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제 누나 만나고 좀 쉬어야지.”
“아, 너 바로 자지 말고 저녁 먹고 자.”
헤이든의 말에 진의 몸이 굳었다.
설마. 아니겠지.
“뭐..?”
“너 사막 가서 고생했잖아. 내가 보양식 만들어 줄게”
해맑은 그의 미소에 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거짓말”
“튕기기는. 내가 몸에 좋은 거 만들어 줄 테니까 딱 기다려”
“나 방금 사막에서 돌아왔잖아! 석 달 동안 개고생을 했는데 내가 왜 그걸 먹어!”
자리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진에 헤이든은 미소를 지으며 진의 손을 잡았다.
“해준다고 할 때 먹어. 너 진짜 감동할 거다. 내가 심혈을 기울일 거거든.”
“차라리 사막에 다시 보내!”
“그정도로 힘이 넘칠 생각을 하니까 벌써 뿌듯해”
“제발 뿌듯해 하지마!”
*
햇살이 비추는 3층 집을 가만히 바라보던 진은 2층에서 손을 흔드는 누군가에 발을 재촉했다.
나무로 대충 얽어놓은 담장 안까지 들어온 진은 그녀를 보며 소리를 쳤다.
“올라갈게!”
우당탕탕 들어온 진은 사 온 빵을 식탁에 올리고 계단을 올라갔다.
“먼지 날려! 미친것아!”
벤의 말을 무시한 진은 재빠르게 2층으로 올라가 문을 활짝 열었다.
“누나!”
햇볕이 들어오는 침대에 앉아있던 엘리는 미소를 지으며 진을 향해 팔을 뻗었다.
“왔어?”
진은 문을 닫고 들어와 엘리를 꼭 끌어안았다.
몽글몽글한 햇살의 향기와 들꽃의 달콤한 향.
작은 아기 새 같은 심박 소리.
이제야 돌아온 기분이네.
“잘 있었지?”
“응. 너도 다친 곳은 없지?”
진은 안고 있던 엘리를 풀어주며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아픈 것도 없고, 다친 곳도 없고.
늘 그랬듯이 우리 언니는 예쁘구만.
”앗-“
미끄러진 담요에 앙상한 다리가 드러자나, 엘리는 얼굴을 작게 붉혔다.
“담요 덮어줘”
“추워?”
“그건 아닌데….”
진은 미소를 지으며 노란 담요를 엘리의 다리에 덮어주곤 침대 아래에 앉아 엘리를 올려다보았다.
새로 카디건을 뜬건가?
역시 우리 언니는 안 어울리는 게 없다니까.
“누나 보니까 진짜 집에 온 거 같아”
“또 누나라고 하지?”
엘리는 장난치듯 진의 코를 꼬집었다.
“아잇, 아파. 입버릇이 된 걸 어째”
“그래도 나랑 있을 때는 언니라고 하기로 약속했잖아”
말간 엘리의 눈이 닿자, 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눈을 감았다.
햇살 같은 나의 언니.
들꽃 같은 나의 햇살.
”이번 일 끝나면 우리 집 구해서 이사 가자“
”또 일해? 이네스, 집도 좋지만 그래도 너 몸 생각해야지.”
투정 부리듯 웅얼거리는 엘리에 진은 그녀의 담요에 얼굴을 반쯤 묻으며 엘리를 올려다보았다.
“언제까지 여기에 신세 질 수도 없잖아. 자그마치 15년이라구. 이제 언니 몸이 좋아져서 약값 줄었잖아. 그럼 돈 모아서 나갈 준비 해야지”
“그래도…”
“벨라랑 벤은 괜찮다고 해도, 언니가 더 편한 집으로 가고 싶어. 그러니까 이번 일만 끝나면 같이 이사 가자. 그리고 나도 이 일 그만두고 다른 일 찾아볼게”
“정말?”
발갛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에 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 하는지 알면 언니가 놀랄 테니까 비밀로 해야겠지.
나만해도 공작가 소리만 나오면 질겁을 하는데.
“응. 뭐든 상관없어. 이번 일 끝나면 작은 가게라도 할 만한 돈 생기거든.”
엘리는 한껏 밝아진 얼굴로 진의 손을 꼭 잡았다.
너무 착한 우리 동생 이네스.
그래도 이네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무리하면 안 돼. 알지?”
“걱정마. 언니는 그냥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맛있는 거 먹고 푹 쉬고 있어. 아, 올 때 간식 사 왔어. 이거 먹어봐”
진은 품에서 과자를 꺼내어 그녀에게 보여주자, 엘리는 작게 손뼉을 쳤다.
“와! 나 이거 좋아해”
“언제 먹어봤어?”
“전에 헤이든이 사줬었어.”
“그래도 먹어 줄거지? 어서 먹어.”
“넌?”
엘리의 말에 진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레 변한 진의 낯빛에 엘리는 걱정되는 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네스?”
