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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작가: 잔물결
솔지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솔지는 건달처럼 굴며 잘생긴 남자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평소에는 감히 떠올리지도 못한 장면이 가득했다. 진짜인지 꿈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이자 머리가 지끈거렸고 몸 여기저기도 묘하게 불편했다.

힘겹게 눈을 떴지만 햇빛이 눈부셔서 얼른 손으로 눈을 가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솔지가 사는 낡은 원룸은 서향이라 아침 햇살이 들지 않았다.

여기는 솔지의 집이 아니었다.

정신이 조금 더 맑아진 솔지는 어젯밤 일을 빠르게 되짚었다.

장면들이 차례로 떠오르다가 마지막에 이름 하나가 남았다.

‘하예겸!’

기억이 연이어 밀려들며 정신이 또렷해졌다.

솔지는 다급히 옆을 돌아봤다.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눈앞에 크게 들어왔다.

숨이 턱 막혔다.

‘꿈이 아니었어!’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머리는 아직 대책도 세우지 못했지만 몸이 먼저 움직였다.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의 옷을 주웠다. 가슴을 가린 채 맨발로 서둘러 나갔다.

안에 있는 남자가 자신을 부를까 봐 겁이 났다.

얼른 밖에서 옷을 챙겨 입고 숨을 죽인 채 빠져나왔다.

...

솔지는 ‘미라주’로 출근했다.

사흘 내내 예겸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예겸 같은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 매일 올 리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만나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무대 하나를 마치고 내려와서 다음 공연을 준비하려고 했다.

누군가가 솔지의 앞을 막았다.

처음 보는 낯선 남자였다.

“춤이 괜찮더라. 룸으로 가서 나만 보면서 한 곡 춰.”

“대표님, 이제 어떡하죠?”

솔지가 끌려가는 모습을 본 직원들이 다급해졌다.

유혁은 W시에서도 힘깨나 쓰는 인물이었다. 집안에 고위 공직자가 있어 웬만한 사람은 건드리지 못했다.

원석은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너희는 룸 앞을 지켜. 난 전화할 테니까.”

원석이 유혁을 상대할 힘은 없었다. 그렇다고 하예겸의 여자를 건드리게 내버려두면 미라주의 문을 닫아야 할 터였다.

룸 안.

“벗어!”

남자가 짜증스럽게 재촉했다.

솔지는 몸에 붙는 검은색 슬립 원피스와 가느다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가늘고 부드러운 곡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밖으로 드러난 피부는 빛날 만큼 희었다.

남자들은 얇은 천을 당장이라도 찢어 버리고 싶은 기색이었다.

솔지가 어깨 위 가느다란 끈을 손가락에 걸자, 맞은편 남자들의 눈이 그 자리에 고정되어 버렸다.

솔지는 문 쪽을 흘끗 봤다. 출입구 가까이에 있던 남자까지 홀린 듯 몇 걸음 다가왔다.

‘지금이야.’

끈을 내리는 시늉을 하던 솔지는 몸을 돌려 문으로 달렸다.

하지만 상대가 더 빨랐다. 애초부터 솔지가 도망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었다.

남자는 솔지의 팔을 낚아채서 소파 위로 거칠게 내던졌다.

솔지도 재빨리 반응했다. 탁자 위 재떨이를 집어 달려드는 유혁을 힘껏 내리쳤다.

유혁은 미리 대비한 듯 손목을 붙잡았다.

“처음부터 얌전히 따를 여자가 아니라고 했지.”

재떨이를 빼앗은 유혁이 솔지의 뺨을 후려쳤다.

머릿속이 윙윙 울렸다. 눈은 새빨갛게 충혈됐다.

저항하고 싶은 마음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한꺼번에 치솟았다.

“말 잘 들으면 덜 아파.”

유혁의 손이 솔지의 가슴 앞으로 다가왔다.

그때 누군가 문을 거세게 걷어찼다.

