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2 화

Author: 영이
차에 탄 뒤 심지우는 임신 테스트기를 가방에 넣었다.

그때 비서 우영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언니, 갑 측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유물 약란을 내일까지 납품하라고 하네요.”

심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원래 납품일은 일주일 뒤로 정해져 있던 거잖아.”

“그쪽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담당자가 제시간에 납품만 한다면 비용은 문제가 아니라네요.”

심지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담당자에게 전해. 납품은 모레하고 비용은 50% 인상할 거라고.”

“하지만 그쪽 담당자 태도가 너무 강경한데...”

“모레가 최선이야.”

심지우는 단호했다.

“그쪽이 못 받아들이면 환불하겠다고 해.”

“네, 바로 회신할게요.”

전화를 끊은 심지우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다 실수로 실시간 검색어를 눌렀다.

변승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정확히는 변승현과 인기 여배우 주승희가 함께 실검에 오른 것이었다.

[인기 여배우 주승희, 재벌 남친과 파리에서 달콤한 일주일. 어젯밤 함께 귀국!]

사진에 변승현의 정면은 안 찍혔지만 옆모습 하나만으로도 심지우는 단번에 그가 맞다는 걸 알아챘다.

그녀는 그 사진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다 떨리는 속눈썹으로 실검을 나가 주승희의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역시나 새벽 다섯 시에 주승희는 일출 사진을 올렸다.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원점으로. 다행이야, 네가 아직 그 자리에 있어 줘서.]

심지우는 그 사진을 바라보며 변승현과 주승희가 함께 껴안고 일출을 감상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어젯밤 그렇게 급히 떠난 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구나.’

심지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비참한 자신의 모습을 조롱했다.

변승현의 마음속에 자신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녀는 자꾸만 그를 신경 썼다.

그녀는 비열한 도둑처럼 몰래 한 구석에 숨어 두 사람의 사랑을 엿보았다.

심지우는 자신의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고 불나방처럼 불 속으로 뛰어드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주승희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변승현이 곧 이혼을 요구할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이혼하면 그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져 남남으로 서로 상관없는 존재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때가 되면 마음 깊이 숨겨두었던 비루하고 어리석은 망상도 끝내야겠지...’

...

변씨 가문 본가에 도착한 심지우는 차를 임시 주차 구역에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나가는 도우미들은 그녀를 힐끗 보기만 하고 각자 할 일에 바빴고 심지우도 그 사람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변승현과 결혼한 지 5년이 흘렀지만 진숙희는 늘 그녀를 업신여겼고 그 영향으로 가사도우미들까지 그녀를 무시했다.

만약 변현민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절대 이 집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

아이의 맑은 목소리가 울리더니 심지우가 거실에 막 들어선 순간 익숙한 몸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엄마, 드디어 저 데리러 온 거예요?”

다섯 살 된 변현민은 나무늘보처럼 심지우를 꽉 끌어안으며 투덜댔다.

“아까 할머니가 엄마가 절 버렸다고 거짓말했어요.”

심지우는 순간 멈칫하며 진숙희를 쳐다보았다.

고급스럽게 차려입은 진숙희는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엔 우아하고 아름다운 외모의 주승희가 앉아 있었다.

여기서 주승희를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녀는 이내 수긍했다.

‘변승현이 주승희에게 청혼까지 했고 실검에도 올랐으니 이제 곧 공개한다는 의미겠지. 오늘 주승희가 변씨 가문에 와 있다는 건 어머니의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겠네.’

“엄마, 왜 말이 없어요?”

변현민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할머니가 한 말, 진짜예요? 엄마, 정말 아빠랑 이혼할 거예요? 저 버릴 거예요?”

심지우는 고개를 숙여 불안한 눈빛을 한 변현민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심지우는 마음이 아려왔다.

지난 5년 동안 그녀는 변현민을 친아들처럼 돌보며 모든 일에 직접 나섰고 진정한 모자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혼 후에 변현민과 헤어지게 될 걸 생각하니 심지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현민아, 이리 와.”

진숙희가 변현민을 향해 손짓했다.

“싫어요!”

변현민은 심지우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전 엄마랑 집에 갈 거예요.”

진숙희가 굳은 얼굴로 날카롭게 말했다.

“할머니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심지우는 네 엄마가 아니야. 네 엄마는 이분이야. 인기 여배우, 주승희.”

그 말에 심지우는 자리에 얼어붙었다.

