ホーム / 로판 / 유부녀지만 남첩을 더 들일거야 / 제 3화. 네? 제가 '부인'이라고요? 

共有

제 3화. 네? 제가 '부인'이라고요? 

作者: 요정리더
last update 公開日: 2026-08-06 17:37:49

제 3화. 

“……가민아, 아유..우리 귀여운 똥강아지.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맨날 그렇게 모니터만 보고 밤을 새우니까 몸이 축나지.어여 일어나”

멀리서 들려오는 다정하고 투박한 목소리. 분명 외할머니였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가 저승 입구에서 손녀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죽음은 생각보다 무덤덤했고, 

사후 세계는 전설속 이야기보단 훨씬 따뜻했다. 가민은  습관처럼 입술을 삐죽거리며 서러움을 토로했다.

“할머니…… 나 이번에  웹소설 유료 연재 중이었단 말이야. 이제 겨우  60화 고지 넘어서 완결까지 성실하게 타이핑만 하면 됐는데, 그거 마무리도 못 짓고 와서 어떡해. 안 그래도 조회수 미적지근해서 독자들한테 미안해 죽겠는데…… 나 능력없어서 지옥 가려나 봐.”

그런데 이상했다. 외할머니의 목소리는 분명 세월의 무게가 서린 묵직한 음성이어야 했는데,

지금 귓가에 사정없이 꽂히는 소리는 맑고 청아하다 못해 앳된 10대의 얇은 음색이었다.

“아씨! 아씨, 정신이 드시옵니까? 제발 눈 좀 떠보시옵소서! 이대로 영영 안 깨어나시는 줄 알고 이 채담이의 수명이 십 년은 단축되는 줄 알았사옵니다!”

‘아씨? ..채담? 그건 또 무슨 삼류 고전 소설 같은 이름인데…….’

가민은 눈꺼풀을 무겁게 짓누르는 어둠을 헤치고 번쩍 눈을 떴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대신, 은은한 침향 냄새가 깊게 배어든 화려한 진홍빛 비단 천장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보자 대륙의 황궁에서나 볼 법한 거대하고 화려한 자단나무 침상과 조선의 서원처럼 단정하게 짜인 문창살이 기묘하게 어우러진 방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금박 실로 정교하게 백호랑이가 수놓아진 대형 케노피 장막까지, 그야말로 대륙과 조선의 미감이 화려하게 섞인 독특한 공간이었다.

“미친…이거…… 실화냐? …나 지금 퓨전 사극 세트장까지 날라간거임..?”

가민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였다. 그녀가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침상 옆에서 눈이 퉁퉁 부은 채 울먹이던 시녀 채담이 기겁하며 가민의 가냘픈 어깨를 붙들었다.

“아씨! 갑자기 일어나시면 안 되옵니다! 어제 방 안의 분위기를 새로이 바꾸시겠다고, 비단 장막이 쳐진 침상 케노피를 직접 다려다가 낙상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바람에 이마에 밤톨만 한 혹까지 나시고 정신을 잃으셨단 말이옵니다! 지은 의원님! 의원님!! 아씨께서 깨어나셨사옵니다!”

머리를 다쳤다고? 가민은 황급히 제 이마로 손을 가져갔다. 킥보드에 치여 바닥에 무참히 처박혔던 그 끔찍한 두통이 아직도 생생한데, 만져보니 이마 한가운데가 밤톨만 한 크기로 볼록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그보다 더 소름 끼치는 것은 제 손의 감각이었다. 30대 접어들면서 하루 종일 마우스를 쥐고 사느라 굳은살이 박이고 거칠어졌던 마디는 어디 가고, 백옥처럼 투명하고 부드러운, 고생 한 번 안 해본 19세 소녀의 손이 눈앞에 있었다.

“뭐야… 몰카? 야 이거 완전 킹받네. 나 분명 퇴근길에 킥보드 중딩들한테 치여서 날아갔는데.”

