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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Penulis: 청연

제1화

Penulis: 청연
"형부… 서두르지 마십시오…"

"내가 어찌 서두르지 않겠느냐, 곧 있으면 네 언니가 올 텐데…"

바람이 등나무 꽃을 흔들며 고요한 연못에 파문을 일으켰다.

소설아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꿈속에서 그녀는 아직 시집가기 전이었다.

그녀는 침실 문 앞에 서서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탕한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자세히 분별하지 않아도 안에 있는 남녀가 자신의 정혼자 원태준과 동생 소명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정혼자와 동생이, 그녀의 침실에서, 그녀의 침대 위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침실 안의 목소리는 마치 그녀가 들으라고 일부러 그러는 듯 점점 더 커졌다.

"말해보거라, 만약 네 언니가 들이닥치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언니가 뭘 어찌 하겠습니까?"

맞다, 그녀가 뭘 어찌 할 수 있겠는가?

부모님과 오라버니들은 분명 동생을 감싸고 돌며 큰일을 작게 만들고 작은 일은 없던 일로 할 것이다. 결국 잘못한 사람도, 소란을 피운 사람도 언제나 그녀가 될 터였다.

가슴에서 한 번 또 한 번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

손을 들어 닦아보니 얼굴이 축축했다.

'분명 꿈일 뿐인데, 왜 이토록 가슴이 아린 걸까?'

문이 열리고 얇은 휘장 너머로 겹쳐진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녀를 발견하자 두 사람은 멍해졌고, 원태준은 허둥지둥 소명주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옷을 집어 들고 몸에 걸쳤다.

"설아야, 내 말을 좀 들어보거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다…"

소명주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한 손으로 머리를 괴었다.

"언니, 좀 피곤해서 언니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형부를 만났습니다."

원태준도 당황한 기색을 가다듬으며 변명했다.

"좀 지루해서 네 방 구경을 왔는데, 명주도 있을 줄은 몰랐다. 그저 우연일 뿐이다."

이 꿈은 너무나 생생해서, 쓰레기 같은 남녀의 민낯이 현실보다 더 또렷하고 가증스러웠다.

소설아는 냉정하게 명령했다.

"소명주가 외간 남자와 통정하여 내실을 어지럽혔으니, 가례에 따라 가법으로 처단하겠다."

그때 갑자기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가법을 쓴다는 것이냐?"

인자한 인상의 부인이 걸어 들어왔다. 부인의 가슴에는 염주가 걸려 있었고, 몸에서는 은은한 단향 나무 향기가 풍겼다.

그녀의 어머니, 민씨였다.

민씨는 불교를 믿어 자비롭기로 유명했다.

남들은 민씨에게 세상을 가엾게 여기는 기품이 있다고 칭송했지만, 정작 그녀는 어머니의 눈에서 자신을 향한 관심이나 애정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소설아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차분했다.

"어머니, 명주와 원태준이 제 침대에서 통정했습니다. 여덕을 지키지 않고 사사로운 도리를 저버렸으니, 후부의 가법에 따라 곤장 서른 대를 쳐야 합니다."

"여봐라, 저 둘을 끌어내라."

힘센 하녀 둘이 대답하며 들어오다가, 민씨의 자비로운 눈과 마주치자 발걸음을 멈추고 동시에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부인님, 저는 그저 설아의 방을 구경하러 왔다가 명주가 여기서 쉬고 있는 걸 보았을 뿐입니다."

원태준은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로 뻔뻔하게 변명했다.

"설아가 오해한 것입니다."

소명주가 겁에 질린 듯 말했다.

"어머니, 언니가 오해한 겁니다. 저희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소설아가 천천히 한 걸음 다가가 원태준의 옷깃 속에 비치는 붉은색을 낚아챘다.

붉은 원앙 속옷이 사람들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거기에는 소명주의 이름이 수놓아져 있었다.

소설아가 속옷을 들어 올리며 담담하게 물었다.

"그저 우연히 마주친 것뿐인데, 몸에서 왜 소명주의 속옷이 나오는 겁니까?"

현장에서 덮쳤고 증거까지 확실했다.

소명주와 원태준의 안색이 변했고, 염주를 굴리던 민씨는 손을 멈칫했다.

소설아가 고개를 돌려 하녀들을 바라보았다.

"뭘 멍하니 서있는 것이냐, 어서 저 둘을 포박하거라."

두 하녀는 민씨의 눈치를 보았다.

민씨는 다시 손안의 염주를 돌리기 시작했다.

"정말 그렇다면 가법을 집행해야겠구나."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그 속옷 좀 이리 주거라."

소설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속옷을 건네주었다.

민씨는 그것을 집어 들고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

"이건 명주의 속옷이 아니다."