‘현민이의 친엄마가 주승희라고? 하지만 승현 씨가 현민이 생모는 이미 죽었다고 했는데... 설마 지금까지 나를 속인 건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이별은 나의 시작   894 화

    “왜인지는 묻지 마세요.”손현희는 화가 나서 헛웃음을 터뜨렸다.“말을 못 하겠다는 거야? 함명우, 내가 말해두는데, 만약 네가 지금 당장 사실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일 난 직접 그 임다해라는 사람을 찾아갈 거야. 변호사 데리고! 그 4000억을 토해내게 할 거야! 걔가 뭔데? 왜 우리 함씨 가문의 돈을 줘야 하지?”“엄마,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이 일은 제발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어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게 해주세요.”“네가 처리한다고?”손현희는 병상 위의 위민정을 가리키며 화가

  • 이별은 나의 시작   893 화

    위민정은 깊이 잠들어 있었고 몸은 아주 차가웠지만 이마는 뜨거웠다.손현희는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방에서 나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병원에 가야 해, 열이 나고 있어.”그 말을 듣자 함명우의 얼굴이 굳어졌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손현희가 그를 막아섰다.“너 또 뭐 하려고?”“제가 위민정을 안아서 차에 태우고 병원에 데려갈게요.”함명우는 손현희를 바라보며 힘겹게 침을 삼켰다.“엄마, 저 정말 잘못했어요.”“이제 와서 잘못을 깨달았어? 이미 늦었어!”손현희는 다시 한번 함명우의 뺨을 때렸다.“이젠 민

  • 이별은 나의 시작   892 화

    축축하게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볼품없어 보였지만 함명우는 지금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방으로 돌아온 함명우는 위민정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위민정의 입가가 터져 있었는데 아마도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부딪힌 듯했고 팔꿈치에도 멍이 몇 군데 있었다.함명우는 그녀의 목에 남은 손자국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자신을 세게 한 대 후려쳤다.얼굴의 통증은 그의 마음속 후회를 조금도 줄여주지 못했다.‘내가 정말 미쳤지. 왜 그렇게까지 통제력을 잃었지?’위민정은 의식을 잃은 채 깨어나지 않았고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함명우는

  • 이별은 나의 시작   891 화

    밤하늘은 먹물을 끼얹은 듯 어두컴컴했고 본래는 평온해야 할 밤이었지만 갑자기 몇 줄기 강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랐다.곧이어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며 하늘에서 물을 퍼붓듯 폭우가 쏟아졌다.위민정의 비명은 천둥소리에 묻혔다.타닥, 타닥.굵은 빗방울이 유리창을 때렸다.욕조에서 물이 튀었고, 축축한 긴 머리카락이 강제로 잡아당겨졌다.가냘픈 손목은 거칠고 큰 손에 붙잡힌 채 욕조의 단단한 가장자리에 짓눌렸다.그로 인해 그녀의 소리가 막혔고 그 순간, 죽음에 이르는 듯한 절망감이 또다시 위민정을 덮쳤다.눈가에 눈물이 굴러떨어지

  • 이별은 나의 시작   890 화

    집사는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함 대표님, 저희는 절대 무례를 범하려던 게 아닙니다. 하지만 아가씨께서는 이혼하려는 의지가 확고하시고, 저희에게 함 대표님이 오시면 손님 대접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그저 아가씨의 뜻을 따르는 것뿐이니 저희를 난처하게 하지 말아주세요.”“저는 당신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아요.”함명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하지만 저는 지금 위민정을 봐야겠어요. 그 누구도 저를 막을 자격 없어요!”“함 대표님...”집사가 막으려 했지만 함명우는 키가 크고 다리가 길었기에 그를 훌쩍 넘어서 2층으로 성

  • 이별은 나의 시작   889 화

    밤 10시 반, 위민정은 약을 먹고 불을 끈 뒤 누웠다.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그녀는 금세 잠들었다.새벽 1시, 롤스로이스 한 대가 위씨 가문의 대문 앞에 멈춰 섰다.차의 헤드라이트가 환하게 켜져 경비실에 있던 경비원이 눈을 찡그렸다.이내 운전석 차창이 내려가자 남자의 차갑고 단정한 얼굴이 드러났다.경비원은 한눈에 그 사람이 함명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위씨 가문의 사위잖아. 아니지, 점심에 집사가 우리를 불러 회의하면서 말했어. 이 사람은 이제 위씨 가문의 전사위야.’회의 마지막에 집사는 특별히 경비원에게 당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