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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재회 프로젝트 로그온

Autor: 라율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4-28 22:57:11

진우와의 식사는 체기만을 남긴 채 끝났다. 가게로 돌아와 찬물을 들이켠 희수는 여전히 명치 끝이 답답했다.

누구를 만나도, 무엇을 먹어도 결국 끝은 재원이라는 결론. 희수는 이 지독한 굴레를 끊어내기보다, 차라리 그 굴레 안으로 다시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먼저 인스타그램을 켰다. 진우와 잠시 다녀왔던 인천 바다의 풍경 사진을 올렸다. 캡션도 없이, 그저 푸른 바다와 모래사장뿐인 사진.

‘나 여기 갔다 왔어, 바보야. 나 너 없이도 이렇게 잘 돌아다니고 잘 지내.’

속으로는 수천 번 외치는 말을 삼키며, 희수는 그 사진이 재원의 눈에 닿기를 간절히 바랐다. 일주일 전, "저녁 맛있게 먹어"라는 메시지를 끝으로 멈췄던 시계태엽을 다시 감을 시간이었다.

희수는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 창을 열었다. 그리고 재원에게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나... 자기 옆에서 중심 안 흔들리는 사람이 되면 안 돼?]

눈을 꼭 감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읽지 않아도 좋았다. 읽고 무시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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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82화. 조련의 정석

    “아얏! 아이고... 발가락이야.” 바닥에 주저앉아 발가락을 움켜쥔 희수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의자 위에서 기적 같은 균형감각으로 살아남은 재원이 천천히 내려왔다. 보통의 로맨스 소설 남주인공이라면 당장 안아 올리며 "괜찮아?"라고 물었겠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바닥에 구르는 희수를 내려다보며 훌쩍거리는 코를 한 번 팽 풀더니, 아주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정도면 골절 아니네. 가동 범위 보니까 단순 타박상이야. 누가 그렇게 조심성 없이 징징대래?” 희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지 성격 어디 안 간다고, 좀 받아주니 원래 본 모습이 나오나보다. 발가락 끝이 욱신거리는 고통보다 그의 그 무심한 말투가 더 아프게 가슴을 찔렀다. 붉어진 눈시울로 재채기를 참아가며 저런 독설을 내뱉는 꼴이라니. “뭐? 징징? 야! 사람이 다쳤는데 걱정은 못 할망정!” “걱정할 단계가 아니니까 사실을 말하는 거야. 얼음주머니 가져올 테니까 가만히 있어.” “됐어! 필요 없으니까 가! 당장 나가!” 희수는 홧김에 옆에 있던 쿠션을 재원에게 날렸다. 재원은 날아오는 쿠션을 가볍게 피하더니,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주방을 향했다. 희수는 그런 재원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너 들어올 생각 하지 마! 우리 집 비밀번호도 바꿀 거야! 당장 네 집으로 가버려!” 재원은 주방 문턱에서 멈칫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논리적으로 대화하자”며 버텼을 그가, 희수의 서슬 퍼런 기세에 진짜로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쿵. 뭐야, 나가란다고 진짜 나간거야? 정적이 찾아온 거실. 희수는 얼떨떨했다. 진짜로 가버릴 줄은 몰랐다. 발가락은 여전히 욱신거렸고, 텅 빈 집안은 아까보다 더 서늘했다. ‘...진짜 갔네. 나쁜 곰탱이.’ 희수는 입술을 삐죽이며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예전 같았으면 재원의 기분에 맞춰 “내가 조심성이 없었네” 하며 사과했겠지만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81화. 흔적 없는 방

