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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청연
"아버지, 어머니, 소자는 평생 임현 낭자가 아니면 장가들지 않겠습니다!"

"임현 낭자가 비록 춘란원(春欄院)의 기녀라 하나 몸가짐이 깨끗합니다. 경성의 수많은 귀공자가 그녀를 위해 천금을 아끼지 않았으나, 그녀는 오직 소자 한 사람만을 허락했습니다."

"부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허락해 주십시오!"

"만약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내년 과거 시험에도 응시하지 않겠습니다!"

소설아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망언이었다.

'오라버니는 여전히 이토록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고작 기녀 한 명 때문에 과거 시험을 담보로 협박을 하다니.'

대청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위원후(威遠侯)는 굳은 얼굴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민씨는 손에 쥔 손수건을 비틀며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

소설아를 본 민씨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그녀를 낚아채듯 끌어당겼다.

"설아야, 어서 네 오라버니를 좀 말려보려거라. 네 오라버니가 미쳤나 보구나!"

불과 두 시진 전, 민씨는 본인이 소설아를 곳간에 가두고 소명주에게 사과하라며 가법으로 다스리겠다고 협박했던 사실은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

소설아는 필요할 때는 민씨의 딸이었지만, 필요 없어지면 언제든 내팽개쳐지는 존재였다.

소설아는 시선을 내리깔며 민씨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

혼인은 본래 부모의 명과 중매인의 말에 따르는 법이니, 민씨가 강경하게 반대하기만 한다면 오라버니가 기녀와 야반도주는 할 수 없을 터였다.

민씨는 예나 지금이나 이기적이었다. 기어코 소설아를 악역으로 내세우려 하고 있었다.

그때, 소명준이 갑자기 달려들더니 손바닥을 치켜들었다.

소설아가 고개를 돌려 피했지만, 턱 끝이 손바닥에 스치고 말았다.

피부가 얇은 탓에 하얀 턱에는 금세 붉은 자국이 남았고 화끈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소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쏘아보았다.

"큰 오라버니,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소설아, 시치미 떼지 말거라! 네가 뒤에서 수작을 부려 내가 임현과 혼인하는 걸 막으려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소명준은 눈에 독기를 품고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고함을 질렀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십시오."

누명을 뒤집어쓰는 일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위원후부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이토록 이기적이고 막무가내였다.

"무고한 척하지 말거라!"

소명준의 말투에는 숨길 수 없는 혐오감이 서려 있었다.

"소설아, 우리 후부에서 너를 키워줬거늘, 은혜를 갚기는커녕 해코지할 궁리만 하다니!"

"맞아도 싸다!"

소명준은 소리를 지르며 소설아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이번에는 대비하고 있던 소설아가 재빨리 몸을 피했고, 소명준은 발로 의자를 걷어찼다.

"소설아, 독한 년!"

소명준은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분명 제 발로 탁자 모서리를 걷어찬 것인데도 남 탓을 하고 있었다.

민씨와 위원후는 소명준이 횡포를 부리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변호 한마디 해주지 않았고, 폭력을 제지하지도 않았다.

소설아는 이런 일에 이미 무뎌진 지 오래였기에 상관없었다.

소명준은 미친 것처럼 다시 달려들어 때리려 들었으나, 이번에 소설아는 한 걸음 물러나 소명주의 뒤로 몸을 숨겼다.

손바닥이 소명주의 얼굴에 닿기 직전이 되어서야 위원후가 입을 열어 제지했다.

"소명준, 적당히 하지 못하겠느냐!"

그제야 소명준이 손을 멈췄다.

하마터면 가장 아끼는 동생을 다치게 할 뻔했다.

순간 대청 안에 정적이 흘렀다.

소설아는 의구심이 생겼다.

'방금 오라버니가 기녀와 혼인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고, 지난 생처럼 강하게 만류할 틈도 없었는데 오라버니는 왜 내가 방해했다고 확신하는 걸까?'

지난 생에서 오라버니가 기녀와 혼인하려 했을 때 온 가족이 반대했고, 민씨는 소설아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마치 그녀의 반대 때문에 혼사가 깨진 것처럼 꾸몄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설마… 오라버니도 회귀한 것인가?'

민씨가 몸을 돌려 다시 소설아의 손을 잡았다.

