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 아…… 흑, 회장님…….”지독한 정욕의 열기로 가득 찬 욕실.최고급 대리석 세면대 앞 거울 위로,적나라하게 얽혀 흔들리는 남녀의 육체적 굴곡이 거칠고 파괴적으로 일렁였다.절정의 욕정으로 붉게 달아오른 뺨,그리고 밀려드는 뜨거운 신체적 열기를 감당하지 못해,멍하니 벌어진 여자의 도톰한 입술이 남자의 시각을 자극했다.넓은 욕실 공간 가득 남자의 낮게 가라앉은 거친 신음과,여자의 아찔하고 외설적인 숨소리가 뒤엉켜 불협화음처럼 울려 퍼졌다.스아아ㅡ.욕정의 열기로 인해,하얗고 흐릿하게 김이 서린 거울 평면에,여자는 자신의 풍만한 상반신을 기댄 채, 가쁜 호흡을 몰아쉬었다.여자의 손가락이 류의 탄탄한 골반을 악착같이 움켜쥐었다.“정말…… 회장님은…… 매번 최고예요. 회장님, 나 오늘 어땠어요? 만족스러우셨어요?”방금 막 격렬한 절정을 끝마친 남자의 단단한 허리를 붙잡고,어떻게든 일말의 다정함이라도 받아내려, 여자가 매달리며 교태를 부렸다.하지만 여자의 가슴팍 위로 내리꽂힌 류의 시선은 지독할 정도로 서늘했다.“수고했어.”툭.매정하고 차가운 남자의 단 한 마디가, 욕실 안 벌거벗은 여자를 향해 던져졌다.방금 전까지 전신을 밀착한 채,데일 듯이 뜨거운 정사를 나눈 직후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남자의 목소리는 얼음 송곳처럼 서늘할 만큼 냉정했다.그리고 따스하고 다정한 후희를 기대하며,남자의 몸에 매달리는 여자의 가느다란 팔을,류는 일말의 미련도 없이 무심하고 거칠게 쳐내 버렸다.그러고는 땀에 젖은 서늘한 상체를 돌려,홀로 샤워실 안으로 직행하더니, 그대로 유리문을 닫았다.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 너머로, 여자의 허탈한 한숨이 묻어났다.*“이 드레스 진짜 구하기 어려워서… 우리 스타일리스트가 진짜 고생했는데… 이렇게 보석까지 협찬해 주셔서 감사해요”요즘 가장 핫한 라이징 스타인 신인여배우, 시아가 류에게 안기며 애교를 부렸다.“잠깐만 요… 나 입고 나올 테니까… 어떤지 봐 주세요”잠시 후 여자가 아찔
제주도의 밤으로부터…… 3년 전 프랑스 파리.파리 리츠에서의 ‘아시아 기업인의 날’ 연회를 마치자마자,류는 김 비서에게 KL 그룹 재무 보고서를 전달 받았다.“KL가 한국 유통업계 1위 였던 기업이었는데… 왜 이렇게 경영악화가 된 거지?”묵직한 가죽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댄 류가, 낮고 서늘하게 물었다.서재 책상 위로 드리운 스탠드 불빛이, 그의 날카로운 턱선을 차갑게 비추고 있었다.그러자 부동자세로 서 있던 김 비서가 서재 책상 위에 무질서하게 놓인 두꺼운 재무 파일들을 다급하게 뒤적거렸다.그리고 이내 보고서 하나를 찾아내어 나직하게 읊조렸다.“KL 전 회장이었던 고(故)서희 대표가 서유진씨에게 생전에 남긴 주식에 대한 증여세 납부로, 현금 흐름에 문제가 되면서 협력업체와의 소통이 힘들었던 것이, 주요 원인이 된 것 같습니다”“증여세? 상속세가 아니고? 그럼 주식 소유주들 비율은?”류가 날카롭게 주식 현황에 대해 묻자, 김 비서가 다시 파일의 뒷 장을 넘기며 신속하게 보고했다.“지난 달까지는, 서회장 5% 장녀인 서유진양 47% 라엘미술관 6% 였지만… 이번 달 초 서회장의 주식 5%는 서유진양에게 양도이전 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그럼 부도가 났을 경우, 모든 법적인 책임을 미성년자인 딸에게 전가했다는 말인가?”순간 드는 불길한 예감.그의 얼굴이 잠시 심각하게 굳어졌다. [아직 미성년자라, 책임을 전가했다고 해도 피해갈 수는 없을 텐데…… 왜?]“네, 회장님 판단이 정확하십니다. 서 회장은 이미 대외적인 법적 연대보증과 책임 소재에서 완벽하게 빠져나간 상태입니다.”순간 류는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서회장에게 자식이 하나 더 있지?”“네. 현재 내연녀와의 사이에, 12살 된 아들이 하나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L 전회장인 서희 대표가 살아계셨을 때부터 내연관계에서 낳은 자식이라, 공공연한 비밀로 숨겨진 채, 키워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때 파리에서 서 회장옆에 있던 여자가 두번째 부인이 아니라 내연
