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언니, 우리 민성시립대학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할까요?]하연은 그제야 자신이 최근에 외출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너희들 지금 어디 있니? 내가 사람을 보낼게, 이 쪽으로 같이 와.]한 시간 뒤.DS그룹 빌딩 입구에서 기자들은 시간을 끌며 떠나지 않고 모두 사진을 한 차례 더 찍기 위해 하연이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그때 업무용 차량 한 대가 멈추고 차에서 똘똘한 눈을 가진 학생 셋이 내렸다.눈치 빠른 기자는 한눈에 맨 앞의 소녀가 올해의 B시 대학 입시 수석 합격자인 김혜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뒤에 있는 두 남자아이 역시 김혜인에 못지 않은 실력자였다. 각각 이과 제1위 정성민과 올해 청소년문학상(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받은 전시원이었다.그들의 윗입술 위 인중에는 모두 옅은 수술 흉터가 있는데, 그것은 선천성 구순구개열 수술 흔적이었다.마침 11월, 바로 대학입시가 결과가 나올 때 유명인들의 스캔들 외에 대학입시 결과도 네티즌들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카메라와 마이크가 김혜인과 친구들 앞으로 다가왔다.“우선 김혜인, 정성민, 전시원 세 학생이 매우 높은 점수로 민성시립대학교에 합격한 것을 축하합니다.”보통 얼굴에 결함이 있는 아이들은 카메라를 마주하면 다소 열등감을 느끼고 부끄러워하지만, 이 세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웃으며 학생답게 말했다.“감사합니다.”“세 학생이 정말 어려운 가정에서 전국의 학생들이 동경하는 민성시립대학교에 합격했네요. 학생들의 실력과 정신력 모두 대단합니다. 혹시 이번 입시에서 합격한 학생들만의 비결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예쁜 언니가 항상 우리를 후원해 주셨어요.”“그분은 저와 친구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모든 비용을 지원해 주셨고, 또 저희 사는 동네에 의료전문가를 보내주셔서 구순구개열 수술을 받도록 도와주셨습니다.”“입시 준비 기간동안 저희에게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주셨어요.”기자들은 비록 스캔들이나 가십을 캐내려고 질문할 때 일부러 지나치게 자극적인 언사로 극단적인 추측성 기사
하연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맞아, 내가 그 사람 맞아.”“근데 어떻게 언니를 그렇게 욕할 수 있어요? 제가 내려가서 다 말할게요!” 전시원은 셋 중 성격이 가장 급했다.“나도 같이 가!”“나도!”“아니야, 잘못한 게 없으면 결국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야.” 하연은 자신을 염려하고 편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오해하지 않으면 돼.”하연은 세 아이들에게 대학에 입학하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같은 것들을 물어보고, 모두 자기에게 말하라고 했다. 생활비로 쓸 카드를 줘서 너무 빠듯하게 살지 않아도 되게끔 처리했다.또한 자신이 후원자임을 알리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신신당부한 뒤 경호원을 배치해 지하 주차장을 통해 세 아이를 내보냈다.세 아이를 보내자마자 나운석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그는 최근에 하연의 지시로 자주 출장을 갔는데, 하연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기꺼이 먼 길을 자청해서 다녔다.전화에서 그는 하연에게 먼저 언론의 보도가 얼마나 악의적이고 날조됐는지를 비난하고, 또 하연을 위로하며 하연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속히 귀국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하연은 한참 몰래 웃다가 목청을 가다듬고 대답했다.“이번에 M국에서 업무가 끝나면 D국으로 돌아와 며칠간 있으면서 할아버지 생신연회에 참석해도 됩니다.”운석은 하연의 말에 신나서 전화를 끊었다.최하민이 다시 문을 밀고 사무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웃는 모습을 보고, 한결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원래 너랑 이틀 동안 같이 있을 생각이었는데, 이사회에 일이 좀 있어서 오늘 가야 돼. 나는 이번에 하경이와 함께 가고, 하성이가 너랑 같이 있어줄 거야.”하연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턱을 책상에 괴고 엎드렸다.“셋째 오빠는 너무 시끄러운데.”“하성이가 있어야 네가 안 심심할 걸.”“알았어요, 큰오빠랑 둘째 오빠도 기운 내요.”아마도 주가 하락 문제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다. 꼭 하민이
