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다음 날 오전 황실 내수사 특별 청문회 감사장
육중한 법정의 뒷문이 소름 끼치는 마찰음을 내며 열렸고 재판소 안의 모든 시선과 카메라 렌즈가 일제히 그곳으로 집중되었다.양옆으로 덩치 큰 내수사 호위병들의 거친 부축을 받으며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 들어오는 한 여자 황궁 내명부를 호령하며 모든 것을 제 발밑에 두려 했던 화려하고 오만방자했던 악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빛바랜 칙칙한 회색 미결수 죄수복을 입은 채 헝클어진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핏기 하나 없이 푹 파인 귀신 같은 얼굴을 한 신아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피고인석의 유종석을 마주 보았다."니....니년이! 니년이 어찌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냐!"종석이 기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했다.마치 무덤에서 기어 나온 시체를 본 것 같은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힌 목소리였다.아리는 자신을 철저히 쾌락의 도구로 이용하고, 종국에는 맹독으로 비참하게 독살하려 했던 종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지옥 불에서 갓 기어 나온 악귀처럼 서늘하고도 끔찍한 지독한 독기가 서린 눈빛이 종석의 심장에 꽂혔다.14년이라는 젊음과 청춘을 바쳤던 남자가 자신의 목숨을 벌레처럼 지워버리려 했다는 그 처절한 배신감이, 아리의 이성을 완벽한 살귀(殺鬼)로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증인석에 앉은 아리는 떨리는 손으로 거칠게 마이크를 움켜쥐었다.&nbs
새벽안개가 차갑게 가라앉은 편전의 한가운데 서로의 상처를 탐하듯 포개어졌던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다.간밤 쿠데타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듯한 그 고요하고 음습한 폐허 속에서 서로의 곪은 상처를 탐하듯 위태롭고도 깊게 포개어졌던 입술이 뜨겁고 아쉬운 숨결을 남기며 천천히 떨어졌다.시은의 창백했던 뺨은 낯선 열기로 인해 옅게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맞닿았다 떨어진 두 사람의 숨결은 미세하고도 불규칙하게 떨리고 있었다.제국의 가장 높은 곳에 군림하는 핏빛 황후와평생 그녀의 등 뒤 어둠 속에 숨어 피를 묻혀야 하는 비천한 그림자 호위무사황실의 엄격하고도 잔혹한 법도와 철저한 신분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고 결코 허락될 수 없는 금지된 입맞춤이었다.그러나 14년의 세월 동안 함께 지옥 불을 견뎌온 두 사람의 감정은 이미 알량한 이성 따위로는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깊어버렸다. 서로의 썩어 들어가는 심장 가장 깊숙한 곳까지 잔혹하리만치 단단하게 뿌리내려 버린 이 지독하고도 처절한 연모(戀慕)의 증명,"이 지독한 감정이 훗날 널 더 깊고 어두운 끔찍한 지옥으로 끌고 갈지도 모르겠구나 민혁아"시은이 애절하고도 슬픈 눈빛으로, 자신을 부서질 듯 꽉 안고 있는 민혁의 흉터투성이 단단한 가슴 위에 하얀 손을 얹으며 나직이 속삭였다.그녀의 젖은 목소리에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평생 피를 묻히며 그림자로 살아야 할 가엾은 사내를 향한 지독한 죄책감과, 동시에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그를 결코 놓아주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이기심이 뒤섞여 있었다."마마께서 계신 곳이라면그곳이 살이 타들어 가고 뼈가 녹아내리는 무간지옥이라 할지라
챙-!!귀를 찢는 기괴한 파공음과 함께 시퍼런 불꽃이 튀었다.시은의 머리카락 한 올에 닿기도 전 번개처럼 몸을 날린 김민혁의 특수 제작된 묵직한 티타늄 검이 종석의 얇은 장식용 검을 거칠게 쳐내며 튕겨냈다.그 압도적이고 흉포한 짐승의 힘에 종석의 손목 뼈가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검이 허공을 날아 바닥에 요란하게 나뒹굴었다."크아아아악!"손목을 부여잡고 처절한 비명을 지르는 종석의 덜덜 떨리는 목덜미로 민혁의 차가운 칼끝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파고들었다.예리한 검 끝에서 스며 나온 종석의 붉은 피가 서늘한 칼날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민혁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감정도 인간에 대한 자비도 존재하지 않았다.그는 오직 주군인 시은의 명령만을 기다리는 완벽하게 길들여진 지옥의 맹수 그 자체였다."감히! 마마의 고결한 옥체에 비천하고 더러운 살기를 들이대다니"민혁의 낮고 섬뜩한 목소리가 종석의 귓전을 때렸다."마마 명만 내려주시면 지금 당장 이 쓰레기의 목통을 비틀어 마마의 발밑에 바치겠습니다."종석은 사시나무 떨듯