문이 확 열리면서 차가운 바람이 안으로 몰아쳤다.

“누구야?”

유혁이 불쾌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예겸이 나타난 모습을 보고나서야 솔지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한다는 말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예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굳은 표정으로 성큼 들어와 탁자의 술병을 집었다.

유혁의 뒷덜미를 움켜쥐고는 망설임 없이 머리를 내리쳤다.

쨍그랑!

술병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깨졌다.

술이 유혁의 얼굴을 흠뻑 적셨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탁자 위에 놓인 술병의 수만큼 예겸의 손이 반복해서 움직였다.

내리치는 힘은 갈수록 거세졌다.

병을 모두 깨뜨리고 나니 유혁의 얼굴을 적신 술은 붉은 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꼼짝도 못 했다. 정신을 차린 사람조차 없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솔지는 허겁지겁 일어나서 예겸의 뒤로 숨었다. 창백한 얼굴로, 가슴을 뚫고 나올 듯 거세게 뛰는 심장을 억눌렀다.

예겸은 머리를 감싸 쥔 채 소파에 쓰러져 신음하는 유혁을 무시했다. 솔지를 한 번 본 뒤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갔다.

유혁의 일행은 감히 막아서지 못했다.

두 사람이 떠난 뒤 원석은 곧장 직원들을 불렀다.

“유혁 씨 병원으로 모셔.”

문이 닫히자 예겸이 솔지의 손을 놓았다. 시선이 뺨에서 거칠게 오르내리는 가슴으로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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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지의 급여는 매일 정산됐다.퇴근하자 핸드폰에 입금 알림이 도착했다.금액을 확인한 솔지는 재무팀으로 찾아가 물었다. “계산이 잘못된 것 같은데요?”“맞게 계산했어요.” 담당자가 내역을 대조했다. “대표님이 성과급을 올리라고 하셨어요.”솔지는 뜻밖이었다. 원석은 계속 잘 챙겨 줬고 그 이유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먼저 성과급까지 올려 줄 줄은 몰랐다.재무팀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가다가 원석과 마주쳤다.“원석 오빠.” 솔지가 불렀다.원석은 ‘오빠’ 아니면 ‘형’이라는 호칭을 좋아했다. 그렇게 불리면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원석이 웃었다. “퇴근해?”“네.” 솔지는 공손히 앞에 섰다. “고마워요.”원석은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 그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 솔지 씨 능력으로 받는 돈이니까.”솔지도 다른 곳의 급여를 알아봤다. ‘미라주’만큼 많이 주는 곳도 없었고 먼저 성과급을 올려 주는 곳은 더더욱 없었다.“그런데 오늘은 전무님이 안 오셨네?”“바쁘신가 봐요.” 예겸이 뭘 하는지는 솔지도 몰랐다. 바쁘다고 하면 충분했다.원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일찍 들어가서 쉬어.”“네.”원석이 떠난 뒤에야 솔지도 밖으로 향했다.지금 받는 모든 대우는 하예겸의 여자라는 데서 비롯됐다.예겸의 이름이 사라지면 어떤 처지가 될지 몰랐다.그러니 예겸을 잘 달래야 했다....솔지는 미라주 입구에 서 있었다. 퇴근 시간이 되자 직원들은 서로 인사하며 흩어졌다.솔지가 가지 않고 서 있자, 사람들은 예겸이 데리러 오기를 기다린다고 여겼다. 솔지는 부업으로 나오는 데다 업소에서 받는 대우도 남달라서, 속으로 불만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돈 많은 남자에게 붙어 놓고도 밤업소에서 몸을 드러내며 춤추는 걸 보면, 재벌 2세에게도 별 가치가 없는 여자라는 뒷말이 돌았다.예전에는 원석을 유혹해 붙잡았다는 소문도 있었다.동료들에게 솔지는 몸으로 남자의 관심을 끄는 여자였다.솔지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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