하성은 해외로 전화를 걸었다.“팀 최정예 멤버 전원 다 일어나서 지금 온라인으로 내 동생과 게임하도록 해주세요.전문 바텐더가 방금 만든 칵테일을 하연에게 건네주었다.“몇 분만 기다리면 사람들이 곧 들어올 거야.”하연은 힘없이 게이밍 다리를 동그랗게 하고 의자에 앉아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바다 건너 G국은 현재 시간 새벽이었다.EDF e스포츠 클럽의 책임자 존은 전화를 받고 깜짝 놀라 일어나서 즉시 슬리퍼를 신고 팀원들의 방 입구로 달려가 급하게 팀원들을 소집했다.3분 뒤 잠에서 덜 깬 팀원들은 담요를 걸치고 하품을 연발하며 방에서 나왔다.“존, 지금 새벽이야. 평소에 새벽 훈련하지도 않는데 뭐하는 거야!”존 역시 다크 서클이 확연했지만 겨우 기운을 쥐어짜내서 신나는 척했다.“여러분 잘 들으세요! 우리 팀 사장님한테서 방금 연락이 왔어요.”팀원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소문으로만 듣고 실제로는 만난 적이 없는 사장, 말보다는 돈이 더 많은 부자로서 분기마다 EDF에 600억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큰 대회에서 우승하면 금액이 더 높다.얼마 전 EDF가 ‘위너스 클럽' 글로벌 파이널에서 우승하자 사장은 2000억원의 큰 보너스를 지급했다.그날 밤은 우승이라는 명예보다 어마어마한 현금폭탄 때문에 팀원 전체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전원 30초 내로 로그인한다! 사장님의 여동생과 함께 탑을 밀어버리는 거야!”팀원들은 1초라도 늦을 세라 재빨리 컴퓨터 책상 앞으로 달려갔다.존은 멤버들을 다 자리에 앉히고 즉시 하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성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응, 멤버들이 게임하면서 내 동생 플레이에 좀 신경 써주고, 바론은 내 동생이 죽이게 넘겨주면 돼.]“알겠습니다.”하성은 전화를 끊고 하연을 게임에 접속시켰다.새로운 판이 시작되어 탑, 정글러, 미드, 서포터가 모두 자리잡고 나자 하연이 나타나 닉네임을 ‘바론은 내가 죽인다’로 고친 후 게임을 시작했다.짧디짧은 15분의 플레이 후 하연의 마지막 일
하성은 담담하게 존에게 연락했다.“팀원들에게 경기 잘 하라고 하세요. 상금이 적지 않을 겁니다.”그런 다음 전화를 끊었다.“오빠, 언제부터 게임팀에 투자했어요?”하연은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면서 궁금한 표정으로 하성에게 물었다.“아직은 게임 초보잖아, 맨날 지기만 하고. 팀 동료들에게 원망을 들을 수도 있어. 그래서 홧김에 4 천억원을 들여가지고 사람들을 찾아서 팀을 만들었는데, 아직은 잘 안돼. 돈을 들이붓기는 하는데 팀 성적은 그냥 그래.”하성은 게이밍 의자를 흔들며 제멋대로 웃었다.“앞으로 이 팀은 네 거야. 오늘 너한테 선물하는 거야.”하연은 윙크했다.“그럼 잘 받을게!”핸드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고 하연은 생각없이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뜻밖에도 상대방이 한 번 더 전화를 걸어왔다.“여보세요.”[최하연, 내가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았으면 손가락질 당하면서라도 와서 우리 혜경이한테 곱게 사과해.]민진현은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에게 단체로 욕을 먹는 기분이 어떠냐?]하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아, 이 정도 실력이세요?”하연은 여유롭게 말했다.“당신이 수십 년 동안 업계 탑을 달리길래, 이제 다른 능력도 좀 있나 했더니, 수법이 다 시정 잡배나 하는 짓거리네요.”“도박으로 판 당 몇 백만 원씩 벌고, 경호원들 시켜 협박이나 하고, 사방에 유언비어를 날조하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동네 깡패나 하는 짓인데, 다른 사람 앞에서 덕망 높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요?”[비록 내 수법이 어디 내놓기 부끄럽기는 해도, 너를 B시에 발도 못 붙이게 하기는 충분하지.]민진현은 냉혹하게 흥얼거렸다.[이것이 마지막 기회야. 네가 내 반지를 돌려주면 혹시 아나? 내가 기분이 좋아져서 너에 관한 악성 루머에다 물타기 좀 하라고 할지.][그래도 네가 내놓지 않으면...]전화기 너머의 민진현의 목소리는 대단한 수단이라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안 내놓으면 어쩔 건데요?”