제주도의 비극적인 밤으로부터 1년 전.스위스 바덴의 트라브게 프리시루프바.만년설이 녹아내려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협곡 사이,세차게 흐르는 강변을 따라 늘어선 야외 테라스 카페로.특유의 가녀린 실루엣의 유진이 걸어 들어왔다.“왔니?”류는 자신의 테이블 앞으로 다가온 유진을 마주하자마자,자리에서 일어나 짐짓 다정한 연인처럼,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강하게 붙잡아 자신의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그리고 미처 피할 틈도 주지 않은 채,유진의 말랑하고 하얀 뺨 위로, 가볍게 입술을 겹치며 볼 키스를 했다.순간적인 신체 접촉에,놀란 유진의 몸이 반사적으로 살짝 뒤로 물러섰다.그러자 유진의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바람처럼 흔들렸다.이내 중심을 잡은 유진이 황금빛 눈동자를 눈부시게 반짝이며, 류를 빤히 쳐다봤다.붉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어떤 감정도 티 내려 하지 않았지만,마치 왜 또 그러냐고 묻는 것 같은 눈빛.분명 놀라기는 했지만,남녀 사이의 흔한 수줍음이나 설렘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유진을 놀려 먹을 생각이었던 류는,예상치 못한 그녀의 떨떠름한 반응에 살짝 무안한 기분이 들었다.“여기선… 이렇게 인사 하는 거… 아닌가?”“아, 스위스가 불어를 사용하는 건 맞지만 이 지역은 독일어 지역이라… 예상을 못 했네요. 다음엔 제네바 지역으로 오세요. 그럼 자연스럽게 받을 게요. 프렌치 인사”두 사람은 푸른 협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강변 테라스에서, 브런치를 함께 했다.접시가 부딪히는 소리와 클래식 선율이 강바람에 섞여 드는 가운데,류는 아무런 말도 없이,그저 연신 카페라테만 홀짝거리고 있는 유진을 가만히 응시했다.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류가 아닌… 흐르는 강줄기 너머의 먼 산에 닿아 있었다.탁ㅡ.류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낮게 물었다.“나한테 할 말 같은 거 없어?”“네?”유진이 그제야 황금빛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자신의 앞에서, 감히 한눈을 팔며 멍을 때리고 있는 그녀의 관심을 끌려는 생각에,
유진이 이별을 통보하고 떠났다.가문의 온갖 비즈니스 이권과 2조짜리 지분을 하찮은 쓰레기처럼 내던지며,그녀가 잔인하고 차분하게 파혼을 선언을 했다.류 요스케의 머릿속은 날카로운 번개를 맞아 하얗게 점멸했다.순간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류는 한참 동안이나 자리를 뜨지 못한 채,유진의 온기와 체취가 마지막으로 머물다 간 자리만,붉게 충혈된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봤다.조금의 미동조차 하지 못하고, 그의 지독하리만큼 무겁게 가라앉은 모습은,흡사 밤의 어둠 속에 버려진, 거대하고 서늘한 대리석 조각상 같았다.얼마나 지독한 시간의 흐름이 흘렀을까.가까스로 들이치던 비정상적인 핏빛 광기와 살기를 억누르며,간신히 정신을 차린 류는, 하얗게 질려 떨리는 손가락으로 책상 위 인터폰을 거칠게 눌러 김 비서를 호출했다.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에는, 당장이라도 누구 하나를 난도질해 죽여버릴 듯한 살기가 뚝뚝 묻어났다."서유진 주변 조사해.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전부 보고해."그리고…… 피가 마르는 사흘의 시간이 흘렀다.김 비서는 차갑게 얼어붙은 류의 서재로 들어서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류에게 서류 봉투를 건넸다.그 안에는 유진과 오유정,그리고 에구치 요스케 라는 낯선 일본인 남자의 상세한 신원 자료가 담겨 있었다.“이 남성분은…… 오유정씨와 잠시 헤프닝이 있었던 정도로, 교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유진씨와도 종종 함께 어울렸다는 목격담을 주변에서 수집했습니다.”김 비서의 보고를 듣는 류의 미간이 좁혀졌다.그리고 턱관절이 부서질 듯 힘이 들어갔다.[역시 오유정이…… 화근이군.]그리고 유진의 주변을 맴돌았다던…다른 남자의 존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치밀었다.그때 김 비서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서유진씨 평창동 자택의 리모델링 현장에서, 그 남성분이 주말마다 건설 인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합니다.”[꽝ㅡㅡ!]순간 류의 머릿속을 강타하는 강렬한 이명이 들렸다.그 새
