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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보이지 않는 비품

Author: 라율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3-20 16:01:35

[네에] 12:35

재원의 깔끔한 팩트 확정 메시지를 읽자

희수는 점심 내내 조여 있던 마음이

딱— 하고 풀렸다.

“좋아… 공식 맞네.”

희수는 잠시 전의 대화를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예예 = 감정 섞였다 = 불편함 표시

네에 = 팩트다 = 확정·승인

“알고리즘 파악 완료.”

그때,

아침에 도착한다던 택배가 문득 떠올랐다.

‘아 맞다, 이거다.’

이건 그녀가 만든

〈재원 대응 매뉴얼 v1.0〉

실전 테스트에 딱 좋았다.

희수는 다시 메시지를 작성했다.

이번엔 감정 0%, 정보 100%.

[자기야, 오늘 7시에 만날 때 XX편의점 들러서] 12:40

[내 택배(송장 1234) 수령 가능해여?] 12:40

딱 보고서 형식의 문장.

효율적이고 명확하게.

그리고—

예상대로 1분도 안 되어 답이 왔다.

[네에] 12:40

“됐다!”

희수는 혼자서 조용히 손뼉을 칠 뻔했다.

말투에 감정이 없을수록

‘정확한 승인’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이제 진정한 실전은 이거였다.

“효율 100%로 접근하면, 이 남자의 답변도 안정적이다.”

그날 오후.

손님 응대와 예약 상담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정신이 돌아오기도 전, 재원의 루틴이 쌓였다.

[집 도착] 15:42

[약속시간 될때까지 좀만 잔다] 15:45

희수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5시가 넘어서야 겨우 답장을 보냈다.

[나도 방금 일 마무리 했어] 17:06

[가게 정리하구 준비하면 시간 맞춰서 도착할거 같애 이따봐❤️] 17:08

가게 문을 닫고

데이트를 위한 이동 보고도 잊지 않았다.

[나 이제 출발해~] 18:15

잠시 뒤, 재원의 상태 보고도 도착했다.

[나두 일어나서 준비한다] 18:40

평소처럼 일정한 톤.

희수는 그 안정된 패턴이 좋았다.

저녁 7시.

희수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재원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한 시간.

정확한 위치.

그리고 정확하게—

희수의 택배 상자를 들고 있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카페로 걸어갔다.

그리고 희수는

점심의 ‘예예 사태’를 굳이 꺼내지 않았다.

‘이미 지난 거 = 팩트 아님 = 금지 항목’

매뉴얼에 적힌 그대로였다.

카페에서 나오는 길.

갑자기—

우르르, 쏴아아아!

폭우가 쏟아졌다.

희수는 외쳤다.

“아, 미쳤다! 우산 없는데!”

재원은 하늘을 한번 보고

희수의 젖어가는 어깨를 보고

바로 결론을 내렸다.

“오늘 비 예보 없었는데.”

상황 정리 → 경로 계산 → 결정.

재원의 방식은 늘 빠르고 정확했다.

희수가

“편의점까지 뛸까?”라고 제안했지만

그는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 집이 더 가깝다. 그게 제일 빨라.”

주저 없음. 망설임 없음.

“가자.”

희수는 그 리듬에 맞춰 뛰어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재원은 문을 닫고 곧바로 말했다.

“바로 씻어. 감기 걸린다.”

상황 파악 → 바로 해결책.

그의 보호 방식은 늘 이랬다.

희수는 자연스럽게 샤워실로 갔다.

샤워기를 켜고 바디워시를 집으려다

문득 손이 멈췄다.

“…어?”

익숙한 쿨 민트 향 말고

다른 게 있었다.

시어버터 앤 바닐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향.

재원이 평생 선택할 일이 없는 종류.

그 순간,

희수의 뇌가 아주 오래전에 했던 말을 끌어올렸다.

“자기는 쿨 워시만 쓰네… 난 저거 쓰면 추운데… 따뜻한 향 나는 거 쓰고 싶다…”

희수 자신도 잊고 있던 말이었다.

그때 재원은

게임에서 눈도 안 떼고 이렇게 말했다.

“내집이다.”

냉정한 선.

그 선을 그는 단단하게 지켰었다.

그랬던 그 남자가—

지금은 아무 말도 없이

그 따뜻한 향을 그대로

자기 집 욕실에 두고 있었다.

희수의 입가가

저절로 풀렸다.

그녀는 샤워실 문을 열고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자기이… 이런 걸 언제 샀어…”

재원은 물을 마시다 말고

건조하게 답했다.

“할인 떠서 산거다.”

희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결국 참지 못했다.

‘할인.’

그의 방식은 항상 이랬다.

“너 때문에 산 거야”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감정 없는 말투.

하지만 정리된 환경과 물건으로 드러나는 행동.

환경 최적화 = 그의 사랑 방식.

희수는 따뜻한 향기 속에서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걸 그대로 느꼈다.

샤워를 마치고

희수는 메모 앱을 열었다.

폴더명:

[❤️ J (웬수)]

새로운 항목 추가:

[11/16 바디클렌저 사건]

그리고 마지막 줄에 고백하듯 적었다.

“이 연애… 지킬 가치가 있다.”

희수는 휴대폰 화면을 내려두고

작게 미소 지었다.

정확한 말투, 건조한 표현.

하지만 행동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남자.

그게—

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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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
시간이 얼마나 빨리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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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3화. T들의 감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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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7화. 옆에 있어도 아무것도 안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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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6화. 전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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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5화. 규칙의 기원

    희수는 알람이 울리자 눈을 떴다.습관처럼 휴대폰을 집어 들자마자—역시나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 재원의 기상 보고.[기상] 06:59[출근 준비한다] 07:00이런 루틴은 희수에게 안정감 그 자체였다.그래도 가끔은 다른 메세지도 보고싶다.하지만 오늘희수도 그의 리듬에 맞춰 보고했다.[나 지금 일어났어!] 07:00[근데 나 오늘 쉬는 날이라 좀 더 잘래~] 07:00잠시 후 도착한 재원의 답.[다시 잘 거면 폰 보지 말고 주무세요] 07:30[출근해서 일하는중] 07:30깔끔한 정보 전달.정확한 흐름.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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