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구호민은 여러 번 그런 식으로 구희라를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자기 뜻을 몰라준다며, 그렇게 속을 썩이면서까지 가난한 남자 하나에게 매달리는 이유가 뭐냐며 손가락질을 했다.구호민은 허도민을 업신여겼고 정말 조금도 좋게 보지 않았다.구호민의 눈에 허도민은 쓸모없는 남자였다. 구희라에게 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더 중요한 건, 구씨 집안에 아무런 이익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축하연이 끝난 뒤, 강이주와 구기빈은 집으로 돌아왔다.며칠 동안 긴장을 놓지 못한 채 쉼 없이 움직였던 탓에, 강이주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구기빈에게 기댄 채 잠이 들었다.차가 멈추자 구기빈은 배진호에게 조심해서 돌아가라고 말한 뒤, 허리를 숙여 강이주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잠결에 강이주는 구기빈이 자신을 안아 올렸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강이주는 팔을 뻗어 구기빈의 목을 감싸 안았다. 뺨을 남자의 품에 깊숙이 묻은 채 작게 중얼거렸다.“졸려.”구기빈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집에 왔어.”강이주의 집 도어락에는 이미 구기빈의 지문이 등록되어 있었다.구기빈이 손가락을 올리자 도어락이 열렸다.불을 켠 구기빈은 강이주를 안은 채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자마자, 몸을 돌린 강이주는 이불을 끌어안고 뺨을 비볐다. 눈은 여전히 꼭 감은 채.창가에 선 구기빈은 그 모습을 보고 그저 조용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욕조에 물 받아 줄게. 씻고 자.”구기빈은 이제 강이주의 생활 습관을 꽤 잘 알고 있었다.자기 전에 씻지 않으면, 강이주는 한밤중에 찝찝함을 못 이기고 깨서 욕실로 들어갈 사람이었다.강이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구기빈은 드레스룸에서 잠옷 두 벌을 꺼내 욕실로 들어갔다.구기빈이 욕조에 물을 받는 소리가 들리자, 침대에 누워 있던 강이주가 천천히 눈을 떴다.몹시 피곤하긴 했지만, 완전히 잠든 건 아니었다. 이불을 안고 잠깐 눈을 붙이고 있었을 뿐이었다.자신을 위해 최대한 소리를 낮추며 움직이는
친구가 핸드폰을 들고 완전히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을 본 강이주는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희라가 이런 표정을 짓고 있어?’구희라는 얼른 대화창을 닫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아무것도 안 봤어.”강이주에게 순진한 남자 대학생과 묘하게 얽혀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이 자기 오빠 귀에 들어가면, 정말 엉덩이에 불이 날지도 몰랐다.구희라도 죄 없는 어린애를 망칠 생각은 아니었다.다만... 그 애는 확실히 대단했다.그리고 정말 섹시하고 멋있었다.구희라는 생각했다. 지금 당장 감정을 논할 생각은 없지만, 진지하게 잘 지내면서 상대에게 돈도 좀 쓰는 것쯤은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지 않을까?상대는 귀여웠고, 구희라는 솔직히 그가 꽤 마음에 들었다.귀여운 연하남 하나 곁에 두고 기분 전환을 하는 것도 나쁠 건 없었다.생각할수록 문제가 없어 보였다.구희라는 오늘 밤 돌아가서 그 남자와 제대로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감정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가 원하는 돈은 얼마든 줄 수 있었다.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즐거움과 설렘을 주기만 하면 됐다.그렇게 정했다.구희라는 속으로 흐뭇해졌다.강이주는 얼굴에 활짝 꽃이 핀 듯 웃고 있는 친구를 바라보며 의문으로 가득 찼다.‘저게 아무 일 없는 사람의 반응인가?’‘아예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얼굴인데?’실제로 구희라의 마음은 이미 멀리 날아가 있었다.구희라는 축하연이 거의 끝날 무렵, 강이주에게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구기빈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으로 강이주의 허리를 감싼 채 구희라의 가벼운 발걸음을 바라보았다.곧이어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희라가 만나는 사람이 생겼나?”“봄을 탔나 보지. 연애할 때도 됐고.”구기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유예준이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기빈은 발을 들어 유예준을 걷어차려는 시늉을 했다.“꺼져. 봄을 탄 건 너겠지. 그렇게 입이 심심하면 병원 가서 입부터 꿰매 줄까?”구
