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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작가: 청연
"소명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나 있느냐?!"

민씨는 염주를 쥔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소명주는 민씨의 표정에 겁을 먹었다.

"어머니, 제 설명을 들어보십시오…"

민씨는 무의식적으로 소설아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허공만을 휘저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민씨는 소설아가 오늘따라 왜 저러나 싶었다.

'후부의 세자가 기녀를 아내로 맞겠다는데, 이토록 큰일 앞에서 소설아가 이토록 침착하다니?'

'가장 격렬하게 반대해야 할 사람은 바로 소설아가 아닌가?'

민씨는 맞은편에서 입을 꾹 다물고 서 있는 위원후를 슬쩍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이 악역은 당분간 내가 맡을 수밖에 없겠군.'

이틀 정도 지나면 다시 소설아에게 뒷수습을 맡기면 될 일이었다.

"안 된다, 난 절대로 허락 못 한다!"

"난 반대다, 명준아. 네가 정녕 기녀와 혼인하겠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머리를 박고 죽는 꼴을 보게 될 게다!"

민씨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기둥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녀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민씨를 붙잡아 말렸고, 누구는 인중을 누르고, 누구는 억지로 물을 떠 먹이느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나서야 민씨는 겨우 숨을 돌렸다.

민씨는 격렬하게 들썩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연신 "아미타불"을 읊조린 후에야,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명주야, 정녕 네 오라버니를 사지로 몰아넣을 작정이냐?"

소명주는 한 걸음 다가와 민씨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다리를 붙잡았다.

"어머니,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 어머니께선 늘 큰 오라버니가 출세하기를 바라셨잖습니까. 임현 낭자와 혼인하면 큰 오라버니는 분명 마음을 잡고 정진할 겁니다. 오라버니 실력이면 과거 급제는 문제 없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장원 급제까지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어머니는 장원 급제자의 어머니가 되시는 거고요."

민씨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여전히 펴지지 않았다. 이런 논리로는 분명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민씨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녀는 소명준이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가 마음만 먹고 노력한다면 재상 자리도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다고 믿었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자 소명준의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어머니, 임현과 혼인만 할 수 있다면 내년 춘시(春闱)에서 반드시 갑과 3등 안에 들겠습니다. 어머니, 만약 정말로 당유화와 혼인하게 된다면 전 을과 진사조차 합격하지 못할 겁니다!"

지난 생에서 그는 겨우 동진사로 합격했을 뿐이었다.

민씨가 꾸짖었다.

"닥치거라! 어디서 함부로 허튼소리를 하느냐!"

소명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

"어머니께서는 당씨 가문의 조력이 없어져서 큰 오라버니의 앞길에 방해가 될까 걱정되시는 겁니까?"

민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었다.

이 혼사는 과거 소설아의 조부께서 정하신 것이었다. 현재 두 가문의 형편으로 따지면 소씨 가문한테는 과분한 처지였다.

하물며 당 어사의 눈 밖에 나기라도 하면 소명준이 관직에 나간 뒤 앞날이 험난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어머니, 만날 때마다 당씨 가문이 우리 후부를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소명주가 말을 이어갔다.

민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당씨 가문은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는 점을 내세워 만날 때마다 거만한 태도로 명령조의 말을 내뱉곤 했다.

당 어사의 부인 황미자는 언젠가 밖에서, 노부인이 억지로 이 혼사를 정하지만 않았어도 자신의 금쪽같은 딸이 황자비가 되었을 거라며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당씨 가문 사람들과 만나고 오면 민씨는 며칠 동안 앓아누울 정도였다.

민씨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본 소명주는 자신감을 얻어 몰아붙였다.

"큰 오라버니가 당유화와 혼인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오라버니를 진심으로 도와주겠습니까?"

"당씨 가문은 규율이 어찌나 까다로운지, 시집오기도 전부터 첩을 들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데 정작 혼인하고 나면 오죽하겠어요."

"그렇게 되면 큰 오라버니가 구박을 받아도 어머니까지 덩달아 서러워지실 겁니다. 당씨 가문은 배경이 워낙 든든하니 우리 후부가 옳아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을 거고요."

민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좀 서러운 거야 상관없다만, 중요한 건 명준이의 앞날이지."

소명주가 다시 말했다.

"사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건, 만약 당씨 가문의 낭자가 아들을 낳지 못하는데 첩도 못 들이게 하면 우리 큰 오라버니는 어쩌란 말입니까?"

자손 이야기가 나오자 민씨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았다.

