나에게 왔다.

“뭘.”

“도윤이가 뭘 좋아하는지, 뭘 무서워하는지, 언제 약 먹어야 하는지, 이런 거 전부요.”

“그럼 누가 외워.”

“메모장도 있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있고.”

말하다가 나도 모르게 덧붙였다.

“비상 연락망도 있고.”

말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태건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커졌다.

“방금 네 입으로 인정했다.”

“아니, 그건 말이 그렇게 나온 거고.”

“비상 연락망.”

“부르지 마요.”

“싫다니까.”

“진짜 마음대로 하는 사람.”

“너도 마음대로 하잖아.”

“제가 뭘요?”

“못 간다더니 오고, 안 도와준다더니 도와주고, 도망간다더니 안 도망가고.”

말문이 막혔다.

그의 말이 전부 맞았다.

나는 오늘도 오지 말았어야 했다. 어제도, 오늘도.

그런데 도윤이 부르면 결국 갔고, 태건이 이상한 말로 사람을 붙잡으면 결국 멈췄다.

“그건 도윤이 때문이라고 했잖아요.”

“그래.”

태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처음엔.

그 단어가 이상하게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도윤을 불렀다.

“도윤아, 너무 멀리 가지 마.”

“응!”

도윤은 대답만 하고 여전히 나뭇잎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태건이 낮게 웃었다.

“도망가네.”

“누가요.”

“너.”

“도윤이 보느라 그런 거예요.”

“또 핑계.”

“그쪽한테 배웠어요.”

그가 나를 보더니 희미하게 웃었다.

위험했다.

이태건이 웃을 때마다, 내가 알고 있던 소문 속의 남자가 조금씩 금이 갔다. 그 틈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보이는 것 같아서 위험했다.

공원에서 나온 뒤, 우리는 어린이집 근처 작은 빵집에 들렀다. 도윤이 지나가다 유리창 안의 곰돌이 모양 빵을 보고 멈춰 선 탓이었다.

“안 돼.”

태건이 바로 말했다.

“왜?”

도윤이 입술을 삐죽였다.

“약 먹었잖아. 단 거 많이 먹으면 안 돼.”

“조금.”

“안 돼.”

“누나.”

도윤은 바로 나를 봤다.

나는 난감하게 웃었다.

“누나 봐도 안 돼. 아빠 말 들어야지.”

도윤의 얼굴이 세상 억울해졌다.

“누나도 안 돼?”

“응. 오늘은 안 돼.”

“둘 다 나빠.”

도윤은 삐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태건이 나를 봤다.

“잘하네.”

“뭘요.”

“내 편 드는 거.”

“도윤이 건강 편 든 거예요.”

“그거나 그거나.”

“다르거든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빵집 안으로 들어간 건 태건이었다. 곰돌이 빵은 안 된다더니, 대신 작고 덜 단 우유빵을 하나 사서 도윤에게 건넸다.

도윤은 세상에서 제일 큰 선물을 받은 얼굴로 웃었다.

“아빠 좋아.”

“그럴 때만?”

“응!”

태건의 표정이 굳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 마.”

“도윤이가 너무 솔직해서요.”

“너도 만만치 않아.”

“저요?”

“응. 생각보다 말 안 져.”

그 말에 나는 잠깐 멈췄다.

고등학교 때의 나는 말 안 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가 뭐라고 하면 삼켰고, 불편하면 피했다. 내 의견을 드러내는 건 귀찮고 무서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태건 앞에서는 이상하게 말이 나갔다.

무서워서 피하던 사람 앞에서, 왜 자꾸 할 말이 생기는 걸까.

“그쪽이 사람 열 받게 하니까요.”

“그럼 계속 열 받게 해야겠네.”

“왜요?”

“네가 말하니까.”

순간 빵집 앞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도윤은 우유빵을 한입 베어 물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나만 그 말에 붙잡혔다.

네가 말하니까.

그는 또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런 말을 해놓고도.

나는 괜히 도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윤아, 맛있어?”