그때, 단정한 흰색 약도포를 차려입은 젊은 여인이 가민의 헛소리에 놀라 다급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청연국 왕실 약방 출신의 최고 엘리트이자 연가 본가의 전담 의원인 서지은이었다. 올해 스물아홉의 나이로, 냉철하고 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지은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가민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능숙하게 맥을 짚었다. 그러더니 가민의 이마에 솟아오른 혹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다행히 맥은 평소와 다름없이 고르시고, 낙상으로 인한 외상도 이마의 가벼운 혹 외에는 보이지 않사오나…… 어째 눈동자의 초점이 풀려 있고 정신이 온전치 않으신 듯하옵니다.”

냉정하기 짝이 없는 지은의 진단에 가민은 기가 차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의원님. 내가 왜 여기 누워있는지 팩트 체크부터 좀 해보세요. 여기가 대체 어디고, 나는 누구냐고요. 나 분명 오전 알바 끝나고 차기작 시놉시스 떠올라서 뇌가 풀가동된 상태로 집에 뛰어가던 중이었는데, 여기 지금 인테리어 컨셉이 너무 ‘에바’ 아니에요? 무슨 차원 이동 같은 거라면 적당히 하고 원래대로 돌려놓으시죠.”

“에바……? 팩트……?”

지은은 옅게 미간을 찌푸리며 차분한 어조로 태클을 걸었다.

“아씨, ‘에바’가 무엇을 뜻하는지, ‘팩트’가 어느 나라의 방언인지 알 수 없으나 지금 아씨의 뇌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진 것은 분명한 듯하옵니다. 침착하십시오.”

“아니, 제가 지금 침착하게 생겼냐고요! 나 올해 스물 아홉이고 남한테 피해도 안주고 얌전하게 법 지키면서 살던 개찐따 방구석 웹소설 작가인데, 하…자기소개하려니까 현타오네 하..무튼 왜 갑자기 중국 황실이랑 조선 시대 반반 섞어놓은 것 같은 세계관에 휘말린 거냐고. 억까도 정도껏 하셔야죠. 의원님도 납득이가게끔 알아듣게 설명해봐요.”

지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탕약 그릇을 내려놓았다.

“스물 아홉 살이라니요. 아씨께서는 올해 갓 열아홉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뚝딱거린다’는 것은 북방 국경 지대의 목수들을 일컫는 비속어인데, 제가 왕실 약방 출신의 의원이지 어찌 목수가 되겠습니까. 아씨, 부디 진정하시고 탕약을 드십시오.”

“ 채담아.”

지은이 서늘하게 굳은 안색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려 채담을 바라보았다.

“아씨께서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뇌수에 심각한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다. 평생 청연국 전역을 돌아다녀 보았어도 이리 괴상한 사투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것이 서역 대륙의 주술 방언이냐, 아니면 이마의 혹을 통해 다른 이계의 악귀가 접신이라도 한 것이냐!”

“아씨, 부디 정신 차리시옵소서!접신이라니요, 의원님 그게 무슨 망발이십니까!”

채담이 가민의 손을 붙잡고 울먹였다.

“이곳은 대 청연국(淸延國)의 최고 명문가인 연가(連家) 의 본가이옵고, 아씨께서는 저희 연가의 고귀하신 장녀 ‘연월린’ 아씨이옵니다! 올해로 딱 열아홉이 되셨단 말이옵니다!”

‘연월린……? 그리고 열아홉?’

가민은 멍하니 제 손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가민의 오른손에는 대륙풍의 정교한 룡 문양이 새겨진 차가운 옥패가 꽉 쥐어져 있었고, 침상 옆 자단나무 책상 위에는 조선식 한지에 붉은 밀랍으로 단단히 봉인된 서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작가적 호기심과 직감이 발동한 가민이 서찰을 낚아채듯 열었다.