그때 견고한 편전의 문을 당장이라도 부술 듯이 거칠게 열어젖히며 수석 비서관이 파랗게 질린 아니 핏기가 하나도 없는 시체 같은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그는 발이 엉켜 대리석 바닥에 엎어지듯 꿇어앉고는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사정없이 떨었다."무슨 소란이냐! 아침까지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백 장군이 보낸 전령이 당도하여 민현석의 목을 가져온 것이냐?"종석이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그것이 아니오라 쿠데타가 폐하, 쿠데타가 실패하였사옵니다!"종석의 미간이 확 일그러졌다."뭐라?!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 제국 최정예 3천 명의 특수기갑여단이 고작 민석그룹의 사설 경호원 찌끄러기들 따위에게 막혔단 말이냐!""미... 민석그룹 측에서 수도의 군사 통신망과 모든 무기 장비의 전자 제어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켜 버렸사옵니다! 부대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도로 한복판에 고철이 되어 멈춰 섰으며 더 끔찍한 것은...!"비서관은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말해라! 당장 똑바로 고하지 못할까!"" 폐하께서 어젯밤 밀실에서 백 장군에게 내리신 그 조작 지시 음성 기록이 지금 대한제국 전역의 방송과 전광판
그 순간, 민석 타워 최상층의 거대한 서버실을 중심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하고 강력한 전파 파동이 수도 전체의 신경망으로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바로 그 순간이었다.우르르릉-!천지를 진동시키며 거침없이 아스팔트를 질주하던 제1 특수기갑여단의 거대한 행렬에,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유령의 손이 덮친 듯 기괴한 현상이 일어났다."……어, 어?! 장군님! 시, 시스템이 이상합니다!"기세등등하게 진군하던 백 장군의 지휘 장갑차 내부가 일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맹수처럼 웅웅거리며 뿜어져 나오던 육중한 디젤 엔진 소리가 미친 듯이 컥컥거리며 요동치더니, 덜컹-! 하는 엄청난 마찰음과 함께 수십 대의 장갑차와 전술 차량들이 도로 한복판에서 끔찍한 파열음을 내며 일제히 멈춰 섰다."크아악!""으윽!"갑작스러운 급제동에 장갑차 안에 탑승하고 있던 병사들이 이리저리 나뒹굴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무, 무슨 일이야! 왜 멈추는 것이냐! 당장 진격하지 못할까!"넘어진 몸을 힘겹게 일으킨 백 장군이 어둠 속에서 핏대를 세우며
2026년 대한제국의 수도 서울,자정을 넘긴 도심은 세상을 집어삼킬 듯 쏟아지는 거센 폭우와 몰아치는 강풍으로 기괴한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평소라면 불야성을 이루며 화려하게 빛났을 거리의 네온사인마저 폭풍우에 짓눌려 숨을 죽인 듯했다.그러나 그 짙은 어둠을 찢어발기며, 무서운 굉음을 내뿜는 거대한 강철의 행렬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었다.수도 방위 사령부 산하, 제1 특수기갑여단,과거의 망령 백 장군의 지휘 아래 황제의 어명으로 불법 차출된 3천 명의 중무장 병력과 수십 대의 장갑차가 아스팔트 바닥을 무참히 짓이기며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고 있었다.그들의 목적지는 단 한 곳, 대한제국 경제의 심장이자 자본의 상징이라 불리는 초고층 빌딩 '민석 타워'와, 그 너머에 자리한 민현석 회장의 본가였다."속도를 더 높여라! 한 놈도 빠짐없이 살려두지 말고 모조리 포박해!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가차 없이 즉결 처분한다!"선두를 달리는 지휘 장갑차 안에서 백 장군이 무전기에 대고 악을 썼다.얼굴 절반을 덮은 흉측한 화상 흉터가 기괴하게 꿈틀거렸다. 그의 탁한 눈동자에는 오랫동안 변방에서 굶주렸던 살육에 대한 광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황제의 은밀한 밀명이라는 완벽한 방패를 얻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건방지게 황실을 핍박하는 거추장스러운 재벌 늙은이의 목통을 물어뜯고 피를 마시는 일뿐이었다.하지만 오만에 빠진 백 장군과 황제 유종석은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