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결혼식 하루 전날, 남편 고연준이 갑자기 말했다. “결혼식 일주일만 미뤄. 나 출장 가야 해.” 나는 남편의 무심한 모습을 바라보며, 어젯밤 그의 비서가 보냈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고 대표가 결혼 전에 나랑 같이 세계여행 한번 다녀오고 싶대. 괜찮지?] 나는 남편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말없이 결혼식을 취소했다. 다음 날, 고연준과 소윤지는 에펠탑 아래에서 뜨겁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나는 홀로 병원에 가서 아이를 지웠다. 사흘째 되는 날, 고연준과 소윤지는 부르즈 할리파의 통유리창 앞에서 서로에게 솔직해졌다. 그때 나는 고연준의 어머니에게 이제 고연준과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알렸다.
Ver mais순간 온몸이 바짝 긴장했다.그동안 과거를 완전히 털어냈다고 자부했지만, 이 인간을 보자 마음속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진성훈은 그런 내 이상함을 느꼈는지, 내 손을 살며시 토닥여 주었다.“괜찮아, 내가 있잖아.”“그래도 오늘은 확실하게 끝을 내는 게 좋겠네.”진성훈은 내 눈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내가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힘이 담겨 있었다.그 뜻을 알아차린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성훈이 나를 데리고 고연준의 앞으로 갔다.고연준은 내가 나타나자마자 급히 소리쳤다.“드디어 나를 만나주려고 나온 거야? 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동안 매일 후회하고 있었어.”“나도 정말 변했어. 앞으로 모든 사랑을 너에게 줄게. 제발 나를 용서하고 내 곁으로 돌아와 줘.”“나는 정말 너 없이는 안 돼.”나는 그 따갑게 꽂히는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 입을 열려던 찰나, 진성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는 옛날에 네 아버지와의 인연을 생각해서 고씨 가문을 한 번 봐준 거야. 그런데 감히 지연이 앞에 나타나?”“내가 경고했지? 네가 지연이에게 상처를 입혔기 때문에 고씨 가문이 지금 이 지경이 된 거라고.”“내가 경고했는데도 못 알아들은 거야?”진성훈의 짧은 몇 마디는 내 마음을 크게 뒤흔들었다.‘내가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고씨 가문이 이 꼴이 됐다는 게 무슨 말이지?’문득 떠오른 사실이 있었다.내가 회사에 입사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진성훈이 갑자기 부임해 왔다는 것.“마지막으로 경고할게. 앞으로 감히 내 약혼녀에게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였다가는 고씨 가문을 모조리 쓸어버릴 거야.”진성훈의 말에는 살기가 가득 배어 있었다.고연준은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면서, 뭔가 말하려고 입을 벌렸다.하지만 말이 턱밑까지 올라왔다가도 끝내 내뱉지 못했다. 그저 풀이 푹 죽은 채 연화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연준이 떠난 뒤, 진성훈의 시선이 다시 내게 향했다.내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걸 본 진성훈의 눈동자에 당황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한 채, 나는 진성훈의 심판만 기다렸다.진성훈은 다시 전화를 받았다.통화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고, 내 머릿속에는 그저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다.‘망했어...’얼마나 지났을까, 진성훈의 전화가 마침내 끊어졌다.진성훈은 몸을 돌려 나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어제 일 때문에 회사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어. 그래서...”나는 순간 얼음 구덩이 속에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나는 이 일을 정말 좋아했고, 이곳에서 내 가치를 찾으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나는 황급히 사정했다.“죄송합니다. 진짜 고의가 아니었어요. 해고만은 제발 하지 말아 주세요. 앞으로 회사를 위해 소나 말처럼 일하겠습니다.”“해고하겠다는 말은 안 했어. 그런데 회사 쪽에서 내리는 조치를 네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네.”이 말에 나는 기쁨에 가득 찼다.“받아들일게요. 당연히 받아들입니다. 무슨 요구든 다 수용할게요.”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성훈의 눈동자에 기쁨이 스치는 걸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차가운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 표정도 없었다.“좋아. 그럼 지금부터 너는 내 여자친구야. 다음 달에 나랑 본가에 가서 약혼하자.”“네, 좋아요. 네? 방금 뭐라고 하셨죠?”무심코 말을 끝낸 뒤에야, 비로소 내가 들은 말의 의미를 하나씩 이해하기 시작했다.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진성훈은 내가 멍해 있는 걸 보고 다가왔다.“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무슨 이견이라도 있어?”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진성훈을 바라봤다. 진성훈은 그런 나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회사에 쏟아지는 여론의 압박을 잠재우려면 방법은 하나야. 네가 정말 내 여자친구라면 이번 일도 자연스럽게 잠잠해질 거야.”나는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았다.“그러니까 대표님 뜻은 연기를 하라는 거죠? 저는 괜찮습니다!”나는 황급히 차렷 자세로 대답하면서, 혼자 엉뚱한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속으로는 몹시 부끄러웠다.“그래.”진성훈은 차갑게 대답했지만, 그의 얼굴에 뭔가 묘