내용인즉슨, 연월린의 정실 남편인 ‘태원’이라는 자가 거대한 지단 상단을 이끌고 바다 건너 서역 대륙으로 대규모 해외 무역을 떠나있으며, 본가의 가신들이 ‘아씨가 케노피를 달다 쓰러졌는데 이틀 뒤 깨어난 후 상태가 심각하게 이상하니 상방(商坊)에 계신 서방님께 즉각 보고를 올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말들이 서찰에 담겨들었다. 

가민은 이마의 혹이 다시 격렬하게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채담아, 저기…… 남편? 나 결혼했어? 이 서찰에 적힌 태원이라는 사람이 누구야? 그게 누군데?”

“아씨! 어찌 정실 남편 되시는 태원 서방님을 잊으셨단 말이옵니까! 아씨와 정식으로 대륙의 삼서육례를 치르고 혼인하신 정실 남편이시옵니다!청연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대무역상인 집안의 당당한 장남이시자, 지금은 서역과의 거대 무역을 총괄하느라 바다 건너 장기 출장을 가 계신 지 벌써 반년이 지났건만…… 아씨의 뇌 상태가 이리 위중하시니 당장 상단 전령을 보내 서방님께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의원님!”

‘정실 남편……? 나 스물 아홉살 먹도록 연애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독신으로 살았는데, 갑자기 열아홉 살 짜리 몸뚱이에 얼굴 모르는 남편이 장기 출장 중이라고? 게다가 청연국 탑티어 재벌 무역상 집안의 맏아들이라고?! 그나저나 저 의원은 동갑인데 아까부터 나한테 꼬박꼬박 아씨래!’

이건 ‘완전 에바참치’를 넘어 가민의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지독한 몰카 그 자체 였다. 퇴근길에 학생들의 킥보드에 치여 죽은 것도 억울해 미치겠는데, 깨어나 보니 졸지에 유부녀라니. 그것도 돈 냄새 펄펄 나는 거물 무역상 남편이 버젓이 존재하는 세계관이라니!

가민은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스물 아홉살인데 결혼도 안 한 처녀인데, 갑자기 열아홉 살 유부녀가 됐고, 이 세계는 요란하게 화려하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잘딱깔센하게 이해 못 해요? 중꺾마 몰라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멘탈갈리네 진심….! 나 지금 꺾이기 직전이니까 당장 내 노트북 가져와요!”

“예?..알잘…… 중꺾……? 그게 대체 무슨 신묘한 고대 주문이옵니까, 아씨! 노트북은 또 어느 나라 상단에서 들여온 보물이옵니까!”

채담과 의원 지은은 가민의 입에서 쉼 없이 터져 나오는 요즘시대 최신 MZ 신조어와 Z세대 방언의 향연에 영혼이 완전히 탈곡된 듯 집단 멘붕 상태에 빠졌다. 지은은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가민의 이마 혹을 가리키며 읊조리는 ‘완전 킹받네’라는 단어 앞에서는 결국 탕약 스푼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씨, 킹받는 것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으나…… 머리의 혹 때문이든, 혹은 다른 연유이든 아씨의 정신이 매우 혼란스러운 것은 확실하옵니다. 우선 오늘 하루는 해외 상단에 계신 서방님께 보고하는 일을 미루고, 제가 탕약을 지어 올릴 테니 부디 이 난해한 언어들은 자제하여 주십시오.”

“아우 답답해, 나 완전 ‘킹받네’. 이게 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이냐고! 누칼협? 누가 나 여기 빙의하라고 협박했냐고! 나 좀 살려줘, 이거 꿈이라면 당장 깨게 해달란 말이야!”

가민은 억울함과 황당함, 그리고 이마의 통증이 스파크처럼 튀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비단 베개 위로 팍 쓰러졌다. 스물 아홉해 동안 쌓아온 가민의 이성적인 방어기제가 열아홉 연월린의 가녀린 육체 안에서 완전히 과부하를 일으킨 탓이었다.