첫 비행기 사고에서 하연은 한서준이라는 남자의 실체를 확실히 깨닫고 자신의 결혼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잘해 주는 만큼 상대도 나에게 잘 할 거라고 생각했던 착각에서 깨어난 것이었다.근데 두 번째는?돌고 돌아 제자리였다.‘내 옆에는 아무도 없구나.’하연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깨진 휴대전화 액정을 쳐다보며 침묵에 잠겼다.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져 흠뻑 젖었다.이때 갑자기 밖에 광풍이 세차게 불었다. 헬리콥터 한 대가 천천히 착륙했고, 이어서 양복과 가죽 구두를 걸치고 귀티 나는 키 큰 남자가 내려왔다.그의 표정은 침착하고 의연했다. 착륙한 후 한눈에 자신이 찾으려는 사람을 알아보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헬리콥터의 소리가 너무 커서 구조된 다른 승객들은 모두 걸어 들어오는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모두들 이 남자가 누굴 데리러 왔는지 궁금해했다.“멋져, 다친 공주님 데리러 온 거야!”하연은 그 사람들이 말하는 방향으로 볼 기분이 아니었다. 다만 이 말을 들은 후 눈물이 펑펑 쏟아져 멈추지 않았다.다들 친구나 가족들이 데리러 왔지만 하연만 여전히 혼자였다.사방이 갑자기 조용해지고 차분한 발자국 소리가 하연의 귀에 들렸다. 점점 또렷하게 들려왔다.하연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들어 발자국 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뒤에는 온통 불빛이었고, 남자는 부상당한 승객들의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을 뚫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누구인지 똑똑히 보려고 노력했는데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서 윤곽만 겨우 보였다. 아주 익숙한 실루엣이었다. 점점 더 가까워지자 하연은 자기도 모르게 그 이름을 불렀다.“부... 상혁?”발자국 소리가 하연 앞에서 멈추고 상혁의 따뜻한 손이 하연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상혁은 엄지손가락으로 하연의 눈물을 가볍게 닦았다. 마치 하나밖에 없는 보물을 대하는 것 같았다.“나 왔어, 하연아.”낮고 강한 상혁의 목소리는 하연의 마음속 불안을 잠재웠다. 마치 따뜻한 태양이 안개를 비
최동신은 손자 삼형제를 데리고 거실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다.모두 사고 뉴스 보도를 보면서, 처음에는 하연이 무사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지만, 생각할수록 뭔가가 맞지 않았다. 어쩌다 이 두 사람이 이미 인터넷에서 커플이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최하성은 후회막급이었다. 급히 친구를 만나러 가지 말았어야 했다. 하연 혼자 비행기를 타고 D국으로 돌아오게 해서는 안되는 거였다.부동건은 이 때 손님을 맞기 위해 혼자 거실에 있다가 아들과 아내가 나오자 바로 안심했다.“상혁아, 얼른 최 회장님께 인사드려.”상혁은 앞으로 나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회장님, 안녕하세요.”“음.”최동신은 감색 한복을 입었다. 머리카락이 이미 백발에 가까웠지만 몸도 건강하고 정신도 또렷했다.하민과 상혁은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원래 동창으로서 평소에 관계가 좋은 편이었다.하경은 마치 데이터를 분석하는 듯한 눈빛으로 상혁을 살펴보았다. 마음속으로는 다음에는 상혁의 컴퓨터를 해킹하여 그의 사생활과 인품을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하성은 팔짱을 낀 채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 ‘대체 어떤 인간이 나만의 하연이를 빼앗으러 왔지? 자기 힘으로 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하연이 지금 자고 있어요.”상혁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동생을 왜 이렇게 친하게 하연이라고 불어요?”하성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먼저 물었다.“무례하게 굴지 마라!” 최동신은 하성에게 경고했다.최동신은 고개를 돌려 위엄 있는 말투로 말했다.“지금 언론에서 자네와 우리 하연이에 대해 말이 많은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하연이를 시집보내는 것이 네 소원일세. 물론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고.”조진숙은 이 일을 꺼내자마자 매우 흥분했다.“우리 상혁이가 하연이 항공편에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만사를 제쳐두고 헬리콥터를 타고 공항에 가서 찾아 데려왔는데, 이것만 봐도 100점을 주고도 남지 않겠어요?”부동건은 물론 조진숙과 마찬가지로 하연을 며느리로 삼고 싶어서 얼른