그날은 꽤 시끄러웠다.로펌 사람들은 구희라가 전 남자친구 집안에게 당한 악의적인 조작을 모두 알게 되었다.모두가 나서서 허도민의 약혼녀를 몰아붙였고, 결국 그 여자는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듯 떠났다.그 장면을 떠올리면 구희라는 아직도 웃음이 나왔다.그녀는 차갑게 웃었다.“듣기로는 누가 허도민을 두들겨 패고 J시를 떠나라고 경고했다더라. 어젯밤에 허도민이 가족까지 데리고 야반도주했대.”강이주의 머릿속에 예전에 구기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허도민에게 교훈을 주겠다고 했던 그 말.‘설마...’구희라는 멀지 않은 곳에서 유예준, 임해승과 이야기하고 있는 구기빈을 힐끗 보았다.“생각할 것도 없어. 우리 오빠가 한 게 분명해. 내가 그런 식으로 당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오빠가 아니니까.”그 일을 누가 했는지 구희라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예전에도 허도민과 헤어졌다 다시 만날 때마다, 헤어질 때마다 허도민은 한 번씩 맞았다.매번 구기빈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참교육을 시전했었다.구희라는 구기빈이라는 오빠를 정말 좋아했다.필요할 때는 진짜 나서는 사람이었으니까.강이주는 원래 구기빈이 했느냐고 물으려 했지만, 구희라의 말에 그 질문을 삼켰다.‘그래, 구기빈은 너무 티가 났어.’강이주는 손을 뻗어 구희라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었다.“부적 하나 챙긴 셈 치자. 이제 걱정 끝.”구희라는 강이주가 자신을 위로하도록 가만히 두었다.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세상에 잘생긴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언니는 돈도 있으니까 매일 바꿔도 돼.”“내가 허도민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도 아니고. 남자는 많아. 내가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만 까딱해도...”말을 채 끝내기 전에 구희라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강이주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 뭐 있어?”“없어.”구희라는 빠르게 부정했다.“내가 뭐가 있어. 그냥 언제 시간 나면 연하남이랑 결혼 생각 없는 연애나 해 볼까 생각한 거지.”그녀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하얗고 말간
백초아가 해야 할 말은 모두 마쳤다.그녀도 자신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풀어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강이주에게도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백초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화장실을 떠났다.강이주가 혼자 생각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남겨 둔 것이다.강이주는 손바닥에 놓인 USB를 내려다보았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하지만 오래 흔들리지는 않았다.곧 강이주는 감정을 정리하고 행사장으로 돌아갔다.그녀는 USB를 자신의 의자에 놓아 둔 가방 안에 넣었다.무심코 핸드폰을 집어 든 강이주는 모르는 번호로 온 메시지를 발견했다.[나에게 연락하고 싶으면 이 번호로 하면 돼.]전송 시간은 2분 전이었다.발신자 이름이 없어도 강이주는 백초아가 보낸 메시지라는 것을 알았다.강이주는 손가락을 잠시 움직이다가 결국 그 번호를 저장했다. 이름은 별표 하나로만 남겼다.그 모든 일을 마친 뒤에야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강이주는 양수은과 장숙연이 짧은 사이에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 발견했다.두 사람은 가끔씩 고개를 맞대며 패션쇼의 작품들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장숙연의 얼굴에는 보기 드문 미소가 걸려 있었다.강이주를 향해 시선을 돌린 양수은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패션쇼는 성공적이었다.그중 강중그룹의 작품들은 많은 호평을 받았다.사람들의 반응도 예상보다 좋았다.강이주가 예상한 그대로였다.패션쇼 다음 날, 강이주는 회사의 홍보팀에 지시해 작품 예약 판매 안내문을 공개했다.반응은 매우 좋았다.그동안 모두가 쏟아 부었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류남정 디자인팀의 작품들도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류남정은 자기 팀 디자이너들의 동의를 얻은 뒤, 시장가에 맞춰 해당 작품들을 강이주에게 일괄 매각했다.그 뒤 류남정은 팀을 데리고 이사 준비에 바빴다.류남정은 J시에 머무는 동안 이미 적당한 장소를 봐 두었다. 시내 중심의 고급 오피스 빌딩을 임대했고, 브랜드 디자인 회사를 등