‘망했다. 내 무협 로판 시놉시스고 대박 소재고 뭐고…… 일단 이 유부녀 세계관에서 머리통 깨지지 않고 살아남는 것부터가 문제다.’

가민의 시야가 다시 한번 암전되며 의식의 끈이 툭 끊어졌다. 방 안에는 젊은 의원 지은과 시녀 채담의 경악과 통곡이 섞인 목소리만 가득 울려 퍼졌다.

“아씨께서 신묘한 고대 상고 방언을 구사하시며 이마의 혹을 부여잡고 다시 혼절하시었도다! 서방님께 어찌 보고를 올려야 한단 말이냐, 이 일을 어찌할꼬!”

의원 지은은 굳은 얼굴로 붓을 다시 잡았다.

“상태가 심상치 않다. 태원마마께 보낼 서찰에 이리 적어야겠다. ‘부인께서 쓰러지신 후, 괴이한 방언과 함께 스스로를 스물 아홉살이라 칭하며 극심한 혼란을 겪고 계심’이라고.”

가민은 마지막으로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망할, 의원님 레알루 융통성 없네!난해한 사극 말투부터 좀 고치라니까요!’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最新チャプター

  • 유부녀지만 남첩을 더 들일거야   제 39화 연가(連家)의 연례행사 : 신체검사(上)

    제 39화 연가(連家)의 연례행사 : 신체검사(上)사흘 뒤, 연가와 청가 각 본가 마당에는 이틀간 진행되는 신체검사를 위한 임시 검사소들이 줄지어 설치되었다. 원래는 무사들만 1년 주기로 하려던 것을, 월린의 제안으로 시종과 시녀들까지 포함해 가문의 모든 식구를 챙기기로 한 참이었다.​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월린은 이른 아침부터 가장 먼저 검사소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의 옆에는 연호와 유현이 대기하며 검사소의 질서를 차분히 유지했다.​"좋았어! 자, 그럼 시작할까?"​첫 번째 순서는 시녀들의 검사였다. 시녀들은 가주를 모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여겼는데, 직접 마주 앉아 건강을 진단받는다는 사실에 다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월린은 직접 시녀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눈을 맞췄다.​"요즘 속은 좀 어때요? 며칠 전 차를 나르다 손목이 아픈 것 같던데, 혹시 무리한 건 아니고요?"​월린은 시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살폈다. 굳은살의 위치, 잦은 노동으로 인한 근육의 경직도를 하나하나 눈으로 확인했다.​"여기는 어쩌다 긁힌 거예요? 아유, 쓰라렸겠네. 의원님, 여기 소독약이랑 연고 좀 먼저 발라주세요."​월린의 다정한 손길과 세심한 배려에 시녀들은 울컥하는 표정을 지었다.​오후부터는 시종들의 검사가 시작되었다. 시종들은 시녀들보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을 많이 하기에 관절이나 허리 상태를 더 세밀하게 봐야 했다. 월린은 시종들의 어깨와 근육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이때, 시종 하민이의 차례가 되었다. 감수성이 풍부해 가주님을 향한 남다른 동경을 품고 있던 하민이는 잔뜩 긴장한 채 자리에 앉았다.​"하민아, 요새 많이 힘들지? 고생 많아."​월린이 손을 따뜻하게 잡고 다독이자, 하민이는 참았던 눈물을 툭 터뜨리고 말았다.​"가주님... 흑,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시간을 내주시고..."​하민이는 가주님의 다정한 온기에 감격해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월린은 당황하지 않고 달래며 등을 다독여주었다.​"아이구, 괜찮아,