똑같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 뉴스에서 상혁이 하연을 안고 가는 장면을 보고, 서준은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억제할 수 없었다. ‘저 여자는 정말 전남편쯤은 전혀 안중에도 없단 말이야?’ 서준은 서류철을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순식간에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한 대표님, 모레 칼리파 호텔에서 최씨 가문의 최동신 회장님의 칠순 연회가 있습니다. 저희도 초청되었는데 바로 비행기표를 예매할까요?” 구동후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예매해!” ... 밤의 칼리파 호텔. 이때 펜트하우스에는 전 세계 최고 부자인 최동신의 70세 생일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전 세계의 손꼽는 부호들이 모두 가족을 데리고 참석했다. 연회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는 외국에서 공수해 세계 최고의 프랑스 요리사를 직접 초청하여 조리했고, 연회의 음악은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를 초청하여 연주하게 해서 하객들이 연회를 충분히 즐기도록 준비했다. 한눈에 봐도 이번 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요 며칠간‘악녀 최하연’과 ‘여우 최하연’이라는 두 가지 화제의 열기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다. ‘예쁜 언니를 찾습니다.’ 화제는 점점 더 뜨거워지면서 온 온라인상에서 ‘예쁜 언니’를 찾아 그녀의 선행을 보도하려고 했다. 이번 연회에 초대된 사람들은 부자이거나 귀족이었기에 보안은 매우 엄격했다. 초청된 유명 인사들은 모두 최씨 가문의 의외의 계획에 놀랐는데, 최동신이 자신의 칠순 연회에서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은 어린 손녀를 소개한다고 해서 모두들 기대가 큰 상황이었다. 운좋게 이 일을 보도할 수 있게 선발된 기자들도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바로 대서특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 하연은 의상실에서 준비중이었다.하민은 M국의 가장 실력 있는 전문 스타일링팀을 초대했고,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화려한 드레스를 공수해 와 오늘 밤 하연을 가장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부를 남기고 떠났다. 하연은 상혁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하연아, 네가 나오는 그 순간을
연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중심 위치에서 최동신과 하민은 사람들과 인사말을 나누었는데 두 사람에게서 자연스러운 카리스마가 풍겼다. 민진현이 민혜경을 데리고 뒤에서 걸어왔다. “최 회장님, 칠순 축하드립니다.” 민진현은 최동신에 대한 존중을 담아 낮은 어조로 말했다. 최동신은 여전히 인사를 나누고 있었지만 눈빛이 점점 차갑게 가라앉았다. “민 회장님, 언제 다시 부호 순위 100위 안으로 복귀하셨나요?” 마치 윗사람이 우쭐대며 아랫사람에게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민진현은 이 말에 당황했지만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딱 100위입니다. 겨우 턱걸이했어요.” 민씨 가문과 최씨 가문의 세력 차이가 너무 컸고, 이번에 부호 순위 100위 안에 들기 위해 민진현은 많은 힘을 썼다. “오늘 밤 손녀를 소개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민진현은 옆에 있는 민혜경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제 손녀가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니, 회장님 손녀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혜경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최 회장님, 대표님 두 분을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하민은 혜경을 힐끗 쳐다보고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여동생에게 혜경 씨처럼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친구는 필요하지 않을 거 같군요.” 이 말을 들은 혜경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민진현은 하민이 하연의 사고를 두고 한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하민의 태도를 이해했고 하연을 생각하는 남자이니 이 정도 이야기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흥. 우리가 눈에 거슬리다 이건가? 상관없어! 네 할아버지에게만 잘 보이면 되니까.’ 여기까지 생각한 민진현은 잠시 후에 따로 기회를 봐서 최동신과 몇 마디 나누면서 다시 하연과의 일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럼 두 분 계속 연회를 즐기세요. 저희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최동신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민진현과 혜경을 힐끗 쳐다보고는 작별을 고했다. 민진현은 웃으며 대답했다. “예, 회장님.” 혜경은 한눈에 무리 속에서 서준의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