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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제발. 나 좀 믿워줘. 정말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봤어. 날 민 건 분명 어머님이었다고!”

훌쩍이던 조연아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지훈을 바라보았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나 좀 믿어줘.’

하지만 진심으로 빛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 민지훈의 얼굴에는 조연아를 향한 경멸만이 가득했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 민지훈이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았다.

‘아, 이 남자는 날 믿지 않는구나. 내가 아무리 해명해도 내 말 따윈 듣지 않겠구나...’

말보다 확실한 행동에 조연아는 절망스러웠다.

남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인자하고 고상한 사모님인 송진희가 그녀에게만큼은 그 누구보다 악독한 시어머니라는 걸, 사람들 앞에서는 착하고 애교 많은 민지아가 사실은 누구보다 가식적인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면 좋을까?

조연아가 아무리 목이 터져라 외쳐도 사람들의 눈에 그녀는 영원히 악녀일 뿐이었다.

정신력으로 겨우 버텨오던 다리가 휘청이던 순간.

“조연아, 나가. 다신 너 보고 싶지 않아.”

이 말을 마지막으로 민지훈은 저택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조연아는 드디어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아들 앞에서는 그렇게도 억울한 척하던 송진희, 민지아가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너도 참 멍청하다. 지훈이 내 아들이야. 설마 정말 네 말을 믿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네?”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송진희는 패자를 경멸하는 승자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가 아직도 너희 집안에서 오냐오냐 떠받들던 공주님인 줄 알아? 너희 엄마는 죽었고 너희 아버지는 벌써 내연녀, 사생아랑 살림까지 차렸다면서. 추산그룹도 너희 그 덜떨어진 삼촌이 물려받았다면서? 부모 사랑도 재산도 이제 네 몫은 없어. 그 잘난 집안 하나 믿고 우리 집에 시집온 거잖아? 이제 네 이용 가치가 없어졌으니 이만 떨어져 나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

차가운 바닥에 누운 조연아는 멍한 눈동자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온몸이 욱신대는 고통보다 송진희 가시 같은 말들이 더 아려왔다.

‘이대로... 죽여버렸으면 좋겠어. 뼛조각 하나 남지 않게 먼지가 되어 사라졌으면 좋겠어...’

“언니도 참 불쌍하네요.”

애교 섞인 목소리와 달리 민지아는 슬리퍼 끝으로 조연아를 툭툭 건드렸다.

“꼴이 이게 뭐예요.”

바닥에 쓰러진 조연아가 일어나려고 버둥거렸다.

“벌레 주제에 일어나려고 하면 안 되죠.”

민지아는 슬리퍼로 조연아의 아랫배를 거칠게 걷어찼다.

극심한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몰아쉬지 못하는 조연아를 바라보던 민지아는 정말 그녀가 걱정이라도 되는 듯 가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미안. 언니 유산한 지 얼마 안 됐죠. 배 많이 아프겠다.”

겨우 팔로 바닥을 짚고 일어난 조연아가 송진희, 민지아를 노려보았다.

‘이 치욕...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이때 문밖에서 소란이 일더니 조연아의 이모 추연이 그녀의 앞을 막는 손길을 뿌리치고 저택으로 쳐들어왔다.

“이거 놔! 내 조카한테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조카를 발견한 추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아야!”

조연아를 부축한 그녀가 빨개진 눈시울로 송진희, 민지아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우리 연아한테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그동안 구박한 거로도 모자라서 기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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