  • 유부녀지만 남첩을 더 들일거야   제 38화 청가(靑家) 의 초대

    제 38화 청가(靑家) 의 초대청연국의 산맥은 늘 푸른 안개에 잠겨 있다.그중에서도 청가의 본가는 세상과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듯 서늘하고 고고한 기운을 내뿜었다. 4대 귀족 중 가장 오래된 뿌리를 가진 청가는 예법이 까다롭고, 지붕 하나를 올릴 때도 지맥의 흐름을 읊으며 풍수적 배치를 완벽히 계산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묘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연가'만을 조용히 초대했기 때문이다. 이는 4대 귀족의 서열 안에서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묶였음을 세상에 알리는 강력한 선언이었다.​연가의 대문 앞, 타국에서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월린의 부모영인과 연진이 마차에서 내렸다. 그들은 딸을 보자마자 가주라는 체면도 잊은 채 달려와 으스러지게 껴안았다.​"아이고, 우리 월린! 이 어미 없이 가주 노릇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 내 새끼!"​영인의 진한 애정 공세에 월린은 뺨을 부비며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님은 그 뒤에 묵묵히 서 있는 두 사내, 연호와 유현을 보았다. 과거 딸의 목숨을 지키던 전속 호위무사가 이제는 딸의 침소와 안살림을 짊어진 남첩이 되었다는 사실에 복잡한 심경이 교차했으나 연가의 기틀을 다져준 그들에게 정중한 목례를 건네며 완벽하게 예우했다.​청가 본가에 도착하자, 청가의 가주 청설과 그의 부인이 입구에 서 있었다. 그 엄숙한 가주들도 월린을 보자마자 눈가에 부드러운 주름을 잡았다.​"어서 오시오, 월린. 그간 강녕했는가."​청설의 목소리는 낮고 무게감이 있었다. 사랑채에 들어서자 네 명의 어른은 차를 마시며 대화를 시작했다. 청설의 정실 남편 기원이 월린의 손을 다정하게 덮어주며 나직이 말했다.​"월린아, 우리끼리 나라의 시사나 가문의 복잡한 살림 이야기를 나누면 너도 지루할 게다. 우린 오랜만에 밀린 이야기나 할 테니, 정원이나 구경하고 오렴. 청가 정원이 오늘따라 절경이니."​월린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 연호와 유현을 대동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가의 정원은 그 자체가 거대한 예술

  • 유부녀지만 남첩을 더 들일거야   제 37화 주인공과 남첩들의 함께 맞이하는 밤   

    제 37화 주인공과 남첩들의 함께 맞이하는 밤 연가의 집무실은 며칠째 흑단 바치가 비파 현을 때리는 묵직한 파열음으로 가득 찼다. 월린은 새로 얻은 바치를 손에 쥐고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연습에 몰두했다.​"예음아, 들어봐! 이 바치는 무게 중심이 완벽해. 이 텐션, 이 타격감! 락 스피릿이 비파의 몸통을 뚫고 나오는 기분이야!"​월린의 연주는 날이 갈수록 거칠고도 화려해졌다. 예음은 가주의 열정에 감탄하면서도, 비파 줄을 튕기는 가녀린 손목과 어깨가 붉게 부어오르는 것을 보고 마음을 졸였다.​"가주님, 손목의 핏줄이 팽팽하게 서 있습니다. 무리한 연주는 가주의 건강뿐만 아니라, 이 고귀한 비파의 줄마저 끊어먹을 것입니다."​그때, 연가의 전속 의원인 지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월린의 붉어진 어깨와 손목을 바라보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조용히 월린의 옆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비파를 내려놓게 했다.​"가주님, 아무리 예술혼이 불타올라도 몸을 돌보지 않으시면 속상합니다. 이러다 손목 인대가 상하면 앞으로 연주를 하고 싶어도 못 하십니다. 조금만 진정하시지요."​지은의 진심 어린 걱정에 월린은 찔린 듯 머쓱하게 웃으며 꼬리를 내렸다.​"알았어요, 조금만 살살 조절해서 할게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그 직후, 연호와 유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두 무사의 손에는 각각 가주의 피로를 풀어줄 약재가 달인 탕약과 따뜻한 수건, 최고급 화유가 들려 있었다.​"가주님, 보약을 드셔야 합니다." (연호)"어깨를 풀어드려야 하니, 이쪽으로." (유현)​연호와 유현은 서로를 힐끗 쳐다보았다. 무언의 신경전이 집무실의 공기를 무겁게 눌렀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월린이 중재에 나섰다.​"둘 다 진정해! 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연호는 손힘이 좋으니까 어깨 마사지를 맡고, 유현이는 섬세하니까 내 비파 악보 넘기는 걸 도와줘!"​두 무사는 그제야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집무실에는 월린이 앉아 비파

