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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역전된 덫, 무너지는 옥좌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1 17:00:56

다음 날 오전 황실 내수사 특별 청문회 감사장

 

​거대한 국왕의 옥좌 아래 수십 명의 깐깐한 감사관들과 특종을 노리는 언론사 기자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어 장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황제 유종석은 완벽한 승리자의 여유를 숨긴 채 짐짓 근엄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상석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 화려하게 늘어진 진주 주렴 뒤에는 내명부의 수장 자격으로 참석한 황후 민시은이 미동도 없이 고요히 앉아 있었다. 

 

주렴에 가려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종석은 콧방귀를 뀌었다. 

 

보나 마나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제 황실 특별 감사를 시작하겠다."

 

​종석의 엄숙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감사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오늘 이 자리는 백성들의 피땀 어린 세금인 황실의 신성한 국고 5천억 원이 어찌하여 민석그룹의 불법 비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그 추악한 진실을 명백히 밝히는 자리다. 

 

핵심 증인인 재무부 박동식 회계관을 당장 안으로 들라 하라!"

 

​육중한 문이 열리고, 겁에 질려 파랗게 질린 표정의 사내 하나가 내수사 호위병들의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중앙으로 걸어 들어왔다.

 

​종석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 어리숙한 박동식의 입에서 '황후의 사주를 받았다'는 말 한마디만 떨어지면 시은과 민석그룹은 그 즉시 제국의 역적으로 몰려 완벽하게 끝장나는 것이었다.

 

​"박동식 너는 황실 재무부에 근무하며 국고가 민석그룹의 차명 계좌로 불법적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그 더러운 장부를 관리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것이 사실이냐!"

 

​종석의 협박에 가까운 매서운 호통에 박동식은 흠칫 몸을 떨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며 장내를 번쩍였다. 그러나 주렴 뒤에 앉은 시은은 그 소란 속에서도 그저 따뜻한 찻잔을 들고 여유롭게 작설차의 향을 음미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답해라!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것이냐! 황후냐 아니면 민현석 회장이냐!"

 

​박동식이 부들부들 떨며 마른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잠깐"

 

​감사장의 육중한 문이 거칠게 열리며 단호하고도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지닌 늙은 여인의 목소리가 장내의 모든 소음을 단숨에 압도했다. 

 

모두의 시선이 경악과 함께 문 쪽으로 쏠렸다.

 

​검은 자색의 최고급 당의를 입고, 백발을 비녀로 곱게 틀어 올린 채 김비서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한 여인 대한제국 황실의 가장 큰 어른이자 전대 황후인 '대비마마'였다.

 

​"어.... 어마마마? 어마마마께서 어찌 이곳에 몸도 편치 않으신 분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당황한 종석이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비는 서늘하고 매서운 눈으로 못난 아들을 한 번 쏘아본 뒤 천천히 감사장 중앙으로 걸어 들어왔다. 

 

기자들은 살아있는 권력의 상징인 대비마마의 등장에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다.

 

​"내가 평생을 바쳐 피눈물로 지켜온 이 숭고한 황실이 비리와 얄팍한 모략으로 썩어 문드러지는 꼴을 차마 가만히 볼 수 없어 이 노구를 이끌고 나왔습니다 폐하"

 

​대비마마의 묵직한 위엄 앞에 감사관들과 기자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대비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박동식을 차갑게 내려다보며 명했다.

 

​"박동식 네 입으로 진실을 고하거라 네가 관리했다는 그 더러운 비자금 장부 그것을 지시하고 빼돌린 돈을 차명 계좌로 세탁하여 가로챈 '진짜 주인'이 누구냐 한 치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내명부의 법도로 네 삼족을 멸할 것이다!"

 

​종석은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식은땀이 쏟아져 내리면서 마음이 불안해하고있었다.

 

"어째서 어머니가 저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묻는단 말인가? 

 

종석이는 무언가 단단히아주 치명적으로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말해라! 황후의 친정인 민석그룹이 아니더냐! 똑바로 말해라!"

 

​초조해진 종석이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지만 박동식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종석이 아닌 대비마마와 주렴 뒤의 시은을 향해 깊이 조아렸다. 