    “오늘도 우리 집으로 가.”초코의 미용을 끝으로, 재원의 알레르기가 잦아들고퇴근 하는 길이었다.희수의 눈은 마주치지 않은 채, 차 안에 울려 퍼진 재원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못해 절박했다. 희수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예전의 재원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대사였다. 그에게 연애란 철저하게 계획된 루틴 안에서만 존재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그어두고, 그 외의 시간은 각자의 동굴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믿었던 남자였다. 매일 함께 있는 것을 효율성 떨어지는 감정 소모라며 부담스러워하던 그 곰탱이가, 지금은 주인 곁을 한시도 떠나기 싫어하는 대형견의 눈을 하고 희수를 졸라대고 있었다.“뭐어? 안 돼. 나 오늘 할 일 많아.”희수는 일부러 시선을 창밖으로 던지며 단호하게 잘랐다.“현관 센서등도 갈아야 하고, 밀린 빨래도 돌려야 해. 자기 챙겨줄 정신없으니까 그냥 집에 가.”“센서등, 내가 갈아줄게. 공구 차에 있어.”“...뭐?”“빨래 돌아가는 동안 나는 소파에 앉아만 있을게. 집안 일 하고 우리집에 가."재원은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결국 희수는 한숨을 내쉬며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털 알레르기로 눈물 콧물을 쏟으면서도 빗질을 멈추지 않던 그 고집이 여기까지 이어진 모양이었다.띠리릭, 도어락 소리와 함께 재원이 희수의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하지만 현관을 넘어서는 순간, 재원의 발걸음이 묘하게 머뭇거렸다. 분명 예전에도 수없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재원이 마주한 공간은 낯설다 못해 서늘했다. 거실 한복판에 놓여 있던 자신의 전용 1인용 소파는 사라졌고, 벽면에 나란히 붙어 있던 커플 사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재원은 홀린 듯 주방으로 향했다. 찬장을 열자, 항상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던 머그컵 선반에는 이제 희수의 것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정말... 다 치웠네.’재원은 그 텅 빈 공간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싸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희수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80화. 미련 곰탱이

    재원의 비장했던 기세는 초코의 거대한 꼬리질 한 번에 처참히 무너졌다. 테이블 위에 올라앉은 초코는 재원에게 친근함을 표시하듯 묵직한 앞발을 툭 내밀었고, 재원은 마치 폭탄이라도 피하듯 슬리커 빗을 쥔 손을 바르르 떨며 뒤로 물러났다.“희수야, 얘는 내가 알던 강아지의 범주를 벗어난 것 같아. 무게감이 거의 송아지 수준인데?”“자기야, 엄살 좀 부리지 마. 덩치만 컸지 얼마나 순한데. 자, 결 따라 부드럽게 빗겨줘 봐.”희수는 배를 잡고 웃으며 재원의 손을 초코의 엉킨 털 위로 이끌었다. 재원은 꿀꺽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가느다란 슬리커를 갖다 댔다. 사각, 사각. 엉킨 털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뽀얀 털 가루가 공중으로 흩날렸다.그때였다. 재원의 콧망울이 실룩거리기 시작한 것은.“에에엣취! 에취! 에취!”연달아 터지는 재채기 소리가 고요한 미용실 안을 울렸다. 재원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팔꿈치에 코를 묻었지만, 한 번 터진 재채기는 멈출 줄을 몰랐다. 희수는 가위질을 멈추고 재원의 얼굴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재원의 눈가가 발갛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평소 단정하게 빗어 넘겼던 앞머리는 재채기의 반동으로 헝클어져 이마를 덮었고, 콧등에는 발그레한 기운이 돌았다.“자기야, 너 설마 털 알레르기 있어? 아까 아침엔 괜찮았잖아!”“...에취! 아냐, 아침에는 털이 이렇게... 에취! 날리지 않았을 뿐이야. 괜찮아.”재원은 빨개진 눈을 비비며 다시 슬리커를 고쳐 잡았다. 희수는 기가 찼다. 저 고집불통. 지금 누가 봐도 괜찮지 않은 상태면서, 연차까지 내고 조수를 자처한 체면이 있는지 절대 빗을 놓지 않았다. 희수는 서랍을 뒤져 비상용으로 두었던 알레르기 약을 꺼내 물과 함께 재원에게 내밀었다.“이거 먹어. 그러다 쓰러지겠다. 눈 좀 봐, 완전 토끼 됐어.”“...안 먹어. 약 먹으면 졸음이 와서 작업에 지장이 생겨. 다음 주에 또 연차 내서 너 도와주려면,오늘 완벽하게 익혀둬야 해.”"또 연차 낸다구?"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79화. 희수의 즐거운 수난