  • 유부녀지만 남첩을 더 들일거야   제 36화 비파 덕후 가주를 위한 두 무사의 선물

    제 36화 비파 덕후 가주를 위한 두 무사의 선물연가의 집무실, 오늘도 어김없이 괴이한 소리가 담장을 넘었다.뚱땅, 뚱땅, 콰광!비파의 선율이라기보다는 전장에서 방패를 내리치는 듯한 둔탁한 타격음이었다. 월린은 비파 위에 밥주걱을 세워 쥔 채, 온몸으로 락 스피릿을 불태우며 비파의 현을 사정없이 뜯고 있었다.하지만 가주의 독특한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새로운 악보까지 구상했던 예음조차 눈가에 미세한 실룩거림이 일었다.'그래... 내가 가주님의 뜻을 따르기로 맹세했거늘... 저것 또한 저분만의 깊은 뜻이 있겠지...'머리로는 이해하려 애썼지만, 귓가를 강타하는 이색적인 타격음 앞에서 도저히 성자의 경지에 오르기는 힘들었다.그녀는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이 웅장한(?) 연주가 끝나기만을 경건하게 기도할 뿐이었다.연가 집무실 쪽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고요하고 우아한 비파의 선율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연무장에서 땀을 식히며 지나가던 연호와 유현은 동시에 발걸음을 멈췄다. 창호지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흡사 징을 치거나 전장에서 방패를 내리치는 듯한 둔탁한 타격음소리였다. 두 무사는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가주께서 즐거워하시는 그 '음악'이, 비록 세간의 미학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두 사람의 눈에는 그저 눈부신 광경일 뿐이었다. 하지만, 월린의 기행을 깎아내리려는 연가의 외부 세력이나 시기하는 눈초리들이 언제 어디서 혀를 찰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 사람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형님."유현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무뚝뚝한 그의 말투에는 가주를 향한 맹목적이고도 처절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가주님께서는 가주님만의 세계를 구현하시는 중입니다. 허나, 저 밥주걱이 월린님의 고귀한 손을 더럽히고, 타인의 입방아에 오르게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가주의 체통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연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평온했지만, 손끝은 이미 검집을 꽉 쥐고 있었다."옳은 말이다. 우리가 할 일은, 가주님의 그 열정을 가장 완벽하게 뒷