인생 가장 뜨거웠던 그 새벽을,실수……라는 잔인한 단어로, 난도질하며 완벽하게 정리했다.돌아보면 참으로 지독하게 바보 같은 짓이었다.가문의 이권에 묶여,사랑도, 인격적인 존중도,그 어떤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정략결혼을 바로 코 앞에서 앞두고,그녀는 이미 자포자기한 인질이었다.그렇게 영혼이 온통 엉망진창으로 찢겨 나간 채, 아무런 대가 없이 묵묵히 곁에서 위로해 주던 에구치의 온기에, 스무 살의 연약한 빗장이 흔들리고 말았다.가문의 보호막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할 줄 모르는 자신이,결국 술에 취해, 책임도 질 수 없는 파멸의 불장난을, 그 남자의 침대 위에서 저지르고 말았다.3년이나 된 정혼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유진은 겨우 3개월 알고 지낸 남자에게 자신의 순결을 스스로 내던져버렸다.그렇게 쉽게 타락해버린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하염없이 뺨을 타고 후회와 자책의 눈물이 왈칵 흘러내렸다.스륵, 쾅ㅡ.그렇게 에구치의 아파트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눈물과 서러움에 엉망진창이 되었다.그때 도망치듯 걷던 유진의 발걸음이, 일순간 얼어붙은 듯 그대로 바닥에 붙어 버렸다.복도 끝. 어둠 속에서 들이치는 서늘한 아우라에, 숨통이 턱 막혀왔다.“얘기 좀 하죠. 유진양.”류의 어머니…그녀의 예비 시어머니가, 에구치의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열 여섯에 스물 여섯의 남자와 만나 사귀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난 소름이 끼쳤어요. 그런데 이렇게 결혼을 앞 두고 있는 여자가…… 외간 남자와 단 둘이 한 아파트에서 그 남자의 간호를 한다는 게……”그녀의 비난에, 유진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덜덜 떨고 있었다.“물론 유럽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란 유진 양의 배경으로는 별 거 아닌 것일 수도 있지만, 난 싫어요. 물론 그럼에도…… 요스케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고 해도 난 못 막을 거예요. 정신 빠진 내 아들 놈이 문제니까.”류의 어머니가 잠시 잔인한 침묵을 유지하며 숨을 고르더니, 이내 유진의 심장에 가차
에구치의 아파트에서 나와,내내… 불안하게 떨리던 유진의 황금빛 눈동자는,이내 저택 입구 언덕길에,위태롭게 서 있는 에구치의 실루엣을 발견하자마자, 사정없이 흔들렸다.유진은 잠시 망설이듯 우물쭈물거리다,급하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며 기어를 박아 넣고 차를 급하게 세웠다.끼익-, 타다닥-.“저기…… 무슨 일 있으신 거예요?”차 창문을 내린 유진이 애써 태연한 척 물었다.그때 에구치 대신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작업반장이,먼저 유진의 차량 조수석 앞으로 허겁지겁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아…… 아가씨, 그게 저, 현장에서 작은 안전사고가 조금 있어서 말입니다…….”“사고요? 누가 다쳤는데요?!”불길한 예감이 척추를 타고 내리쳤다.급하게 차에서 내린 유진은 에구치의 손에 둘둘 말린…붉은 피로 흥건히 젖은 타월을 발견하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타세요.”“괜찮습니다. 택시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가씨는 걱정 마시고 들어 가세요”그때 유진이 화를 버럭 냈다.“그냥 타요! 제발!!!”