“응. 누나도 먹어.”

도윤이 먹던 빵을 내밀었다.

나는 작게 웃었다.

“누나는 괜찮아.”

“먹어.”

아이의 고집은 태건을 닮은 걸까.

나는 결국 아주 작은 조각을 떼어 먹었다.

“맛있다.”

도윤이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건이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왜요.”

“그냥.”

“그냥 금지.”

“웃겨서.”

“뭐가요?”

“도윤이가 자기 먹던 거 나눠준 사람 처음이라.”

나는 씹던 빵을 삼키다 멈칫했다.

“처음이요?”

“응.”

태건은 도윤의 입가에 묻은 빵가루를 엄지로 닦아주었다.

“얘 자기 거 잘 안 나눠.”

도윤이 바로 말했다.

“누나는 줘.”

그 말이 너무 작고 따뜻해서, 나는 대답을 잃었다.

태건도 잠깐 말이 없었다.

결국 그날의 ‘잠깐’은 또 길어졌다.

우리는 어린이집 앞 골목을 돌아 도윤의 집 근처까지 걸었다. 도윤은 중간부터 졸렸는지 태건에게 안겼고, 태건은 한 팔로 아이를 받쳐 안은 채 내 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색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다.

그게 더 문제였다.

빌라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먼저 멈췄다.

“저는 여기서 갈게요.”

태건이 나를 봤다.

“올라갔다가 가.”

“안 돼요.”

“왜.”

“어제도 집까지 갔잖아요. 오늘 또 가면 진짜 이상해져요.”

“이미 이상해졌는데.”

“그쪽은 왜 자꾸 포기한 사람처럼 말해요?”

“포기가 아니라 인정.”

“인정하지 마요.”

“뭘.”

나는 가방끈을 꽉 잡았다.

“나랑 엮였다는 거요.”

말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태건의 시선이 깊어졌다.

“싫어?”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싫어야 했다.

소문에 휘말렸고, 피곤했고,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고, 하루하루가 계획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도윤이 웃었다.

태건이 웃었다.

내 가방 안에는 빨간 미니카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어제보다 덜 도망치고 있었다.

“싫은 건 아닌데.”

나는 겨우 말했다.

“무서워요.”

태건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그쪽도.”

나는 솔직히 말했다.

“근데 그쪽보다, 내가 이상해지는 게 더 무서워요.”

“어떻게.”

“원래 나는 이런 일에 안 끼어들어요. 소문 나면 피하고, 귀찮은 일 생기면 모르는 척하고, 누가 기대면 부담스러워서 밀어내요.”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근데 도윤이는 못 밀어내겠고, 그쪽도...”

말이 멈췄다.

그쪽도.

그 뒤를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못 밀어내겠다는 말은 너무 위험했다.

태건은 한 걸음 다가왔다.

도윤이 그의 품에서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래도 가까워진 거리는 숨이 막힐 만큼 분명했다.

“나도?”

그가 낮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태건의 눈빛이 어두웠다. 하지만 위협적이진 않았다.

답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도윤이 잠결에 중얼거렸다.

“누나...”

작은 손이 허공을 더듬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도윤의 손이 내 검지를 잡았다.

태건의 시선이 그 작은 손으로 내려갔다.

잠든 아이가 우리 사이를 붙잡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상징적이라,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태건이 낮게 말했다.

“봐.”

“뭘요.”

“우리 애가 또 너 골랐잖아.”

그 말이 처음 들었을 때와 다르게 다가왔다.

복도에서 들었을 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책임을 떠넘기는 말 같았고,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말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도윤이 나를 고른 건, 그냥 아이의 고집만은 아니었다.

그 작은 손이 내 안에 있던 무언가를 계속 건드리고 있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하지 못하게.

“그 말.”

나는 작게 말했다.

“너무 자주 써요.”

“맞는 말이라서.”

“그럼 그쪽은요?”

태건이 나를 봤다.

“뭐가.”