    차 안의 정적은 생각보다 길었다. 희수는 대시보드 위에 놓인 재원의 휴대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들, 다음 주에 같이 집에 오는 건 어떠니?] 라는 문구는 이미 화면에서 사라졌지만, 그 잔상은 재원의 얼굴에 고스란히 박혀 있었다. 재원의 시선은 정면을 향해 있었지만, 초점은 이미 안드로메다 어디쯤을 헤매는 듯했다. 핸들을 쥔 마디 굵은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희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그 뻣뻣하게 굳은 옆얼굴을 훑었다. 서울 본사 복귀라는 거창한 미션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않던 남자가, 어머니의 '동행' 제안 한 줄에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지는 꼴이라니. 희수에게는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였다. “...자기야, 넋 나갔어?” 희수의 목소리에 재원이 흠칫 놀라며 눈을 깜빡였다. 그는 대답 대신 마른세수를 크게 한 번 하고는, 마치 중대한 결단을 내린 장수처럼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준비해야겠어.” 재원의 말투는 비장하다 못해 비극적이기까지 했다. 희수는 조수석에 몸을 비스듬히 눕힌 채,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고 ‘생존 시뮬레이션’에 돌입한 이 곰탱이를 즐겁게 관찰했다. 차가 출발했지만, 재원은 평소답지 않게 신호등의 노란불에도 과하게 움찔거렸다. 어머니의 메시지 한 줄이 그의 정교한 루틴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은 게 분명했다. 오전의 ‘보라색 꼬리’ 미용실 안에서도 재원의 소리 없는 사투는 계속되었다.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빗자루를 든 그의 뒷모습은 여전히 꼿꼿했지만, 희수의 눈에는 그 너머의 당혹감이 훤히 보였다. 재원은 바닥을 쓸다가도 문득 멈춰 서서 허공을 응시했다. 분명 머릿속으로는 어머니께 드릴 첫 마디를 고르고, 또 고치고 있을 터였다. ‘자기, 너 지금 빗자루질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랑 면접 보고 있지?’ 희수는 별이의 털을 다듬으며 거울을 통해 재원을 훔쳐보았다. 재원의 손길은 기계처럼 정확했지만, 가끔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78화. 고장 난 AI 스피커

    재원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갈 길을 잃고 떨렸다. 본사 출근 첫 주, 그것도 월요일 아침에 어머니가 건 페이스타임이라니. 이미 깔끔하게 씻고 머리까지 정돈한 재원의 모습은 누가 봐도 출근 준비를 마친 완벽한 형색이었다. 그 '완벽함'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자, 자기야! 일단 받아야 하는 거 아냐? 계속 울리는데?”“안 돼. 내 뒤로 보이는 거실 벽지가 회사 사무실일 리가 없잖아.”“그럼 거절해!”“어머니는 내가 전화를 거절하면 사고가 난 줄 알고 응급실부터 전화하실 분이야. 내 루틴상 전화를 안 받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재원의 논리 회로가 과부하로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벨소리가 끊기기 직전, 재원은 결단을 내린 듯 희수를 화장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거기 있어. 절대로 소리 내지 마.”“잇 자기야! 읍!”재원은 희수의 입을 막고 문을 닫은 뒤, 급하게 하얀 대리석 벽면 앞으로 달려갔다. 그나마 가장 오피스 건물 내벽과 비슷해 보이는 위치였다. 재원은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수락’ 버튼을 눌렀다. 화면 너머로 인자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매의 어머니가 나타났다. - “아들! 역시 우리 아들, 벌써 출근해서 업무 준비 중이니? 옷 차림 보니까 든든하네.”어머니의 오해는 정교했다. 재원이 씻고 나와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깨끗한 티셔츠 차림이 화면상으로는 캐주얼 데이를 맞이한 직장인의 모습처럼 보였던 것이다.“...네, 어머니. 보시다시피 아주 잘 적응 중입니다. 지금 막 회의 들어가기 직전이라 짧게 통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재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카메라 각도를 고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부가 아니라 외부, 즉 화장실 안에서 터졌다. “자기아! 수건 없어! 아까 자기가 다 썼어?”희수의 목소리가 화장실 문틈을 타고 거실을 울렸다. 재원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어머니의 미간이 좁아졌다. - “아들, 방금 무슨 소리니? 사무실에 여직원이 벌써 그렇게 친하게 지내? 수건을 찾고?”“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77화. 역습