"설아야, 네 오라버니를 좀 설득해 보거라. 명색이 후부의 세자인데 어찌 기녀를 아내로 맞는단 말이냐?"

소설아는 손을 뿌리치며 냉담하게 대꾸했다.

"부인님, 세자께서는 저만 보면 화를 내시니 제가 설득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한 걸음 물러나 가족이 벌이는 소동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지난 생에서 소명주는 2년 뒤에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번 생에서는 소명주가 2년이나 앞당겨 후부로 돌아왔고, 심지어 본인이 직접 찾아왔다.

소명주가 제 발로 찾아왔을 때 민씨는 믿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소명준만은 소명주가 친동생임을 굳게 믿고 있었다.

소설아는 그때 알았다. 소명주 역시 회귀했다는 것을.

작은 후부 안에 회귀자가 셋이라니, 참으로 볼만한 구경거리가 될 것 같았다.

민씨는 멈칫하더니 이번에는 소명주의 손을 붙잡았다.

"명주야, 네가 네 오라버니를 잘 좀 타일러 보렴."

소명주는 민씨의 손을 잡으며 침착한 척 애를 썼지만, 어느새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민씨는 속으로 생각했다.

'친딸이라 그런지 큰일을 당하니 확실히 주워 기른 아이보다 침착하지 못하구나.'

'괜찮아, 천천히 가르치면 되겠지.'

소명주가 민씨의 손을 다독였다.

"어머니 걱정 마십시오. 제가 오라버니를 잘 설득해 보겠습니다."

지난 생에서 소명주가 후부로 돌아왔을 때, 소명준은 이미 당 어사(御史) 댁 영애인 당유화와 혼인한 상태였고, 임현 낭자에 관한 일은 나중에 하인들에게 전해 들었을 뿐이다.

듣기로는 당시 소명준이 임현이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하며 당유화와의 혼약을 깨겠다고 난리를 쳐서, 민씨가 속앓이를 하며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그때 소설아가 강력히 반대하며 몰래 춘란원을 찾아가 거금을 주고 임현을 사들인 뒤 멀리 팔아넘겨 버렸다.

소명준은 사람을 찾지 못하게 되자 그제야 소동을 멈췄고, 그 일로 그는 한동안 실의에 빠져 지냈다.

그 후 소명준은 당유화와 혼인하여 명사의 지도를 받고 진사(進士)에 급제했으나, 마음속으로는 늘 임현을 잊지 못해 당유화와의 혼인 생활도 행복하지 못했다.

임현을 팔아넘긴 사람이 소설아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소명준은 줄곧 그녀를 원망했다.

소명주는 그런 악역은 맡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위원후부의 실세는 큰 오라버니인 소명준이 될 테니까.

지난 생에서 소명준의 관운은 탄탄대로였다. 진사에 급제한 뒤 상서(尚書)의 자리에까지 올라 전도가 유망했다.

듣기로 그는 과거를 치를 때 임현의 일 때문에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

그것은 소명준의 마음의 병이 되었고, 조정의 정적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오라버니는 원래 우수한 사람이니, 만약 임현과 혼인했다면 상심하지 않았을 것이고 과거 성적도 더 좋았을 것이며 앞날도 더 평탄했을 것이다.

'금은 어디서든 빛을 발하는 법인데, 설마 혼인 하나 때문에 오라버니의 앞길이 막히겠는가?'

게다가 소명주는 회귀하여 조정의 정세를 꿰뚫고 있으니 소명준에게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그녀가 뒤를 봐준다면 소명준은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명주는 계산을 마치고 자신만만하게 다가갔다.

소명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큰 오라버니, 우선 일어나십시오. 하실 말씀이 있으면 일어나서 차근차근 말씀해 보십시오."

소명준이 고개를 들었다.

"명주야, 너도 나를 말리러 온 것이냐?"

소명주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오라버니, 혼인하고 싶으시면 하십시오. 다만 임현 낭자를 아내로 맞는 대신, 과거 시험에서 반드시 갑과 3등 안에 들겠다고 약속하셔야 합니다."

소명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약속하마! 임현과 혼인만 시켜준다면 과거에서 반드시 갑과 3등 안에 들겠다고 맹세하마!"

지난 생에서는 임현을 잃고 큰 충격을 받아 의욕을 상실한 상태에서도 동진사로 급제했었다.