“도윤이가 저를 골랐다고 치고.”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쪽은요?”

묻고 나서야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았다.

순간 태건의 눈빛이 달라졌다.

나는 바로 물러서려 했다.

“아니, 내 말은...”

“나도.”

그가 내 말을 끊었다.

낮고 분명한 목소리였다.

“나도 골랐어.”

숨이 멈췄다.

도윤의 작은 손은 여전히 내 손가락을 잡고 있었다.

태건은 아이를 안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그의 말은 가볍지 않았다.

장난도, 실수도, 도윤이 핑계도 아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태건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잠든 도윤 때문에 우리 사이는 완전히 닿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너무 가까웠다.

“그러니까.”

그가 말했다.

“도망갈 거면 지금 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내일은.”

태건의 시선이 흔들림 없이 나에게 박혔다.

“내가 더 붙잡을 것 같으니까.”

나는 숨을 쉬는 법을 잊었다.

그리고 그 순간, 도윤이 잠결에 작게 웃었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는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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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전 4화. 이번에는 내가 고르는 약속토요일 오후.도윤은 준우네 집에서 열리는 생일 파티에 갔다.태건은 아침부터 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했다.“네 시에 데리러 가는 거 맞지?”민서가 물었다.“응.”“그럼 세 시간밖에 없네.”“결혼 이야기하는 데 세 시간이 부족해?”태건은 소파에 앉아 민서를 바라봤다.민서는 식탁 위에 서류 몇 장을 펼쳐 두고 있었다.태건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게 뭐야.”“내가 준비한 말.”“결혼 이야기하는데 서류가 필요해?”“필요해.”민서는 종이를 태건 쪽으로 밀었다.가장 위에는 두 사람의 현재 생활이 적혀 있었다.태건의 센터 근무와 소득.민서의 학업과 프로젝트 일정.공동생활비 분담.도윤의 양육비와 돌봄 체계.하연과의 정기 만남.태건은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이거 우리 집 구할 때 다 이야기한 거잖아.”“결혼하면 달라지는 게 있으니까 다시 보는 거야.”“뭐가 달라져.”“법적으로 가족이 되는 거.”민서는 옆에 놓인 자료를 펼쳤다.혼인신고 이후 달라지는 법적 관계와 재산 관리, 의료 상황에서의 보호자 지위, 주거 계약과 세금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이었다.태건은 예상하지 못한 얼굴로 민서를 바라봤다.“이걸 다 알아봤어?”“응.”“언제.”“네가 계속 결혼 이야기할 때부터.”태건은 서류를 다시 내려다봤다.결혼이라는 말을 꺼낸 사람은 자신이었다.그런데 정작 결혼이 두 사람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는 깊이 알아보지 않았다.좋아하고, 함께 살고, 오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민서는 마음이 부족해서 자료를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오래 함께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을 외면하지 않은 것이었다.“결혼하면 내 빚도 네가 책임져야 해?”민서가 물었다.태건의 표정이 굳었다.“빚 있어?”“없어.”“그럼 왜 물어.”“서로 모르는 게 있는지 확인하려고.”민서는 질문 목록을 꺼냈다.학자금 대출.개인 채무.보험.저축.가족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는 돈.태건은