소명주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

"큰 오라버니의 앞날은 어머니께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라버니가 과거에서 3등 안에 들면 반드시 한림원(翰林院)에 들어갈 텐데, 한림원은 내각(內閣) 수반의 요람이잖습니까. 오라버니의 실력이라면 분명 승승장구할 겁니다. 머지않아 높은 벼슬에 오를 테니 어머니께서는 마음 푹 놓으십시오. 큰 오라버니는 절대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어머니, 저를 한 번만 믿어주십시오. 전 알아요, 큰 오라버니가 반드시 성공해서 이름을 떨칠 거라는 걸요!"

그녀는 마치 소명준의 찬란한 미래를 직접 본 것처럼 확신에 차서 말했다.

소명준은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진심으로 아끼는 동생이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고 있었다.

소명주는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취해 덧붙였다.

"큰 오라버니가 정말 무능한 사람이라면 당씨 가문이 열 번을 도와도 소용없겠지만, 오라버니는 진짜 금 같은 분이잖습니까. 당씨 가문이 없어도 스스로 빛날 분입니다."

소설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 생에서 소명준은 고작 3등인 동진사에 합격했을 뿐이었고, 당씨 가문이 손을 써준 덕분에 겨우 변방의 현령(縣令) 자리라도 얻을 수 있었다.

당씨 가문 책사들의 보좌와 소설아가 쏟아부은 수백만 냥의 은자 덕분에 소명준은 뛰어난 치적을 쌓았고, 3년 뒤 경성으로 돌아와 승승장구하며 결국 이품 상서의 자리까지 올랐으니 그 위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상서가 된 후 소명준이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은, 그의 성공이 상당 부분은 당씨 가문과 소설아 덕분이라는 소리였다.

이번 생에서 소명준은 당씨 가문의 조력과 소설아의 은자 없이도 자신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설아의 얼굴에는 오히려 후련한 기색이 감돌았다.

기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나서야 소명준은 깨닫게 될 것이다.

인생의 쓴맛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을.

소설아의 도움 없이는 소명준은 동진사조차 합격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생에서는 이 집안 식구들을 위해 뼈 빠지게 고생하며 세월을 허비할 필요가 없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소설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젊을 때 나 자신을 위해 다시 한번 살아봐야지.'

소명준은 오른손을 들어 맹세했다.

"어머니, 임현과 혼인하게만 해주신다면 소자 반드시 어머니께 일품 고명부인의 자리를 안겨드리겠습니다! 부디 소자를 믿어주십시오!"

민씨 역시 고명부인의 칭호를 탐내고 있었다.

그녀는 침묵을 지키며 대답하지 않았다.

민씨의 얼굴에서 망설임을 읽은 소명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그쳤다.

"어머니, 허락하시는 거죠?"

민씨가 머뭇거렸다.

"그게…"

소명주의 말이 틀린 것 같지 않고 소명준의 능력도 믿었지만, 왠지 허락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명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큰 오라버니, 어머니께만 매달리지 말고 언니한테도 허락을 받아보는 게 어떻습니까?"

민씨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먼저 설아의 의견을 물어보거라. 설아만 찬성한다면 나도 허락하마."

이토록 중대한 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용기가 없었다. 소명준이 잘되면 다행이지만, 이 일로 관직 길이라도 막힌다면 훗날 조상님들을 뵐 면목이 없을 터였다.

책임을 떠넘기는 데 성공한 민씨는 눈에 띄게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소명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설아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소설아가 살짝 미소 지었다.

"큰 오라버니의 행복이 걸린 일인데 어머니께서 허락하셨으니 제가 반대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전 어머니 뜻에 따르겠습니다."

"당연히 두 분의 뜻을 이뤄드려야죠."

소명준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눈치는 있구나!"

소설아는 아주 진실한 태도로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큰 오라버니. 좋은 인연을 만나셨네요. 오라버니께서 하루빨리 뜻을 펼치시길 기원합니다."

"소설아, 가식 떨지 말거라. 네 속마음이 어떤지 난 빤히 다 알고 있으니까!"

다행히 이번 생에서는 소명주를 일찍 찾은 덕분에 당유화와 혼인하지 않아도 되었다.

소명주가 아니었다면 이번 생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뻔했다.

"고맙다, 명주야! 감사합니다, 어머니!"

기뻐하며 나가는 소명준의 뒷모습을 보며 소설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위원후부는 풍비박산이 날 일만 남았다.