“난… 헤이든이 밥해 준대…”
엘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걱정한것 치고 별일은 아니네.
얘도 좋으면서 꼭 이렇게 투정을 부린다니까.
“어쩐지 걔가 어제 뭘 바리바리 사왔었어. 너 오는거 알고 그랬을까?”
“나 먹기 싫어”
진의 쓸쓸한 목소리에 엘리는 단호한 얼굴로 진의 손을 잡았다.
“이네스, 헤이든이 널 생각해서 주는 거잖아. 너도 고마우니까 한 방울도 안 남기는 거구. 내가 달라고 할 땐 안 주면서 꼭 그러더라”
“언니”
진은 엘리의 양쪽 어깨를 꼭 잡고 눈을 마주쳤다.
애써 언니처럼 단호하게 말한 것이었는데, 이네스가 이러면 마음이 약해진단 말이야.
“응?”
“헤이든이 주는 건 먹지마.”
엘리가 고개를 갸웃, 움직이자, 진은 단호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절대. 절대 먹으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벤이 아무말 없이 고개를 돌리자, 헤이든은 성큼 그에게 다가갔다.“어떻게 저에게 까지 깜쪽같이 속이신 거예요!”“그래서, 네가안다고 해서, 지금과 달라질 게 있냐?”“할아버지!”“목소리 낮춰라! 어디서 소리를 키워!”벤의 호통에 헤이든은 두 눈을 꾹 감고 숨을 참았다.손이 차갑게 식고 덜덜 떨리는 것만 같았다.정말 아니어야 했다.진이, 그 애가 지금껏 감춘 것이 그것이 아니어야 했다.아니, 맞다고 해도 할아버지가 이럴 순 없었다.“제발 아니라고 말씀해주세요”“헤이든, 달라질 게 없는 일이다.”“뭐가 달라지지 않는 일인데요. 대체, 뭐가 그대로인 건데요?”“헤이든”그의 말에 헤이든은 마른 세수를 하며 다시 벤을 바라보았다.“진이 이네스 파말라고, 엘리 누님이 아멜리아 라 파말라 인 게, 달라질 일이 아니에요?”한글자씩 꾹꾹 눌러 말하는 헤이든에, 벤은 길에 한숨을 뱉었다.그 애들은 정말, 너무나도 위험했다.당장이고 죽을 수도 있는 아이들.내가 그것을 무시할수 있었을까.“그래서, 누가 보아도 제 집에서 습격 받은 아이들을 제 집으로 돌려 보냈어야 했다는 말이냐?”“그게 아니잖아요.”“난 지금 당장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아이비는 낮게 한숨을 쉬자, 진은 가만히 아이비를 바라보았다.백작이랑 무슨말을 했길래 이러는건지.또 이상한 일이라도 생겼으려나.“무슨 일 있으세요?”“아, 누굴 만날 일이 있는데, 도저히 생각이 안나서.”“누군데요?”“네이슨 레 하버릭이라…. 들어본 적 있니?”“하버릭 백작 둘째 아들이잖아요”“뭐야, 이런 건 또 잘 아네?”아이비가 놀란 듯 진을 바라보자 진은 어깨를 으쓱였다.그 이름을 여기서 또 듣다니.하긴, 공작가의 가신이니 들을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다만.그 놈이랑 엮이면 또 귀찮아지는데.워낙에 원리원칙을 따지는 놈이었으니.“몇 년 전에 하버릭에서 일한 적 있거든요. 2년전이었나….”“어떤 사람이야? 일했으면 잘 알 것 같은데.”“알긴 알죠. 근데 뭐랄까…. 좀 꼴통 이랄까요?”“꼴통?”헛웃음을 보이는 아이비에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계약때문에 얼마나 싸웠던지.그렇게 원칙 따지면 일은 어떻게 하라는건지.생각 할 수록 짜증나네.“원리원칙 주의자에 사사건건이 시비 거는 인간이에요. 같이 일하다가 화나서 때려 치고 싶었거든요.”“색다르게 정신
“또 뵙습니다. 백작부인”“오는 길은 평안하셨을까요. 공작 영애.”카트린이 웃으며 아이비의 손을 잡자,아이비도 웃으며 그녀의 손을 다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백작부인의 덕분에 무척이나 평안했답니다.”“그랬다니 정말 다행입니다.”아이비는 카트린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발을 옮겼다.브렌트가가 사교계에 발도 못 붙이게 한 건 카트린의 덕이 컸다.율리아가 말을 잘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나를 돕는 것인지.뭐, 좋은 게 좋은 것이겠지.“브렌트 가는 이번에 큰 고초를 겪는다 합니다. 아무래도 브리뉴 왕국과의 교역에 투자자를 찾지 못했으니.”“애석한 일이네요.”아이비의 웃음 섞인 말에 카트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어찌되었든, 간다고 하여도 교역이나 제대로 될지는 모를 일이지요. 워낙에 폐쇄적인 곳이니.”“그러니 왕실에서 백작님께 와인을 하사한 것 아니겠습니까.”주변을 둘러본 카트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자연스럽게 말하다니.영락없는 공작부인인것 같은데 말이지.“칭찬이 과하셔요.”“칭찬은요. 백작님의 노고를 왕실에서 치하 하신 것 아닙니까.”카트린은 미소 띈 얼굴로 아이비의 귓가에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ldqu