소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리가요, 이름까지 수놓아져 있는데요."

그녀는 이름이 수놓아진 면을 보여주려고 앞으로 다가갔다.

민씨가 한 걸음 물러나며 눈짓을 하자, 두 하녀가 다가와 소설아를 가로막았다.

"설아야, 여인에게 명성은 목숨과도 같다. 명주는 네 동생인데 어찌 감히 모함하고 누명을 씌울 수가 있느냐."

민씨는 태연하게 속옷을 챙겨 넣었다.

침대에 누워 있던 소명주가 억울한 듯 눈을 내리깔았다.

"어머니, 저는 언니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제 명성은 언니의 행복에 비하면 조금도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소설아는 멍해졌다.

꿈속에서도 어머니는 이토록 편파적이었다.

그때 갑자기 민씨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소설아는 뺨을 얻어맞아 고개가 돌아갔고, 귀에서 웅웅거리는 이명이 들렸다.

너무 아팠다.

'꿈인데 왜 이렇게 아픈 걸까…'

"설아야, 기어코 네 동생을 죽여야 속이 시원하겠느냐?!"

"남의 집 언니들은 어떻게든 동생을 감싸려 애쓰는데, 너는 어찌하여 매일 동생의 허물만 들춰내며 동생이 죽기만을 바라는 것이냐!"

"내가 어쩌다 너같이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짐승을 키웠단 말이냐!"

민씨는 분에 못 이겨 가슴을 들썩이며 소설아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여봐라, 큰 아가씨를 끌어내어 곳간에 가두어라!"

하녀 둘이 달려들어 그녀를 붙잡고 곳간으로 끌고 갔다.

눈앞에 펼쳐진 익숙하면서도 낯선 광경에 소설아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스쳤다.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녀는… 회귀한 것이었다.

고개를 숙여 보니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새로 생긴 흉터가 보였다.

이것은 그녀가 열여섯 살 되던 해, 민씨에게 줄 약을 직접 달이다가 실수로 데인 상처였다.

그녀는 열여섯 살의 그해로 회귀한 것이다…

소설아는 노부인의 손에서 자랐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노부인을 따라 집안 살림을 배우고, 후부의 가업과 재산을 도맡아 관리해 왔다.

후부의 씀씀이가 워낙 컸기에, 그녀가 벌어온 은자로 겨우 체면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온 가족은 그녀의 헌신을 누리면서도 뒤에서는 그녀가 장사를 하느라 바깥을 나돌아 후부의 명성을 깎아먹는다고 멸시했다.

큰 오라버니가 기방의 기녀를 아내로 맞으려 할 때 그녀는 결사반대했다. 하지만 출세한 큰 오라버니는 이렇게 말했다.

"소설아, 네가 내 일생의 정인을 잃게 만들었다!"

둘째 오라버니의 다리 부상이 심각했을 때도 유명한 의원을 불러 다리를 고쳐준 것은 그녀였다. 그러나 무장이 되어 공을 세운 둘째 오라버니는 그녀가 쓸데없이 참견하고 공을 내세운다며 싫어했다.

막내 동생이 가난한 선비에게 마음을 품었을 때도 그녀가 가로막으며 득실을 따져주었다. 지위 높은 집안으로 시집가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 막내 동생은 오히려 그녀를 뼛속까지 증오했다.

아버지가 권세가에게 미움을 사서 감옥에 갇혔을 때도 있었다.

소설아는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거금을 쏟아부었다.

그날 그녀는 단왕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얇은 옷 한 벌만 걸친 채 얼음판 위에서 한 시진 동안 춤을 추었고, 마침내 단왕비의 도움을 약속받았다.

그녀는 몸이 시퍼렇게 얼어붙고 기력이 다해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이미 풀려나 있었고, 가족들은 화기애애하게 별장에 온천욕을 가기로 의논하고 있었다.

그녀의 생사 따위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동생이 복덩이라서, 동생이 지극정성으로 불공을 드려 하늘을 감동시킨 덕분에 아버지가 누명을 벗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를 믿어주는 이는 없었다.

그때서야 그녀는 알게 되었다. 자신은 그저 남의 둥지를 차지한 가짜 딸이었고, 소명주가 그들의 진짜 친동생이자 친딸이라는 사실을.

예전에 소명주를 잃어버리고 민씨가 상심에 빠지자, 소설아는 그저 민씨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거두어진 버려진 아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제 친딸을 찾았으니, 도구였던 그녀는 버려질 차례였다.

어쩐지,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해도 가족의 진심을 얻을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심지어 정혼자인 원태준마저 그녀가 계산적이라며, 소명주처럼 순수하고 착하지 못하다고 타박했다.