그 모든 것을 조사했을 때, 백초아는 가장 먼저 지정애를 떠올렸다.사람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리는 방법은 지정애 같은 악독한 여자나 떠올릴 법했다.백초아가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 역시 지정애에게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예전에 심원후에게 쫓겨나 책임까지 뒤집어쓴 뒤, 백초아는 누군가에게 끌려가 폐창고에서 며칠 동안 고통을 겪었다.겨우 도망쳐 나온 그녀가 어떻게든 심원후의 아이를 가진 건,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백초아는 그저 심씨 집안을 역겹게 만들고 싶었다. 심씨 집안 사람들이 무너지는 걸 보고 싶었다.그 밖의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강이주는 사실 계속 우이연의 행방을 찾고 있었지만, 우이연이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단서가 또 끊어졌다.백초아는 핸드폰을 거두었다.“지정애가 왜 우이연을 그렇게까지 망가뜨렸는지 알아? 우이연이 지정애 몰래 심 회장과 붙어먹었거든.” “지정애가 우이연이 자기 눈앞에서 설치는 걸 참을 수 있었겠어?”“여기 우이연과 심 회장이 함께 있는 사진과 영상이 꽤 있어. 네가 나중에 쓸 곳이 있을 거야.”백초아는 가방에서 USB 하나를 꺼냈다.그녀는 USB를 강이주의 손바닥에 쥐여 주었다.“내 성의는 보여 줬어. 지금 나는 심씨 집안 안에 있어. 심씨 집안의 범죄 증거를 네게 모아 줄 수 있어.”“강이주, 내가 원하는 건 딱 하나야. 심씨 집안 사람들 모두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 하나 더 알려 줄게. 심원후를 망가뜨린 그 여자는 내가 데려온 사람이야.”“그 여자는 자궁이 심하게 손상돼 적출해야 했어. 나는 그 여자에게 큰돈을 주고 심원후가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만들었어.”강이주도 당시 심원후에게 벌어진 사고가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이제 백초아가 자신이 한 일이라고 털어놓자, 강이주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심원후가 아이를 갖지 못하게 만들고, 심순남의 혼외자를 폭로해 일을 키운 뒤 심원후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나타난 것.그렇게 해서 백초아는
백초아는 강이주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강이주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런 건 핵심이 아니야. 핵심은, 내 뱃속의 아이가 지금 심씨 집안에게는 금덩어리 같은 존재라는 거지.”심순남이든 지정애든, 지금은 백초아에게 꽤 예의를 차렸다.당연했다. 그녀 뱃속의 아이가 심씨 집안의 남은 희망이었으니까.강이주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낮은 목소리로 일렀다.“심씨 집안 사람들도 그렇게 쉽게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 너도 조심해.”“그래서 내가 널 찾아온 거잖아.”백초아가 환하게 웃었다.심원후가 이번 패션쇼를 지켜보러 온다는 걸 알게 된 뒤, 백초아는 어떻게든 따라오겠다고 했다.사실 패션쇼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강이주를 만나러 온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강이주가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왜 나를 찾은 거야?”“너 이제 구기빈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었잖아. 그 사람이 네 뒤에 있으면 심씨 집안 하나쯤 무너뜨리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그래서 협력하러 왔어. 관심 있어?”백초아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너도 심씨 집안을 무너뜨리고 싶잖아. 적어도 지금 이 지점에서는 우리 생각이 같아.” “나 혼자 힘으로는 심씨 집안을 건드릴 수 없어. 하지만 넌 달라. 너는 할 수 있어.”“강이주, 난 네 도움이 필요해. 심씨 집안이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어.”백초아는 이를 악물었다.그 눈에는 심씨 집안을 향한 증오가 가득했고, 눈동자마저 그 미움으로 번뜩였다.백초아의 변화를 강이주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전번에 만났을 때만 해도, 백초아가 심씨 집안에 이 정도의 원한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그 사이에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백초아가 이렇게 변할 만큼...’강이주의 시선을 느낀 듯, 백초아는 감정을 거두었다.“천천히 생각해. 나도 급하지 않아.”백초아는 심씨 집안이 끝장나기만을 바랐다.강이주와 손잡는 건 백초아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물론 강이주가 원하지 않는다면 백초아도 더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