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볼만했습니다.”
“정말 아무렇게나 말하는 군. 나도 나름 기사단에서 실력으로 꼽혔는데.”
진은 흐음, 어깨를 으쓱이며 팔짱을 꼈다.
다비드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실력이야 아리엘 그녀석이 타인과 비교를 거부하는 선에 있는 놈이었으니.
옛날 동화에나 나오는 용도 때려잡을 놈인데 말이야.
뭐라고 설명을 해야 알아 들으려나.
“아리엘과는 다르시지요. 가르침을 받은 방법이나 이런 것이요. 공자님께서는 교본대로 배우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저희 같은 놈들은 검만 잡을 줄 알면 바로 실전 투입입니다. 아리엘도 그런 교본은 나중에 배운 것으로 알고 있구요.”
“실전이라. 그렇군.&rdquo
“곰?”몸을 세우는 레이먼드를 가만히 바라보던 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래도 이런건 처음들으려나.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아예 관심이 없을 것이니.“그런 것들이 가끔 민가로 내려와서 사람을 해치기도 합니다. 영주는 무시를 하고, 영지민들이 돈을 모아서 급이 낮은 용병들을 고용해 처리하기도 하지요.”“그렇다쳐도 위험할 텐데. 12살이면….”“그 덕에 죽을 뻔하긴 했습니다. 다행히 살아서 언니의 약값에 보탤 수 있었고 이후로도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거니까요. 제게는 좋은 일이지요..”레이먼드는 아무런 말없이 차를 한입 마셨다.이제는 별일 아니라는 듯 가벼운 말투였다.죽을뻔한 일을, 이렇게 가볍게 말하다니.그렇게 해서 지킨 것이 엘리 였겠지만.“벤이 그렇게 시켰나?”“벤은 조금 더 미루려고 했습니다만, 얹혀 사는 마당에 그런 호의까지 받을 양심은 없어서요.”“본인을 너무 몰아 붙이는 것같은데.”“가만히 있으면 돈이 생깁니까, 빵이 생깁니까? 살아야 하고, 눈치도 보였으니까요. 그들이 눈치를 주진 않았지만, 제 마음이 그랬습니다.”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먼드에 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한번 이야기를 꺼내니 계속 나오는 것 같단 말이지.괜히 꺼냈나 싶었지만,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이런 이야기를 할지도 몰랐고.“죽기 싫어서 죽을 만큼 노력했고, 실력
입을 삐죽진 진은 괜히 뒷머리를 털며 서류를 보고있는 레이먼드를 흘겨보았다.머리통에 주먹이라도 꽂고 싶네.언니고 뭐고 그냥 묶어놓고 패 버릴까.“자네의 눈빛이 너무 뜨거워. 이러다가 눈빛으로 사람 죽이겠는데.”“감사하네요. 그걸 느껴 주셔서. 그러신 김에 돌아가주시면 얼마나 고마울지.”“살인예고를 많이 받아 봤다만, 이런 종류는 또 처음이란 말이지.”레이먼드는 픽 웃으며 서류를 탁자에 올리곤 의자에 기대어 앉아 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한마디를 안 지는게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이제 남은건 진을 어떻게 꼬실 지가 문제인 건가.이거, 지금까지 해본 것 중에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은데.“자네의 생각이 정리가 되면 말하게. 내가 어디 가는 건 아닐 테니까 말일세.”“그건 알아서 하겠습니다만, 한동안은 이곳에 잠시 머물겠습니다. 경의 말씀대로 헨리의 일도 있고,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니까요.”“그래. 좋은 쪽으로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군.”“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인사하는 진을 레이먼드는 가만히 보다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만담꾼 파트너는 어디 갖다 두고 온건지.같이 붙어 다니며 말하는 꼴들이 재미있었는데.“자네 옆에 딱지처럼 붙어있던 녀석이 안 보이는데, 어디 갔나?”“궁금 하신 것도 많습니다. 잠깐 벤과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요.”“그런가. 그럼 헨리에 대한 소식은 들은 것이 없나?”“왕세자의 말로는 조직은 그대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헨리만 사라졌다 더군요.”“귀찮은 녀석. 나도 사람을 좀 풀어 볼 테니 대비는 하고 있게.”레이먼드의 말에 진은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녀석은 대체 어딜 간거지?어디까지가 녀석의 본모습일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뭐든간에 걸리기만 하면 내 손에 죽겠지만.“자네의 단짝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니 여기 앉게. 뭐라도 마시겠는가?”“그쪽만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나서 그러니 얼음물만 주시죠”풀석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시선을 돌리는 진을 보던 레이먼드는 사용인들에게