    아침 햇살이 암막 커튼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희수의 눈꺼풀 위로 쏟아졌다. 희수는 기분 좋은 노곤함에 몸을 뒤척이다가, 코끝을 스치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향기에 번쩍 눈을 떴다. 이곳은 자신의 자취방이 아니라 재원의 아파트였다. 어젯밤의 그 뜨거웠던 입맞춤과 재원의 품에서 잠들었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며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자기?”잠결에 내뱉은 희수의 목소리는 몽롱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옆자리를 확인한 순간, 희수의 심장은 다른 의미로 멈춰버렸다. 재원이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그는 이미 씻고 나온 듯 보송보송한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의 손에 들린 물건이었다. 그것은 재원의 폰이 아니라, 희수의 핑크색 폰이었다. 더 최악인 것은 화면 속에 띄워진 내용이었다. 재원의 시선은 희수가 어젯밤 잠들기 직전, 반쯤 풀린 정신으로 정성스럽게 업데이트했던 [🐶웬수] 폴더의 마지막 문구에 고정되어 있었다. [웬수가 아니라... 그냥 내 사랑임.]“...자기, 너 지금 뭐 해!”비명이 터져 나왔다. 희수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재원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채려 했다. 하지만 재원은 긴 팔을 이용해 가볍게 희수를 따돌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의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재원의 목소리는 평소 본사 회의에서 실적을 발표할 때처럼 지극히 낮고 건조해서, 그 수치심은 배가 되었다.“1번. 융통성 없는 곰탱이. 5번. 사회성 결여된 AI. 12번. 눈치 없는 고집불통. 17번. 셔츠 걷어붙이고 요리하는 건 형법으로 처벌해야 함.”“아아악! 그만해! 죽을래 진짜!”희수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재원의 낭독회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제 희수가 가장 숨기고 싶었던 대목에 도달했다.“20번. 곰탱이인 줄 알았는데 사자였음. 심박수 데이터 측정 포기. ...웬수가 아니라, 그냥 내 사랑임.”재원의 목소리가 마지막 문장에서 아주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3화. T들의 감정선

    가게 한켠에서 머리를 질끈 묶고 정리하던 희수는 재원의 루틴이 오늘은 단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12:30 / 15:40 / 18:00] 같이 칼같이 들어오던 보고였다.희수는 처음엔 “바빴겠지” 하고 넘겼다.하지만 점심시간도, 퇴근 시간도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자, 슬슬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왜 보고 안 해…?’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희수에게 불안감이라는 감정을 선물했다.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희수는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고는, 진심을 담아 길게 메시지를 보냈다.[자기 늦어도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11화. 몰래 읽기 의혹 1차

    가게 한켠에서 머리를 질끈 묶고 정리하던 희수는재원이 아침부터 보내는 ‘초건조 모드’를 보며슬슬 불쾌함이 쌓여갔다.[회의들어간다] 09:30[끝났다] 10:10[밥먹고 쉰다] 12:31[일하는 중] 13:05평소에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오늘은 유난히 ‘정보만 던지고 사라지는’ 느낌이었다.심지어 온도도 없음.희수는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나름의 감정을 조금씩 섞었다.[나 지금 밥먹었어!] 13:30[오늘 손님 많아 ㅠㅠ 지쳐어~] 14:25그런데 돌아오는 답은—[네에] 15:40[집이다 쉰다] 15:4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21화. 투명인간이 된 기분

    무릎 수술 후 회복기.희수는 여전히 두꺼운 보조기를 차고 있었다.집 안에만 갇혀 있는 게 답답해, 재활 겸 아주 천천히 집 앞 편의점을 다녀오는 길이었다.절뚝, 절뚝.걸음은 느렸고, 땅거미가 내려앉은 골목은 조용했다.봉지를 든 손이 조금 시리다고 느꼈을 때였다.저만치 앞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어?’재원이었다.칼퇴근을 하고 집 근처로 온 모양이었다.반가움에 희수가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하려던 순간,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그는 혼자가 아니었다.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직장

  •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23화. 나쁜놈 인 줄 알았는데 그냥 곰이었다

    그날의 ‘외면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났다.표면적으로는 다시 평화로운 루틴이 돌아왔다.[기상] 06:11[출근 준비] 06:12하지만 희수의 마음속에는 아직 잔여물이 남아 있었다.친구들에게 하소연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예상대로였다.“야, 그거 완전 나쁜 놈 아니야?”“지인한테 숨기는 거? 빼박이지. 어장관리 아니야?”“희수야, 너 가스라이팅 당하는 거 같아.”친구들의 말은 논리적이었다.사생활 숨김, 차가운 말투, 감정 회피.전형적인 ‘나쁜 남자’의 체크리스트와 일치했다.희수도 흔들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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