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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하지만 추현의 분노에도 송진희, 민지아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피식 웃은 송진희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

“추현도 죽었겠다. 그 집안에 얘 편 들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해? 아, 당신? 당신이 뭔데.”

추연이 다시 화를 내려던 그때,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 조연아가 스르륵 쓰러졌다.

“연아야!”

깜짝 놀란 추연의 목소리가 저 동굴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연아야! 정신 좀 차려봐. 어머, 피가...”

하체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피를 발견한 추연의 안색 역시 창백해졌다.

...

‘꿈인가?’

깊은 잠에 빠진 조연아는 신혼여행 날의 꿈을 꾸었다.

다른 점이라면 혼자 있었던 현실과 달리 민지훈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 꿈이구나...’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조연아는 밝게 웃어 보였다. 깨어나 곧 맞이할 현실이 아무리 잔혹하다 해도... 이 순간의 행복을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 달리 코를 찌르는 소독수 냄새와 규칙적인 기계음은 다시 그녀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윽...”

겨우 눈을 뜬 조연아가 얕게 신음을 내뱉었다.

“연아야?”

그 소리를 들은 추연이 벌떡 일어섰다.

“이모...”

초췌해진 안색의 추연이 초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 이틀이나 누워있었어. 이모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지금은 좀 어때? 아직도 많이 아파?”

“이틀이나 누워있었다고요?”

조연아는 아직도 천근만근인 머리를 굴려보려 애썼다.

“그래. 출혈이 심했는데 다행히 잘 잡혔대. 절대 안정이라니까 당분간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고마워요, 이모.”

“가족끼리 고맙다는 말 하는 거 아니야. 정 고마우면 얼른 낫든가.”

조연아를 위해 물을 따라준 추연이 물었다.

“그런데... 너랑 민 서방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이혼이라니.”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가족들은 민지훈에 대한 조연아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지독한 시집살이와 남편의 냉대에도 그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버텨온 그녀인데 왜 갑자기 이혼을 결심한 걸까?

하지만 이 결심을 내리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어떻게 한, 두 마디 말로 할 수 있을까?

“그냥... 지쳐서요.”

헌신적인 사랑의 결실은 아이마저 곁을 떠났으니 더 이상 이 관계에 미련을 두고 싶지 않은 조연아였다.

아이 생각에 조연아는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만지작거렸다. 배가 나온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허전하게 느껴지는걸까...

“연아야, 안 돼! 민 서방이랑 이혼하면 넌 정말 모든 걸 잃는 거나 마찬가지야.”

차분한 조연아와 달리 잔뜩 흥분한 추연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떻게든 다시 민 서방 마음을 돌릴 순 없을까? 제발...”

항상 그녀 편이던 이모가 왜 이러는 걸까?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 모습에 조연아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니야. 일은 무슨.”

너무 흥분했음을 눈치챈 추연이 곧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는 조연아였다.

“연준이는요?”

주위를 둘러보던 조연아가 물었다.

“제가 입원한 거 연준이는 모르는 거예요?”

조연아가 침대맡에 놓은 휴대폰을 들려던 순간, 추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연아야!”

‘역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이모, 숨기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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