처음 보는 유진의 막무가내 기세에, 작업반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에구치는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 조용히 조수석에 올라탔다.“여기서부터 제가 알아서 가겠습니다. 반장님은 현장으로 들어가세요.”유진은 거칠게 차를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언니. 창현씨… 연락 좀 해줘. 선배…… 손을 다쳤어.”“뭐?”그때 에구치가 그녀의 블루투스로 연결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별 일 아니야. 소란 떨지마”유진은 그를 무시하고, 다시 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언니. 연락 됐어?”“고대 병원으로 가. 거기가 가장 가까우니까… 아는 분께 연락해 놓을게. 그리고 우리도 그쪽으로 바로 갈게.”에구치는 잠시 유진을 바라봤다.그녀는 화가 잔뜩 난 채로,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는 잠시 한숨을 내쉬고,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의 손보다, 그녀에 대한 책임감으로 마음이 더 힘들었다.*
“아빠…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KL 그룹 서회장이 스위스 기숙학교 교장실에 나타났다.10살 때부터 다닌 이 학교에 아버지가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열여섯의 유진은 제 눈을 의심했다.“우리 딸 보고 싶어서 왔지. 진작에 와 봤어야 했는데… 네 엄마 죽고 회사가 엉망이어서 수습하느라 아빠가 정신이 없었잖니? 이해하지?”“네…”“아빠가 말은 안 했지만… 알아서 척척 잘해내는 우리 딸 소식 들으면서 뿌듯하고 힘이 많이 됐다. 고맙다. 우리 착하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아버지가 건네는 다정한
파리 리츠의 화려한 야외 연회장.'아시아 기업인의 밤'황금빛 조명 아래......류는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신흥 부호들에 둘러싸여 있었다.하지만 정작 그는 그들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그리고 그의 시선이 연회장 한편의 무대에서 흐르는 감미로운 첼로 선율로 향했지만,끊임없이 밀려드는 비즈니스 인사들 탓에, 온전히 연주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공연이 끝나고 장내가 소란스러워질 무렵.KL 그룹의 회장 부부가 득달같이 류의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겉치레뿐인 정형적인 대화가 몇 마디 오갔다.“공연 잘 보셨어요?”“아…
“Do you mind me sitting here?”(“여기 자리 있어요?”)작은 몸집의 소녀가 류가 앉은 야외 테이블에 맞은 편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고글과 넥워머에 가려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큼은 맑았다.“No, please.”“Thanks.”작은 소녀는 핫초코 한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더니,자신의 백팩에서 작은 컵라면과 보온병을 꺼냈다.그리고 마테호른 정상의 야외 테라스에서...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붇고, 핫초코를 홀짝거리며 마셨다.이내 사방으로 퍼지는 익숙한 매운 라면 냄새에, 류는 힐
유난히 까만 밤.별빛마저 없는 유난히 칠흙 같은 제주도의 밤.유진은 프라이빗 빌라 2층 마스터 베드룸 침대 끝에 위태롭게 앉아 있었다.*“아무리 네가 내 투자금의 담보라고 해도… 난 최소한 네가 침대에서 날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는지 정도는 봐야겠어… 그러니 어차피 할 거… 빨리 끝내 버리는 게 낫잖아”*무성의한 결혼 통보도 모자라, 그가 그녀에게 첫날밤을 요구했다.순간 유진은 머리 속이 온통 하앴다.이 밤을 피할 수 있는 변명도 달아날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그저 이런 억울한 상황에 자신을 처 박은 아버지를 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