이번에 임현과 혼인한다면 갑과 3등 안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민씨는 눈을 크게 뜨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명주 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소명준을 설득하라고 했더니, 도대체 저게 무슨 설득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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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604화

    용비는 손수건으로 과일을 집었던 손끝을 닦으며 말했다.“휘를 들라 하여라.”설현정이 의아한 듯 물었다.“휘요?”용비가 웃으며 말했다.“휘는 영우의 아명이란다. 나는 영우를 늘 그리 불러왔지. 아무리 다 큰 성인이라도, 내 눈에는 여전히 어린아이일 뿐이란다.”'휘.' 설현정은 마음속으로 그 한 글자를 몇 번이고 곱씹었다.혼례를 치르는 날 밤에는 추영우를 그 아명으로 한번 불러 보고 싶었다.전하께서 좋아하실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궁녀 한 명이 추영우를 데리고 전각 안으로 들어왔다.“소자, 어마마마께 문안 인사 올립니다.”용비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공무가 있어 오지 못한다고 들었는데?”추영우는 곁눈질로 설현정을 흘끗 살피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숙였다.“어마마마께서 뵙고 싶어 하신다기에 특별히 문안드리러 왔습니다.”용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말이 갈수록 달콤해지는구나. 부디 정말 어미를 뵈러 온 것이기를 바란다.”설현정은 모자간의 대화가 어딘가 묘하다고 느꼈지만, 정확히 무엇이 이상한지는 알 수 없었다.그때 화친왕이 이따금 자신을 힐끗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설현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혹시 전하께서 일부러 자신을 보러 오신 것은 아닐까.설현정은 그 묘한 위화감을 애써 머릿속에서 떨쳐 냈다. 대신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얼굴도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용비는 그런 설현정의 모습을 지켜보며, 소맷자락 속에 감춘 손으로 자단목 의자를 힘껏 움켜쥐었다. 손톱에 끼운 가리개가 나무에 깊이 자국을 남길 정도였다.역시 방탕하고 파렴치한 계집이었다.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아릿했다.영우는 어쩌다 저런 얄팍한 여자에게 홀렸단 말인가.분명 인물도 그저 평범하고, 속에는 잔꾀만 가득한 데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도 없는 아이인데 말이다.어째서 저런 여자에게 마음을 두었을까. 이 또한 자신이 영우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라 생각하였다. 지금이라도 손을 쓴다면 늦지 않을 터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6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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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씨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명주야, 이 집안의 살림은 역시 설아가 맡는 게 좋겠구나."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민씨가 후부의 안살림을 이어받았으나, 불과 몇 년 만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적자가 났다.처음에는 자신의 혼수품을 팔아 몰래 메꿨지만, 나중에는 후부가 밑 빠진 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계속 메꾸다가는 혼수품이 바닥날 판이라 아예 소설아에게 전부 넘겨버렸다.소설아는 살림을 아주 잘 꾸려나갔다. 적자를 모두 메웠을 뿐만 아니라, 후부 주인들의 체면까지 세워주었다.소설아가 살림을 맡고는 있었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6화

    민씨는 소명주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원태준과의 혼사는 소설아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춘경원에서 나오자, 소명주가 소설아를 불러 세웠다."언니."소명주가 한 걸음 다가서며 탐색하는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았다."언니, 태준 오라버니를 마음에 들어 하더니, 어찌 그리 쉽게 포기하시는 겁니까? 설마 화가 나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요?"그녀는 소설아 역시 회귀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지난 생에서 소설아는 이 혼담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겼었다. 원태준의 어머니가 소설아를 극도로 싫어함에도 소설아는 기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5화

    소명준은 왕 태의 댁에서 한 시진 넘게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너희 하인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냐? 감히 본 세자를 이렇게 홀대하다니!"어린 하녀가 깍듯하게 대꾸했다."세자 저하, 저희 주인님께서는 오늘 시간이 없으셔서 손님을 받지 않으십니다."소명준이 욕설을 내뱉었다."정말 예의라곤 없구나. 본 세자 앞에서 감히 '노비'라 자칭하지도 않고 예의를 밥 말아 먹었느냐!"하녀가 코웃음을 쳤다."공자님이 대체 누구신데요?"소명준은 모욕감을 느꼈다."나는 위원후부 세자 소명준이다!"하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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