  •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 외전 3화. 졸업하는 아빠

    # 외전 3화. 졸업하는 아빠도윤의 유치원 발표회 날.태건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났다.도윤의 흰 셔츠를 다리고, 바지 주름을 펴고, 유치원에서 보내 준 안내문을 세 번 확인했다.준비물은 없었다.보호자는 열 시까지 강당으로 오라는 내용뿐이었다.그런데도 태건은 도윤의 가방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아빠.”잠옷 차림의 도윤이 방문에 기대 서 있었다.“왜.”“오늘 가방 안 가져가.”태건의 손이 멈췄다.“알아.”“그런데 왜 봐?”“혹시 필요한 게 있나 해서.”“없어.”도윤은 하품을 하며 욕실로 걸어갔다.“나 노래 안 틀리게 해야 돼.”“집에서 계속 불렀잖아.”“친구들이 틀리면 나도 틀릴 수 있어.”태건은 웃지 않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지.”도윤이 욕실 앞에서 돌아봤다.“틀려도 돼?”“응.”“선생님 안 화내?”“발표회는 시험 아니야.”도윤은 안심한 얼굴로 욕실에 들어갔다.민서는 그때까지도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다.전날 프로젝트 회의가 늦게 끝난 탓이었다.태건은 침실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발표회 보호자는 자신과 하연이었다.민서는 집에서 쉬다가 오후에 만나기로 했다.도윤이 직접 정한 일이었고, 민서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그런데 태건은 괜히 침실 안을 한 번 더 바라봤다.민서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빠진 사람은 아니었다.이미 함께 돌아올 집에 있는 사람이었다.하연은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먼저 유치원 앞에 도착했다.짙은 남색 원피스 위에 얇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손에는 작은 꽃다발도, 선물도 없었다.유치원에서 꽃과 장난감을 가져오지 말아 달라고 안내했기 때문이었다.“엄마.”도윤이 하연을 발견하고 뛰어갔다.태건은 따라가지 않았다.하연이 아이 앞에 몸을 낮췄다.“긴장돼?”“조금.”“엄마도 조금 긴장돼.”“엄마는 노래 안 하잖아.”“도윤이 보는 게 처음이니까.”도윤은 잠시 하연을 바라보다 손을 내밀었다.“같이 들어가.”하연은 아이의 손을 잡았다.강당에는

  • 우리 애가 너를 골랐다   # 외전 2화. 엄마가 오는 토요일

    # 외전 2화. 엄마가 오는 토요일“엄마, 내 집 봐.”도윤이 하연의 손을 잡아당겼다.하연은 현관 안쪽을 한 번 더 바라봤다.거실 바닥에는 새 수납장이 놓여 있었고, 민서의 책상 옆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조명이 기대어 있었다. 소파 위에는 태건의 겉옷과 도윤의 작은 가방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누군가의 집을 구경하는 일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것이 보였다.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누구의 물건이 어디에 놓이는지.자신이 없는 시간 동안 어떤 생활이 만들어졌는지.“잠깐 보고 가세요.”민서가 다시 말했다.하연은 그제야 신발을 벗었다.“실례할게요.”“엄마, 여기.”도윤은 하연이 신발을 정리할 틈도 주지 않고 작은방으로 데려갔다.방문 안쪽에는 자동차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창문 아래 낮은 침대에는 공룡 이불이 깔려 있었다.벽 한쪽 수납장에는 자동차와 기차가 줄을 맞춰 들어가 있었다.“이게 파란 자동차.”도윤이 가장 먼저 꺼낸 것은 민서의 이전 집에 두고 다니던 장난감이었다.“누나 집에 있던 거 기억나?”하연은 자동차를 받아 들지 않고 아이가 든 모습을 바라봤다.“응. 도윤이 자리라고 했던 거.”“이제 여기 있어.”“좋겠다.”“엄마 집에도 내 거 있어?”질문은 망설임 없이 나왔다.하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응.”태건이 그녀를 바라봤다.하연은 도윤에게 설명했다.“지난번에 같이 산 기차책이랑 도윤이 쓰는 컵 하나 있어.”“내 컵?”“초록색.”“왜 나한테 안 보여 줬어?”“도윤이가 엄마 집에 올 수 있게 되면 보여 주려고 했어.”도윤은 곧바로 물었다.“나 언제 가?”하연은 태건 쪽을 보지 않았다.도윤에게 묻고, 태건이 대신 답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피하지 않았다.“아직 날짜는 안 정했어.”“왜?”“엄마 집에서 도윤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지 아빠랑 먼저 확인해야 해.”“침대 있어?”“도윤이가 낮잠 잘 수 있는 자리부터 만들려고.”도윤은 자신의 방을 돌아봤다.“내 침대는 여기 있는데.”“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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