  • 유부녀지만 남첩을 더 들일거야   제 35화 현의 선율과 검의 궤적 

    제 35화 현의 선율과 검의 궤적 ​정자 위에 자리를 잡은 월린은 그 광경을 보며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사실 월린의 머릿속은 현재 연가의 훈련장이 아니라, 과거 웹소설 작가 시절 밤을 지새우며 써 내려갔던 무협지의 한 장면 그 자체였다.​'그래, 바로 저거야. 연호가 왼쪽에서 공격을 흘리면 유현이가 오른쪽 빈틈을 완벽하게 커버하며 들어오는 저 흐름! 저건 단순히 검술이 아니야. 두 무사 간의 관계성이 쌓인 서사지, 서사! 서로를 믿지 않는 척, 무심한 척하면서도 실상은 위기의 순간에 등을 맞대고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는 저 묵묵한 브로맨스! 이게 바로 무협의 낭만 아니겠어? 현실에서 직관하는 맛은 차원이 다르구나!'​월린의 눈동자가 오타쿠 광기로 번뜩였다. 뇌내에서는 이미 연호와 유현이 겪을 험난한 고난과, 그 과정에서 피어날 끈끈한 유대, 그리고 비극적인 서사까지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었다. 월린은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짐짓 비장한 표정으로 망상을 이어갔다.​"캬, 좋다! 저 찰나의 눈빛 교환! 저게 바로 '쌍벽'의 진수지. 연호의 검이 호랑이라면 유현의 검은 용이라. 둘이 합쳐지면 가히 천하무적일 것이야. 저 조합이라면 독자들 반응은 무조건 폭발인데... 하필 이 세계엔 웹소설 플랫폼이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월린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무장 아래에서 두 무사는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합을 맞추고 있었다. 유현은 검을 휘두르는 와중에도 예리한 눈빛으로 연호의 등 뒤를 살폈다.​"형님, 셋을 셀 때 공중으로 도약하십시오. 제가 하단을 휩쓸겠습니다.""알았다."​단 세 마디의 대화. 그것으로 충분했다. 연호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내리찍자 유현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회전하며 상대의 하단을 쓸어버렸다. 연호의 검이 회전할 때 유현은 마치 그림자처럼 그의 빈틈을 채웠다. 둘의 검이 맞물리며 발생하는 금속음은 규칙적이고도 위협적이었다. 제 형님의 등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의 움직임을 지배하고 있었다. 월린은

  • 유부녀지만 남첩을 더 들일거야   제 34화 ‘어머니’라는 어두운 그늘 

    제 34화 ‘어머니’라는 어두운 그늘 연가의 정문 앞, 평화롭던 공기가 소란에 휩싸였다. 정문 수문장들이 문 앞의 여인과 사내들을 막아 세우고 있었다. 그 중심에 서서 연가를 올려다보던 은교는 비단옷을 걸치고도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내가 연호의 어미다! 왜 가주를 만나게 해주지 않는 거냐!"​연호가 연가에 들어간 뒤로 은교의 삶은 통째로 변했다. 연호가 매달 부치는 돈으로 집안은 살만해졌고, '연호의 본가'라는 소문 덕분에 침선가는 손님들로 붐볐다. 하지만 은교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녀에게 연호는 가문을 일으킬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훈련 중 소란을 듣고 달려온 연호는 정문 앞의 은교를 보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기꺼이 지우고 싶었던 과거의 악몽이 현재의 평온을 침범하고 있었다.​"연호야!"​은교는 아들을 보자마자 계산적인 미소를 지었다.​" 너 때문에 우리 집안이 대박이 났다. 이제는 옷감뿐만 아니라 상단들도 우리를 찾더구나. 연호야, 이젠 엄연히 차기 가주의 남첩 아니냐? 대상단이라던 정실 남편 분은 육촌까지 특혜가 있다던데, 우리가 연가의 인맥을 빌려 무역권을 따내면 우리도 금방 대상단이 될 거다. 당장 가주에게 말해라!"​연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흉터가 남은 손바닥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 곁에서 유현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현은 연호를 걱정하면서도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다.​"어머니,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가주님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일 수 없습니다."​"허락? 내가 네 어미다! 네가 내 덕에 사람 구실하고 사는 거 아니냐? 그까짓 가주가 뭐 대단하다고 유세냐!"​분을 못 이긴 은교가 연호의 뺨을 치려 손을 번쩍 치켜올렸다.​그 찰나, 유현이 움직였다.​"악!"​은교의 손목이 허공에서 멈췄다. 어느새 다가온 유현이 은교의 손목을 낚아채듯 붙잡았다. 그의 눈빛은 서늘했다.​"어머니라고 하셨습니까."​유현의 말투는 건조하고 딱딱했다. 그는 은교를 보지도 않은 채 손목을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