결국 그날, 후부 식구들은 그녀에게 약을 먹여 마부와 한 침대에 던져놓고는 불륜을 저질렀다고 모함했다. 가법으로 그녀의 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그녀가 가진 재산마저 모두 빼앗아 버렸다...

온 가족이 그녀를 증오하고 혐오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입에 발린 소리만 잘하는 소명주는 가족들의 손바닥 위에서 애지중지 길러졌다.

그들의 눈에 그녀는 소명주의 만분의 일도 못 미치는 존재였다.

전생의 온갖 일들이 떠오르자 소설아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으며 가슴에서는 연신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런 혈육의 정 따위는 진작에 쓰레기통에 처박았어야 했다.

하녀들이 그녀를 붙잡아 곳간에 가두었고, 민씨는 곳간 앞에 서서 살짝 휜 눈매로 자비로운 척 가증스러운 낯짝을 들이밀었다.

"설아야, 오늘의 일은 다시는 입에 올리지 말거라. 여인에게 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도 잘 알지 않느냐. 네 시기심 때문에 명주는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잠도 이루지 못해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너는 입을 놀려 속이 시원할지 몰라도, 명주는 네 말 때문에 마음의 병을 얻었단다."

"하지만 명주는 마음이 착하고 순수해서 단 한 번도 너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네 오라버니들과 원씨 가문의 큰 공자님에게 너를 잘 대해달라고 늘 부탁하곤 했지."

"오늘 네가 명주에게 사과하지 않는다면, 어미로서 정도 베풀지 않을 테니 그리 알거라! 나도 가법을 쓸 수 있단 말이다!"

민씨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

소설아는 어둡고 습한 곳간 안에 서서 지붕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을 가만히 응시했다.

위원후부(威遠侯府)의 가법은 바로 장형이었다.

전생에 이미 겪어본 적이 있었는데, 한 번 겪으면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아주 아팠다.

"아가씨, 그냥 잘못했다고 하십시오. 곳간은 어둡고 습해서 몸이 아무리 좋아도 오래 있으면 병이 납니다."

단이가 억울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일단 사과하고 여기서 나가요."

소설아는 하늘의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

"걱정 말거라, 곧 나를 모시러 올 사람이 있을 테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인님의 곁을 지키는 오 어멈이 허겁지겁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가씨, 큰일 났습니다! 어서 가서 좀 말려주십시오! 세자 저하께서 기녀를 아내로 맞겠다고 버티고 계십니다!!"

소설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지며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보아라, 나를 모시러 올 사람이 벌써 도착하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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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하하하!”홍연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문을 힘껏 걸어 잠궜다.“부인, 저희 일가족이 벼랑 아래로 떨어지던 순간 제 마음이 얼마나 원통했는지 아십니까? 가엾은 제 아들은 고작 네 살밖에 되지 않은,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별장으로 향하는 소달구지에 앉아서도 천진난만하게 저를 위로했지요…”“저더러 별장은 정말 재미있는 곳이라고, 별장이 너무 좋다고… 걱정하지 말고 웃으라고 했었지요. 심지어 앞으로는 꼭 더 잘살 수 있을 거라며 절 다독이던 아이였답니다. 집안의 은자는 모조리 부인께 빼앗겼지만, 그래도 사람만 살아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부인께서 이토록 모질게 저희 일가족을 모조리 죽이려 드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홍연은 한참을 웃다가 이내 두 줄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일그러진 얼굴 위를 타고 흐르는 눈물은 슬픔보다 기괴함을 더 짙게 만들 뿐이었다.그녀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낸 뒤 서늘한 눈빛으로 민씨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다행히도 하늘이 제 목숨만큼은 거두지 않으셨고, 이렇게 다시 부인을 모실 기회까지 주셨네요. 부인께서는 평소 부처님을 굳게 믿으셨지요. 그렇다면 직접 말씀해 보십시오. 이런 걸 두고 인과응보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안타깝게도 이제 저는 혈혈단신이 되었습니다. 저희 일가족은 모두 부인께 충성을 다한 사람들이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비록 저 혼자만 살아남았을지라도 제 본분을 다해 성심성의껏 부인을 모시겠습니다.”희미한 촛불이 홍연의 일그러진 얼굴을 비추자 그 모습은 더욱 섬뜩해 보였다.민씨는 잔뜩 겁에 질린 채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섰다.“홍연, 네가 정녕 미친 것이냐?”문 앞까지 뒷걸음질 친 그녀는 황급히 문을 열려 했지만, 바깥에서 이미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민씨는 다급하게 문을 쾅쾅 두드렸다.“사람 없느냐! 여기 미친년이 있다! 당장 이 미치광이를 끌어내라!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 소설아! 당장 돌아오너라!”홍연은 커다란 맹수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86화