“진, 또 왜 그래”“다들 진짜 어떻게 된 거 아냐?”정원으로 나온 진은 레이먼드가 앉아있었던 의자를 발로 차며 짜증을 내뱉었다.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다들 그 인간에게 호의적 인거야?다들 그놈한테 머리라도 얻어 맞은 건가?아니지, 음식에 독이라도 탄거 아닐까?이게 제일 정상적인 생각 같은데.“헤이든, 여기 안에 사용인들 다 확인 했지?”“확인? 아, 딱히 의심되는 사람은 없는데?”“음식에 독탄거 아냐?”“그렇겠니. 스피나 가문이랑 무슨 악연을 쌓으려고 그런짓을해?”“아니, 그럼 더 말이 안되잖아. 다들 갑자기 왜그러는건데?”“또 이상한 상상한다.”“다들 제정신이 아냐.”헤이든은 진의 손을 이끌고 벤치에 앉아 진과 눈을 마주쳤다.화가 많이 난 건지, 얼굴이 아직도 붉어져 있었다.다들 사고만 치고, 뒷수습은 내가 할 일이다 이거지.어째 내가 맨날 이런 역할인것 같은데.“스피나 경이 모두에게 잘해줘서 그래.”“잘해주긴 개뿔, 말이 되냐? 그인간이?”“진짜야. 내가 봤어.”입을 삐죽이는 진에 헤이든은 작에 웃으며 진의 손에 깍지를 꼈다.그게 그렇게나 마음에 안들려나.“경도 나름대로 노력하시더라.”&ld
“그래서 마당에서 둘이서 그러고 있었냐?”낄낄거리는 벤의 농담에 진은 얼굴을 붉히며 벤을 돌아보았다.아니, 이 사람들이 그 시간에 다같이 창 밖을 보고있었어?“다들 안 바빠? 그걸 왜 봐!”빽 소리를 지르는 진에 엘리는 쿡쿡 웃으며 진과 헤이든을 바라보았다.이네스는 얼굴이 홍당무인데, 얘는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네.그나저나, 얘들은 언제 거기까지 진도를 나간 거야?“좋겠네? 헤이든은?”“누님, 그러면 진이 더 부끄러워해요.”“와, 언니까지 그러지 마. 나 도망 갈거야.”엘리와 눈을 마주친 벨라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엘리까지 이렇게 놀리다니.얘들을 응원한 게 나만 뿐만은 아니었네.“아버지도 애들 그만 놀리시죠. 치고 박고 싸우는 거보다 낫잖아요?”“그러게나 말이다. 맨날 천날 주먹 다짐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둘이서 쭉쭉 거리고 앉아있으니.”“벤! 진짜 그만 하라니까??”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진에 헤이든은 진의 손을 잡아 다시 자리에 앉혔다.이러다가 이야기가 끝도 안 나겠는데.어느 세월에 이야기 하려고 얘는 하나하나 반응을 하고 있어?“아, 알았으니까 이야기 좀 다시해요. 진은 이제 계약 끝났고, 이사 갈 거라고 하는데. 누님, 어떻게 생각하세요?”“이사? 아, 이사
미간을 한껏 좁힌 채 정원을 걷던 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기분으로 언니를 만났다간, 또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머리나 좀 식히고 들어가보던지 해야지.“진, 괜찮아?”진의 팔을 붙잡은 헤이든은 가만히 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이야기를 해주려나.얘라면 또 혼자 꽁꽁 앓을텐데..“아까 그 이야기, 진짜야?”“헤이든, 나중에 이야기 하자. 지금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너는 괜찮아?”헤이든을 한번 쳐다본 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어느 누가 괜찮을까.나를 죽이려고 한 게 내 핏줄이라는 사실을 알면.그러려니 하려고 한, 나의 그 의지들 마저도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설마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더 충격적이었으니까.“헤이든 너가 실망했을 거 알아.”“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실망을 해.”“내 친형제는 어린 나이에 언니와 나를 죽이려고 제 어머니를 꼬아 냈잖아. 결국 나도 같은 핏줄인 거고.”“진,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너도 피해자야.”아무 말 없이 시선을 피하는 진에 헤이든은 낮게 한숨을 뱉었다.제발 아니기를 그렇게 빌었는데.빌어먹을 신이 있다면 왜 진에게 이딴 일만 생기는 건지 멱살이라도 잡고 따져 물어보고 싶은 정도인데.얘가 뭘그렇게 잘못했다고.“너랑 상관 없는 것들이야.”“잘 모르겠어.”“너 때문도 아니고, 네가 그렇게 시킨 것도 아니야. 피 하나 섞였다고 네 탓으로 몰고가지마.”“헤이든”“네가 그렇게 말하면 할아버지도, 벨라도 슬퍼해.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입을 꾹 다문 진에 헤이든은 진의 두손을 잡았다.이런 말을 하면 진이 이해를 할까.정말이지, 얘가 너무 착한게 문제인것 같은데.“난 널 믿어. 그러니까 그런 생각 하지말아.”“노력은 해볼게.”“진, 그 사람들과 너를 같다고 생각 하지마. 알았지?”“응”“그러니까 네 탓 하지도 말고.”고개를 끄덕이는 진을 보던 헤이든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니.언제까지 이런 바보 같은 생각만 할지