임현이라는 낭자는 결코 평범한 기녀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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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옷을 벗고, 고개를 들어라.”홍연은 천천히 장옷을 벗어 던진 뒤 고개를 들고 정면을 바라보았다.입꼬리가 비뚜름하게 올라가자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더욱 흉측하게 일그러졌다.“부인, 홍연입니다.”민씨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너, 너…”분명 죽은 아이가 아니었던가.홍연의 눈빛 깊은 곳으로 음산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부인, 절 잊으셨습니까? 저는 오 어멈의 딸 홍연입니다. 제 어머니도 충직한 종이었고, 저희 일가 역시 대대로 충성을 바쳐온 종들이었습니다.”홍연의 집안은 대대로 민씨 가문에서 종살이를 해온 집안이었다. 민씨가 시집올 때 함께 후부로 따라왔고, 오 어멈은 그녀의 깊은 신임을 받으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중들던 어멈이었다.충성심만 놓고 보자면 그들 일가를 따를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하지만 아무리 충직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쓸모가 다하는 순간 가차 없이 버려지는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다.민씨는 겁에 질린 채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가까이 오지 마라! 나, 난 네가 필요 없다! 소설아, 당장 저 아이를 데리고 나가거라!”소설아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부인, 이 아이는 명주가 심혈을 기울여 찾아 보낸 사람입니다. 부인께서 마다하신다면 명주의 정성을 저버리는 셈이 되지 않겠습니까?”민씨는 품속에서 소명주의 편지를 꺼내더니 그대로 구겨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짓밟았다.“썩 물러가라! 필요 없다니까!”소설아가 홍연을 향해 가볍게 시선을 보내자, 홍연은 바닥에 떨어진 편지를 주워 들고 천천히 민씨에게 다가갔다.“부인, 무엇이 그리 두려우십니까? 저는 충심을 다해 반드시 부인을 잘 모실 것입니다.”벼랑에서 떨어진 뒤 그녀의 목소리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마치 거친 사포로 긁어낸 듯 쉰 소리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왔다.민씨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마치 저승에서 찾아온 악귀의 속삭임처럼 들렸다.소설아는 홍연이 건네준 편지를 받아 구겨진 종이를 정성껏 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15화

    ‘서 각로의 기준이 워낙 높은 탓이겠지.’장공주는 속으로 생각했다.귀한 아들을 굳이 각로의 자리에 견줄 만큼 엄격하게 키울 필요는 없었다. 그저 평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걸로 충분했다.“네 효심은 이 어미가 누구보다 잘 안단다. 혹여 마음에 드는 규수가 생기면 언제든 말하거라. 우리 가문은 굳이 문벌이나 집안을 따지지 않으니, 성품만 바르다면 누구든 상관없다.”서경수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어머니의 뜻을 따르겠습니다.”“자, 경수 너도 이만 나가 또래들과 어울려 놀아라. 나는 잠시 쉬어야겠구나.”장공주는 두통 때문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11화

    “부인의 말씀대로라면 지체 높은 양반들은 쌀 한 톨, 소금 한 줌도 입에 대지 말고 바람만 마시고 살아야 하겠군요!”민씨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설마 이 지체 높은 부인들이 일제히 소설아의 편을 들며 자신을 몰아세울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얼굴을 굳힌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소설아의 손에 들린 꽃갈피를 강제로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그러나 소설아는 한 발짝 가볍게 물러서며 민씨의 손길을 매끄럽게 피했다.“꽃이 이토록 흐드러지게 피어나기까지, 부인께서는 그저 눈앞의 화려한 풍류만 보실 뿐 정작 이 꽃 한 송이를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08화

    삼황자는 오늘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나사 하나 빠진 놈과 이 귀한 시간을 낭비하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겠는가.그는 소명준과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황제께서는 아직 건재하셨고, 태자 또한 한창 기세를 떨치고 있었다. 자신은 귀비의 소생인 데다 외삼촌들마저 군부의 요직을 두루 차지하고 있어 처지가 몹시 미묘했다. 온 가문이 황제의 경계를 사고 태자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몸을 한껏 낮추고 있는 판이었다. 부중에 책사를 많이 두지 못하는 것 또한 같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96화

    민씨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소설아 옆에 선 소명주와 소명주는 마치 벼락부자 집의 안목 없는 하녀들처럼 보였다. 가진 것을 죄다 몸에 두르고 나온 꼴이었으니까.화가 난 민씨는 소명지의 머리에서 머리장식 하나를 홱 낚아챘다."뭘 이렇게 주렁주렁 달았느냐!"소명지는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방금까지만 해도 화려해야 보기 좋다고 하시더니 이제 와서 많이 달았다고 타박한다니.'소명지는 소설아를 노려보았다.'가증스러워, 소설아는 왜 저렇게 예쁜 걸까? 차라리 못생긴 아이를 데려왔어야지!'민씨는 소명지에게서 뺏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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