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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아버지”

휴대폰 액정에 찍힌 발신인 이름을 확인한 조연아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잠깐 망설이던 그녀가 수락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 무슨 일이시죠?”

아빠라는 단어가 목구멍에 콕 걸린 듯 나오지 않고 결국 무덤덤한 목소리로 묻는 조연아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화가 잔뜩 난 조학찬의 목소리가 그녀의 고막을 때렸다.

“조연아,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인 줄 알았더니 발칙하게 나 몰래 이딴 짓을 벌여? 조인주업 지분 20%이 왜 연준이 명의로 돼 있는 건데! 도대체 나 몰래 무슨 짓을 벌인 거야! 너희 엄마가 나 몰래 유언장을 썼다는 게 말이 돼?”

민하준이 55%의 지분을 가져간 이상 지분 1%가 아쉬운 지금, 아내가 가지고 있던 지분 20%마저 아들에게로 넘어가니 꽤 불안해진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딸에게 전화를 걸어 하는 말이 겨우 이거라니. 조연아는 피식 헛웃음을 흘렸다.

“아버지야 밖에서 다른 여자랑 있으셨으니 모르실 만도 하죠. 지금 이렇게 저한테 따지는 거 굉장히 뻔뻔한 행동이라는 거 본인도 아시죠?”

“고주혁 그 여우 같은 자식이랑 무슨 작당을 벌인 거야! 도대체 고주혁 그 자식을 어떻게 꼬신 거야? 뭐, 이제 이혼도 했겠다. 반반한 얼굴 믿고 육탄공세라도 벌인 거야?”

“하...”

이게 아버지라는 사람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싶어 조연아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다들 아버지의 사랑은 산과 같아도 하지만 조연아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그녀의 자존감을 짓이기는 태산과도 같은 존재였다.

수화기 너머로 조학찬의 추잡한 말들이 또다시 들려왔다.

“친정 집안 하나 믿고 민지훈 그 자식이랑 결혼했으면 뭐든 물어와야지. 빈털터리로 쫓겨난 것도 부족해서 이제 아비 재산까지 넘봐? 너 그 집안에서 도대체 뭘 한 거야? 넌 그동안 민지훈 그 자식 전용 창녀였을 뿐이야, 알아?”

“아버지, 그만...”

조연아가 반박하려던 그때, 누군가 그녀의 휴대폰을 홱 빼앗아 갔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조연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악을 쓰는 조학찬의 목소리를 듣고 살짝 미간을 찌푸린 민지훈은 말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딴 말을 듣고 왜 가만히 있어?”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니니까.”

씁쓸한 미소와 함께 뱉어낸 그녀의 말이 찬 겨울바람에 따라 흩어졌다.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민지훈이 말없이 돌아섰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왜 안 물어봐?”

그 뒤를 쫓아간 조연아가 물었다.

“네가 어디서 뭘 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럼 차에서 왜 내린 건데?”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질문에 단 한 번이라도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을까 싶어 묻고 또 묻는 그녀였다.

“웬 사람이 길을 막고 있길래 내려서 확인한 것뿐이야.”

‘말도 안 돼...’

“지훈 씨...”

조연아가 민지훈의 코트 자락을 잡았다.

“이거 놔!”

차가운 목소리에 반항이라도 하듯 그녀의 손에는 더 힘이 들어갔다.

“당신 만나려고 온 거야.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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