“내가 잘못했어. 돌아와.”고연준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꼴은 정말 구역질 나도록 역겨웠다.“설마 내가 당신 아니면 결혼도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내 남자친구보다 나은 게 뭐가 있는지 한번 말해봐.”“집안? 능력? 한 사람만 바라보는 거? 아니면 잠자리 실력?”“솔직히 말해서 성훈 씨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어.”고연준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버렸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난 못 믿어.”나는 순간 기가 막혔다.이 죽도록 뻔뻔한 태도는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하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내 허리를 감싼 손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다음 순간, 진성훈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뭔가 떠올라서 진성훈에게 맞춰주기 시작했다.무려 1분 동안 키스한 뒤에야 입술을 뗐다.나는 무릎을 꿇고 있는 고연준을 차갑게 흘겨본 뒤, 진성훈의 팔짱을 끼고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다.고연준은 미세하게 떨면서도 끝까지 매달렸다. 곧바로 나를 쫓아와서 내 팔을 꽉 붙잡았다.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진성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연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아파하는 거 안 보여?”이내 진성훈이 거칠게 내팽개치자, 고연준은 그 힘에 밀려서 바닥에 나뒹굴었다.하지만 고연준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다시 달려들었다.“나 속이는 거지? 네가 어떻게 진성훈과 함께할 수 있어?”“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동안 나도 반성했고, 소윤지도 해고했어.”“이제 내 마음속에는 너뿐이야. 돌아와 줘. 우리 바로 결혼하자. 내 모든 것을 다 너에게 줄게.”나는 고연준의 손에 든 반지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너는 반지조차 제대로 준비하는 게 귀찮았나 보네. 이 반지가 예전에 소윤지에게 주문해 준 거라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이 말을 마치고, 나는 다시 진성훈의 팔짱을 끼고 대표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고연준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지만, 진성훈을 상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진성훈은 고연준
나는 그동안 고연준에게 모든 것을 바쳤고, 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사랑했다.청춘을 낭비한 대가로 이런 결말을 맞았지만, 이제부터 나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예전의 김지연을 되찾을 것이다.집에 돌아온 후, 나는 이전의 모든 것을 깨끗이 털어냈다.고연준과 관련된 모든 흔적을 전부 지워버렸다.그 후 나는 꼬박 반년 동안 몸을 추슬렀다.의사조차 그 시기가 정말 위험했다며, 자칫하면 자궁이 처져서 평생 아이를 갖지 못할 뻔했다고 말했다.나중에 가족들이 내게 일자리를 하나 마련해 주었다.그런데 그 일이 나를 또 다른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다만 이번 소용돌이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내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회사에 진성훈이라는 대표가 갑작스럽게 부임했다.동료들은 진성훈에게 ‘사탄’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진성훈은 일 처리가 누구보다도 빨라서, 오전에 발표한 변경 사항은 오후가 되면 바로 시행해야 할 정도였다.게다가 늘 사람을 얼려 죽일 만큼 냉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모든 직원의 업무 강도가 급격히 올라갔고, 물론 그와 함께 급여도 올라갔다.그렇게 내가 입사한 지 한 달여 만에 회사는 적자를 벗어나 흑자로 돌아섰다.나도 많은 것을 배웠고,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원이 되었다.나중에는 대표 비서까지 맡게 되었다.아마 비서가 된 일 때문에, 고연준이 회사 주소를 알아내고는 바로 쳐들어온 모양이었다.“드디어 너를 찾았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그동안 비로소 깨달았어. 내게 진심인 사람은 너뿐이고, 내가 깊이 사랑할 사람은 너뿐이라는 걸.”고연준은 나를 보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고 손에 들고 있던 꽃과 반지를 내밀었다.“나를 용서해 줘. 우리 다시 시작하자.”이런 행동은 자연스럽게 동료들의 시선을 끌었다.“저 사람 연세그룹의 고 대표 아니야? 우리 그룹이랑 경쟁 관계라 자주 봤는데.”“너무 로맨틱하다. 지연 씨 정말 복 받았네. 나 같으면 무조건 결혼했을 거야.”“손에 든 반지 좀 봐.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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