 

그리고 장내를 완전히 뒤집어놓을 거대한 폭탄 발언을 던졌다.

 

​"소... 소인은 억울하옵니다! 소인은 그저 신아리 마마의 수하가 건네준 완벽하게 조작된 장부를 민석그룹의 것인 양 둔갑시켜 증언하라는 끔찍한 협박을 받았을 뿐이옵니다! 실제 5천억의 국고가 흘러 들어간 차명 계좌의 실소유주는신아리 마마의 친인척들 명의로 위장된 해외 페이퍼 컴퍼니들이었습니다!"

 

​"뭐....뭐라?!"

 

​감사장이 폭탄을 맞은 듯 발칵 뒤집혔다. 

 

기자들은 미친 듯이 수첩에 펜을 휘갈겼고종석은 거대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네.... 네 이놈! 네놈이 감히 황제인 나를 기만하고 거짓말을 해?! 저 미친놈을 당장 끌어내라!"

 

​"가만히 두지 못할까!"

 

​대비의 호통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그녀의 곁에 서 있던 김비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두툼한 서류 뭉치를 번쩍 들어 올렸다.

 

​"박동식 회계관의 증언을 완벽하게 뒷받침할 명백한 증거 자료입니다! 신아리 마마의 지시로 설립된 유령 회사들의 자금 흐름도와 그곳으로 흘러간 황실 수표의 일련번호가 정확히 100% 일치하는 내역서입니다! 이 증거들은 모두 민석그룹의 한비서님과 황후 마마의 공조로 적법하게 입수된 것들입니다!"

 

​시은에 완벽한 역공이었다. 

 

황제가 시은의 가문을 치기 위해 치밀하게 팠던 덫이오히려 황제와 아리의 목을 옥죄는 거대한 올가미로 변해 그들의 숨통을 끊어버린 순간이었다. 

 

종석의 얼굴은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하얗게 질려갔다.

 

​그러나, 진짜 반전과 지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쾅-!

 

​감사장의 뒷문이 거칠게 열리며 이번에는 황후의 수석 호위무사 김민혁이 신아리의 수족이었던 하급 궁녀 한 명을 마치 짐짝처럼 질질 끌고 들어와 감사장 한가운데 내동댕이쳤다. 

 

"털썩,

 

궁녀의 품에서는 서역에서 들여왔다는 치명적인 맹독초 뭉치가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차르륵-

 

​마침내 진주 주렴이 걷히고 민시은이 고고하고 찬란한 자태를 드러내며 단상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그녀의 서늘한 시선이 바닥에서 사시나무 떨듯 떠는 궁녀와 넋이 완전히 나가버린 종석을 번갈아 향했다.

 

​"폐하"

 

​시은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우아했지만그 안에는 벼려진 칼날보다 더 섬뜩한 살의가 숨겨져 있었다.

 

​"신아리가 제 유모에게 누명을 씌워 황후인 저의 탕약에 맹독을 타려다 발각되었습니다. 5천억이라는 막대한 국고 횡령과 국모 독살 시도 일개 천박한 궁녀 출신이 겁도 없이 내명부를 농락하고 제국을 탈취하려 했습니다. 그런데도 폐하께서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을 저를 향한 민석그룹의 갑질이라 매도하시겠습니까?"

 

​시은은 쓰러져 있는 궁녀의 턱을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차갑게 쥐어 올리며 장내의 모든 기자와 백성들이 들을 수 있도록 단호하게 선언했다.

 

​"이 시각 부로 내명부 수장의 권한으로 황제 직속 궁녀 신아리를 국고 횡령 및 황후 암살 미수 혐의로 즉각 하옥할 것을 명한다. 황후의 권한을 방해하거나 죄인을 비호하는 자는 그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역모의 죄로 다스릴 것이다!"

 

​자신의 오만함과 피어나는 불신 속에서 기만을 꾀했던 황제는 결국 제 꾀에 빠져 스스로 파놓은 무덤 속에 완벽하게 갇히고 말았다.

 

​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폭우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단상에 선 시은과 그녀의 등 뒤를 지키는 흑표범 같은 민혁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잔혹한 승리의 서막 제국을 무너뜨릴 복수의 두 번째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황궁의 잿빛 하늘 위로 묵직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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