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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민지훈을 발견한 추연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백장미를 향해 소리쳤다.

“백장미! 네가 무슨 자격으로 민 서방이라는 말을 입에 올려!”

조연아도 애써 고개를 들어 민지훈을 바라보았다.

‘정말... 나 때문에... 날 구해주려고 온 건가.’

11년 동안 일편단심으로 민지훈만 바라보았다. 그래도 한때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으니 위기의 순간 그녀를 구해줄 정 정도는 있을 거라 믿었다.

떨리는 손으로 민지훈의 바짓가랑이를 잡은 조연아가 입을 벙긋거렸다.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벅차오르는 감정에 목구멍이 꽉 막힌 듯했다.

“지... 지훈 씨...”

겨우 한 마디 내뱉은 조연아가 눈물 섞인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진심을 담은 이 눈빛이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길 바라며...

하지만 차가운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보던 민지훈은 쓰러진 그녀를 향해 손조차 내밀지 않았다.

“또 이런 식이지. 이렇게 연기하는 거 지겹지 않아?”

네 수작 따위 내 손바닥 안이라는 듯 경멸 어린 시선, 차가운 목소리.

잠시나마 불꽃을 틔웠던 희망이 차가운 빗방울과 함께 식어버렸다.

‘역시... 넌...’

민지훈의 바지를 잡았던 그녀의 손이 맥없이 떨어졌다.

그 모습에 잠시나마 긴장했던 백장미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민 서방 안으로 들어와...”

“들으셨겠지만 저 조연아랑 이혼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민 이사라고 불러주세요.”

“그... 그게 무슨...”

백장미의 얼굴을 가득 채웠던 아부 섞인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

민지훈의 비서 오민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대신 대답했다.

“민 대표님께서 조인주업의 지분 55%를 인수하셨습니다.”

지분 55%?

다리에 힘이 풀린 백장미의 하이힐이 순간 삐끗거렸다.

절반이 넘는 지분, 즉 지금 이 시간부로 민지훈이 조인주업의 대주주가 된 것이었다.

“제 사업장에서 누가 죽어 나갔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만.”

차분한 말투와 달리 민지훈의 눈동자는 차갑게 번뜩였다.

잠깐의 시간 동안 부리나케 머리를 굴린 백장미는 빠르게 상황 파악을 끝내곤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요. 지금 바로 병원으로 보내겠습니다. 민 서… 아니 민 이사님.”

텐프로 출신인 백장미는 누구에게 줄을 대야 하는지, 누구에게 아부를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민지훈이 대주주가 된 이상 일단은 바짝 엎드리는 게 맞다고 판단한 그녀의 눈짓에 경호원들은 발 빠르게 조연아, 조연준 두 사람을 부축했다.

“왜...”

부축을 받아 겨우 일어선 조연아가 힘 빠진 목소리로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

얼굴을 잔뜩 적신 물기가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나한테 남은 건 이 양조장뿐인데. 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왜? 그러게 좀 착하게 살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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