    “장옷을 벗고, 고개를 들어라.”홍연은 천천히 장옷을 벗어 던진 뒤 고개를 들고 정면을 바라보았다.입꼬리가 비뚜름하게 올라가자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더욱 흉측하게 일그러졌다.“부인, 홍연입니다.”민씨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너, 너…”분명 죽은 아이가 아니었던가.홍연의 눈빛 깊은 곳으로 음산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부인, 절 잊으셨습니까? 저는 오 어멈의 딸 홍연입니다. 제 어머니도 충직한 종이었고, 저희 일가 역시 대대로 충성을 바쳐온 종들이었습니다.”홍연의 집안은 대대로 민씨 가문에서 종살이를 해온 집안이었다. 민씨가 시집올 때 함께 후부로 따라왔고, 오 어멈은 그녀의 깊은 신임을 받으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중들던 어멈이었다.충성심만 놓고 보자면 그들 일가를 따를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하지만 아무리 충직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쓸모가 다하는 순간 가차 없이 버려지는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다.민씨는 겁에 질린 채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가까이 오지 마라! 나, 난 네가 필요 없다! 소설아, 당장 저 아이를 데리고 나가거라!”소설아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부인, 이 아이는 명주가 심혈을 기울여 찾아 보낸 사람입니다. 부인께서 마다하신다면 명주의 정성을 저버리는 셈이 되지 않겠습니까?”민씨는 품속에서 소명주의 편지를 꺼내더니 그대로 구겨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짓밟았다.“썩 물러가라! 필요 없다니까!”소설아가 홍연을 향해 가볍게 시선을 보내자, 홍연은 바닥에 떨어진 편지를 주워 들고 천천히 민씨에게 다가갔다.“부인, 무엇이 그리 두려우십니까? 저는 충심을 다해 반드시 부인을 잘 모실 것입니다.”벼랑에서 떨어진 뒤 그녀의 목소리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마치 거친 사포로 긁어낸 듯 쉰 소리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왔다.민씨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마치 저승에서 찾아온 악귀의 속삭임처럼 들렸다.소설아는 홍연이 건네준 편지를 받아 구겨진 종이를 정성껏 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17화

    소설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 어멈이 급히 모습을 드러냈다.“아가씨, 부인께서 부르십니다.”소설아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춘경원에 들어서자 민씨와 위원후, 소명준, 소명천이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문턱을 넘는 순간, 민씨의 날카로운 호통이 쏟아졌다.“이 불효막심한 년! 당장 무릎 꿇지 못하겠느냐!”말이 끝나기 무섭게 찻잔 하나가 날아왔다.쨍그랑!찻잔은 소설아의 발치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고, 날카로운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소설아는 담담한 얼굴로 두 걸음 물러서며 파편을 피했다.그러자 위원후가 버럭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11화

    “부인의 말씀대로라면 지체 높은 양반들은 쌀 한 톨, 소금 한 줌도 입에 대지 말고 바람만 마시고 살아야 하겠군요!”민씨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설마 이 지체 높은 부인들이 일제히 소설아의 편을 들며 자신을 몰아세울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얼굴을 굳힌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소설아의 손에 들린 꽃갈피를 강제로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그러나 소설아는 한 발짝 가볍게 물러서며 민씨의 손길을 매끄럽게 피했다.“꽃이 이토록 흐드러지게 피어나기까지, 부인께서는 그저 눈앞의 화려한 풍류만 보실 뿐 정작 이 꽃 한 송이를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08화

    삼황자는 오늘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나사 하나 빠진 놈과 이 귀한 시간을 낭비하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겠는가.그는 소명준과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황제께서는 아직 건재하셨고, 태자 또한 한창 기세를 떨치고 있었다. 자신은 귀비의 소생인 데다 외삼촌들마저 군부의 요직을 두루 차지하고 있어 처지가 몹시 미묘했다. 온 가문이 황제의 경계를 사고 태자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몸을 한껏 낮추고 있는 판이었다. 부중에 책사를 많이 두지 못하는 것 또한 같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74화

    후부의 손님들은 구황자가 왔다는 소리에 사색이 되었고, 겁이 많은 몇몇은 그 자리에서 바로 돌아가겠다며 서둘렀다.위원후는 손님들을 안심시킨 뒤 곧장 소설아를 찾아냈다."이 못된 것! 네가 그날 구황자에게 무슨 소리를 했길래 구황자 전하께서 여기까지 오신 거냐?!"소설아 역시 구황자가 왜 왔는지 알 수 없었기에 겁을 주듯 말했다."후작님,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후작님께서 구황자 전하께 무슨 결례라도 범하신 건 아닌지 잘 생각해보시지요."위원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는 최근에 저지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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