“아직 위험하다.”레이먼드의 말에 진이 욕을 뱉으려 하자, 헤이든이 다급하게 진의 입을 막았다.또 이렇게 입이 먼저 나가고.하여튼 얘는 이게 문제라니까.“진, 그만”입을 막고 있는 손을 콱 물어버리는 진에, 헤이든은 손을 털어내며 소리를 질렀다.“아파!”“누가 막으래?”“너는 진짜!”헤이든을 흘겨본 진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레이먼드에게 시선을 돌렸다.이 미친인간.내 말은 곧 죽어도 안 듣지.“그리고 저희 언니에게 다가 가지 말라는 말은 콧구멍으로도 안 들리셨습니까? 그리고 이제 나갈 거라니까요?”레이먼드는 픽 웃으며 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잔뜩 짜증난 얼굴과, 날카로운 목소리.내가 그렇게 싫으려나.제일 큰 난관이 여기 없어서 후순위로 미뤄뒀더니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이야.“내가 먼저 다가간 건 아닐세.”“그럼 우리 언니가 경에게 갔다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빼액 소리를 지르는 진에 헤이든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얘는 진짜 목에 나팔이라도 꽂은 거 아냐?이러다 누님까지 다 듣겠네.“진, 그만 진정 하라니까”“진정 같은 소리하네. 야, 헤이든 너도 문제야. 아니, 벤이랑 벨라도 문제야. 말리지는 못할 망정, 이게 뭐야?”“할아버지는 이미 스피나 경 편이야. 고모도”“둘다 협박이라도 당한 거 아냐?”레이먼드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둘을 번갈아 보았다.만담꾼도 아니고, 하는 짓이 웃기긴.둘을 붙여두면 일년 치 웃을 일이 한시간만에 나올 것 같은데.“둘에게 협박보다는 선물을 많이 했네. 엘리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했지, 그들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지 않나?”“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글은 아니지. 하여간, 생각은 잘해보게. 헨리 그녀석이 아직 잡히지 않았어. 확실하게 안전해 지지 않은 이상, 다른 곳으로 이동은 어렵지 않겠나.”“아니, 그럼 아이비는 괜찮고요? 아까 제가 그 말 했을 때는 그렇게 하라면서요”“공녀의 곁에는 그 커다란 용병이 있지 않은가. 별일 없겠지.”레이먼드를
“너 이 빵 어디서 샀어!”짜증 섞인 벤의 호통에 엘리를 안고 내려오던 진은 머리까지 새빨개진 벤에게 시선을 옮겼다.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서 저러신데.“뭐가?”“빵 말이다. 빵!”“베이커네. 거기 빵이 맛있잖아. 생각나서 기껏 사 왔더니?”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는 벤에, 진은 엘리를 앉혀주곤 옆에 앉아 턱을 괴었다.저 성격에 어떻게 전 용병단 단장인 건지.옛 명성이 하나도 소용이 없단 말이야.“또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건데?”“내가 두 블록 더 가서 쿠퍼네 가서 사라고 했잖아!”벤의 짜증에 진은 깊게 숨
“이제 누나 만나고 좀 쉬어야지.”“아, 너 바로 자지 말고 저녁 먹고 자.”헤이든의 말에 진의 몸이 굳었다.설마. 아니겠지.“뭐..?”“너 사막 가서 고생했잖아. 내가 보양식 만들어 줄게”해맑은 그의 미소에 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거짓말”“튕기기는. 내가 몸에 좋은 거 만들어 줄 테니까 딱 기다려”“나 방금 사막에서 돌아왔잖아! 석 달 동안 개고생을 했는데 내가 왜 그걸 먹어!”자리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진에 헤이든은 미소를 지으며 진의 손을 잡았다.“해준다고 할 때 먹어. 너 진짜 감동할
진은 떨떠름하게 거울 속의 자신을 지켜보다 얼굴을 잔뜩 구겼다.노란 리본을 짧은 머리에 달고, 단정한 하녀복을 입고있는 모습과 함께 저 껄렁한 자세라니.영락없이 뒤 꿍꿍이를 가진 모양새인데.“사장님, 혹시 삶이 지루하신가요”진의 말에도 여전히 바닥을 구르며 웃는 헤이든에, 진은 혀를 끌끌 차며 깊이 숨을 내뱉었다.용병단의 에이스인 내가 이리도 수모를 당하고 있는데, 단장이라는 놈은 배나 부여잡고 낄낄거리는 꼴이라니.헤이든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던 진은 멈출생각 없는 헤이든에 인상을 찡그리곤 그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
진은 계약서를 앞에 두고 머리를 파묻은 채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닦았다.내가 미쳤지 진짜.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 집에 내가 내 발로 들어가야한다니.심지어 뭐? 하녀?“나 진짜 그냥 때려 치고 싶어.”“늘 말했지만, 이래서 계약서를 꼼꼼하게 보라는 거야.”진은 계약서를 보다 다시 울상을 지었다.이씨, 레이먼드인지 그 미친 인간은 하녀 소리 하면 안할거 알고 이런거 같은데.중간에다가 그소리를 박아 넣는게 어딨어!“미친거 아냐 진짜.”“그러게나 말이자. 공녀님 옆으로 가는데 시종으로 갈 수도 없고.”“아니 경비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