아이비는 아리엘과 눈을 마주치자 작게 웃었다.이 녀석들, 그사이에 무슨 재미있는 일을 한건지 모르겠는데.“공작저에도 급한일은 없어. 아리엘도 있으니 네가 걱정할 일은 없을텐데.”“아뇨. 원래 제가 근접 호위 아닙니까. 계약대로 해야지요.”“왜이러는지 모르겠네. 헤이든과 할이야기도 있지 않나?”멀뚱히 다른곳을 바라보는 진에 헤이든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잠깐잠깐 나오는건 공작성 내부의 저희 다른 인력이 있어 가능하긴 했습니다. 아리엘의 계약은 다른 것이니 진이 하는 말도 옳은것이지요.”“또 편들기는. 이리 말하는데 그럼 돌아가지.”아이비의 말에 아리엘은 작게 허리를 숙였다.“헤이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가겠습니다, 먼저 마차에 계시지요.”“그래. 먼저 가 있겠네.”아이비를 따라 가는 진의 뒷모습에 헤이든은 입안을 다셨다.평소랑 비슷한데, 묘하게 거리를 둔 단 말이지.진짜 그날 일이라도 생각하는 건가.장난친 거 아니 었나?대체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수가 없단 말이야.“쟤 뭐 사고친거 아니지?”“딱히. 사고 라고 할만 한건 델란 백작영애를 울린 정도?”“근데 쟤 상태가 왜저런지 모르겠네.”아리엘은 가만히 진과 헤이든을 번갈아 보다 헤이든의 앞을 가렸다.그
헤이든의 말에 진은 고개를 내저었다.혹여나 누군가 알아볼 수도 있었다.언니도 오고 싶겠지만, 아이비의 호텔이라고 하면 거절하겠지.아직도 겁을 먹고 있을 테니.“아서라. 코앞인 것도 아니고, 마차로 와야 하잖아.”“그래도 올만하지. 정원만 한번 볼 건데 뭐 어때?”“하지만….”진은 쓰게 웃으며 숨을 크게 들이마졌다.혹여나 동선이 겹친다면 들킬 수도 있었다.초상화도 없는 나와는 달리, 공작부인의 처소에 있는 초상화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언니였으니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기도 했고.“아냐. 괜찮아.”“공녀님한테 안 들키게 오면 되지. 걸려서 혼날까 봐 그러냐?”“참나, 작당모의도 아니고 무슨”진의 웃음에 헤이든도 덩달아 웃으며 진의 어깨에 팔을 걸치자, 진은 슬적 그의 팔을 빼며 목을 돌렸다.“뭐야?”“아니 뭐….”헤이든은 가만히 진을 보다 다시 웃으며 진의 앞으로 가 뒤를 돌아 진과 눈을 마주쳤다.어색하게 시선을 돌리는 진에 헤이든은 입을 다시며 뒷목을 쓸었다.얘가 왜이러는 건지 감도 안잡히네.“어릴 때 이런 장난 많이 했잖아. 누님도 보면 좋아 할 테니까 하자”“그래도….”“안들켜. 걱정마.”“아,
“제법 볼만하군. 같은 호텔이라고 해도 아무도 안 믿겠어.”아이비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이전과는 다르게 깔끔하고 제법 괜찮단 말이지.높은 천장과 거대한 샹드리에. 그리고 이곳에 석상과 그림까지 올라간다면 제법 웅장할 것같고.“공녀님의 마음에 드시니 다행입니다.”“마음에 안들었으면 다 갈아 엎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말이야.”“저도 그걸 걱정 했었습니다.”헤이든의 대답에 아이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이정도까지 만드느라 헤이든이 고생을 했겠지.따로 수당을 더 챙겨 주어야 하려나.“자네가 꽤나 고생 했겠어”“아닙니다. 일전에도 말씀 드렸다 시피, 전부 돈이니까요”아이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진을 흘겨 보았다.딴청을 피우며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진에, 아이비는 픽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이쯤이면 깐족 거리며 한마디를 얹었을 텐데.싸운 건가? 애들도 아니고.정말 둘이 무슨 일이 있었나?“따로 자네에게 설명을 들을건 없을것 같고.”“나머지 객실은 어떻게 안내를 해 드릴까요?”아이비는 고개를 저으며 아리엘과 눈을 마주쳤다.“아리엘과 함께 둘러 볼 터이니 자네들은 쉬고 있게.”“알겠습니다. 그럼 좋은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d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